최근 중국 노동시장은 잇따른 파업 사태와 임금 인상 파동으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폭스콘 중국 선전(深土川)공장 노동자의 연쇄 자살 사건을 계기로 다국적기업들의 ‘노동 착취와 도덕성 논란’이 도마에 오르면서 현 임금 수준의 불합리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급기야 폭스콘이 기본급을 900위안에서 2000위안으로 122%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일본 혼다차 포산(佛山) 공장도 34% 임금 인상안을 타결해 사태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이들 선두기업의 임금 인상에 따른 ‘양떼효과’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더구나 임금 인상의 물결이 확산되는 와중에 올 들어 14개 주요 도시의 최저임금이 평균 20% 급등했다. 중국 저임금 시대의 종언이 현실화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생산기지를 아예 동남아 국가로 이전하려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과연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누리던 ‘봄날’은 간 것일까.
2009년 동결 이후 뒤늦은 조정
중국의 실질임금 상승세는 대체로 과거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다소 빨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0~09년 물가 요인을 제거한 실질임금 상승률이 연평균 14.6%를 기록한 데 비해 최근 3년 동안의 증가세는 연 16%를 넘어섰다. 지역적으로 보면 중서부 내륙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 역시 후베이(28.6%), 후난(27.8%) 등 내륙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업종별 임금 상승 추이를 보면 최근 논란의 초점인 제조업의 임금 증가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교육 등 서비스업의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이 20% 안팎인 반면 농촌 잉여인력 유입이 가장 왕성한 제조업은 14%로 전 업종 평균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 중국 각 지역의 법정 최저임금 인상폭은 유난히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04년 이후 매년 최저임금을 상향 조정해온 중국 정부가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임금을 동결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이번 임금 인상은 2009년의 미반영분까지 반영한 ‘뒤늦은 조정’으로 볼 수 있기에 실제 인상폭이 그리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상승폭이 해당 지역의 과거 2년간 누적 명목 GDP(국내총생산) 증가율보다 낮을 뿐 아니라 같은 기간 그 지역 평균임금 증가율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상하이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17%에 달했지만, 지난 2년간 평균임금 증가율인 29%와는 아직 큰 차이가 있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격차는 최저임금 수준의 합리성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40% 이상이면 높은 수준으로 분류되지만 중국의 대부분 지역은 아직 40% 이하여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의 임금 상승세를 감안해도 중국 제조업 임금의 절대수준은 여전히 중진국보다 현격하게 낮다. 2009년 미국 노동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6년 제조업 시급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의 2.7%, 일본의 3.4%밖에 되지 않았으며, 개발도상국인 멕시코의 4분의 1, 필리핀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일부 대도시에서 영화 한 편 관람료가 한화 1만원, 커피 한 잔이 5000원일 정도로 물가가 이미 한국과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올랐지만, 제조업 저임 노동자들은 한 달에 20만~30만원으로 버텨야 한다. 이처럼 중국의 경제발전 수준과 임금 수준 간에는 아직도 괴리가 커 향후 임금 상승 여지가 많아 보인다.
다만 2009년 기준으로 중국의 임금은 베트남의 3배, 인도네시아의 1.5배에 달했고 이들 신흥국가와의 임금격차가 점차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에서 일부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적인 업종들은 동남아로의 이탈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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