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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父子 동상 타격 발언은 도대체 누가 한 겁니까”

개성공단에 ‘초코파이’공급하는 이임동 (주)개성 대표

“김 父子 동상 타격 발언은 도대체 누가 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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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임동 대표는 개성공단의 산증인 격이다. 해군 함장 출신인 그는 2006~2010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국장을 지낸 후 2010년 ㈜개성을 창업했다.
  • 이 대표에게 ‘위기의 개성공단’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김 父子 동상 타격 발언은 도대체 누가 한 겁니까”
사극을 놓치지 않고 보는 51세 남자. 바다 냄새 맡으며 청춘을 보냈다. 해군 함장으로 영해를 지켰다. 2006년 중령으로 전역한 후 개성에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이임동 ㈜개성 대표. 4월 14일 드라마 ‘대왕의 꿈’에선 김춘추(최수종 분)가 백제와의 전쟁을 선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의 뇌리에 공연한 생각이 든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니겠지….’ 낙천적이라고 자부해왔는데, 요즘엔 불안할 때가 많다. ㈜개성은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초코파이를 공급해 돈을 번다. 임가공으로 생필품도 제조해 한국시장에 들여온다. 4월 14일 자정이 가까운 시각, 그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갑갑하죠, 뭐….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 나가란 소리는 아직 안 했으니까…. 15, 16일이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연휴니까 지켜봐야죠.”

▼ 회사 사정은 어떻습니까.

“임가공으로 생산하는 물품과 관련해 원부자재 2주치가 개성 공장에 들어가 있는데,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납기를 못 맞추게 됐어요. 발주처에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판이에요. 게다가 자금 구하러 다니고 있어요. 상황이…. 북측이 공단 통행을 막기 전 개성에 들여놓은 초코파이 값을 제과회사에 지불해야 하는데, 이 와중에 입주업체들에 초코파이 값 내놓으라고 닦달할 수도 없고 아주 난처합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큰 곳은 월 100억 원을 손해 보게 생겼다면서 울먹이고 있어요.”



“언론도 北 자존심 덜 건드려야”

3월부터 남북 간 ‘기(氣) 싸움’이 벌어졌다. 북측의 협박이 나오고 남측이 받아치면 북측은 ‘더 센’ 표현을 찾아내 도발했다. 3월 30일 중앙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담화에서 북측은 처음으로 개성공단 폐쇄 협박 카드를 꺼냈다.

“괴뢰 역적들이 개성공업지구가 간신히 유지되는 것에 대해 나발질을 하며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폐쇄해버리게 될 것이다.”

북측이 ‘존엄’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 그는 주목했다. 북측에서 ‘존엄’은 자존심이라는 낱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평양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고존엄’에 대한 비난이 군사적으로 공격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보복해야 할 행위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북측은 4월 3일 ‘말로 하는 보복’이 아닌 행동에 나섰다.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시행한 것. 이 대표 역시 3월 29일 이후 개성에 들어가지 못했다.

“3월 29일 개성에 들어가 초코파이 배송을 했어요. 임가공 제품을 맡긴 공장에서 생산 관리도 했고요. 세금 관련된 업무도 봤고요.”

▼ 앞으로 개성 출입을 못할지도….

“남북관계의 미래를 생각할 때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되죠.”

▼ 3월 29일 개성공단 분위기는 어땠나요.

“이해가 안 가는 게, 명절을 앞둔 축제 분위기라고나 할까. 북한에서 4월은 노는 달이에요. 주민에게 이런저런 물품도 제공되고요. 4월 4일이 청명절, 15·16일이 태양절 연휴, 25일은 북한군 창건일이고요.”

이 대표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해버리게 될 것”이라고 발표한 지 사흘 뒤이자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4월 2일 “휴일이 많은 이달에 북측이 예전에 했던 방식으로 통행제한 조치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9년 3월 3차례에 걸쳐 통행을 차단한 전례가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언론이 개성공단이 북한의 돈줄이라니 달러박스라서 절대로 못 닫는다니 하고 보도하니 북측이 더 발끈하는 겁니다.”

‘최고존엄’이 뭐기에…

▼ 아니, 대한민국 언론이 북한 눈치 보느라 객관적인 보도도 못합니까? 그건 아니죠.

“그렇긴 해도…, 상황이 이럴 때는.”

남북 간 ‘기 싸움’은 북측 기관의 대남 협박 및 도발 발언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후 그에 대응한 정부, 국군의 발언을 한국 언론이 전하면 북측이 더 센 말을 찾아 맞받아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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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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