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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평 나승렬 前회장 일가 의문투성이 수백억 거래

재벌은 망해도 오너는 영원?

거평 나승렬 前회장 일가 의문투성이 수백억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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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평 나승렬 前회장 일가 의문투성이 수백억 거래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5월, 재계 순위 28위 거평그룹은 산하 23개 기업의 2조 원 넘는 부도로 공중분해됐다. 거평을 이끌던 나승렬(70, 당시 53세) 회장도 파산한 뒤 나중에는 형사책임으로 옥고를 치렀다.

당시 망한 기업주 중 몇몇은 세간의 눈을 피해 되도록 조용히 지냈다. 한보 정태수, 대우 김우중 회장 등이 이런 경우다. 하지만 나 전 회장은 다르다. 그가 아직 ‘회장님’으로 불리며 가족, 측근이 소유한 회사 5~6개를 진두지휘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에겐 주식이 한 주도 없지만 대주주들은 물론 사장들도 그의 지시를 거스르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회장 명함을 내밀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풍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하지만 줄담배와 함께 점심 때부터 폭탄주를 즐긴다고 한다. 그가 거느린 각 회사 대표들과 직원들은 소속 회사 주소지가 아닌 서울 한남동 H 모델하우스 3층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한다. 그는 이 건물 2층 회장실에 출근해 3층 사람들을 통솔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회사 어디에도 이름이 올라 있지 않은 그는 “전문지식이 있어 컨설팅만 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간 검찰, 국세청은 물론 언론매체들도 나 전 회장의 재산을 추적해왔다. 한 매체는 2003년 3월 “수천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도록 해 국민경제에 부담을 안긴 나 전 회장의 20대 자녀들이 서울과 경기도 일원에 450억 원대 부동산을 소유해 재산 은닉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2005년 5월엔 “나 회장 일가가 중견 제빵업체 기린을 장악하고 제2 도약을 노린다”는 소식도 나왔다.



꼬리 무는 논란

2005년 11월 6일 서울중앙지검은 “나 전 회장이 숨긴 재산으로 옛 프레야타운 소유권을 되찾으려 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근거로 나 전 회장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한 언론매체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국세청에 체납한 세금이 78억 원에 이르는 나씨가 서울 한남동 개발 사업에 관여” “거평그룹을 믿던 임차인, 협력업체 직원들은 피눈물을 흘렸는데 나씨 일가와 측근들은 변변한 직업 없이 수십·수백억 원대 주식·부동산 부자로 등극”이라고 썼다.

나 전 회장은 지난 4월 다시 언론을 탔다. 한 종편TV는 “나 전 회장 가족이 서울 용산구 한남5거리 일대 고급 주상복합건물 분양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약 1000평(3300여㎡)대지에 상가 수십 채와 아파트 280가구가 들어선다고 한다. 이 사업으로 올릴 매출은 2000억 원대로 예상됐다.

그런데 이 사업을 주관한 M건설의 주체는 나 전 회장의 외아들 나모 씨다. 그는 30세 때인 2007년에 100억 원대인 이 땅을 사들인 바 있다. 그는 “주로 대출로 자금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대출보증을 선 회사가 나 전 회장 소유였으며 이후 나씨가 자기 회사인 M건설에 이 땅을 180억 원에 팔아 내부거래로 80억 원의 차액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종편은 “170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나 전 회장이 현재 딸 명의의 서울 방배동 7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며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대구에는 나 전 회장이 실질 소유한 사립학교 대중금속공고가 있다. 대한중석 부설이던 이 학교는 나 전 회장이 1994년 대한중석을 인수할 때 따라온 것.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대한중석을 민영화하면서 대한중석과 학교의 이사진이 같은 것을 도외시한 채 학교까지 끼워준 것으로 알려진다. 나 전 회장은 이후 학교법인 이사진을 가족과 측근들로 교체했으며, 학교법인 이름도 자신의 호 ‘만강’을 따 만강학원으로 바꿨다. 지난 3월 이 학교는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대구 북구 칠곡으로 신축,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나 전 회장은 감독관청인 대구시교육청과 자주 충돌했다. 필자는 지난해 9월부터 만강학원 재단이사로 활동해왔다.

2010년 8월 학교를 대구 칠곡으로 옮기기로 한 나 전 회장은 직접 부지를 보러 다니다 칠곡 읍내동 일대 야산을 점찍었다. 학교재단(당시 이사장은 나 전 회장의 외아들)은 같은 해 10월, 땅값이 오를 것을 우려해 재단 소유 재산의 임대차보증금으로 부지매입계약을 체결했다. 시교육청은 “학교위치변경계획 승인도 나기 전에 부지를 사는 것은 물론, 재단 소유 재산 임대보증금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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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하 | 만강학원 재단이사, 前 연합뉴스 기자 oslora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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