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우리 스스로 선택해 일한다”

  • 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입력2013-09-23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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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이 성공하려면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다각도의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나 껍데기만 바꿔서는 소용없다. 신뢰가 중요하다. 직원들이 일을 낼 거라 기대하며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탁월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제니퍼소프트는 실내수영장과 카페, 어린이집을 갖춘 사옥과 주 35시간 근무 규정, 전 직원 정규직 사실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엄청난 화제가 됐다. NHN 출신 조수용 대표가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그룹 JOH 역시 직장인의 꿈을 실현한 기업으로 통한다.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독립적인 사무 공간을 주고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야말로 놀이터 혹은 작업실 같은 분위기로 알려졌다.

    이런 ‘꿈의 직장’ ‘신의 직장’ 사례가 거론될 때마다 사람들이 부러움 끝에 내뱉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는 “규모가 작은 신생기업이니 가능한 일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제니퍼소프트나 JOH의 직원 수는 한 학급 학생 수 정도이며 아직 10년이 채 안 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기업에서는 꿈의 복지를 실현할 수 없는 것일까.

    세계적인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새쓰(SAS Institute)는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 본사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지사에 1만4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렇듯 크고 오래된 기업 새쓰는 “직장인들의 유토피아”로 불린다. 2010년과 2011년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하는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환상적인 근무환경으로 유명한 구글은 기업공개(IPO) 전에 직원들을 새쓰에 보내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한국 기업 제니퍼소프트가 목표로 삼은 기업도 새쓰다. 새쓰는 직원 복지 천국의 원조인 셈이다.

    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캐리에 자리 잡은 새쓰 본사는 캠퍼스라고 불린다. 300에이커(약 37만 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사무용 빌딩들과 보육시설, 병원, 피트니스센터, 세탁소와 미용실 등이 들어서 있다. 새쓰는 신입사원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개인 사무실을 제공한다. 일주일에 35시간,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직원 각자가 스케줄을 짜서 일한다.



    업무 방해 요소 최소화

    직원 식당에서는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캠퍼스 내 병원엔 의사와 간호사 여러 명이 상주한다. 직원 자녀 600여 명을 돌볼 수 있는 보육시설도 있다(본사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지역 사무실 직원들은 집에서 가까운 보육시설에 자녀를 보내고 회사의 지원금을 받는다). 취학 자녀의 학업 관련 상담을 위한 진학상담센터도 있다. 수영, 요가, 농구, 테니스 등을 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에선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하는 직원들 외에 의사와 요리사 보육교사 정원사 등 캠퍼스 내에서 일하는 모든 이가 새쓰의 정식 직원이다. 새쓰는 비정규직이 없고 아웃소싱을 하지 않는 기업으로도 명성이 높다.

    새쓰의 공동 설립자이며 최고경영자(CEO)인 짐 굿나이트 회장은 여러 인터뷰에서 이러한 기업 문화를 만든 배경에 대해 “새쓰의 생산성은 직원들의 정신 상태와 직결된다”며 “직원들이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생활 스트레스를 최소화함으로써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새쓰가 지식기반사업을 하는 이상 직원들이 머릿속에 든 지식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얼마나 몰입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느냐에 기업의 성패가 달렸다. 그 점을 잘 아는 굿나이트 회장은 직원들이 자녀 양육과 질병, 심지어 미용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나 세탁물 처리에 신경 쓰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캠퍼스 내에 직원에게 필요한 모든 자원을 가능한 한 끌어다놓았다.

    굿나이트 회장이 한 말 중에 잘 알려진 게 하나 있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새쓰의 자산이며, 매일 저녁 캠퍼스 정문을 빠져나가는 우리의 자산이 다음 날 아침 되돌아오도록 만드는 게 리더의 임무다.”

    자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두고자 한 그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직률이 높기로 유명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새쓰는 이직률이 2∼4%대다. 그마저 대부분 가족과 함께 멀리 이주해야 하는 등의 부득이한 사정에 따른 것이다. 평균 이직률이 20%를 훌쩍 넘을 정도로 이직이 잦은 업계에서 새쓰는 누구라도 한번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르는 ‘신비로운 성’으로 통한다.

    새쓰의 근무환경은 직원 역량을 십분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철저한 오너 마인드에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새쓰가 오너와 직원을 수직적으로 구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새쓰에는 임원을 위한 전용 주차 공간이나 식당이 따로 없다. 짐 굿나이트 회장은 직원식당에서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그는 “내가 직원으로서 받고 싶었던 대접을 직원들에게 그대로 해주려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직장인의 ‘원조 유토피아’ 새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에 있는 새쓰(SAS) 본사.



    재미있고 도전적인 일터

    굿나이트 회장은 1961년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응용수학과에 진학해 같은 대학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부 시절 하나뿐이던 컴퓨터 강좌를 듣고 당시 최신 기술의 결정체였던 IBM 셀렉트릭 타자기의 원리에 매료됐다.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어 농업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푸른 담뱃잎을 분석함으로써 수확기 담배의 니코틴 함량을 예측하는 식이다. 오전엔 농업경제학과에서, 오후엔 담배회사를 위해 바쁘게 일하며 학과 공부를 병행한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천직임을 깨달았다.

    그러다 대학원 시절 플로리다에서 1년여 동안 아폴로 우주 계획과 관련한 일을 했다. 당시 제너럴일렉트릭(GE)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그의 업무를 관장했다. 그는 훗날 새쓰를 창업할 때 그때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대화가 단절된 건조한 문화, 특히 직원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출퇴근기록카드로 직원이 근무시간을 지켰는지 확인하고, 5분이라도 지각하면 그 이유를 해명해야 하는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필요하면 한밤중에도 사무실로 향했던 그에게 출퇴근시간 엄수 강요는 비합리적으로 느껴졌다. 더군다나 직원들이 비품을 훔쳐갈까봐 금속탐지기를 설치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 9만 달러라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었지만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그가 다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하자 보험사와 제약사 등에서 문의가 이어졌다. 그가 동료들과 함께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고객사가 110곳으로 늘어나자 대학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창업했다. 1976년 설립한 새쓰다.

    그의 목표는 뭔가 다른 업무 환경, 재미있고 자극적이며 자원이 풍부해서 직원들이 최상의 결과물을 생산해낼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신나게 일하면 최선의 결과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믿었다.

    분명 생산성을 염두에 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한 건 효율성이었다. 새쓰는 창업 당시부터 주 35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삼았다. 굿나이트 회장은 “그보다 많이 일하는 건 낭비다. 밤늦게 일하는 것보다 다음 날 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그는 저녁 회식에 대해서도 언뜻 동료애와 애사심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지만 가족과 함께 지낼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해가 된다고 말한다. 기업이 직원과 그 가족의 화목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직원뿐 아니라 그 가족까지 기업에 애정을 갖게 마련이라고 보는 것이다.

    출퇴근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니 직원들은 자기가 일하고 싶은 시간을 골라 일할 수 있다. 특히 자녀를 둔 직원들은 아이를 보육시설이나 학교에 보내고 난 다음 여유 있게 출근해도 된다. 학교나 유치원에 행사가 있을 때도 눈치 보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 그러니 근무시간엔 마음에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일에만 매달릴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의 ‘일과 삶 조화 프로젝트(Work/ Life Integration Project)’팀은 새쓰의 성공 비결로 직원들 스스로 선택해 일할 수 있게 한 점을 꼽았다. 근무시간이 업계 평균보다 훨씬 적은 주 35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시간이 35시간이고, 그보다 더 일하는 건 전적으로 선택 사항이라는 의미다.

    새쓰 직원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경쟁 업체들보다 적지만, 주 35시간을 초과한다. 와튼스쿨 팀은 “시간외 근무를 하더라도 직원 스스로 일이 좋아서 선택한 경우와 비효율적인 관행이나 과도한 업무 분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경우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전 직원이 칸막이가 아닌 문 달린 개인 사무실에 콕 박혀서 일하고, 근무시간도 제각각이며, 회식도 안 하는데 직원들 사이에 유대감 같은 게 있을 수 있을까? 새쓰는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동시에 서로 돕고 의지하는 분위기를 장려해왔다. 새쓰의 보상체계는 다른 IT업계와 달리 개인의 성과가 아닌 부서 전체의 성과를 토대로 한다. 영업부서조차 직원 개개인의 성과를 비교하지 않고 부서 전체 목표 대비 성과를 기초로 보너스를 지급한다.

    협력과 소통 중시하는 문화

    그래서 새쓰 직원들은 “우리는 사내 경쟁을 하지 않는다. 목표와 경쟁한다”고 말한다. 굿나이트 회장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창의적인 자산(creative capital)은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합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새쓰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영업사원 간의 소통을 중시하며, 고객 의견을 중요한 기회로 여긴다.

    사내 수영장과 피아노 라이브 연주가 흐르는 식당, 대형 보육시설에 자체 병원까지 꿈같은 복지환경을 자랑하지만 새쓰의 임금 수준은 평범한 편이다. 업계 평균 정도이며 그보다 낮은 경우도 있다. 새쓰 인사담당자는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적인 성과와 물질적 보상을 중시하는 사람은 새쓰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새쓰 직원들도 “다른 회사에 가면 돈은 더 벌겠지만 여기에서만큼 즐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새쓰에서 일하는 게 즐거운 이유는 와튼스쿨에서 지적한 대로 직원의 자발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새쓰는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도록 격려한다.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무슨 일이든 시도해볼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기꺼이 제공한다. 비록 소수지만 “불필요한 시도로 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회사는 우리에게 일과 관련해 자유와 융통성을 보장하고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회사가 우리를 잘 대해주니 우리도 회사에 잘하게 된다.” 새쓰 직원의 의견이다.

    정확한 고객 요구 예측

    새쓰는 창업 당시부터 직원 복지에 힘을 쏟았지만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건 2000년대 들어서다. 새쓰가 상품이나 기술이 아닌 복지제도로 평가받는 것을 굿나이트 회장이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굿나이트 회장은 지금도 “나는 직원들이 복지제도가 좋아서 새쓰에 다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월급 때문도 아니다. 일이 도전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새쓰는 비즈니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요즘 같은 빅데이터 시대에 끊임없이 축적되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분석해 쓸모 있는 정보를 추려내는 일이다. ‘포춘’ 선정 세계 500대 기업 중 상위 100대 기업의 90% 이상이 새쓰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상당수 새쓰 고객이다.

    새쓰는 좋은 기술 하나 들고 유리한 고지에서 여유를 부리는 기업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대신 1년마다 사용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임대 형식을 고집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매년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는 건 고객 처지에서 보면 1년만 쓰고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쓰가 적어도 1년에 한 번 고객으로부터 평가받기를 자처한 것이다.

    새쓰는 매년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며 고객 만족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그 결실로 새쓰 고객의 계약기간 연장 비율은 95% 이상이다.

    새쓰는 1976년 창업 이래 한 번도 성장을 멈춘 적이 없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7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새쓰는 고급 분석(Advanced Analytics)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고급 분석은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데이터에서 일정한 패턴을 읽어냄으로써 기업이 소비자나 사용자의 향후 행동을 예측해 선제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을 말한다. 새쓰는 관련 시장에 대한 조사가 처음 진행된 1997년부터 점유율 1위를 고수해왔다. 지난해 점유율은 36.2%로 2위 업체보다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이나 경영 등 사람을 다루는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심리학 이론 중에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이 있다. 사람의 욕구가 생리적 욕구-안전 욕구-소속 및 애정 욕구-자존 욕구-자아실현 욕구 순으로 위계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점차 다음 단계 욕구가 강해진다고 보는 것이다. 학생이나 직원의 동기를 유발해야 할 때 주로 활용되는데, 상대방의 행동에서 적절한 욕구를 읽어내고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지면서 사람들의 욕구는 점차 고차원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새쓰의 경영방식을 들여다보면 직원들이 최상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먼저 전폭적인 신뢰를 통해 자존감을 높인다. 또한 도전적인 직무를 제공하면서도 일에 치우치지 않고 사생활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제도화함으로써 자아실현을 돕는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대이다보니 새쓰 직원들이 저차원적 욕구 불만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진 적도 있다.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닥치자 새쓰에도 정리해고 가능성이 불거졌다. 분위기를 감지한 굿나이트 회장은 시간을 끌지 않고 2009년 초 “감원은 없다. 다만 당분간 추가 인력 채용이 어려울 수 있으니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불필요한 비용 절감에 애써달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기업들은 통 크게 대규모로 인력을 채용했다가도 경기가 나빠지면 어쩔 수 없다며 사람을 쳐내기 바쁘다. 굿나이트 회장은 “정리해고는 당사자는 물론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불편한 감정이 들게 하기 때문에 기업 정신을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지는 것은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경영진의 잘못이 크다”고도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가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으로부터 평가받기를 자처하는 것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개발해야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새쓰는 또한 채용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한번 새쓰 일원이 되면 아낌없이 애정을 쏟아 붓는 대신 새쓰 일원으로 적합한 인물인지를 판단하는 작업을 신중하게 진행한다. 그렇다고 화려한 스펙을 요구하거나 복잡한 시험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겸손한 태도와 동지애 등을 살펴본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이니 관련 기술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태도는 가르치기 어려운 만큼 지원자의 성품이 합격의 열쇠가 된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

    새쓰는 비상장 기업이다. 2000년대 초 IT버블이 극에 달했을 때 굿나이트 회장은 새쓰 상장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없던 일로 했다. 마침 거품이 꺼지기도 했지만, 새쓰 고유의 문화가 파괴될지 모른다는 직원들의 우려가 결정적이었다. 2002년 직원 설문 조사에서 87%가 상장을 반대했다.

    새쓰가 기업공개를 단행하면 자본이 훨씬 풍부해져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직원들은 외면했다. 상장되는 순간 감원과 비용 절감 등 월가의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새쓰가 상장 계획을 철회한 것을 두고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경영대학원 알 시거스 교수는 “소프트웨어 업계 최고의 전략적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굿나이트 회장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혁신에 불을 지피는 게 바로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사람에게서만 나온다. 혼자 머리를 쥐어짜는 것보다 동료나 고객과 소통할 때 비로소 생산적인 아이디어들이 생겨난다. 그 아이디어가 모두 제품화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제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게 될까 하고 머뭇거리거나 포기하면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새쓰 인사담당자는 “업무적으로 도전을 계속하면서도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근무 환경을 갖추니 행복하고 건강한 직원들이 알아서 생산성을 높인다”며 “덕분에 새쓰는 지속적인 혁신과 고객 만족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굿나이트 회장은 새쓰를 창업할 당시 세계 최고의 복지를 자랑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았다. 단지 ‘내가 직원이라면 이런 걸 기대할 텐데’ 하는 생각만 있었다. 직원 처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제도와 시설을 갖추니 세계 최고의 직장이라는 타이틀이 저절로 따라왔다.

    새쓰는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개선해야 할 점들을 묻고 그 결과를 내부 전산망에 공개한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매겨 개선 작업에 나선다. 새쓰는 기술 면에서나 직원 복지 면에서나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에 변화를 가져올 것처럼 대하라. 그러면 그들은 진짜로 변화를 일으킨다.” 굿나이트 회장이 한 말이다. 새쓰를 연구한 와튼스쿨 팀은 새쓰가 훌륭한 기업문화를 유지하면서 37년 동안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가 “굿나이트 회장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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