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소득·재산 파악 못해 복지 논란 국세청이 분발해야”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입력2013-09-24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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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료율 인상 전 ‘6개 변수’ 방정식 풀어야
    • 기초연금 때문에 탈퇴했다 재가입하는 사례 늘어
    • 기금운용본부 2개로 쪼개 경쟁시킬 것
    • 어차피 중산층 세금 올려야…정부가 많이 섭섭했을 듯
    “소득·재산 파악 못해 복지 논란 국세청이 분발해야”
    지난 5월 박근혜 정부의 첫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최광(66) 전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보건복지부 장관(1997.8~1998.3)과 국회 예산정책처장(2003.10~2004.11) 등을 지내고 대학에 오래 몸담았던 그의 이력은 민간 금융계 출신인 박해춘, 전광우 등 최근의 전임 이사장들과는 ‘결’이 다르다.

    올해는 장기 국민연금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제3차 재정계산이 진행되고, 기초연금 도입 등 국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도 도사리고 있다. 보험료율 인상 여부도 중요 이슈다. 여러모로 국민연금을 ‘복지’의 관점에서 재차 살펴봐야 할 때. 복지부 장관을 지내고 조세 및 재정 분야 학자로도 명성이 높은 최 이사장은 이런 배경에서 10여 명의 지원자 중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9월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최광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400조 원이 넘는 연기금을 주무르는 ‘세계 4대 부자’의 사무실은 기대 이하였다. 엘리베이터는 좁았고, 다른 경영진과 한 층을 쓰는 이사장실은 요즘 웬만한 군수 집무실보다 낡았다. 국민연금이 사들인 해외 빌딩을 작게 축소해놓은 크리스털 모형 몇 개만이 ‘글로벌 큰손’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최 이사장은 “본래 부잣집은 이게 정상”이라며 웃었다.

    ‘잇쇼켄메이’

    ▼ 복지부에서 ‘기초연금 도입, 제3차 재정계산 등 제도개혁 추진과 기금운용 선진화의 적임자’라고 발표했습니다.



    “우리 공단의 일이 참으로 방대합니다. 세무서는 세금 거두면 끝인데, 우리는 돌려주는 것까지 해야 해요. 비정규직까지 5900여 명이 투입돼 연금을 거두고 지급합니다. 400조 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고 있고요. 제가 평생 경제학을 했고 복지부 장관도 했으니 둘 다 아우를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잇쇼켄메이(一生懸命)’라는 일본말이 있어요. 생명을 바쳐서 일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처럼 해서 임기를 마칠 때 기대에 부응했다는 말을 들어야 할 텐데…. 중압감이 큽니다.”

    그가 국회 예산정책처장으로 갈 때 “장관까지 한 사람이 차관급 자리에 간다”며 뒷말이 나오자 “일하러 간다”고 일갈한 일화가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차관급이지만, 세계 4대 연기금을 주무르는 기관의 수장이란 점에서 국제사회에서는 국가 원수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는다.

    ▼ ‘슈퍼 갑’이 되신 걸 체감하나요.

    “얼마 전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찾아왔어요. 그런 식으로 제 인격이 아니라 돈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고는 있지요.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사장 취임 후 부담감 때문에 발 뻗고 잔 적이 없어요. 국민연금 가입자가 2050만 명을 넘어섰고, 수급자가 340만 명이에요. 전산 에러로 1만 원이라도 잘못 지급되면 굉장한 문제가 발생해요. 1대 1로 국민과 접촉하는 자리라 장관 시절과는 아주 다른 부담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직원들이 완벽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열심히 잘하고 있어서 의지가 됩니다.”

    최 이사장은 국내 학계에서 대표적인 시장경제주의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취임사에서 나이키의 혁신과 세렝게티 동물들의 생존전략을 언급하며 제2의 건단(建團)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경쟁하라’는 주문이다.

    ▼ 국민연금은 독점적인 연금기관인데 누구와 경쟁하겠다는 건가요.

    “공공기관 중에는 건강보험공단이나 한국전력이 서비스 내용만 다른 경쟁상대입니다. 노후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금융회사나 생명보험사가 민간의 경쟁자이고, 글로벌하게는 일본, 노르웨이 등의 연금기관들과 경쟁하고요. 그중 국민연금이 제일 잘한다는 말이 나와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우리 직원들에게 주입시키려 해요. 경쟁은 괴로운 게 아니에요. 결과적으로 서로 윈윈하는 것입니다. 경쟁자가 누군지 제대로 인식하기만 하면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는 법이죠.”

    이런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최 이사장은 9월 16일 창립기념식에서 국민연금의 새로운 경영방침 ‘국민을 섬기겠습니다(SERVE the Public)’를 선포했다. ‘SERVE’는 △제도와 기금의 안정적 운영(Stable and Sustainable pension system) △명품 서비스 제공(Excellent and Exceptional service)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Reliable and Responsible specialists) △성공적인 국민의 삶(Victorious and Vigorous life with NPS) △활기차고 열정 넘치는 일터(Exciting and Enterprising workplace)에서 따왔다.

    “기금운용본부 독립, 실익 없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제도 및 기금운용 개선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하는데, 올해에 세 번째 재정계산이 이뤄진다. 최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이하 발전위원회)가 논의 결과를 정부에 전달했는데,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여부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은 2060년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2043년까지는 ‘적립’이 ‘지출’보다 커 기금이 증가하다가 이후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 2060년에 고갈되는 것이다. 발전위원회는 이 시점을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지금’ 인상할지에 대한 판단을 정부에 미뤘다. 보험료율을 13~14%로 현 정부 임기 내에 올려야 한다는 의견, 기금 증가 기간 에는 인상하지 않으면서 그 외 다양한 재정 안정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복수로 제출했다.

    최 이사장은 “보험료율 인상 문제만 별도로 논의하기보다는, 국민연금을 둘러싼 6개 변수를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피력했다. 6개 변수란 △보험료율 △수급연령 △소득대체율 △경제성장률 △기금운용수익률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다.

    “국민연금의 문제는 저부담 고혜택으로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보험료율 인상은 이걸 해결할 중요 수단이지만 유일한 수단은 아니죠. 6차원 방정식을 1차원 방정식으로 푼다 한들 문제 해결에 도움은 안 되고 의견만 첨예하게 대립할 뿐입니다.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해놓고 찬반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지금까지 6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논의는 없었어요.”

    ▼ 그래도 기본적인 개선 방향은 있을 텐데요.

    “물론 보험료율이 오르지 않을 순 없습니다. 일본도 15.4%이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도 19.6%예요(2009년 기준). 하지만 현행 9%를 15~19%로 확 올린다? 그건 아니죠. 요율은 인상하는 쪽으로 가고, 평균수명이 늘었으니 수급연령은 뒤로 가야죠. 소득대체율은 이미 개선됐고요. 무엇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성장률이 최소한 4~5% 나와야 하는데….”

    당초 70%로 설계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지급액)은 1998년 1차 제도개혁 때 60%로, 2007년 2차 제도개혁 때 향후 차츰 낮아져 2028년 40%에 도달되도록 변경됐다. 최 이사장은 최근 2차 제도개혁을 이끈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에 대해 “굉장히 용기 있는 일로 우리 국민연금제도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는 407조 원의 기금 운용을 책임진다(7월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시가총액의 6.01%. 소유지분이 5%가 넘는 회사도 236개에 달한다(7월 말 기준). 얼마 전에는 삼성전자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런 기금운용본부와 관련해 두 가지 이슈가 제기됐다.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를 위한 독립기구(공사)화 여부, 국내 최대 주식투자자로서 의결권 및 주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기구화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문성과 독립성은 이미 있습니다. 국민연금 이사장도, 복지부 장관도 기금운용본부 업무에 간섭하지 않아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심의와 가이드라인에 따를 뿐이지요. 별도 공사로 만든다고 해도 현재의 감독 체제를 줄일 순 없습니다. 지금과 달라질 게 없는 거죠.

    그런데 기금운용본부가 밖으로 나가면 무슨 문제가 생기느냐, ‘복지 개념’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그저 수익 내는 데만 골몰할 뿐이지, 이 기금이 국민 노후를 책임지고 있다는 인식이 옅어져 큰코다칠 수 있어요. 가입자들이 (기금운용본부 독립을)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봐요.”

    ▼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 강화는….

    “본인 대리의 문제(Principal Agency Problem)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반대합니다. 가령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인이지만 국민의 의사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니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합니다. 국민연금 기금의 주인은 2040만 명이 넘는 가입자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뜻을 알 도리가 없으니 의결권이나 주주권 행사에 문제가 생깁니다. 피터 드러커는 연금 납부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거대한 관료조직이 연금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연금사회주의’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기업을 지배하기 위해 투자한 게 아닙니다. 그 회사 수익률이 높아서 투자한 거지요. 기업이 정말 잘못되고 있다면 주식을 팔면 됩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국내 채권 및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처럼 단기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도 있지만, 국민연금의 최근 5년간 평균수익률은 6%로 주요 해외 연기금보다 성적이 좋다.

    올해 기금운용 수익률 떨어질 듯

    “소득·재산 파악 못해 복지 논란 국세청이 분발해야”
    ▼ 올해 수익 전망은.

    “7월 말까지 잠정 집계된 수익률이 1.3%입니다. 하반기에 확보할 채권 이자수익 등을 감안하면 2% 초반으로 작년 6.99%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와 이에 따른 시장불안, 불안정한 중동 정세 등 대내외 금융시장의 구조적 악재가 원인입니다.”

    ▼ 채권 비중이 높은 국민연금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요.

    “맞습니다. 양적완화 축소 우려와 더불어 미국·유럽 등 선진국 경기지표 개선 등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수익률이 하락해 올해 기금운용 목표수익률 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하지만 국민연금은 점진적으로 채권 투자를 축소하고 해외 및 대체투자를 확대해나갈 겁니다. 2014~2018년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라 채권 비중을 60% 미만으로 줄이고 주식을 30% 이상, 대체투자를 10% 이상으로 높일 계획입니다.”

    이찬우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가 10월에 종료될 예정이어서 최근 국민연금공단은 후임자 물색에 나섰다. 최 이사장은 “원칙을 준수하는 훌륭한 인격을 소유한 분들 중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운용 경험을 기본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인재를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 면접에서 영어 테스트를 할 거라고 해서 ‘외국계 출신’이 유리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하하, 그건 아닙니다. 기금운용본부장에 취임하면 외국에서 오신 분을 많이 만나는데, 유창하진 않더라도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되면 좋겠다는 겁니다. 다른 조건은 빠지는데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건 아닙니다. 외국계 출신을 선호한다면 이사장도 미국 월가에서 데려와야지요.”

    ▼ 2016년 공단의 전주 이전을 앞두고 운용 역량 추락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최근 성과평가 보상체계 개편에 나선 것도 이에 대한 대응인지요.

    “운용본부 인력의 연봉은 올려야 합니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장 연봉이 이사장의 2배인데, 더 많아야 합니다. 연봉을 올리겠다는 것은 성과가 나오면 많이 주겠다는 겁니다. 본봉은 시중의 80~90%만 돼도 경쟁력 있다고 봐요. 다만 성과가 나왔을 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시장에서 주는 수준에 맞춘다면 연금 납부자들에게 나쁠 리 없고, (전주로 이전한다 해도) 인력 유출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작년에 기금운용본부가 25조 원을 벌어서 그중 13억 원을 운용본부 인력 125명의 각자 성과에 비례해 지급했습니다. 조 단위로 더 번 데에 대해 50억 원 정도를 성과급으로 더 쓴다면 문제 되지 않으리라 봅니다.

    또 해외에서 국민연금이 매우 인정받는 연기금이라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따라서 조금 덜 줘도 인재를 붙잡을 인센티브가 있다고 봐요. 또 현재는 초기 계약기간이 2년인데, 좀 더 장기계약으로 바꿔 나가야지요.”

    최 이사장은 최근 기금운용본부를 둘로 쪼개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같은 본부장 산하라도 조직을 둘로 나눠 2~3년 후 누구의 성과가 더 좋은지 평가한다면 더 열심히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당장은 아니고 기금이 800조 원으로 2배 늘어나는 시점부터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제를 달았다.

    “몇 년 지나면 두 조직이 서로 노하우를 베껴 수익률이 비슷해질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비슷해지더라도 상향 수렴할 것이란 게 제 확신입니다. 오늘 아침에 운용본부 분들과 티타임에서 이 얘기를 했더니 주식이나 채권은 표준화된 상품이어서 경쟁효과가 작지만 광산이나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는 경쟁을 도입하면 구입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하더군요. 수익률을 올리려면 더 싸게 사야 하고, 레버리지를 우리 쪽이 쥐고 있으니까요.”

    국민 수긍하는 기초연금제 기대

    지난해 대선 이후 65세 이상 노령층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각 개인이 받는 국민연금을 소득에 포함시킬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어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탈퇴 급증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이후 감소폭이 완만하게 줄어드는 추세로 지난 7월에는 775명 감소에 그쳤다. 최 이사장은 “특히 최근 1000명이 넘는 탈퇴자가 재가입했다”며 “이는 노후대비에는 국민연금만한 것이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실례로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초연금 논란을 가만 보니까, 가능한 한 빨리 많이 국민연금에 불입하는 게 최고라는 결론이 나온 거죠. 시골에 가면 매달 꼬박꼬박 30만 원씩 국민연금 받는 이웃을 보면서 후회하는 노인 분이 많아요. 지금은 우리 직원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라고 손발 닳도록 빌지만, 수급자가 600만 명으로 확대되면 그럴 필요 없을 겁니다. 세 가구당 1명씩 국민연금을 받게 되면 별다른 홍보를 안 해도 가입자가 늘 것으로 봐요.”

    ▼ 복지부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는 방안으로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이 대통령 공약이었던 만큼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닌데요.

    “우리는 정책 집행기관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지만, 국회 동의 과정에서 국민이 수긍할 내용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기초연금 업무도 우리 공단이 담당하므로 차질 없이 수급자들에게 제공할 거고요.

    다만 좀 답답한 게, 기초연금이든 무상보육이든 지금의 복지 논란은 개개인의 소득과 재산 규모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어떤 소득 자료를 가지고 수혜자를 선발하느냐고 물었더니 건강보험공단 자료래요. 말이 안 되는 얘기죠. 개개인의 소득·재산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복지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놔도 집행 단계에 가면 모두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국세청이 세무행정을 엄격하게 해서 자영업자의 세금 신고를 정상화하고, 그다음에 복지 정책을 펼친다면 노이즈(잡음)가 없을 겁니다.”

    최 이사장은 한국조세연구원장을 지낸 조세 및 재정 전문가다. 그는 올 초 두 편의 ‘신동아’ 기고를 통해 ‘경제 저성장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지적하면서 ‘세출 동결과 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익자 부담 강화, 소득세 정상화 및 재산 보유세 강화’ 등을 제언했다(3월호 ‘위기의 국가재정 어떻게 할 것인가’, 4월호 ‘세제개혁 무엇을 왜 어떻게’).

    ▼ 최근 정부가 국민 반발 때문에 세제개편안을 번복하는 등 논란이 있었습니다.

    “정부에선 중산층 부담이 그렇게 많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서 괜찮겠지 했다가, 여러 상황과 맞물리는 바람에 국민 불만이 폭발한 듯합니다. 정부가 잘못한 건 없다고 봐요. 우리나라 소득세 부담 수준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 저소득층이 아니라 중산층 이상에서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건데, 그렇게 지탄을 받았으니 세제개편안 만든 분들이 참 섭섭했을 것 같습니다.”

    은퇴 후 책 쓰고 요리 배울 것

    최 이사장의 집무실에는 집단행동 연구 분야를 개척한 석학 맨슈어 올슨(Mancur Olson·1932~1998)의 사진이 걸려 있다. 최 이사장이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을 때 지도교수였다. 그는 “일찍 돌아가시지만 않았다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을 것으로 회자될 만큼 학문적으로 출중할 뿐 아니라 반듯하고 제자들을 아껴주는 인품도 훌륭한 분”이라며 존경심을 내비쳤다.

    그는 올슨 교수의 책 3권을 포함해 그간 90여 권의 책을 집필하거나 번역했고 1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민연금 이사장직이 “국가에 봉사하는 마지막 기회”라는 그의 ‘비경제적’ 은퇴 계획도 경제학자로서의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

    “75세까지는 2년마다, 이후에는 3년마다 1권씩 책을 써서 예닐곱 권의 책을 더 쓴다면 스스로 만족스러운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친께서 남자는 5개 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말을 하고 영어 일본어 독일어를 공부해봤으니, 중국어에 도전해야겠다 싶습니다. 요리도 배우고 싶어서 한식을 배울까 중식을 배울까 고민하고 있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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