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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0원에도 멜론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 [+영상]

[박세준의 기업뽀개기㊱] 유튜브 프리미엄 약진으로 국산 음원 스트리밍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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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3-08-07 1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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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멜론이 유튜브에 스트리밍 서비스 국내 1위 빼앗긴 이유



    국내 음원 서비스 이용자 수 1위를 굳건히 지키던 멜론이 무너졌습니다. 유통분석 사이트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4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안드로이드 기준) 중 유튜브 뮤직 이용자 수가 512만 명으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2위인 멜론은 459만 명이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멜론이 국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4월 멜론의 이용자 수는 450만 명. 유튜브 뮤직은 400만 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년간 멜론이 이용자 수를 9만 명 늘리는 동안, 유튜브 뮤직은 112만 명 늘린 셈이죠.

    같은 기간 스포티파이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4월 기준 스포티파이 이용자 수는 63만 명입니다. 이는 카카오뮤직(32만 명)과 벅스(29만 명)의 이용자를 합친 것 보다 많습니다. 지난해는 스포티파이 이용자가 41만 명이었습니다. 21만 명가량 이용자가 늘었죠.

    국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멜론을 빼고는 전부 감소세입니다. 지니뮤직은 지난해 231만 명이던 이용자가 203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플로는 151만 명에서 128만 명으로, 네이버 바이브는 113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국내 서비스 이용자와 해외 서비스 이용자로 나눠 봅시다. 1년간 국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 수가 62만 명 감소하는 동안, 해외 서비스는 이용자가 134만 명 늘었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성비 따라올 국내 서비스 없어

    왜 한국 소비자들은 해외 서비스로 관심을 돌렸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가격입니다. 유튜브 뮤직이 멜론보다 이용료가 저렴한 편입니다. 스트리밍, 오프라인 재생 기능을 쓰려면 멜론 이용자는 매달 1만900원을 내야 합니다. 유튜브 뮤직 서비스 이용료는 월 8690원인데, 1만450원을 내면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면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료는 멜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니뮤직의 이용료는 매달 1만900원입니다. 첫 가입자에 한 해 2개월간 5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바이브는 1만910원입니다. 역시 2개월 50% 할인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플로, 벅스, 소리바다, 카카오뮤직도 월 1만900원입니다.

    국내 서비스는 월간 1만900원, 유튜브 프리미엄보다 450원 비싼데, 유튜브 광고 제거도 안 되는 서비스입니다. 당연히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죠.

    국내 업체의 생명줄 ‘귀찮음’과 ‘팬덤’

    그럼 또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5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왜 돈을 더 줘가면서까지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첫 번째 이유는 ‘귀찮음’입니다. 음원 서비스를 옮겨보신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이게 엄청 번거롭습니다. 각자 짜 놓은 플레이리스트가 있으실텐데요. 이걸 전부 일일이 새로 찾아야 합니다. 쉽지가 않죠.

    실제로 통계가 그렇습니다. 2021년 오픈서베이가 전국 15~59세 남녀 1000명을 설문한 결과 현재 음악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익숙해서’(59.0%)였습니다. 2위는 ‘할인/제휴 프로모션이 있어서’(29.0%) 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통신사 할인을 이용해 월 8000원 선에 음원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니 유튜브 뮤직에 비해 가격적 우위가 있었죠. 하지만 지난해 6월 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가 오르며 대부분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용료를 10%가량 올렸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팬덤’입니다. 세계를 뒤흔드는 K팝의 뒤에는 든든한 팬덤이 있죠. 가요 프로그램 순위 결정에는 스트리밍 순위 점수가 들어있습니다. 즉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은 노래가 1위를 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때 유튜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는 집계에서 제외됩니다. 국내 서비스만 집계가 되죠. 그러다보니 아이돌그룹 팬클럽이라면 유튜브 뮤직을 쓰기는 어렵겠죠.

    게다가 최근에는 새로운 팬덤이 추가됐습니다. 바로 트로트 팬덤입니다. 트로트 팬덤의 핵심인 고령층도 스트리밍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2 음악 산업백서’를 보면 주 1회 이상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50대의 응답 비중은 73.1%로 10대(81.1%) 바로 다음 순이었습니다. 멜론 등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차트에서는 임영웅, 김호중 등 유명 트로트 가수들이 음원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우스갯소리로 국내 음원스트리밍 서비스 차트는 아이돌과 트로트가 점령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음원 보유량 차이도 커

    특정 팬덤과 관계가 없는 사람은 유튜브 뮤직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겠죠.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모든 음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정규 발매된 음원 외에도 커버곡, 연주곡 등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사실상 음원 보유량만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이라면 혹시 궁금할까 싶어 먼저 말씀드립니다. 저는 유튜브 뮤직과 멜론 둘 다 쓰지 않습니다. 스포티파이를 쓰고 있습니다. 일단 가격이 월 1만1990원으로 비싼데요. 저는 오프라인 재생을 이용하지 않으니 8690원의 스트리밍 서비스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멜론 이용료는 월 7900원입니다.

    스포티파이의 장점은 음악 추천 서비스입니다. 이용자가 자주 듣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분석해 비슷한 음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죠. 스포티파이는 이 서비스로 인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31%) 업체가 됐죠. 약점도 있습니다. 국내 가요의 검색이 어렵습니다. 스포티파이에서는 한국 가요가 익숙하지 않은 영문명으로 올라와 있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국산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자가 감소하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우니 이용자가 줄어든다는 거죠. 가격 상승에는 유튜브 뮤직의 운영사인 구글의 영향도 있습니다. 인앱 결제 요금을 올렸으니 국산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료도 오르게 됐으니까요.

    올해 2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지식산업감시과가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 조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에 유튜브 뮤직을 끼워 파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높여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서죠.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소비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조사를 계기로 요금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산 스트리밍 서비스도 할인에 나섰습니다. 멜론은 가입 첫 달 100원, 타 플랫폼 이용하다 복귀한 이용자는 2개월 100원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용자들의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요금 할인행사를 지속함에도 쉽사리 이용자 수 회복이 되지 않아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는 큰 자본력을 동원해 다양한 음원을 수집할 수 있어서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해 많은 음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서비스 방식이나 질의 변화가 없다면 더 많은 이용자가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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