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호

‘명예 한국 기업’ 아이온큐, 주가 급등락에도 굳건한 까닭

[이주택의 미국 투자 스토리] 적자지만 양자컴퓨터 기대로 빠르게 성장

  • 이주택 미국 럿거스대 로스쿨 교수

    입력2025-04-1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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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메타보다 아이온큐 더 담은 한국인

    • 주가 급등락 반복…2년여 사이 18배 뛰기도

    • “20년 필요” 젠슨 황 발언에 주가 39%↓

    • 적정 주가 아래서 소규모 비중으로 매수해야

    4월 7일 한국인 투자자의 아이온큐 보유 지분은 30%를 넘어섰다. 사진은 아이온큐에서 개발한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아이온큐, Gettyimage

    4월 7일 한국인 투자자의 아이온큐 보유 지분은 30%를 넘어섰다. 사진은 아이온큐에서 개발한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아이온큐, Gettyimage

    양자컴퓨터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2021년 FAANG(메타·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버블 당시 양자컴퓨터 테마는 메타버스와 나란히 관심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4차 산업혁명과 미래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커지던 때였다. 특히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의 공동창업자가 한국계(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월 7일 기준 한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아이온큐 지분은 16억9920만 달러 상당이다. 해외 기업 가운데 7위로 아마존과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보다 보유 규모가 크다. 특히 아이온큐의 시가총액이 같은 날 54억3000만 달러 상당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전체 지분의 30% 이상을 한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명예 한국 기업’으로 불러도 될 정도다. 한국인은 어느 나라 사람보다 양자컴퓨터에 열광하고 있다.

    중첩과 양자 간섭 활용하는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란 도대체 무엇일까. 양자컴퓨터는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하드웨어 부문의 한 분야다. 양자컴퓨팅은 컴퓨터과학·물리학·수학을 망라하는 학문으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는 기술 및 연구 분야를 일컫는다. 양자컴퓨터 등 하드웨어 연구나 관련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이 양자컴퓨팅에 포함된다. 

    양자컴퓨터는 중첩(superposition) 및 양자 간섭(quantum interference) 등 양자역학적 효과를 활용해 전통적 컴퓨터보다 빠르게 특정 유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통적 컴퓨터는 0과 1로 구성된 비트(bit)로 여러 정보를 처리하는데,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를 활용해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비트는 0과 1 가운데 하나의 값만 가질 수 있지만, 큐비트는 0과 1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연산속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큐비트를 처리하는 것이 양자컴퓨터 프로세싱 능력의 핵심이다.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면 미지의 영역에 남아 있던 문제를 빠르게 풀어낼 수 있다. 많은 투자자가 훗날 양자컴퓨터가 금융과 화학, 제약 분야에서 그간 슈퍼컴퓨터가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양자컴퓨팅 기업 디웨이브퀀텀 연구진이 3월 12일(이하 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기존 슈퍼컴퓨터로 해결할 수 없던 ‘횡자기장 이징 모델(TFIM)’이라는 난제에 대한 연구를 발표해 관심을 받았다. 2024년 12월 22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양자컴퓨팅 기술이 비트코인 절도에 사용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출렁이는 일도 발생했다.



    양자컴퓨터 테마의 대장주는 누가 뭐라고 해도 아이온큐다. 2015년 미국 메릴랜드에 설립된 아이온큐는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및 네트워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온큐는 상온에서 운영되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며 아마존(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애저 퀀텀), 구글(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5년 예상 매출은 8500만4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8.1% 성장할 전망이며, 2030년까지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흑자를 내고 있지 못한 탓에 주당순이익(EPS)은 아직 마이너스(-) 1.15달러지만, 2030년 이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양자컴퓨터 기업이 당장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온큐는 지난해 3억320만 달러에 달하는 순손실을 보았다. 이 기간 매출이 4310만 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95% 수준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나 적자를 면하진 못했다. 연구개발 및 사업 확장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를 충당할 만한 수익성을 확보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꿈을 먹고 자라는 기업’인 만큼 작은 충격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관련된 일화가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젠슨 황 CEO는 “양자컴퓨팅 기술은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유용한 기술이 나오려면 실질적으로 약 2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당일 아이온큐(-39.0%), 리게티컴퓨팅(-45.4%), 디웨이브퀀텀(-36.1%) 등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폭락했다. 3월 20일 젠슨 황 CEO가 “그들(양자컴퓨터 관련 기업)이 상장 기업인지 몰랐다”며 사과하자 관련 주가가 다시 급락했다.

    구글은 2024년 12월 9일 최신 양자컴퓨터 칩 ‘윌로’를 공개했다. 사진은 구글의 양자컴퓨터. 구글

    구글은 2024년 12월 9일 최신 양자컴퓨터 칩 ‘윌로’를 공개했다. 사진은 구글의 양자컴퓨터. 구글

    롤러코스터 탄 듯한 주가에 평정심 유지 어려워

    지나고 보면 4년 사이 아이온큐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21년 10월 주당 10달러에 상장된 아이온큐는 불과 두 달 사이 35달러까지 치솟는 등 버블을 형성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경기 악화로 2022년 12월 3달러까지 추락했다. 이후 아이온큐의 주가는 올해 1월 54달러까지 치솟았다. 2년여 사이 주가가 18배 가까이 뛴 것이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 널뛰면서 투자자들 역시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돈을 번 투자자도 많았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투자자가 돈을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유망 분야인 만큼 장기 투자하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을지 모른다.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1906~1999)는 “주식을 사라. 그리고 수면제를 먹고 자라. 10년 뒤에 깨어나 보면 부자가 돼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격언인데, 반대로 이해하면 장기투자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맨정신으로 주식을 이른바 ‘사팔사팔’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필 내가 산 회사가 불의의 사고로 망해 버리기라도 하면 어떨까.

    양자컴퓨터에 발을 담근 다양한 기업에 고루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 증권시장에는 아이온큐 외에도 리게티컴퓨팅, 디웨이브퀀텀, 퀀텀컴퓨팅, 아르킷퀀텀 등 다양한 양자컴퓨터 관련 회사가 상장돼 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안심하긴 이르다. 자칫 젠슨 황 CEO의 말대로 양자컴퓨터 기술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데 20여 년이 걸린다면, 대다수 투자자는 결실을 거두기 못할 것이다. 자칫 이 기간에 시장이 폭락해 패닉 셀을 해버리거나, 주가 급등 직전에 지분을 정리한다면 시간과 돈만 날릴 공산이 크다. 양자컴퓨터를 핵심 사업 모델로 하는 기업이 중소형주 위주란 점도 앞선 리스크를 높이는 요소다. 

    ‘주린이’만 앞선 상황에 빠지는 것도 아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24년 8월 아이온큐를 정리하고, 당시 대세 기업이던 엔비디아와 템퍼스AI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이후 넉 달 사이 아이온큐의 주가는 7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와 템퍼스AI의 주가는 제자리를 횡보했다. 손 회장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결국 아이온큐와 같은 기업에 대해 투자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첫째, 목표 주가 및 적정 주가를 그 나름의 기준에 맞게 정해야 한다. 둘째,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부분만 할당해야 한다. 셋째, 투자 기간은 장기간 설정해야 한다. 필자는 2022년 시장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아이온큐의 주가가 3달러까지 추락했지만 양자컴퓨터가 수익을 내는 것은 시기상조로 생각했기 때문에 매수를 자제했고, 관련 의견을 주변에 밝혔다.

    2023년 시장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면서 엔비디아와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발맞춰 오른 것이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AI의 기하급수적 활성화는 양자컴퓨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돼 관련 분야 역시 훈풍을 탔다. 필자 역시 양자컴퓨팅의 개발이 당초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아이온큐의 적정 주가를 7달러로 상향했고, 주가가 이보다 하락하면 조금씩 매수했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1% 이내로 할당했으며, 2030년까지 100% 정도의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현재 2029년 이후 양자컴퓨터 기업이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아이온큐의 적정 주가는 20달러로 설정한 상태다. 

    다행히 수익을 실현할 기회가 예상보다 일찍 왔다. 경기가 회복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아이온큐의 주가가 40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9일 구글이 ‘윌로’라는 양자컴퓨터 칩을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터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덕분에 기대했던 것보다 빨리 목표수익률을 초과 달성해 열매를 딸 수 있었다. 

    관세발(發) 경기침체 우려로 두 달 사이 반토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상호관세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상호관세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호시절만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이온큐와 같은 기업에 주가 급등락은 흔히 있는 일이다. 4월 2일 미국이 일방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자 세계경제가 출렁거렸다. 관세발(發) 경기침체 우려는 삽시간에 확산됐다. 미국은 거의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 부과했고, 대미 무역에서의 흑자 수준에 따라 국가별 관세를 추가해 전 세계를 공황 상태로 몰고 갔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연달아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시장의 충격은 깊어졌다. 이에 아이온큐의 주가도 전고점(2025년 1월 7일)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두 달 사이 주가가 반토막 난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빌 에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 제레미 시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등 각 분야의 경제 전문가는 이번 관세 조치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롬 파월을 비롯한 연방준비제도 위원들도 관세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공포가 커지면서 미국 나스닥은 20% 이상 하락하는 양상도 보였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4월 9일 중국을 제외한 75개 이상 국가에 대해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한숨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12.16% 상승했으며, 아이온큐 역시 23.92% 급등했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기존의 경기침체 전망을 철회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12개월 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45%로 전망했었다.

    젠슨 황 CEO는 3월 20일 엔비디아의 AI 콘퍼런스인 GTS 2025에서 양자컴퓨터 포럼을 열고 아이온큐, 디웨이브퀀텀 등 양자컴퓨터 회사 대표들을 만났다. 해당 자리를 통해 그는 양자컴퓨터 산업의 발전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깨닫고, 이전의 발언을 취소했다. 젠슨 황 CEO는 전날 미국 보스턴에 ‘엔비디아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열 것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NVAQC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가속화 컴퓨팅 및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팅 연구소가 될 것”이라며 “하버드대와 메사추세츠공대(MIT)와 협력하기 위해 위치를 보스턴으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터 산업의 잠재시장(TAM)은 2034년 162억200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성장 속도 역시 연평균 31.2%로 매우 가파르다. 중국 역시 양자컴퓨터 산업을 적극 지원하며 신약 개발, AI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주가에 어지러울 수 있겠지만, 주식 투자자라면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 자체를 끊어서는 안 된다. 

    이주택
    ‌● 1974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법학 박사·정보학 석사
    ● 미국 럿거스대 로스쿨 종신교수
    ● 저서 : ‘다시오는 기회, 미국주식이 답이다’ ‘수민이의 미국 주식 투자 스토리’ 등




    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BEST
      2025-04-28 05:36:26
      이주택 이 사람은 미국 뉴저지 주립 대학인 Rutgers University의 종신 교수 (Professor Emeritus)가 아니고, New Brunswick시 main campus의 부교수도아니고, 주로 직장인 들이 저녁 시간에 수업을 듣는 Newark시 분교의 부교수 (Associate Professor)일 뿐입니다. 동아일보에 주식 투자를 들먹이며 주식 전문가인양 흉내 내는 기사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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