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는 1991년, 독립 이후 40여 년간 견지해오던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청산하고 개방체제를 채택했다. 그후 세계화 전략을 추진했고 1990년대 말 Y2K를 계기로 정보기술(IT)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세계는 지금 ‘인도로 가자!’고 외치고 있다. 2003년에 8.3%, 이듬해엔 6.4%, 그리고 지난해에는 7%대의 성장률을 보여 1991년 바닥을 헤매던 외환보유고가 2004년엔 1000억달러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기업은 인적 자원이 가장 풍부하고 인건비가 가장 싼 곳으로 가게 돼 있다면 인도가 이룩한 최근의 고도성장은 결코 기적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인도는 IT산업의 성장 덕분에 산업시대를 건너뛴 채 최첨단 통신시대로 직행하고 있다. 제1의 IT도시 방갈로르, 제2의 IT도시 하이데라바드는 전통 경제 중심지 뭄바이(옛 봄베이)와 ‘인도의 디트로이트’라고 하는 첸나이(옛 마드라스) 등과 함께 인도 경제를 이끌고 있다.
방대한 대졸 노동력
전문가들은 인도 경제가 성장하게 된 이유로 영어 구사능력을 갖추고도 저임금을 마다않는 우수한 노동력을 가장 먼저 꼽는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IT산업 지원정책과 시대적 요구가 맞아떨어져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 노동력이 우수하려면 인구의 저변이 넓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인도의 인구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인도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인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실감하게 된다. 거리에 내려서면 가장 먼저 보이고 가장 많이 보이는 게 사람이니까. 뭄바이 시내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공항까지 가는 도로 양쪽에는 한치의 틈도 없이 집들이 들어서 있고, 그 집들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거리는 시장통처럼 사람들로 들끓었다. 이런 광경은 콜카타와 첸나이, 방갈로르 등 필자가 이용한 공항에선 판에 박힌 듯 되풀이됐다.
큰길은 차도와 인도가 엄연히 구분돼 있는데도 차와 사람이 범벅으로 뒤섞여 있기 일쑤. 거기에 릭셔(삼륜차)와 자전거, 오토바이가 가세했다. 신호등을 아예 무시한 채 각자 눈치껏 알아서 길을 가로질러 다녔다.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교통경찰은 이런 상태를 방치하는 듯했다.
흔한 게 사람이다 보니 인도 경제는 전통적으로 근력(筋力)에 의존해왔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인건비가 가장 싸니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그 길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게 실업의 고통을 더는 지름길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은 지금도 도시 곳곳에서 목격된다. 한 사람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여러 사람에게 맡겨 민원인을 짜증나게 만드는 일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시간외 근무수당 같은 것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했다. 시간외 근무수당은 일괄생산 공정에 투입된 공장노동자에게만 준다는 것.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기계가 많이 동원될수록 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비싸진다는 점이다. 기계가 사람보다 귀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