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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요’ 한글 팻말 든 일본 시민 늘고 있다”

‘반한(反韓) 반대’ 시위 나선 일본 양심세력

“‘친하게 지내요’ 한글 팻말 든 일본 시민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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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이토쿠카이는 도쿄 신오쿠보의 코리아타운에서 연이어 반한 시위를 벌였다. 이런 현장엔 어김없이 ‘불청객’들이 나타났다. ‘친하게 지내요’라는 한글 팻말을 든 반대 시위 시민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대개 100~200명 규모인 자이토쿠카이 시위대를 수적으로 압도하기도 한다. 살벌한 분위기의 반한 시위대 맞은편에서 ‘Anti-racism(인종차별반대)’을 외친다.

이들은 누구이고 왜 반대 시위에 나선 것일까. 자이토쿠카이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인터넷상에서 만나 자이토쿠카이의 시위 정보를 공유한다. 이어 자발적으로 모여 플래시몹(flash mob) 형태로 반대시위를 벌이고 흩어지는 양상을 띤다.

시위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자이토쿠카이처럼 조직적이지도 않다. 그저 각자가 준비해 온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반대 시위대를 따라다니며 구호를 외친다. 자이토쿠카이에겐 무척 성가신 존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수적으로도 밀리고 이들의 구호에 자신들의 구호가 파묻히기도 한다.

“평화로 겁박을 무력화하자”

필자가 수소문해본 결과, 반한 시위 반대 시위를 물밑에서 활성화하고 있는 사람과 단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쿄 지역에서 반대 시위를 처음 시작한 단체는 ‘레이시스트오시바키다이(レイシストをしばき隊, The Shit-Back-That-Racist crew)’였다. 이 단체는 자이토쿠카이로 대표되는 ‘Net 우익’에 대항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종주의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단체의 대표인 노마 야스미치 씨는 5월 5일 한 행사에서 “재일 한국인에 대한 특권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이토쿠카이 측이 필사적으로 재일특권이라는 ‘21세기 도시 전설’을 만들고 있지만 우리는 필사적으로 이를 깨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비이성적인 행동을 방치한 결과가 신오쿠보에서의 반한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 외국어대학을 졸업한 그는 매주 금요일 총리 관저 앞에서 탈원전(脫原電) 시위를 벌이는 단체에도 소속돼 있다.

이른바 ‘플래카드 부대(placard隊)’를 주도하는 사람은 기노 도시키 씨다. 그는 ‘친하게 지내요’라는 한글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자고 제안한 인물이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자이토쿠카이의 반한 시위 정보를 제공하면서 반대 시위대를 모집한다. 대학 4학년생으로서 유럽의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한다. 도시키 씨는 블로그에서 “자이토쿠카이의 주장이 황당하다고 생각해서 반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동안 많은 사람이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사이에 자이토쿠카이의 폭력 행위가 일상화하고 있다”면서 “항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오쿠보는 관광객, 한류 팬, 케이팝(K-POP) 팬 등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곳이기 때문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방식인 플래카드 시위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외국인도 일본에 사는 친구입니다’ ‘슬픈 차별은 이제 그만두자!’ 등 평화적인 내용으로 호소하자고 주장한다.

필자는 노마 야스미치 씨와 기노 도시키 씨에게 e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야스미치 씨는 “국내외 언론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며 거절했고, 도시키 씨는 답변을 보내왔다. 다음은 기노 도시키 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우리 규모가 더 크다”

▼ 반한 시위에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4년 전 자이토쿠카이를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재일 한국인의 존재를 부정하고 일본 제국주의를 정당화합니다. 그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여름 이후 그들의 시위는 더 과격해졌고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겨냥했습니다. 2월 레이시스트오시바키다이 측이 이런 인종주의 시위를 저지하기 시작했어요. 이 팀에 참여할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른 시위를 조직하기로 결심했고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 언제 시위를 시작한 건가요.

“2013년 2월 17일입니다.”

▼ 시민과 네티즌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많은 사람이 우리 활동을 지지했습니다. 동시에 한국에 대해 편견을 가진 많은 네티즌이 부정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어요.”

▼ 집회를 어떤 방식으로 알립니까.

“주로 트위터를 사용해요. 하지만 2차, 3차 시위 이후에는 많은 사람이 독자적으로 옵니다. 이젠 시간과 장소만 공지하면 되는 거죠.”

▼ 얼마나 많은 시민이 모이나요.

“처음에는 30명 정도였습니다. 두 번째는 150명이 넘었죠. 세 번째는 얼마나 모였는지 셀 수가 없었어요. 아마 200~300명 될 거예요. 반한 시위엔 통상적으로 100~150명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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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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