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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에 중독됐어요”

중국인 몸달게 하는 K-푸드

“한국 음식에 중독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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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드라마, 음악 이어 ‘한류 3.0’ 견인차
  • ● 음식 한류 ‘4대 천왕’ CJ ·농심 ·오리온 ·풀무원
  • ● 生食 않는 중국인이 간장게장 마니아로
  • ● 고급 한식집, 길거리 음식 전방위 약진
“한국 음식에 중독됐어요”
세계적 요리 대국인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한국 음식이 대유행하고 있다. 길거리 어디를 가도 한국 식당이나 마트 등이 눈에 자주 띌 정도라면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다. 심지어 한국 교민이 거의 살지 않는 시 외곽의 먼터우거우(門頭溝)나 다싱(大興)구에서도 이런 광경은 그다지 낯설지 않게 펼쳐진다. 3.0으로 진화한 중국의 한류(韓流)를 이른바 K-푸드가 견인하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현장의 분위기를 보면 ‘음식 한류’ 운운하는 게 무리가 아니라는 걸 잘 알 수 있다. 우선 한중수교 3년 전인 1989년 문을 열면서 중국 최고 역사의 한식당이라는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차지한 차오양(朝陽)구 옌사(燕沙)의 ‘서라벌’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신관, 구관 합쳐 최대 500여 명을 수용하는 대형 식당인데도 평일과 휴일, 점심과 저녁을 막론하고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하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빈자리를 찾기도 어렵다. 조우제 서라벌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식당 ‘서라벌’의 성공

“우리 식당은 한식당으로는 중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이른바 ‘라오쯔하오(老字號)’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의 맛, 서비스의 질, 시설이 다 좋으니 손님을 많이 끌어들이는 게 아닌가 한다. 최근에는 드라마, 음악, 영화 등 연예 한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오래전부터 형성된 음식 한류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꽤 비싼 가격의 고급 식당으로 명성이 자자한 만큼 손님들의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도 꽤나 높다. 웬만한 월급쟁이는 특별한 날에나 와서 즐길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IT(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서 일하면서 월평균 1만5000위안(270만 원)을 버는 고소득자라는 30대 중반 고객 리톈허 씨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얘기가 실감이 난다.



“한국의 음식 문화는 이제 중국인에게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몇 가지 한국 음식을 알고 있거나 시식해본 경험이 있다. 내 주변에도 자주 한식당을 찾거나 마트에서 식자재를 사와서 직접 해 먹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고급 식당에서 즐기는 것은 부담이 된다. 조금 저렴한 식당이 많았으면 좋겠다. 중국에서 한식이 대중화하려면 더욱 그렇다.”

리씨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곳 고객의 외양만 보면 알 수 있다. 다들 경제적 여유가 느껴진다. 일부 고객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7월 초순인데도 정장 차림이었다. 서라벌에 들러 식사하는 것을 중요한 행사로 진지하게 여긴다는 의미인 듯했다.

“어릴 때부터 韓流에 익숙”

“한국 음식에 중독됐어요”
서라벌 인근 마이쯔뎬(麥子店)의 주중 한국대사관 앞 ‘비원’ 역시 음식 한류를 화제로 삼을 때 꼭 거론되는 곳이다. 서라벌보다는 역사가 짧으나 20년 넘게 이곳에서 한국 음식 전도사를 자임해왔다. 이 식당은 대사관 밀집 지역에 있다보니 중국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외교관들이 즐겨 찾는다. 한국과 중국의 유명 연예인이 많이 찾는 식당이기도 하다. 이미영 비원 사장은 자부심을 내비쳤다.

“음식 한류는 한중 양국의 인기 연예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예컨대 중국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스타가 어떤 한국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바로 해당 음식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다. 이 점에서 우리 식당은 경쟁력이 있다. 베이징뿐 아니라 중국 내 음식 한류 바람에 우리가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이 식당 입구의 벽면에 가득 붙은 한국과 중국 스타들의 방문 기념 사인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20대 초반~30대 초반 고객들이 눈에 띈다. 매월 한두 차례 비원을 찾는다는 20대 초반의 자칭 ‘하한쭈(哈韓族, 한류 마니아)’ 학생 두웨이성 씨는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노래를 보고 들으면서 자란 세대다.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한국 음식을 알게 됐다. 이제는 한국 음식에 거의 중독됐다”면서 “음식 한류가 중국의 젊은 층에 유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고 귀띔했다.

베이징의 음식 한류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은 비원에서 약 1㎞ 거리에 있는 장타이루(將台路)의 리두(麗都)로 발길이 이르면 더욱 확연해진다. 서라벌, 비원에 비해 후발주자면서도 2000년대 초 개업과 동시에 베이징에서 내로라하는 한식 브랜드로 정착한 ‘아이장산(愛江山)’, CJ푸드빌이 2012년에 문을 연 ‘CJ푸드월드’가 자리 잡고 있다. 아이장산은 철저하게 베이징의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고가, 고급화 전략을 채택해 성공한 경우다. 신자상 아이장산 회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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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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