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우려해 북한의 비행을 참아왔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 수는 없지만 중국이 다시 계산하고 ‘이제 손쓸 수 없게 됐다’고 말하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피겔 보도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처럼 정말 중국의 대북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먼저 중국 국민의 여론이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에 중국 국민은 김일성에 대해선 친근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에 대해선 갈수록 비호감, 미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분노하는 중국 국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중국 전역에서 반(反)북한 시위가 이어졌다. 허페이에서 한 청년은 ‘북한 핵폭 항의, 동북지역 동포를 구하자’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헝양 주민 6명도 ‘북한의 핵실험에 항의한다, 인류의 안전을 수호하자’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했다. 하얼빈에서도 빙등제 기간 중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북한에 항의하는 문구를 들고 찍은 ‘인증샷’이 연이어 올랐다.
2월 서울에서 열린 ‘아산핵포럼 2013’에 참석했던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요즘 중국 대중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중국 대중은 한때 북한을 측은히 여겼다. 현재는 분노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북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중국 국민이 북한에 분노감을 갖겠느냐.” 중국 정부의 방조하에 반북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북한이 영변 핵원자로 재가동 방침을 밝힌 직후인 4월 3일 중국민간반핵클럽이 성명을 냈다.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중국인도 좌시할 수 없는 북한 깡패정권(流氓政權)의 핵 위협”이라며 “조만간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북한영사관에서 항의시위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클럽은 2012년 중국 내 인권운동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민간조직으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핵 반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간사는 반체제 작가인 장리쥔(姜力鈞)이다. 정부의 방조 아래 순수 민간단체까지 반북 시위에 나선 것이다.
3월 중국 양회(兩會) 기간 중 많은 고위 장성이 유엔 대북제재를 지지한 것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류샤오치 전 국가주석의 아들인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정치위원 류위안 상장은 전인대 참석 중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제재안에 동의한다”고 했다. 류청쥔 공군 상장도 “안보리 제재안에 찬성한 중국 정부의 결정은 정확한 것이었다”고 했다. 중국 군부는 선군(先軍)정치를 표방하는 북한이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그런데 그런 중국 군부마저 북한을 성토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反북한’ 아닌 ‘反김정은’
2월 28일 프랑스 ‘르몽드’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중국이 북한 딜레마에 빠졌다”고 했다. 이어 “중국의 대북정책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으며 이면에는 자국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중국의 내부 상황이 투영돼 있다”고 했다.
일련의 상황 변화 속에서 중국 국민은 물론이고 중국 정부의 대북 인식에 부정적 기류가 강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북한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김정은에 대한 것인지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중국의 기류는 ‘반(反)김정은’ 기류에 더 가깝다. 이와 관련해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원(IDA) 책임연구원의 최근 증언을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