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은 베트남-한국 잇는 핵심 기둥
2022년 교역량 900억 달러 넘을 듯
4차 산업혁명 핵심·첨단기술 산업에 중점
국방·보안산업에서 양국 협력 확대 기대
외국인 투자에 유리한 환경 조성 위해 끊임없이 혁신
양국 관계 더욱 심화하려면 서로 존중해야
응우옌 홍 디엔 베트남 산업통상부 장관. [지호영 기자]
삼성과 현대차, LG, 롯데, 효성 등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 대부분이 수교 이후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한 덕에 한국은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 국가 중 한동안 1위를 기록했다. 또한 한국은 베트남에 공적개발원조를 두 번째로 많이 하는 나라이고, 무역과 관광 분야에서도 한국은 베트남에 세 번째로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 한국에 베트남이 그러하듯, 베트남에도 한국은 뗄 수 없는 밀접한 경제협력 파트너가 됐다.
베트남 경제부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응우옌 홍 디엔 산업무역부 장관을 2022년 12월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만나 수교 30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었다. 응우옌 장관은 기자가 명함을 건네자 2019년 전임자인 쩐 뚜엉 아잉 장관 인터뷰 기사를 봤다며 반가워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12월 4~6일 국빈 방한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수행해 한국을 찾았다.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MOU 체결
2022년 12월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초청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이 열렸다. [지호영 기자]
“2년 전 산업 및 통상을 관장하는 장관을 맡은 뒤 그동안 세 번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2022)에만 두 차례 왔다. 이번 방한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과 함께 방한한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
그는 2021년 12월 장관으로 첫 번째 방한 때 충남 당진시 대산산업단지를 찾는 등 양국의 산업 분야 협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2022년 8월 방한 때에는 이창양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나 공급망과 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를 논의했고, 이번 방한에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를 비롯해 총 3건의 협정 및 MOU에 서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창양 장관과 응우옌 장관 회동 이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MOU를 통해 희토류 등 베트남과 핵심 광물의 탐사와 개발 관련 기술, 투자 촉진, 안정적 수급,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 공동 확보 등을 위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희토류 매장량 세계 2위, 텅스텐 매장량 세계 3위의 자원 부국이다. 산업부는 “우리나라는 핵심 광물의 채굴과 정련 및 제련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해 이 분야에서 한-베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한국의 핵심 광물 수급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교 후 한국과 베트남 양국 관계 발전을 어떻게 평가하나.
“1992년 베트남과 한국이 정식 외교관계를 맺은 이후, 수교 10주년이 되던 2002년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2009년 다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이번 응우옌 주석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한 차원 더 높은 긴밀한 관계가 됐다. 최근 30년 동안 양국이 쌓아온 신뢰와 협력 관계는 앞으로 더욱 확대되고 심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베트남에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최근 30년간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는 정치, 투자, 무역,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발전을 이루어왔다. 한국은 베트남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며 베트남 역시 한국의 핵심 파트너 국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진한 신남방정책과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베트남은 한국의 핵심 파트너다. 양국 부처 간 대표단이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고위 지도자들이 방문하는 것은 양국의 정치적 신뢰가 한층 견고해졌음을 보여준다.”
수교 이후 경제 분야에서 협력이 눈에 띈다.
“경제협력은 베트남과 한국의 전반적인 양국 관계를 떠받치는 핵심 기둥이다. 한국의 대기업 대부분이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 분야에서 한국이 오랫동안 선두를 유지해 왔다. 또한 공적개발원조에서 2위, 무역 및 관광 협력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베트남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또한 2022년 베트남은 한국과 900억 달러 이상의 교역량을 기록했다. 한국의 네 번째 무역 파트너 국가다. 베트남-한국 교역량은 한국과 아세안 국가 전체의 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응우옌 장관은 “베트남과 한국은 2030년까지 1500억 달러로 무역액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무역뿐 아니라 최근 30년 동안 양국은 국방과 안보, 문화와 교육, 스포츠와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더욱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한-베 비즈니스 포럼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한-베 비즈니스 포럼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베트남은 ‘황금 인구구조’ 가진 국가
앞으로 양국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보나.“미래지향적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과제다. 양국 관계를 견고히 하려면 우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호 존중하는 바탕 위에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확대되고 심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현재 자본과 과학 기술 분야에서 강력한 역량을 갖춘 선진국이다. 또한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발전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려면 젊고 큰 시장이 필요하다. 베트남은 개혁적이고 역동적이며 국제적 협력과 통합에 적극적이다. 베트남은 1억 명 가까운 인구가 있고 그 중 15세에서 64세까지 노동 가능 연령 인구가 70%를 차지한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베트남을 황금 인구구조를 가진 국가로 평가하는 이유가 그 덕분이다. 베트남은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해 더 많은 지역 및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조건들은 양국이 투자 협력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양국 기업 간 협력과 양국 국민의 활발한 교류는 베트남-한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견고한 다리 구실을 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베트남-한국 자유무역협정(VKFTA)을 바탕으로 양국의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적 대화가 필요하다. 특히 베트남의 농산물과 해산물, 과일 등이 한국 시장에 더 많이 수출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베트남과 한국의 에너지 개발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공약 이행을 위해 청정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을 장려하고, 경쟁력 있는 에너지를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에너지 개발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유 형태와 사업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다.”
응우옌 장관은 “개인적으로 원자력발전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청정에너지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베트남 정부가 2018년 원전 건설 중단을 결정한 이후 아직 에너지정책 변화를 결정하지 않은 만큼 원전 건설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태양광 및 LNG 발전 등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시스템 구축 과정에 한국 기업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2022년 12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베 비즈니스 포럼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왼쪽 첫 번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뒷줄 왼쪽 두 번째)이 임석한 가운데 양국 협력을 위한 MOU 체결식이 열렸다. [지호영 기자]
2045년 현대적 선진 공업국 달성 목표
베트남 정부가 중점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산업 분야는 무엇인가.“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과 첨단기술 관련 산업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재료와 부품 소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관련 분야 투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창조적 혁신, 디지털 전환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한국 기업이 계속해 베트남에 더 많은 투자를 했으면 한다.”
2018년 3월 베트남은 국가 산업 발전 전략을 담은 결의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산업화와 현대화를 통해 아세안 산업 선도국 TOP3로 도약하고, 2045년에 현대적 선진 공업국이 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베트남 정부는 정보통신기술과 전자산업, 청정에너지 등 일부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이 관여하도록 한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다. 또한 임가공 중심의 재봉 산업과 신발·가죽 산업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을 밝혔다. 또한 스마트하고 자동화된 생산공정을 도입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자동차, 농업기계, 공작기계, 산업장비, 전기장비, 의료장비 등 기계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와 발전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등 외국 기업의 원활한 기업 활동을 위해 베트남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베트남의 사회, 경제 발전에 긍정적 기여를 했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 등 외국인 비즈니스에 유리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 특히 국제 관행에 맞춰 많은 지침과 정책, 법률을 공포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어려움과 애로 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기업인과 대화할 수 있는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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