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원주로 육군 1군사령관 김병관(金秉寬·57) 대장을 찾아 나선 것은 그의 독특한 마음수행법 때문이다. 전사(戰史)에 해박하고 전술전략에 능통한 그에게는 온화한 성품에 민주적 리더십을 갖춘 지휘관이라는 평이 따라다닌다. 장관급 장교인 현역 대장이 특정 언론사의 인터뷰에 응하는 데는 상당한 명분과 용기가 필요하다. 전례도 거의 없다. 육군참모총장의 승인을 받는 절차도 번거롭지만 그보다 더 부담스러운 것은 주변의 시선이다.
“이 인터뷰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하는 ‘붓다필드(Buddha Field)’ 공부가 주변에 알릴 만한 가치가 있고 군 장병들이 마음수양은 물론 업무에 전념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응했습니다.”
7월8일 오후 1군사령부 집무실에서 만난 김 사령관은 군 냄새를 풍기지 않는 편안한 사복차림을 하고 있었다. 옷차림만큼이나 인상도 편안했다. 위압적이거나 권위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흔히 얘기하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수더분한 인상. 배석한 두 참모도 사복을 입었다. 걸치고 가진 것은 다 두고 결국 올 때처럼 벌거숭이로 떠나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계급장을 떼니 ‘사람’이 보였다.
육군사관학교 28기인 김 사령관은 2사단장, 합참 전략기획부장, 7군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덕장(德將)으로 통하지만 교육훈련만큼은 철저하게 시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사단장을 지낼 때 참모 노릇을 하던 육본의 한 장교는 “그때는 정말 행복했고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김 사단장은 교육과 작전, 전술훈련 분야를 중점적으로 챙겼는데, 워낙 전술전략에 밝아 불필요한 훈련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손자병법’의 대가
-부하들을 어떻게 대했기에 “행복했다”고까지 말하는 장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군인의 존재 이유는 유사시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입니다. 일선 지휘관으로 있을 때 철저하게 실전을 염두에 두고 교육과 훈련을 시켰습니다. 그래야 전시에 부하들이 피를 덜 흘리고 국민에게 불행한 사태가 닥치는 것을 막을 수 있지요. 어떻게 하면 전투시 가장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느냐. 내가 공부하고 연구한 싸움의 원리를 지속적으로 가르치되 토론을 통해 부하들의 견해도 받아들이고 그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이 할 일을 찾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렇게 지휘관과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고 현장에서 함께 땀을 흘린 데서 보람을 느끼지 않았나 싶군요.”
그가 전술전략에 밝은 것은 ‘손자병법(孫子兵法)’ 덕분이다. 40년 가까이 통산 300여 회 읽었다고 하니 그 깊이를 알 만하다. 얼마나 심취했던지 때로는 녹음해 듣기도 했다. 고교 졸업 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어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조선시대에 발간된 언해본 내용을 공책에 베껴 와 원문과 비교해가며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5월 ‘군사적 관점에서 본’이라는 부제가 붙은 ‘손자병법해설’이라는 책을 냈다. 군내에서만 유통되는 비매품이다.
-2000여 년 전에 나온 책인데 현대전에도 응용할 만한 내용이 있나요.
“구체적인 방법론보다는 싸움의 큰 원리를 갈파한 것이므로 지금도 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