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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해고 여승무원 대표 오미선

“단 하루 일하더라도 다시 승무원 하고 싶어요”

KTX 해고 여승무원 대표 오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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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년 만에 나온 해고무효 판결
  • ● 철탑 농성, 무서워서 정말 하기 싫었지만 책임감에 올라가
  • ● ‘철의 노동자’ 같은 전투적 노동가는 안 불러
  • ● 남아도 후회하고 나가도 후회하고… 380명이 34명으로
  • ● 20대엔 예쁘게 보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진짜 서비스 하고 싶어
  • ●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이던지…
KTX 해고 여승무원 대표  오미선
작은 가슴 속으로

네가

열차 되어 지나간다

덜컹덜컹 쿵쿵

내 가슴이 떨린다



흔들린다

네가 지나가면

빈 고요

내 마음엔 두 줄

금만 남는다

-배준석, ‘열차같이’

그녀의 해맑은 웃음자락엔 슬픔이 묻어 있었다, 라는 표현은 상투적이다. 그런데 세상사의 고통이란 시간이 지나면 상투적인 게 되지 않던가.

KTX 해고 여승무원 대표 오미선(31)씨는 두 시간 넘게 얘기하면서 한번도 눈시울을 붉히지 않았다. 그러기엔 지난 시절의 고통이 지루할 만큼 길었다. 눈물 따위는 말라버린 지 오래다. 그래도 법원이, 자신을 비롯한 KTX 여승무원 34명에 대한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8월26일만큼은 눈물과 재회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최승욱)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 해고당한 KTX 여승무원 34명이 회사 측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청구소송에서 “양측의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코레일 측에 이들이 복직할 때까지 월 급여와 더불어 그동안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우리가 옳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정말 기뻐요. 몸 피곤한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게 주변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었거든요. 이번에 판결 나오고 예전 사진을 보니 지금의 모습이 너무 늙었더라고요. 실제로 악플에 상처 받기도 했습니다. 승무원 얼굴이 그게 뭐냐고. 제가 1979년생인데, 79~82년생이 가장 많아요.”

이들은 2004년 코레일에 입사했다. KTX 여승무원 공채 1기였다. 2006년 코레일은 비정규직인 이들에게 자회사인 KTX관광레저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이를 거부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그러자 회사는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들을 해고했다. 입사 당시 ‘2년 후 코레일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마지막까지 남은 34명

여승무원들은 파업을 벌였다. 점거농성을 하고, 단식투쟁을 벌이고, 삭발을 하고, 40m 철탑에 올라갔다. 애초 380명이 파업에 동참했으나 2008년 11월 법적 소송으로 투쟁방식을 바꿀 무렵엔 10분의 1도 남지 않았다. 이탈한 승무원들은 회사와 타협해 자회사로 옮기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았다. 마지막까지 남은 34명의 투쟁은 처절했다. 이들은 어느덧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적 존재가 돼 있었다.

이번 판결은, 불법과 편법이 판치는 비정규직 고용의 문제점을 법원이 인정하고 시정을 명령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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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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