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공의 금 개발 프로젝트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박춘택 광진공 사장은 먼저 이렇게 말을 꺼냈다. 더불어 자신의 사장 재임과 함께 해남에서 한 4년 정도는 생산해낼 수 있는 금맥이 터져나온 데 대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도 했다.
―해남광산 외에도 강원도 태백 등 몇 군데서도 금맥을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몇 군데서 매우 유의할 만한 금광이 나온 것으로 보고받았지만 아직 공개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닙니다. 섣부르게 발표했다가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줄지도 모르니까 신중해야지요.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지금 발견된 금광들이 과거 일제시대처럼 화약이나 망치를 들고 금을 캐는 양상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현대 첨단과학의 탐사자료를 근거로 접근해야 금광을 발견할 수 있고, 한번 금맥이 터져나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민간의 광산업자들이 섣부르게 금광에 도전할 수 없고 저희 대한광업진흥공사의 역할과 뒷받침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비단 금뿐만 아니다. 박사장은 우리나라 땅을 샅샅이 뒤지고 더 나아가 외국에 나가서 자원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국내자원의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광진공의 임무라고 강조한다.
박사장은 지난 1964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공군참모총장을 지내기까지 40년 가까이 전투기 조종사로 지낸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광진공 사장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장재식 산자부 장관에게 “영공을 지키기 위해 수십년간 하늘을 높고 넓게 날았으니, 이제 소명을 받아 땅을 깊고 넓게 파들어가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 얼마후 그는 광산을 방문하면서 광진공 사장으로는 이례적으로 1000m 깊이의 막장에서 직접 석탄을 파내는 등 실제 땅을 파는 파일럿이 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석탄이나 금·은 등 금속자원 개발은 일종의 사양산업으로 인식돼 자원개발에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은 것 같은데요.
“광업이 농수산업이나 임업과 같이 1차산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고부가가치산업의 특성이 있다는 걸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석회석, 규석, 납석 같은 비금속광물의 경우 국내 부존량도 풍부하고 가공, 정제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부가가치가 점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석회석 하나만 예를 들어보아도 시멘트 원료 외에 철광석 제련에서의 촉매분야, 화장품, 음식물, 약품 등 무려 300여 군데에 쓰이고 있을 정도로 용처가 다양하지요. 이들 비금속 광물은 각종 산업의 기초원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비금속광물의 활용을 극대화할 경우 산업소재 부분에서의 수입의존율을 현격하게 낮출 수 있고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현재 국내 비금속광물 총생산액은 연간 8000억원. 그리고 국내산 비금속 광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업종(시멘트·유리·도자기·내화물산업 등)의 생산규모는 연간 8조원 정도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10년에는 비금속광물의 생산 유발액이 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 국내 소재산업이 붕괴할 경우 연간 10조원 규모의 수입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광물이 사양산업이 아니라 실제생활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것임을 말해준다.
실제로 국내산 광물을 소재로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업종과 수입원료를 소재로 사용하는 업종의 부가가치율을 비교해놓은 자료도 이를 입증한다. 예를 들어 국내원료산 업종인 시멘트산업과 유리산업의 부가가치율이 각각 24%, 29%임에 반해 수입원료산 업종인 자동차산업과 금속산업의 부가가치율은 각각 17%, 18%로 나타난다.
“예전에 국정원의 모토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는 지양한다’고 했다지요? 저희 광진공은 산업현장에서 바로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광진공에는 박사급 연구원만 12명, 석사급이 72명에 이를 정도로 고급인력이 있는데, 이들이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오지는 물론 아프리카의 밀림지대를 헤쳐가며 고생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생색나는 일은 아니지만 모두 나라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자원개발과 더불어 북한쪽과도 공동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북한의 경우 마그네사이트 등 주요 광물은 세계적인 매장량을 가지고 있고 희소광물도 풍부해 투자에 큰 이점이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북한의 대남 경제창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함께 남북한 공동으로 자원개발에 협력키로 포괄적인 합의를 한 바 있고 조만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광산 개발중인 탄탈룸이나 세륨과 라틴 등 희토류(稀土類) 계열의 광물은 반도체와 전자제품, 특수강 등 첨단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자원으로 꼽히고 있으나, 우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희귀광물이다. 남북한간 광산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상호간에 큰 이익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광산업, 더 나아가 자원산업의 발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박사장의 설명이다.
―해외 자원개발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역점을 두고 개발하려는 광물이 석탄과 구리, 금 등입니다. 이들 광물은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꼭 필요한 자원인 만큼 민간기업이 진출을 꺼리는 위험지역의 경우 광진공이 공동으로 진출하거나 직접 투자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유연탄의 경우 호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자원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파시르 탄광의 경우 호주에서 조사하다가 포기한 곳인데, 우리 기술과 자금으로 개발해낸 세계 10위의 대규모 탄광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이웃나라인 중국에서 양질의 석탄을 확보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사장은 끝으로 국내산업이 첨단화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광업분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느낌은 있으나 자원산업은 그 중요성으로 볼 때 지속적인 관심과 정부의 지원 육성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광업이 산업문명의 원료로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뿌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자원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WTO에서도 광물에 대한 국가자원 확보 및 활용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허용하고 있겠습니까.”
한마디로 광진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정부와 국민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우회적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