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호

‘장군 잡는 여경’ 강순덕 獄中 인터뷰

“운전면허증 위조한 적도, 청부수사 한 적도 없다”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06-06-05 18: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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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들이 나를 좋아한 걸 어쩌겠나”
    • “네팔 인력송출비리 수사, 오해 소지 있지만 정당했다”
    • “언니가 뭘 알고 인력송출회사 대표 맡았겠나”
    • “‘브로커 홍’ 사건, 내가 끝까지 수사했다면 결과 달라졌을 것”
    • “윤상림과의 관계, 검찰에 처음부터 다 얘기했다”
    ‘장군 잡는 여경’ 강순덕  獄中  인터뷰
    구치소 접견실에 나타난 강순덕(姜順德·40) 전 경위의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정갈한 푸른 수의, 단정하게 한 갈래로 묶은 머리는 단호한 느낌을 줬고, 자그맣고 동그란 맨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안경 너머 눈빛엔 윤기가 없었다.

    그는 언니를 보자 예상치 못했다는 듯 무척 반가워했다.

    “언니도 왔네. 언니 보니까 눈물나네. 아버지는 잘 있고?”

    말이 나가는 동안을 참지 못하고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내 손으로 훔쳐야 할 정도로 눈물이 솟구쳤다.

    애초 이날 특별면회는 기자와 그의 남동생 둘이서만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당일 오전 그의 언니가 구치소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석을 부탁했다. 새벽 2시에 광주에서 기차로 상경했다고 했다. 그의 형제자매는 10남매다.



    이날 면회는 ‘신동아’에서 자신에 관한 기사(2006년 5월호 150~159쪽)를 본 그가 남동생을 통해 억울하다는 뜻을 전하며 기자와 만나기를 희망해 이뤄졌다. 기사의 제목은 ‘장군 잡는 여경 강순덕 청부수사 미스터리’였다.

    -건강은 어떠세요.

    “좋아요.”

    -마음고생이 심하겠네요.

    “마음고생하게 만들잖아요.”

    메마른 웃음이 말끝을 휘감았다.

    -(5월호 기사 쓰기 전) 변호사와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쪽에서 거부하는 바람에) 잘 안 됐어요. 어떤 점이 가장 억울한가요.

    “재판 진행 중에야 서로 의견이 팽팽하니 뭐라 얘기할 수 없죠. (밖에) 빨리 나가야지. 재판 끝나면 다 얘기할 수 있을 거예요.”

    지난 호 기사와 관련된 질문은 뒤에 하기로 하고, 우선 구속사유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어봤다. ‘장군 잡는 여경’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지난해 6월 수배자에게 위조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게 해준 혐의로 구속돼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사적으로 알고 지내던 수배자 김모(53)씨에게 위조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게 해주고, 뒷날 감사원이 이 문제를 조사하자 운전면허증 위조에 도움을 준 김모 전 경감의 운전면허증 재발급 신청서를 위조, 감사원으로 보내 ‘범행’을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위증죄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팩스 보낸 것, 나는 진짜 몰랐다”

    -1심 재판에서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된 것 같은데요. 운전면허증을 위조하고 감사원에 팩스 보낸 것말입니다.

    “인정된 게 없으니 2심이 진행 중이죠. 뇌물은 진짜 아니고…. 감사원 문제도 그래요. 처음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전제로 하니 그렇게 보는 건데, 팩스 보낸 것, 나는 진짜 몰랐어요. 자기 사무실에서 자기가 보낸 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애초 검찰의 공소장엔 뇌물수수 혐의가 포함돼 있었는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더불어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재판부가 뒤의 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김씨에게 넘기고 감사원에 위조 문서를 보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법리 적용을 검찰과 달리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면허증 발급 신청서는 사문서이기 때문에 면허증 부실기재 혐의라면 유죄겠지만 검찰이 기소한 공문서위조 혐의로는 무죄라는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공소 사실을 대체로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

    ‘피고인 강순덕은 경찰관 신분으로 지명수배자인 피고인 김OO를 만나 경찰관의 본분을 망각하고 두 차례나 면허시험장에서 동료 경찰관들의 신뢰를 교묘하게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김OO에게 주고, 자신의 명의로 시내전화를 가설해주는 등 김OO가 수사기관의 수배를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등 현직 경찰관의 행동이라고 믿기 어려운 부도덕한 행태를 보여오던 중, 결국 감사원 조사와 관련해 자신이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준 사실이 발각될 처지에 이르자 피고인 김OO(전 경감)와 공모해 공문서를 위조해 행사해 감사원의 조사업무를 방해하고….’

    판결문에 따르면 강 전 경위는 김 전 경감의 인적사항에 수배자 김씨의 사진을 붙이는 방법으로 위조 면허증을 발급받았다. 그런데 그는 위조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수배자 김씨에게 넘겨준 사실도, 감사원에 위조 문서를 팩스로 보낸 사실도 다 부인하고 있다. 지금도 기자에게 감사원에 팩스를 보낸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김 전 경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경감은 1심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인정돼 징역 1년을, 수배자 김씨는 강도·강간,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수배자 김OO씨로부터 인사상 도움을 받기도 했다면서요?

    “그건 예전에 끝난 일이에요. 제가 지난번에 (윤상림 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로 추가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잖아요. 그때 법정을 오가면서 그 사람(김씨)을 만났는데, 자기가 검사한테 잘 말해줘서 무죄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여기 와서도 사기 치냐’고 했어요. 그는 늘 그런 식으로 얘기해요. 전혀 관련 없는데도.”

    -그런 사람과 왜 돈거래를 했죠?

    “누군가를 알게 될 때 처음부터 그 사람이 이러저러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나요. 당하고 나니 알게 된 거지. 지금 와 생각하니.”

    “내가 독신이다 보니…”

    -김씨가 검찰에서 강 경위와 내연 관계였다고 말했다는데요.

    “윤상림(54)씨와도 그런 관계인 것처럼 소문 났지만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잖아요. 내가 독신이다 보니 남자들이 자기 위신 세운다고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닌 것 같아요. 좋아했다, 사랑했다, 결혼하려 했다 하고. 그런데 제 앞에서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겠어요. 못하지. 윤상림씨도 내가 좋다고 막 그렇게….”

    -다들 그렇게 강 경위를 좋아했다는 거죠?

    “자기들이 좋아한 것하고 내 앞에서 보인 행동이 달라요.”

    -김OO(39·네팔 인력송출업 관여)씨도 마찬가지인가요.

    “그 사람은 또 달라요. (‘신동아’) 기사를 통해 그가 ‘(나와) 결혼할 사이였다’고 떠들고 다닌 걸 알고, 웃었어요.”

    -그런 얘기를 김씨한테 직접 들은 사람이 있는데요.

    “당시 제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바로 어떤 조치를 취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갇혀 있는데, 어떻게 다 막아요. 이제 나가서 하나씩 바로잡아야지.”

    ‘신동아’ 5월호 기사 내용, 즉 그의 청부수사 혐의에 대한 검찰 내사로 화제를 옮겼다.

    -검찰 내사에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봅니까.

    “저는 그것이 진행 중인지도 몰랐어요. 조 기자님 기사 보고 알았어요.”

    지난 호 기사의 요지는, 강 전 경위가 네팔 인력송출비리 사건(2004년)과 지난해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브로커 홍(60)’씨 사건에 대해 청부수사를 했는지 검찰이 내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혹의 주요 근거로 제시된 것은 강 전 경위와 네팔 인력송출업자 김씨의 특별한 관계다. 강 전 경위는 2003년 10월 김씨가 네팔 관련 사업을 시작할 때 돈을 대줬고, 강 전 경위의 가족은 이 회사(에스비휴먼리소스)의 임원이었다. 두 언니가 각각 대표이사와 이사를, 남동생이 감사를 맡았다.

    2004년 12월 강 경위의 수사로 구속된 네팔 인력송출업자 전모(네팔 룸비니사 한국지사 대표)씨는 경찰 조사실(남대문경찰서)에서 김씨가 강 경위의 수사를 돕는 것을 목격했다. 전씨는 검찰에서 무혐의로 풀려나긴 했지만, 외국인 인력송출업무를 관장하는 중소기업중앙회가 경찰 수사를 빌미로 계약을 해지하는 바람에 10년간 독점해왔던 네팔 인력송출사업을 접어야 했다.

    역시 네팔 인력송출업과 관련된 홍씨 구속사건에도 김씨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홍씨는 라이 프라산타라는 네팔계 홍콩인으로부터 중소기업중앙회 로비자금 명목으로 5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당시 라이와 김씨는 동업관계였다. 김씨는 홍씨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라이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3500만원을 받았다.

    “네팔에선 ‘죽일 놈’으로 통한다”

    강 전 경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가을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지금은 끝난 걸로 알고 있어요. 검찰은 수사의 관점에서 의심하지만, 저로서는 업무를 하면서 인간관계를 맺은 것뿐이에요.”

    -중요한 건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이죠.

    “당연하죠. 검사에게 조사를 받으면서 전후사정을 다 얘기해줬어요. 네팔 사건 수사 당시 제가 김OO을 제보자로 활용했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제보자 활용이에요? 네팔인 산업연수생 조사할 때 통역 한 번 시킨 것뿐이에요. 그걸 (전씨가) 봤는지는 모르지만.”

    -강 경위가 김씨와 돈 거래를 하고 가족들이 그 사람 회사의 임원이었던 점은 오해받을 소지가 있지요. 그후에 강 경위가 네팔 관련 수사를 했기 때문에.

    “오해받을 여지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김씨는 나를 누나, 누나 하고 따랐어요. 부모도 없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사람이에요. 그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돈을) 대줬어요. 사건 수사는 그가 떠난 후의 일이에요. 민노당 조승수 의원이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네팔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정리한 자료를 보고 수사에 착수했어요. 전에도 그한테 그런 얘기를 들었던 터라 (연락을 해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전씨가 네팔에서는 죽일 놈으로 통한다’고 하더라고요. 결코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수사한 게 아니에요. 저는 사건 수사할 때 그렇게 안 해요. 우리 가족이 교통사고가 나도, 잘라요. 그가 저를 도와줌으로써 어떤 이득을 얻으려 했는지 모르지만, 얻을 게 없었어요.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요.”

    -가족들이 김씨 회사의 임원이었는데요.

    “그 사람한테 식구들이 없어서 그랬어요. 명의만 빌려준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장군 잡는 여경’ 강순덕  獄中  인터뷰

    지난해 6월 구속된 강순덕 전 경위가 수감된 서울구치소 정문 앞. 1심 형량이 징역 1년 6개월이므로, 늦어도 올 연말엔 출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자가 타인의 명의를 빌리는 것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경우가 많지 않나요.

    “전에 여행사를 했는데 800만원인가 세금을 내지 않아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줄로만 알았지요. 언니들이 사업을 뭘 알겠어요.”

    그는 김씨를 믿었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무실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집기도 중고품으로 마련했어요. 그래서 정신은 제대로 박혔나 보다 생각했죠.”

    -(가족의 임원 등재는) 좀 신중했어야 하지 않나요. 현직 경찰관인데.

    “그 사람 덕분에 제가 무슨 이득을 본 게 있다면 모르지만, 그런 것 없었거든요.”

    -이후 그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린 네팔 인력송출사업에 대해 수사했잖아요.

    “민노당 조승수 의원의 자료가 소스였어요. 제가 외사수사를 10년간 했기 때문에 그런 게 눈에 잘 띄거든요. 그런데 그쪽 일은 그가 잘 아니까 물어본 거죠.”

    2004년 3월 김씨는 서모씨를 끌어들여 새로 성림휴먼리소스라는 인력송출회사를 차렸다. 강 전 경위에 따르면 그 전에 자신과의 관계가 끝났다고 한다.

    “연락이 끊겨 외국에 나갔나 했어요. 그러고는 한두 달 뒤엔가, 아마도 2004년 2월경인 듯싶은데 돈 문제가 남아 있어서 연락처를 수소문해 (김씨를) 찾아냈어요. 돈 갚으라고 했죠.”

    “아무 생각 없이 명의만 빌려줬다”

    김씨의 동업자로 성림휴먼리소스 대표이던 서씨에 따르면 이 회사는 1년 3개월간 네팔 인력송출업에 매달렸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김씨가 회사를 떠난 시기는 강 전 경위가 구속된 지난해 6월이다. 네팔 일은 전적으로 김씨가 맡았기 때문에 자연히 사업도 막을 내렸다. 강 전 경위가 네팔 인력송출업을 독점해온 룸비니사의 한국지사를 친 것은 김씨가 네팔 사업을 한다며 바삐 움직이던 2004년 12월이다.

    -그 수사로 구속된 전씨에 따르면 고발인이 가공인물이라는데요.

    “원래 인지수사의 경우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고발장을 만들어요.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제 수사로 구속됐다 풀려나온 사람이 저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벼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부실건물을 인수해 분양하면서 사기 치고 돈 떼먹은 사건이었어요. 그렇다면 검찰이 저를 나쁘게 봐야 합니까, 그 사람을 나쁘게 봐야 합니까. 내가 검사라면 그 사람에게 ‘당신이 나쁘다’고 말할 겁니다. 그런데 담당 검사는 그 일로 나를 윽박지르면서 조사를 시작하더라고요. 이건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거죠.

    제가 김OO한테 밥 한번 얻어먹었다면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밥 사주고 차 사주고 했죠. 다른 남자들한테도 마찬가지였어요.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조금만 부주의하면 금방 말이 나오게 마련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깨끗한 수사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그들의 마음속까지야 제가 모르죠.”

    -네팔 인력송출사업을 독점하던 사람을 치면 다른 업자에게 이로울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저도 다 알아보고 수사한 거예요. 그게(산업연수생 선발) 네팔에서 먼저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거든요.”

    과다하게 송출 수수료를 챙기고 네팔 연수생들을 이름만 바꿔 재입국시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된 전씨는 검찰에서 무혐의로 풀려났다. 다만 구속 후 추가된 환(換)치기 혐의에 대해서는 약식기소로 벌금형이 선고됐다.

    -네팔 수사는 무리한 수사 아닌가요? 검찰에서 중요한 혐의가 다 깨졌잖아요.

    “그게 왜 무리한 수사입니까. 공정증서원본 부실기재죄로 똑 떨어지는 범죄예요. A라는 외국인이 이름 바꾸고 국내에 들어와 외국인등록증을 신청하면 범죄가 됩니까, 안 됩니까.”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말투도 다소 공세적으로 돌아섰다.

    -검찰에서 왜 무혐의 처리했다고 보세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걸. 그게 경찰과 검찰의 차이점이에요. 경찰은 사건 종결권도 없고 기소권도 없어요. 우리는 송치하면 끝이에요. 나는 분명히 공정증서원본 부실기재죄와 외국환거래위반죄로 입건해 넘겼어요. 그런데 검찰이 다시 수사해 아니라고 하니 어쩌겠어요. 내가 법전 뒤져본 바로는 다 맞는데.”

    “기자가 수사기관도 아니면서…”

    그는 “검찰의 무혐의 처리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당시 수사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사실 (네팔) 산업연수생들이 연수 목적으로 입국하는 게 아니잖아요. 일단 그런 식으로 들어온 다음 어떻게 해보려는 목적이 있지 않아요? 중소기업중앙회 관련 자료를 다 확인했어요. 어떤 식이냐 하면, 예컨대 2000년에 KALL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던 친구가, 2003년에는 KAL이라고 철자 하나를 뺀 이름으로 다시 들어오는 거예요. 그럼 출입국 기록에 안 뜨거든요. 그런 방법으로 재입국해 가짜 외국인등록증을 받아요. 그게 어떻게 공정증서원본 부실기재죄가 아니냐고요.”

    그가 지난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있을 때 수사한 ‘브로커 홍’ 사건의 배경도 네팔 인력송출사업이다. 홍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보통의 사기사건처럼 피해자(라이)의 고소로 시작된 게 아니라 피해자측이 지인을 통해 억울한 사정이 수사기관에 알려지면서 수사가 개시됐다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며 수사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강 전 경위는 인지수사임을 강조했다.

    “내가 남대문서에 있을 때 네팔 수사를 한 것 때문에 그쪽 세계에서 유명해졌나 봐요. 라이와 또 한 사람이 같이 저를 찾아왔어요. 사기당했다고. 여기서 개인사건은 안 다룬다고 했더니 중소기업중앙회와 MBC 로비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그래서 홍씨와 그 사람들의 중간에 있던 서모씨를 불러 조사했더니 다 맞더라고요. 자기가 홍씨의 돈 심부름을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죠. 홍씨가 잘 알 거예요. 내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수사하려 했는지. 수사 도중 그가 일기장이라며 내밀었는데, 육하원칙에 따라 다 써놓았더라고요. 누구한테 얼마 줬는지. 나중에 제가 (구속된 탓에) 없으니 사기로만 입건한 모양인데, 제가 끝까지 수사했더라면 달라졌을 거예요. 홍씨한테 죄가 없다면, 검찰과 경찰과 MBC에서 홍씨한테 돈 받은 것 때문에 옷 벗고 나간 사람들은 뭐예요.”

    홍씨에 따르면 지난해 4월8일 그가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강 경위가 밤에 찾아와 ‘피해자(라이)와 타협하라’며 구체적인 금액도 제시했다고 한다. 강 전 경위는 홍씨의 주장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슨 타협을 하라고 해요. 다른 직원들이 다 보고 있었는데. 조사받다가 쓰러졌다고 해서 찾아간 거예요. 그 사람(홍씨), 그때는 다른 얘기만 했어요. 그때 본 게 마지막이에요.”

    -홍씨를 오랫동안 내사하고도 입건하지 못한 건 물증이 없었기 때문 아닌가요?

    “왜 물증이 없어요? 그리고 제가 그 수사를 언제 시작했는데요. 광역수사대 발령이 3월이었고 4월부터 (수사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6월에 구속되는 바람에 마무리를 못한 거죠.”

    -왜 무죄가 나온 것 같습니까.

    “여기선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나가서 기록 보면 다…. 제가 부실 수사, 엉터리 수사를 한 것처럼 (기사를) 썼는데, 나중에 다 (대응)할 거예요. 문제는 검사실에서 제가 조사받은 내용이 철자 하나 안 틀리고 조 기자님한테 넘어갔다는 거예요. 홍OO이나 전OO한테 들었다 하더라도 검찰에서 확인을 해줬으니 그렇게 기사를 썼을 것 아니에요. 그 내용으로 제가 기소됐다면 아무 소리 안 해요. 그런데 다 해명된 사안을 이제와 마치 무슨 혐의가 있는 것처럼, 굉장한 의혹이 있는 것처럼 쓴 의도가 뭐냐는 거죠. 기자가 수사기관도 아니면서.”

    기자는 지난달 그 기사를 쓰기 열흘쯤 전부터 그의 변호사 사무실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용건을 전했으나 변호사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엔 질의서를 팩스로 보내 강 전 경위에게 물어봐달라고 요청했으나 역시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의 또 다른 변호사도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진실을 밝히고 싶다면 나중에…”

    “누구한테 소스를 받았는지, 물론 얘기하지 않겠지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마찬가지예요, 저도. 수사할 때 제보자를 보호하는 건 기본이에요. 제보자가 누구냐고 따지는 건 수사의 ABC도 모르는 소리예요. 그런데 기사에 누구누구가 제보자인 것 같다며…. 전씨도 홍씨도 제 앞에선 아무 소리 못해요.”

    입회한 교도관의 “시간이 지났다”는 말이 열띤 대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 가지만 더 얘기하고 끝내겠다”고 양해를 구한 다음, 윤상림씨와의 관계에 대해 물어봤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2003년 6월 강 경위에게 ‘장군 잡는 여경’이라는 찬사를 안겨준 군 공사 비리 사건의 제보자로, 당시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이던 이모씨와 짜고 H건설측으로부터 수사 확대를 막아준다는 명목으로 9억원을 뜯어냈다.

    -윤상림씨와의 관계에 대해 말이 많은데요.

    “내가 숨기는 게 아니에요. 검찰에서 처음 조사를 받을 때부터 윤씨와의 관계에 대해 다 사실대로 얘기했어요. 나가면 궁금해하는 것 다 얘기해줄게요.”

    -수사 당시 윤씨와 공범 이씨의 행태를 몰랐나요.

    “그것도 알려진 대로가 아니에요. 이씨가 윤상림씨 보는 데서 첩보를 제공했다고요? 함부로 추측하지 마세요. 길어야 올해 안에 제가 나갈 것 아니에요. 그때 가서 제대로 된 기사를 쓰세요.”

    -경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나요.

    “돌아가든 안 돌아가든 나중에 만나서…. 진실을 밝히고 싶다면 나중에….”

    그에 따르면 몇몇 기자가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영치금도 넣고 편지도 보냈다는데, 다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접견실을 나서면서 언니의 손을 잡고 또 눈물을 흘렸다. 기자는 그에게 “건강 잘 챙기라”고 했다. 구치소 감방으로 되돌아가는 그의 가냘픈 어깨 위로 환한 햇살이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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