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金姝沅·28)씨는 제14회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최고 여성 무용수상(賞)을 받은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세계 정상급 단체의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이 상을 거머쥐면서 다시 한 번 ‘감성연기’의 대표주자로 인정받았다. 166cm, 45kg의 가녀린 체구지만, 목선에서 손끝으로 이어지는 섬세한 상체 라인과 호소력 짙은 표정연기에서 나오는 카리스마가 무대를 장악하고도 남는다는 평이다.
호기심 많던 소녀 김주원은 태권도, 육상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했다. 몇 번 경험하면 질린 다른 운동과 달리 발레는 알수록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발레에만 매달렸다”는 그는 “부모님이나 경쟁자를 의식했다면 진작에 지쳤을 것”이라고 말한다. 모스크바에서 상을 받고 귀국한 직후에도 그의 스케줄은 지방공연을 위한 연습으로 빽빽하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을 받고도 전혀 들뜨지 않는 일상에서 그의 무용관(觀)이 읽힌다.
한국 대표 발레리나로 순조로운 무용가의 길을 걸어온 듯하지만, 발레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 쉼없는 강행군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주역 자리가 주는 부담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때마다 그를 다잡아준 건 관객과 무대. “내 몸짓을 기억하는 관객이 있는 한 언제까지나 무용을 하고 싶다”며 토슈즈를 고쳐 신는 모습이 여간 당차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