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굵은 남성미로 1960~70년대를 풍미한 원로배우 신영균(82)씨가 500억원대의 서울 명보아트홀(구 명보극장)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을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내놓았다. 특히 명보극장에는 그의 영화 인생이 오롯이 녹아 있다.
“스카라극장은 헐려 그 자리에 오피스텔이 들어섰어요. 명보극장도 팔라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것마저 허물어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여기서 제 대표작인 ‘빨간 마후라’ ‘연산군’도 개봉했고요. 가족회의에서 아들이 ‘건물을 영원히 남겨 좋은 일에 쓰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 재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기부하는 재산은 새로 설립되는 재단에 출연해 영화계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언론인 출신 김두호씨, 신씨의 아들 신언식 한주AMC 회장이 재단의 중심이 돼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그의 통 큰 결정에는 가족의 적극적인 성원도 한몫했다.
“저는 행복한 사나이입니다. 집사람에게 기부 얘기를 하자 ‘장한 일’이라고 격려해줬습니다. 딸은 ‘아버지, 멋쟁이’라며 저를 응원했고요. 손녀는 ‘할아버지, 존경해요’라며 기뻐했습니다.”
치과의사로, 영화배우로, 사업가로, 국회의원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살아온 그는 이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영화배우를 하겠다”고 말한다. 1960년 ‘과부’로 영화계에 데뷔한 뒤 20여 년간 ‘연산군’(1961년) ‘상록수’(1961년) ‘빨간 마후라’(1964년) ‘미워도 다시 한번’(1968년) 등 294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은막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그는 못다 한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간절히 드러냈다.
“시나리오를 고르고 있는데, 제게 맞는 작품이 없어요. 요즘 한국 영화를 보면 주로 치고받고 하는 거예요.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죽기 전 꼭 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