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하비결은 틀리지 않았다”
- 연구실 곳곳에 강돌 가져다놓은 까닭
- 하늘·땅·사람의 기(氣)로 읽는 ‘삼원지리풍수’
- 올 하반기 한반도 격변 시나리오
- “마음 비워야 복 받는다”
△2004년 : 미국의 북한 폭격, 한반도 국지전쟁 발발, 미국 대통령 피격, 미국 민주당 대선 승리
△2006년 : 북한 붕괴 시작, 북한 난민 유입, 행정수도 이전
△2007년 : 한반도 전쟁, 핵 투하, 북한 붕괴, 한반도 통일
이 예언을 황 박사 본인이 내놓은 것은 아니다. 송하비결의 원저자는 1845년생으로 평안남도 대동군에 살았던 ‘송하(松下)노인’으로 알려져 있다. 전주 김씨인 그는 평생 은거하면서 천문 지리 주역을 탐구한 뒤 1910년부터 2030년까지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국운을 내다본 비결서를 남겼다고 한다. 그중 한 부를 동학도였던 이석(1900년생)이 보관하고 있다가 세옹(世翁·1919~96)에게 전했고, 황 박사는 세옹의 아들인 김성욱씨를 통해 처음 이 책을 알게 됐다고 했다.
“2000년 말 김성욱씨가 펴낸 ‘매화역수(梅花易水)’라는 책 부록에 2001년 9·11테러를 예견한 대목이 있었어요. 테러 발생 후 그 책을 보고는 신기해서 김씨를 찾아갔고, 그때 ‘송하비결’을 처음 봤습니다.”
황 박사가 말하는 구절은 ‘滄海大島(창해대도) 柏石化赤(백석화적) 白屋賊侵(백옥적침)’이다. 직역하면 ‘넓은 바다 큰 섬나라 큰 건물이 붉게 변하고 흰 집에는 도적이 침입한다’는 뜻. 이듬해 가을 미국(大島)의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柏石)은 항공기 테러로 붉게 변했고(化赤), 펜타곤(白屋)도 공격(賊侵)을 받았다. 일단은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엉터리’ 예언가
황 박사를 놀라게 한 예언은 하나 더 있다. 김씨와 만난 날 그는 예언서의 2002년 부분에서 ‘목하첨자(木下添子) 목가병국(木加丙國) 존읍정복(尊邑鼎覆)’이라는 구절을 봤다. 김씨에게 ‘이(木+子=李)씨가 나라(國)를 잡으려(木+丙=柄)하는데 정(尊+邑=鄭)씨가 솥단지를 뒤엎는다(鼎覆)’로 풀면 어떻겠느냐고 얘기했다. 이 해석을 2002년 대선 정국에 대입해보자. 초반 우세를 달리던 이회창 후보가 정몽준·노무현 단일화와 이후 정몽준 후보의 변심으로 대권 획득에 실패하는 상황이 묘하게 들어맞는다. 대선이 끝나자 이번엔 김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예언서에는 은유와 상징이 많아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풀이하는 사람의 역량이 중요하지요. 김씨가 ‘그 대목을 제대로 해석한 사람은 당신밖에 없었다’며 같이 책을 번역해보자고 합디다. 저는 일단 한자를 정확히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한학·주역 공부를 오래했으며, 정치학 전공자라 국내외 정세를 읽는 눈이 있어요. 저도 이 비결이 놀라운 예언을 담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함께 해석 작업에 들어갔지요.”
황 박사가 밝힌 ‘송하비결’ 출간 뒷얘기다. 황 박사는 조선조 실학자 황인석 선생의 자손으로, 일찍부터 한학과 밀접한 환경에서 자랐다. 독일 베를린대에서 정치학 학사, 석사·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통일연구원에서 일하면서도 주역 풍수 등 동양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일찍부터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 ‘사주 고수’로 이름을 날렸고, 통일연구원 내에서는 김일성 사망 1년 전 그의 죽음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단다. 이러니 그가 내놓은 전쟁 예언이 화제를 모을 수밖에 없었을 게다. 황 박사의 인상도 도인의 풍모를 강화하는 데 일조했을 듯싶다. 그는 50대 후반의 나이를 믿기 어려울 만큼 환한 낯빛에 천진한 미소를 갖고 있다.
▼ 결국 ‘송하비결’ 내용이 상당부분 거짓으로 판명됐는데, 가짜 예언서에 속아 학자로서의 명성에 흠집을 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질문을 던지자 그는 예의 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기맥봉’으로 연구실의 기장을 체크하는 황병덕 박사.
황 박사는 “이 사실을 책이 나오고 예언이 틀리기 시작한 뒤에야 알게 됐다”며 자신은 여전히 ‘송하비결’이 진짜 예언서이고, 우리에게 놀라운 정보를 알려준다고 믿는다고 했다.
작용과 반작용
또 하나 그가 주장하는 건, 송하노인이 바람직하지 않은 천기(天機)를 미리 내비쳐 반대되는 기(氣)를 작동시킴으로써 한반도에 다가오는 재앙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황 박사에 따르면 하늘이 만들어놓은 법칙을 인간이 전면적으로 바꾸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건 가능하다. 그가 소개하는 예를 들어보자. ‘송하비결’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한 2004~05년, 미국은 신예 스텔스 전폭기를 한반도에 배치했고 전쟁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에 직접 대적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핵문제에 접근하면서 전쟁을 피해갔다. 예언가들이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실제로 전쟁이 발발할 여지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우주는 진동하는 기(氣)들이 거미줄 같이 연결돼 있는 하나의 장(場)입니다. 특정 시공간에 나타나는 기의 조합을 바탕으로 특정 국가·지역·사람의 기 프레임(frame)이 만들어지지요. 송하비결의 예언은 일단 천기만을 담고 있어요. 이것이 누설되면 인간 사회에서 반대의 기 프레임이 형성돼 선천적인 기를 제어하고 균형을 이루게 만듭니다. 그것이 송하비결 집필 의도이자 존재 의의인 거예요.”
▼ 하늘의 섭리가 인간의 노력으로 바뀐다면 예언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천기를 완화하는 데 꼭 필요한 기의 반작용을 만들어주는 거죠. 좋은 꿈을 발설하면 꿈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죠? 또 좋은 일에는 꼭 마가 따른다는 말도 있고요. 이게 바로 기의 작용과 반작용입니다. 천기는 정해져 있어요. 그걸 알지 못하면 섭리대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누군가 후손에게 큰 손해를 입힐 천기를 알게 됐다고 합시다. 그걸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예언자들은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하늘의 비밀을 공개하는 거예요. 최소한의 방어 장치로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거고요. 송하노인처럼 발생 시기를 뒤섞어놓기도 하지요.”
그의 말은 상당히 비과학적으로 들렸다. 사회과학자가 한학에 통달해 비결서를 해석하는 것까지야 이해할 수 있지만, 논증이 불가능한 ‘기’를 근거로 삼아 “송하비결이 맞았다”고 주장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은가. 그는 또 한 번 수줍게 웃어 보였다.
“맞습니다. 나는 ‘사이언스’를 하는 사람이에요. 동양학 공부를 오래했지만 풍수 같은 건 믿지 않았지요. 조상 묘를 잘 쓰면 거기에서 좋은 기가 발원해 후손한테 전해진다니, 그게 말이 되느냐, 그게 제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기가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하니 생각이 바뀝디다.”
오행 순환
“이런 걸 다 보여드려야 하나…” 잠시 망설이던 그가 불쑥 “여기 돌 있는 거 보이세요?”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그의 책상 오른쪽에 남자 손 정도 크기의 길쭉한 돌 두 개가 놓여 있다.
“저쪽에도 있죠?”
책상 왼쪽에는 좀 큰 뾰족한 돌이 한 개 놓여 있다.
“풍수적으로 진법을 쓴 겁니다. 형기(形氣)라는 말이 있어요. 모양이 기운을 만들어낸다는 뜻이지요. 뾰족한 돌은 화(火) 기운, 길쭉한 돌은 목(木) 기운을 갖고 있습니다.”
한 바퀴, 연구실을 둘러봤다. 돌이 책상 위에만 있는 게 아니다. 문 입구 책장 위에는 작지만 넓적한 돌 두 개가 놓여 있다. 그 돌은 금(金) 기운을 뿜어내고 있단다. 보이지 않는 곳에도, 황 박사는 직접 강에서 주워온 다양한 기운의 돌을 놓아두었다고 말했다.
“자, 보십시오.”
그가 ‘기맥봉(氣脈棒)’이라고 부르는, ㄱ자 모양으로 꺾인 안테나 모양의 은빛 막대를 들고 일어섰다. “나는 손을 전혀 움직이지 않겠다. 책장 앞에 서면 이것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의 깊게 보라”고 주문한 뒤 ‘금성(金性)’ 돌 앞에 서자 막대는 원 모양을 그리며 돌아갔다. 황 박사가 손에 나무조각을 쥔 채 다시 같은 자리에 서자 이번엔 움직이지 않았다.
“이 막대는 기장을 체크하는 도구예요. 기장이 서 있는 위치에서 돌아갑니다. 그럼 나무조각을 쥐었을 때는 왜 안 움직였느냐. 나무는 본질적으로 목 기운을 갖고 있지 않겠습니까. 나무를 쥐고 있는 내 몸에 목 기운이 흐르면서 돌의 금 기운과 충돌해 기의 흐름이 멈췄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기를 ‘실측’했다고 했다.
▼ 일반인도 기맥봉만 있으면 기를 느낄 수 있나요?
“단전호흡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단전에 힘을 모으고 마음을 비워야 제대로 된 측정이 가능하죠. 마음도 기이기 때문에 ‘이게 될까’ 의심하거나 ‘여기서 실은 목 기운이 나오는 거 아닐까’ 생각하면 영향을 받습니다. 텔레파시가 그런 거 아닙니까. 마음의 기가 전해지는 것.”
기자도 기맥봉을 들고 같은 자리에 서봤다. 하지만 기의 존재는 느낄 수 없었다. 기맥봉도 제멋대로 돌거나 멈춰 섰다. 애초부터 기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말처럼 기자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황 박사는 이런 체험을 통해 기의 존재를 확신하게 됐고, ‘송하비결’ 번역을 넘어 풍수와 기 연구로 나아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기는 생명의 근원이다. 금목수화토 등 오행은 기의 최소단위를 구성한다. 이것 자체가 길흉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우주에서 유전하다 특정 시공간에서 어우러질 때 당시의 강약과 밀도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장(氣場)에는 성격이 있다. 이 기의 묶음이 인간에게 좋게 작용하면 생기, 나쁘게 작용하면 사기라고 부른다. 생명체가 생성될 때 속해 있는 기장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는 이후 이 생명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생기가 일어나는 장소를 찾는 것, 혹은 그런 기운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풍수다.
황 박사는 자신의 연구실을 오행의 기운이 각각 20%씩 순환하며 조화를 이루도록 만든 기장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생기는 방의 가운데, 그가 앉는 자리를 향해 모여든다. 이 방위를 잡기 위해 그는 ‘나경’이라는 도구를 사용했다. ‘우주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천지의 이치를 다스린다’는 뜻의 ‘포라만상(包羅萬象) 경륜천지(經綸天地)’에서 ‘라(羅)’ 자와 ‘경(經)’ 자를 따와 이름 붙인 이 도구도 그의 연구실에 놓여 있었다. 중앙의 나침반을 둘러싸듯 14개의 원이 그려져 있는데, 각각의 원에는 10개의 천간, 12개의 지지, 주역의 팔괘, 천문 별자리 등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이 도구로 우주에 내재된 산천의 정기를 분별하고, 적절한 방위와 적절한 위치에 오행의 흐름을 만든다고 했다.
하늘, 땅, 사람의 기운
“일찍부터 사주 명리에 관심이 많아서 나름대로 사람들의 운을 많이 풀어봤어요. 그러다가 김일성의 죽음도 맞힌 거고요. 그런데 도무지 사주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거나 같은 사주의 사람이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때도 많았습니다. 기와 풍수를 접한 뒤 비로소 그 비밀이 풀린 거지요.”
그는 우연한 기회에 중국 당나라 국사(國師) 양균송(楊筠松)의 풍수 이론을 접하고는 ‘이것이구나’ 무릎을 쳤다고 했다. 양공은 사람이 살면 좋은 ‘양택’과 묘 쓰기 좋은 ‘음택’을 알아내는 여러 방법을 밝혀뒀는데, 각각의 예시 장소를 황 박사 자신이 알아낸 기 측정법으로 분석한 결과 하나같이 생기가 높았다는 것이다. 그는 기맥봉이 얼마나 돌아가는가, 원의 크기가 어느 정도 큰가 등을 통해 기의 유무뿐 아니라 강도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황 박사는 ‘나경’을 이용해 방위를 정한 뒤 오행 기 순환을 위한 돌을 배치했다.
그는 정말 풍수 공부의 목적이 ‘인류 행복 증진’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무릅쓰고 후손들을 위해 ‘송하비결’을 쓴 ‘송하노인’만은 못해도, 보통 풍수가와는 다른 수준의 책임감이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흉을 피하고 길을 추구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기가 필요하다. 풍수는 바로 그 기운을 찾아주는 학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흔히 풍수는 땅의 기운이 결정짓는다고 생각하지요. ‘좌청룡 우백호’나 방위 정도만 따지면 명당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 시간 그 장소에 특정한 기운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은 하늘입니다. 조선왕조를 예로 들어볼까요. 조선왕조 개국의 기운은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에 있는 이성계의 5대조 할아버지 묘에서 나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가봤는데 정말 명당이에요. 지역 문화재로 지정돼 잘 관리되고 있고요. 그럼 이렇게 물어봅시다. 그런 명당에 선영을 모시고 후손들이 끊임없이 정성을 기울였는데 왜 27대를 끝으로 왕조가 멸망한 겁니까.”
그는 이것이 바로 ‘하늘의 기운’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모든 명당은 우주의 기운을 받아 만들어진다. 특정 시공간의 기운은 지구가 주변 천체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즉 천문에 좌우된다. 이런 우주의 기운은 평균 약 90년 단위로 변화하는데, 시기나 장소에 따라 변동 폭이 크다. 즉 명당이 뿜어내는 생기는 오래 지속될 수도 있고, 얼마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가 내놓은 ‘라경’에 별자리가 적혀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선영을 기풍수적인 측면에서 분석해보니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 있는 조모의 묘가 명혈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묘의 시운은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 가장 강력했고, 지금은 그때에 크게 못 미칩니다. 좋은 풍수가라면 천문을 읽고 하늘의 기운을 통해 지기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죠.”
“운이 다하면 死地로 찾아든다”
풍수를 쓸 때 또 하나 고려할 것은 사람의 기운이다. 황 박사에 따르면 아무리 천문과 지기가 조화를 이룬 명당이 있어도, 사람의 기운이 좋지 않으면 그 땅을 차지하지 못한다. 그는 땅과 하늘의 기를 파악하기 위해 그동안 하루 열 시간 이상씩, 밥 굶고 잠 안 자가며 풍수를 공부했다고 했다. 한자로 쓰인 양공의 책을 60번 이상 읽어 내용을 거의 외울 정도가 됐다.
“양공이 명당이라고 하는 곳은 일일이 기를 체크했습니다. 왕 만들 자리, 재벌 만들 자리를 무척 많이 알게 됐지요. 하지만 아무한테나 그 자리를 얘기해주지는 못합니다. 좋은 자리에 들어가려면 인연이 있어야 하거든요. 혼이 깨끗해야 하고요. 오염된 영혼은 명당에서 만들어지는 엄청난 양의 생기를 흡수하지 못하고 밀려납니다. 음택의 경우 영혼이 아예 떠내려가버려 오히려 후손에게 해가 될 수 있어요.”
그는 이렇게 하늘, 땅, 사람의 기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풍수를 삼원(三元)지리풍수라고 불렀다. 황 박사에 따르면 음택을 잡아주는 풍수가에게는, 자손이 받는 것보다 두 배나 강한 기운이 미친다. 다른 사람에게 삼원이 조화를 이룬 좋은 자리를 많이 잡아준 풍수가는 신선이 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는 뜻이다.
“유명한 풍수가치고 말년이 좋은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하늘 땅 사람 기운을 다 보지 못하고 자리를 잡아줘서 그런 겁니다. 대선 때만 되면 선영을 옮기는 정치인이 많지요. 2002년 대선 때는 한 유력 정치인이 이장하면서 지관에게 8억원을 줬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권을 잡기는커녕, 아예 정치에서 은퇴했어요. 그런 자리를 잡아준 분은 나중에 화를 두 배로 입는 거예요.”
그는 “신기한 건 사람의 기운이 다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사지(死地)를 찾아가게 된다는 점”이라며 “좋은 자리를 정해줘도 인연이 안 되는 사람은 땅을 구입하지 못하거나, 실수로 다른 곳을 사는 식으로 꼭 운을 비껴간다. 어쩌면 그때 그 지관을 만나 묘를 옮긴 것도 그 정치인의 기운이 다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황 박사의 이야기는 이렇게 운명개척론과 숙명론 사이를 수시로 오갔다. 풍수를 공부하고 명당을 찾는 것은 인간의 노력으로 운을 바꾸기 위함일 텐데, ‘아무리 애써도 결국은 정해진 대로 흘러가게 돼 있다’니, 이건 명백한 숙명론 아닌가.
황 박사의 연구실은 오행 기운이 조화를 이루는 기장이다.
하반기 북한 급변 사태
그는 “사람의 기를 체크해보면 영혼이 맑은지 오염됐는지, 그래서 이 사람이 좋은 기운을 받을 것인지 아닌지 대번에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불쑥 “요즘 북한 쪽을 보면 부자(父子)가 다 썩 안 좋다”는 얘기를 꺼냈다.
“제가 기를 체크하고 내린 결론은 3대 세습은 안 된다는 겁니다.”
미래 예언이다.
▼ ‘부자’라는 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아들 김정은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들의 기를 어떻게 체크하셨다는 겁니까.
“아까 텔레파시 말씀드렸지요. 사람의 기운은 오고 갈 수 있습니다. 직접 대면하고 기운을 체크하는 게 가장 정확하지만, 집중력이 있으면 멀리 떨어진 사람의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처음엔 사진을 놓고 하고, 그 다음엔 이름을 써놓고 하고, 이렇게 훈련을 하다보면 점점 마음 집중도가 강해져서 집중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기운을 느낄 수 있지요.”
황 박사는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뒤부터 수시로 이들 부자의 기를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결론은 김 위원장이 올 하반기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아들로의 권력 승계는 어렵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북한의 권력은 어디로 가고, 남북관계는 어떻게 된다고 보는 겁니까.
“요새 급변사태 말이 많이 나오는데, 당장 북한이 무너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올 7~8월경부터 11월까지 집중적으로, ‘안보 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이 올 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이 강원도 철원이나 경기도 일원에서 뭘 좀 어떻게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 군사 도발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죠. 이번엔 섬이 아니라 내륙으로…. 그런 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럼 또 경우에 따라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때릴 수도 있을 겁니다.”
2004년 당시 그가 내놓았던 ‘핵 전쟁’ 예언의 재판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는 “핵 전쟁 기운은 당시의 천기누설을 통해 이미 상당부분 완화됐다. 지금 말하는 건 국지적인 충돌”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문제는 내년 초쯤 김정은이 축출당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정리될 겁니다. 이후 지금보다는 개혁적인 세력이 정권을 잡을 것 같습니다.”
그는 기 측정 방식으로 앞날을 내다보는 데 거침이 없었다. 이미 한 차례 ‘거짓 예언’ 소동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데 대한 조심스러움은 별로 없어 보였다.
“예전에는 송하비결의 자구를 그대로 믿고 해석했다면, 지금은 거기 나온 구절을 근거로 제가 우주의 기운을 직접 체크하거든요. 그 덕에 송하노인이 예언의 시기를 뒤바꿔놓았다는 것도 알게 된 거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미래는 천문과 인간 세상의 기운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정해놓은 큰 흐름은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지요.”
내친김에 당초 그가 2007년에 이뤄진다고 풀이했던 남북통일은 어떻게 되나 묻기로 했다. 이에 대해 황 박사는 “빨라도 2010년대 후반기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하늘에 금(金)의 기운이 강해 목(木)기가 강한 한반도의 시련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황 박사는 전 지구적인 자연재해도 이 금 기운의 영향으로 풀이했다.
“지금 우주가 금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요. 전체 기운의 90%가 금일 정도로 엄청나게 강합니다. 하늘의 기운이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치면 지상의 오행구조가 파괴돼 상극이 발생하고 변괴가 일어나지요.”
이런 기운은 201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바뀌어 2020년대가 되면 균형을 찾는다. 이때 한반도의 국운도 융성한다고 한다.
2040년 미중전쟁
“제가 천문을 조사한 바로는 그 무렵 중국에서 민주화 요구가 분출하고, 티베트 독립 등 소수 민족의 독립 문제가 불거질 겁니다. 이때 통일한국은 만주 같은, 우리의 고토(古土)를 회복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그럼 중국의 국제 사회 영향력이 감소하게 되는 건가요?
“당장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일부 민족이 독립한다고 해도 중국은 계속 미국과 함께 국제 사회의 양강 구도를 지키겠지요. 양국은 대립과 경쟁을 거듭하다 2039년 혹은 2040년쯤 패권 전쟁을 벌일 것 같습니다.”
그가 통일연구원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주제가 바로 미중관계다. 황 박사는 ‘중국의 G2 부상과 평화통일추진연구회’ 연구 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는 “학자로서 연구하고 분석하며 천문의 기운도 체크하고 있다. 장차 다가올 위기를 예상하고 돌파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풍수를 공부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생각과 맥이 닿는 것으로 보였다.
황 박사는 2012년으로 다가온 대선과 관련해서도 예언을 풀어놓았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하며 말을 아꼈다. 현재로서는 “지금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엔 대통령감이 없다”는 정도만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제가 ‘송하비결’을 만나 풀이하게 되고, 나아가 기와 풍수에 대해 공부하게 된 건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중 패권 갈등과 남북 분단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생존을 지킬 것인가, 한걸음 나아가서는 어떻게 통일을 이룰 것인가라는, 제 학문적인 관심사가 바로 ‘송하비결’의 내용이에요. 풍수와 기에 대해 공부하고 하나씩 비밀을 풀어갈수록 국제 정치를 공부한 제가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된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괴짜’라고 부르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예언을 이용해 혹세무민하려는 것이 아니기에 당당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국제 관계와 더불어 기 과학의 세계를 연구해갈 생각이다.
“기는 독자적인 운동 법칙을 갖고 특정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시간 변화에 따라 스스로 변동해나간다. 그러나 인간은 그 과학적 법칙성을 모르기 때문에 기의 변화무쌍한 역동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풍수는 신비한 탈을 벗고 실증성을 지닌 과학으로서, 기의 운동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자리매김돼야 한다.”
황 박사가 펴낸 풍수연구서 ‘삼원지리 풍수’의 서문이다. 이 학문의 길을 열어가는 게 사회과학자 겸 기 연구가 황 박사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