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 시계’‘왕들의 시계’란 별칭을 얻은 스위스 명품 시계 위블로는 요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고무소재 시곗줄, 세라믹, 텅스텐, 탄소섬유 등 최첨단 소재의 ‘퓨전 콘셉트’를 도입한 위블로 제품은 한 개에 수천만~수억원대.
- ‘유일함, 차별성, 최초’의 개념을 강조하는 CEO 장 클로드 비베아(Jean-Claude Biver) 는 2004년부터 회사를 이끌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위블로를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 지난 7월 초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CEO 프로그램인 OWP에서 열린 강연에서 비베아 사장은 “21세기에 살아남기 원한다면 사랑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며 나눔, 존중, 용서 등 사랑에 바탕을 둔 리더십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 그의 강연 전문을 녹취해 소개한다.
- 강연 일부는 IMD 홈페이지(www.imd.org/index.cfm)에서 확인할 수 있다.<편집자>
비베아 사장의 3대 윤리강령은 ‘나눔, 존중, 용서’다.
그런데 오늘 남자와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IMD) 도미닉 학장이 앞서 저를 소개할 때 제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이 경영과 윤리, 리더십, 성공 전략 등이라고 했는데요. 제가 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랑입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일상에서도 유일하게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사실 현대인은 대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이 지구상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이 부족한 이 상황에서 비극적인 것은 우리가 그것을 돈 주고 살 수 없다는 겁니다. 정말 끔찍하지 않습니까? 21세기에 살아남으려면 사랑의 가치를 다시 발견해야 합니다. 사랑의 정신을 갖고 행동해야 합니다.
사랑은 곧 나눔
저는 25년 전 마흔 살쯤 됐을 때 사랑을 철학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어려서는 교회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답니다. 다만 신은 사랑이다는 말, 신은 영원하다는 말만 기억합니다. 신이 사랑이고 영원하다면, 사랑도 영원한 거지요. 제가 앞서 여성들이 출산을 하기 때문에 강하다고 했는데요.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는 죽을 때까지 엄마의 사랑을 간직하고 살게 됩니다. 죽기 전까지 아이는 엄마에게서 받은 사랑을 결코 멈추지 않고 엄마에게 돌려주게 됩니다. 사실상 사랑은 영원한 것이지요. 사랑은 결코 아이를 떠나지 않습니다. 환상적이지 않아요? 우리 인간은 바로 사랑의 전파를 통해 살아남습니다.
사랑의 의미는 곧 나눔입니다. 만약 어느 날 여성이 사랑의 나눔을 원치 않게 되면 아이도 태어나지 못할 겁니다. 즉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나눔의 과정을 통해 태어나는 겁니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사랑을 받았고, 그것을 다른 이에게 나눠줄 수 있습니다. 얼마나 환상적이고 신비한 일입니까.(박수) 그래서 저는 여성을 존경합니다. 우리 남성은 그저 아버지가 되기를 바랄 뿐이지요.(웃음) 남성의 역할은 일부분이지만 여성의 역할은 핵심사항입니다. 여성은 언젠가 우리 사회, 우리 세기에도 그처럼 큰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하지요.
이제 저의 비즈니스 윤리로 돌아가볼까요? 저의 윤리는 사랑의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랑의 행동은 곧 나눔의 행동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나누지요? 여러분의 지식을 나누는 겁니다. 여러분의 의심도 나누세요. 그리고 여러분의 성공도 나누세요. 여러분의 실패도 나누세요. 그게 바로 나눔의 정신입니다. 그런 것을 나눠 가질 때 여러분은 부자가 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인데,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내부의 조화와 만족 측면에서 또 다른 학위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나눔은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어줍니다. 한번 해보세요. 금세 알게 될 겁니다. 저의 종교, 저의 윤리는 바로 나눔에서 시작합니다.
저는 저의 의심을 다른 직원들과 나눕니다. 저의 직원들은 저의 의심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의심은 비즈니스맨에겐 가장 좋은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의심하지 않는 비즈니스맨은 위험합니다. 의심하지 않는 사람과는 사귀지 마세요. 의심은 곧 친구이고, 자산입니다. 의심은 지속적으로 여러분의 전략과 행동을 재고하게 해줍니다.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의심이 작동하는지 작동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세요. 그래서 저는 저의 의심을 직원들과 나눠 갖습니다.
실패를 나누면 더 존경받아
저는 실패도 나눕니다.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숨기거나 나누지 않는 지도자는 최악입니다. 실패를 숨기는 사람은 조화로움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조화로움은 여러분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일 겁니다. 당신이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나누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얻기 때문에 그들이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실패를 나누면 당신은 존경받게 됩니다. 실수를 말하면 존경받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당신을 더 존경하게 됩니다. ‘실패를 나누었으니까 당신이 바로 나의 보스’라고 할 겁니다. 당신이 보스가 아니고 직급이 낮은 직원이라면 아마도 실수를 나누기를 두려워할 겁니다. 징계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러니 현명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나누고, 의심을 나누게 됩니다.
물론 지식도 나눠야 합니다. 무엇이든 다른 사람이 내가 행동하는 만큼, 내가 아는 만큼 알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혹시 자신이 리더십을 잃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거죠. 만약 나의 리더십이 단지 지식에 근거한 것이라면 나는 불쌍한 사람입니다. 내가 좀 더 많이 안다고 남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지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창의성과 혁신이 지식보다 훨씬 강력하다.’ 사실 지식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니까요. 책을 읽기만 하면 당신의 지식은 늘어납니다. 그러나 책에서 읽지 않은 것이라면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지 아나요? 이건 아주 다른 차원입니다. 지식도 나누고, 경험도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성공도 나눠야 합니다.
리더로서 당신은 팀의 성공을 나만의 것이라고 해선 안 됩니다. 성공이 당신만의 것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만약 성공이 당신만의 것이라고 고집한다면 당신은 외로운 사람이 될 겁니다. 바로 이 나눔의 철학이 저의 첫 번째 윤리적 행동 원칙입니다. 지난 25년 동안 저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이 나눔의 과정을 실행해왔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여러분은 아마 짐작하지 못할 겁니다. 이 철학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를 도왔는지 모릅니다. 여러분 주변의 사람들이 얼마나 당신을 돕느냐에 따라 당신은 그만큼 강해집니다. 사람들은 오직 당신이 이런 나눔의 정신을 실천할 때 가까이 와서 당신을 도울 겁니다.
협력업체를 존중하라
나의 두 번째 철학은 존중입니다. 내 사람을 존중하는 겁니다.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할 때 나도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따금씩 구매담당자들에게 조언하곤 합니다. 제발 협력업체 사람들을 잘못 다루지 말라고요. ‘내 사람’인 협력업체 사람들이 바로 최종 소비자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최종 소비자를 갖고 싶으면 좋은 협력업체를 만나야 합니다. 내가 협력업체를 나쁘게 취급하면, 그건 곧 최종 소비자를 나쁘게 취급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식품을 예로 들어볼까요? 치즈, 쇠고기, 어류 등 원재료의 품질이 식당 메뉴의 가격을 결정합니다. 요리사가 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요리사는 질이 떨어지는 고기에다 커리 소스를 잘 만들어 넣어 좋은 커리 맛을 내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야 참 고기가 맛이 좋군, 좋은 커리 맛이 나니까’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이건 선택입니다. 왜 아니겠어요. 선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까요. 이게 바로 존중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직원을 존중해야 합니다. 협력업체 직원을 존중해야 합니다. 고객을 존중해야 합니다. 존중은 곧 사랑의 행동입니다. 사랑이란 결국 존중이니까요.
위블로는 절대로 유명인에게 시계를 거저 주지 않습니다. 그들이 유명하다고 해서 거저 주면 그들은 시계를 사랑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게 됩니다. 그들은 수많은 선물을 받고 있고, 시계도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니까요. 테니스의 대제전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에서 본 일인데요. 어느 유명한 선수가 탈의실에서 값비싼 시계를 내버려두고 나간 걸 봤어요. 그는 승리할 때마다 그런 선물을 받으니까 시계에 대해 별다른 애정을 갖지 않은 거지요. 그는 ‘누군가 가져가면 그 사람이 행복하겠지요’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 저는 행복하지 않더군요. 아무리 유명한 이라도 우리 시계는 돈 주고 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할인 없이 제값을 주고. 그래야 그들이 시계를 사랑할 테니까요.(웃음)
우리 회사의 세 번째 윤리 강령은 용서입니다. 이건 정말 실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반드시 실행해야 합니다. 실수를 용납하는 것. 만약 당신이 보스인데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역동적인 팀의 보스 자질이 없는 겁니다. 역동적인 팀,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 비전을 가진 사람들은 실수를 해야 합니다. 실수가 없으면 비전이 없고, 역동성이 없으며, 미래가 없습니다. 실수는 인간에게 속하는 일입니다. 소는 태어나서 3분 만에 네 다리로 걸을 수 있어요. 인간은 태어나서 걸으려면 11개월이나 걸립니다. 그동안 아이들은 계속 시도하고, 실패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충분한 실패의 경험이 뇌에 축적되고 나면 어느 날 갑자기 두 다리로 설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실패 덕분입니다. 실패 없이는 성공도 없습니다. 실패는 바로 성공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그러니 직원을 고용할 때 그들의 이력서에서 몇 번이나 실패했는지를 살펴보세요. 실패가 많을수록 더 좋은 경력자인 겁니다.(웃음) 이건 진실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일화 가운데 이런 게 있습니다. 어느 스위스 언론인이 ‘남은 생애에 당신 자신을 위해 무엇을 소망하시나요?’라고 좀 엉뚱한 질문을 했답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 가지를 소원합니다. 첫째는 남은 생애에 더 많은 실패를 거듭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 언론인은 ‘뭐라고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요’라고 말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다시 이렇게 말했어요. ‘좀 더 들어봐요. 내가 두 가지 소원이 있다고 했는데요. 두 번째 소원은 내가 저지르는 모든 실수가 헛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겁니다. 내가 실수를 많이 저지르면 적극적으로 되고, 그것은 곧 현명해진다는 겁니다. 그러니 저는 남은 생애에 점점 더 활동적이고 현명해질 수 있을 겁니다.’
젊음과 늙음을 나누는 잣대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활동성입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대개 활동적이지 않습니다. 젊다는 것은 활동적이라는 말과 같지요. 뇌는 우리 신체 가운데 가장 강한 부분 중 한 곳인데요. 몸의 다른 부분은 늙어가더라도 뇌와 가슴은 활동성을 유지할 수 있어요. 젊다는 것은 사랑할 수 있고, 활동적이라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이 사랑을 나눠주고 활동적이라면 여러분은 절대 늙지 않을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왼쪽)가 8월23일 위블로와 함께 한국의 육상 꿈나무를 후원하는 행사에 참가했다.
실수하는 사람에게 1000프랑 보너스
한때 우리 회사에선 실수하는 사람에게 1000스위스프랑(약 123만원)의 보너스를 줬어요.(웃음) 실수한 사람 6,7명을 한데 불러 모아 이러이러한 실수를 했으니 당신들은 1000스위스프랑을 보너스로 준다고 하자 실수하지 않은 직원들이 ‘그럼 우린 뭐냐’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뭐 좀 기다려봐요. 다음엔 당신 차례가 될 테니.’(웃음)
여러분(리더)은 용서할 줄 아는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용서는 필수적인 자질입니다. 우리 회사의 윤리적 행동은 이런 세 가지 기본적인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나눠야 하고, 존중하고, 용서해야 합니다. 고맙게도, 제 개인적 삶에서도 저는 같은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제 아이 화장실 유리에 ‘나누다, 존중하다, 용서하다(Partager, Respecter, Par-donner)’이 세 단어를 프랑스어로 적어놓았습니다.(스위스는 프랑스어와 독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고, 위블로 본사가 있는 제네바는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이다-편집자) 그러자 그 아이가 ‘아빠는 PRP 정당을 만들어야겠어요’라고 하더군요.(웃음) 저는 이 세 가지 철학을 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저는 제 삶에서나 비즈니스에서나 같은 행동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여러분도 이처럼 행동하시면 마음에 행복을 찾을 겁니다. 행복을 넘어 여러분 내부에서, 가슴에서, 의식에서, 영혼의 조화를 이루게 될 겁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더욱 더 강해질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강인함을 갖추게 될 겁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눈이나 머리 등 몸에서 일종의 파장이 밖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사람들은 눈으로 볼 수 없지요. 그러나 여러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계(視界)를 갖게 될 겁니다. 그것이 바로 최종 성공입니다. 이런 ‘시계’를 여러분의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모여들고, 여러분에게 충고를 하고, 도움을 주고, 성공을 이루게 해주는 겁니다.
물론 성공은 여러분이 살아 있는 동안에 모두 측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매번 성공이 순간순간 하나의 드라마처럼 연속적으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성폭행 미수 사건으로) 한순간에 운명이 뒤바뀌었지요. 그건 그나 그 여성에겐 비극이었습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이 가운데 한 명인 그가 한순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도 그런 순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진정한 성공 여부는 여러분이 죽은 뒤에야 가려지는 겁니다. 이 말은 여러분이 매일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매일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됩니다.
(비베아 사장은 40여 분의 ‘짧지만 열정적인’ 강연을 마무리한 뒤 10여 분간 청중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청중과 비베아 사장의 일문일답.)
우정이 만든 히트 광고
▼ 훌륭한 강연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랑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나요?
“내 방식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의 문제인데요. 물론 내 방식만 옳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회사는 시계회사입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회사 시계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25억원이 넘는 시계도 있습니다. 저는 다른 종교를 모두 받아들이는 불교도처럼 아주 개방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저와 다른 방식의 행동을 해도 저는 그를 존중합니다. 제 방식만이 옳을 수는 없어요. 다만 제 방식이 잘못됐다고 다른 사람이 입증하기 전까지는 제 방식이 옳다고 믿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제 팀의 일원이라면 제 방식을 따르는 게 더 편하겠지요?(웃음)”
강도를 만나 위블로 시계를 빼앗기고 폭행당한 F1 CEO 버니 에클레스턴의 사진을 광고에 사용해 관심을 모았던 위블로 광고.
“우리는 무엇이든 정통적이고 인간적 방식을 고수합니다. 우리는 인간을 존중하고 나누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버니가 강도를 만나 눈 부위를 얻어맞고 시계를 빼앗기는 사고를 당했을 때 우리는 그에게 먼저 꽃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5일쯤 뒤 우리 마케팅 책임자 발레리가 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가 샀던 것과 같은 제품으로 새것을 보내줬습니다. 그때 발레리가 다 회복되지 않은 그의 부은 얼굴을 보고 걱정을 하자 그가 광고에 나온 그 사진을 보여줬어요. 너무나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버니가 발레리에게 ‘이 사진을 사용하려면 사용해도 돼요’라고 했습니다. 발레리가 그 말을 듣고 저에게 전화해서 그 말을 전했습니다. 저는 ‘뭐라고요?’라고 되물었죠. 그러자 발레리가 자신이 요청한 게 아니고 버니 회장이 먼저 사용하라고 했다는 겁니다.(웃음) 그래서 그녀에게 ‘버니 회장이 그 사진을 광고에 사용해도 된다고 하느냐’고 다시 물어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버니 회장이 ‘위블로 때문에 사람들이 어떤 짓을 하려는지 보세요(See what people will do for a Hublot)’라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넣어 만든 광고를 보니 사실 별로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다친 사람의 얼굴 사진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광고에 사용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 소셜네트워크 담당 팀에게 신문광고가 나오기 2주 전에 위블로가 그 사진을 광고에 사용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그 소식이 삽시간에 퍼져서 따로 광고할 필요도 없을 만큼 화제가 되었습니다(웃음). 그래도 예정됐던 ‘파이낸셜 타임스’와 ‘헤럴드 트리뷴’에는 광고를 했지요. 버니 회장도 용기를 보여줬다고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들었고, 그 광고를 좋아했습니다. 시계회사의 광고 사상 아마도 가장 성공적인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바로 우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비즈니스와는 좀 무관한 이야기가 되겠는데요. 당신의 철학을 듣다보니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당신은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고 믿나요?
“글쎄요. 그 문제에 대해선 아직 공부중입니다.(웃음)”
브랜드 메시지는 팀장에게서 나와
▼ 전 홍콩에서 왔는데요. 당신의 통찰력과 영감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세 가지 강령은 전세계 모든 문화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사랑에 기초한 이 세 가지 강령은 모든 문화에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야말로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니까요.”
▼ 열정적인 강연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왔는데요. 이슬람 학자가 최근에 ‘신은 많은 문을 갖고 있는데, 가장 큰 문이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가족형 기업에서도 특정한 기업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이 회사를 만든 저희 할아버지는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지혜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신에게도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정말 행복합니다. 저는 당신의 형제입니다. 왜냐하면 중동 지역에 갈 때마다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낍니다. 저는 중동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중동의 색깔, 열기, 냄새, 사람, 음식, 음악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모든 종교에 개방적이며, 당신의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 당신의 통찰을 나눠줘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지식을 경쟁자가 알게 되면 당신의 이점이 경쟁자의 이점이 될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다.(웃음) 절대 그렇지 않아요. 경쟁자와 나눔에 대해서 전 걱정하지 않습니다. 경쟁자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그들과 비교해서 최고가 되고, 유일하며, 차별성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내가 최고가 되고, 유일하고, 차별성 있는 한 저는 기꺼이 경쟁자와 나눌 것입니다.(웃음)”
▼ 사랑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힘이라는 당신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저는 이전 회사의 연례 포럼에서 ‘사랑은 곧 힘이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그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뻔했습니다.(웃음)
“그 직장을 그만두기를 잘했네요.(웃음) 당신에게 적합한 직장이 아니었던 겁니다.”
▼ 당신의 비즈니스는 명품 시계를 파는 겁니다. 그 비즈니스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자동차 업종 같은 곳에는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아직 사랑의 강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은 것 같은데요.
“다른 업종은 경쟁이 덜하고, 쉽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 같습니다. 만약 당신이 어느 날 시계 업종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면 그곳이 자동차 시장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함을 알게 될 겁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윤리 강령은 팀장 등 리더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팀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에게서 브랜드 메시지가 나와야 합니다. 모든 브랜드는 철학이 있고, 메시지가 있습니다. 브랜드는 살아 있는 사람과 같습니다. 브랜드도 영혼이 있습니다. 기업에서 영혼을 담당하는 한 사람, 종교로 치면 가톨릭의 교황처럼 그 그룹의 최고 지도자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 리더가 실행하고자 하는 철학이 있으면 그 회사의 브랜드도 철학을 갖게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