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는 창간 70주년을 기념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김대통령은 날씨얘기로 말문을 연 뒤 “우리나라는 봄하고 가을 날씨가 제일 좋은데 아쉽게도 너무 짧다”며 계절의 빠른 변화를 아쉬워했다.
김대통령은 정치·경제·남북문제·차기 대선 등 여러 분야의 현안에 대해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특히 최근 정치권의 쟁점이 되고 있는 6·25전쟁 관련 발언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친북정권’ 논란에 대해서는 “어이가 없다” “왜 그런 것을 문제삼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민의 실망과 비판이 이렇게 계속되어서는 야당이나 여당을 떠나 정치권 전체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평소 ‘위기’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던 김대통령이 현재의 여야 대치국면을 “정치권 전체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김대통령은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의 자격에 대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지식기반경제와 남북화해협력에 대한 비전과 소신이 필수적”이라고 전제한 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당선 가능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0월11일 오후 3시30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있었고 편집 마감전에 보충질문의 기회도 가졌다. 인터뷰에는 민병욱 출판국장 대우 부국장, 황의봉 신동아편집장이 동석했다.
“거국내각 생각해본 적 없어”
―최근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 사이의 연대 움직임이 화제입니다. 이를 두고 정계개편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도 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고 또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는 1년 반 후면 물러날 사람입니다. 내가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경제를 포함해 국내정치를 잘해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선거를 공정하게 치러, 항상 말해온 대로 다음 대통령선거가 역사상 가장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야관계가 요즘처럼 경색돼서는 앞으로 1년 반 남은 임기동안 대통령께서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을 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 동안 소수여당으로도 이 정권에서 참 많은 개혁을 했습니다. 인권관계 법률도 만들었고 4대 개혁도 했고요. 물론 해야 할 일을 다 못한 것도 있습니다. 어디 욕심대로 되겠습니까? 지난번 선거에서 과반수 얻으면 더 좀 하려고 했는데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해서 안 됐으니 현실을 수용해야죠. 결국 소수 여당으로서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야당의 협력을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야당도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당한 일은 지지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국민의 실망과 비판이 계속되어서는 야당이나 여당 할 것 없이 정치 전체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당과 야당이 나라문제를 놓고 겸허하게 생각하면서 서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동원 장관 해임안 문제로 자민련과의 공조가 파기되었습니다. 내년의 지자제선거나 대선과 관련해 자민련과의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공조가 파기된 데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민련과는 야당시절부터 공조를 이루어왔고 또 양당이 힘을 합쳐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키고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등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던 만큼 앞으로도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내년 지자제선거나 대선 공조와 관련한 구체적인 전망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번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정한 선거관리를 말씀하셨는데, 그 발언 이후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거국내각 구성이라든지 대통령의 당적(黨籍)이탈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무슨 구체적인 얘기를 한 게 아니고 원론을 얘기한 겁니다. 세계 각국을 보더라도 공명선거를 하는 나라에서 집권자가 반드시 당적을 이탈한 것은 아니잖아요. 국민들의 공명선거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집권자의 강한 의지, 이 둘이 맞물리고 언론계 여러분들이 감시를 잘 하면 공명선거가 되는 것 아닙니까?”
―거국내각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민주당 내부문제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동교동계 해체론 등 당의 정체성이랄지 주도세력 또는 중심세력을 두고 민주당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데요.
“나는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당원들의 판단과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운영되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룹도 있고…. 정당이란 그러기 마련입니다. 당의 기본철학, 다시 말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 이 세 가지 기본철학을 중심으로, 우리 국가가 나아가야 할 지식기반경제와 남북간의 평화협력문제, 이런 방향에 소신을 같이하면서, 그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토론도 하고 설득도 해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민주당이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창당 당시의 정신 그대로, 국민을 위해 더 열심히 헌신 봉사해 나간다면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민주당 내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자 노력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갖고 있는 분, 산업화를 위해 성실히 노력했던 분, 그리고 전문적인 소양을 갖고 있는 젊고 패기 있는 분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함께 단결해서 노력해 나간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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