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3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왼쪽)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의 최고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이 9월7일부터 11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7년 만에 베이징을 찾아갔던 탄 슈웨 장군의 방문 목적은 11월7일 실시 예정인 총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탄 슈웨 장군은 그동안 미얀마 군정을 지원해온 중국에 총선 이후 출범할 미얀마 민간정부와도 밀월 관계를 더욱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탄 슈웨 장군이 이끌고 있는 미얀마 군정은 1988년 집권 이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에 대한 가택연금을 비롯해 민주화운동 세력과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는 등 철권통치를 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미얀마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해왔으나,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미얀마 군정은 지금까지 끄떡없이 버텨왔다. 중국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얀마 서부 시트웨항에서 중국 윈난성 성도 쿤밍(昆明)을 연결하는 2380㎞ 길이의 송유관과 천연가스관 건설 공사를 따내는 등 각종 경제적 이익을 얻어냈다. 2013년 이 파이프라인이 완공되면 중국은 말라카 해협을 완전히 우회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이미 미얀마를 통해 인도양 접근권을 확보했으며, 미얀마 영토인 일부 섬에도 군사기지를 건설, 레이더 등을 배치하고 있다.
대국굴기의 속셈
중국인은 항상 중화(中華·Middle Kingdom)주의를 자랑스럽게 내세워왔다. 중화주의는 화이(華夷)사상에서 출발했다. 중원 대륙의 왕조만 문명화한 중화국(中華國)이고, 주변국은 미개한 이적(夷狄)의 나라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사상이다. 중국 역대 황제는 하늘의 아들인 천자(天子)라고 했고, 나라가 아닌 천하(天下)를 다스린다고 말해왔다. 중국 역대 왕조는 현대적으로 볼 때 제국이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제1차 아편전쟁(1840~42)에서 패배하기 이전까지는 아시아의 유일한 초강대국이었다.
중국은 현재 공식 국호인 중화인민공화국의 약자나 준말이 아니다. 이미 기원전 7세기 주나라 시대 문헌에서부터 중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중국이 중화제국을 지칭하게 된 것은 춘추전국시대와 진나라 시대를 거쳐 한나라 시대부터 시작됐다. 이후 중국의 역대 왕조는 주변국들과 주종관계를 맺고 조공(朝貢)을 받아왔다. 중국의 역사교과서가 중국 역대 왕조에 조공하고 책봉을 받은 아시아 국가들을 지방정권이라고 부르면서 마치 식민지처럼 기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편전쟁 이전에 조선, 류큐(琉球), 베트남 등이 중국과 조공-책봉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중국을 종주국이라고 불렀다. 중국은 주변국들을 관리하면서 안전을 보장해주었고, 주변국들은 사신을 보내 특산물을 바치면서 중국의 앞선 문물을 수입했다. 아편전쟁에서 서구에 패배한 이후 청나라의 몰락과 함께 중화제국은 서구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됐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내몰린 것이다. 중국인들이 1842년(아편전쟁 패배와 불평등조약 체결)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1949년까지를 굴욕의 세기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