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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사이버 전력을 키우기 위해 조기 영재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의 중학교 초년생 중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평양의 금성 1, 2중학교에 모아 컴퓨터 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이들은 연간 500시간에 달하는 컴퓨터 전문교육을 받는다. 우리나라 대학 컴퓨터 전공학과의 평균 교육시간은 연 300시간 안팎이다. 이들은 중학교 때 이미 소프트웨어(SW) 개발과 해킹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습득한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모아 지휘자동화대학에 입학시켜 특별관리한다. 지휘자동화대학은 김정일의 특별지시로 만들어진 군 총참모부 산하 교육기관이다. 평양시 미림동에 있어 ‘미림대학’ ‘김일정치군사대학’ ‘144군부대’로 불리기도 한다. 정규과정(5년제 학부)과 연구과정(3년제 대학원)을 통해 지휘자동화, 프로그래밍, 컴퓨터공학 등을 배운다. 졸업 후에는 군 정찰총국 산하 해킹전문부대에 배치된다.
이 밖에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모란봉대학 등에서도 전문기술을 가르친다. 속칭 223연락소로 불리는 모란봉대학은 당 작전부 산하 교육기관으로, 각 도의 제1고등 중학교 우수 졸업자 중에서 선발된다. 3년간 컴퓨터 프로그램·해킹 기술을 교육받은 후 당 작전부 내 해킹전문부서에 배치된다.
미림대학 출신인 장세율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에 따르면 사이버 전문인력이 되기 위한 경쟁은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다고 한다. 그만큼 금전적 보상이 좋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들에게 평양에 거주하도록 하고 고급 주택을 제공하는가 하면 많은 급여를 준다. 외국으로 나갈 기회가 많은 것도 매력적인 조건이다. 군사기술대표단으로 한 번만 해외 연수를 나갔다 와도 갖가지 외국산 물품을 사 와 돈벌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남 사이버테러에 성공하면 영웅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최고사령관 별동대’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는 북한 초등학생들. 해커를 의미하는 ‘전자전사’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북한 사이버 전력의 핵심은 2009년 창설돼 군 정찰총국에서 운영하는 전자정찰국(사이버지도국, 121국)이다. 다른 나라의 컴퓨터망에 침입해 비밀자료를 해킹하고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사이버전 전담 부대(일명 전자전부대)다. 김정은이 이 조직을 일러 ‘최고사령관의 별동대’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김정은이 “이곳을 세계 최정예의 정보전부대로 육성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시설, 장비, 기재를 최신으로 갖추고, 부대원에 대한 처우도 더욱 좋아졌다고 한다.
전자정찰국 창설을 계기로 북한의 사이버 전력은 비약적으로 강화됐다. 이전까지 자료 절취 목적의 홈페이지 해킹, e메일 공격 등 낮은 수준의 공격을 했다면, 이때부터 공격기술이 고도화해 이용자가 많은 채팅(IRC), 자료공유(P2P) 사이트 등을 활용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2009년 7·7 디도스 공격, 2011년 3·4 디도스 공격, 그리고 지난 3·20 전산망 대란도 모두 이곳 소행이다.
프로그램 하도급업체 위장
전자정찰국엔 3000명 이상의 정예 사이버 요원이 활동하고 있다. 해커부대인 ‘91소’, 심리전을 기획하는 ‘31소’와 ‘32소’, 정치·경제·사회기관 해킹을 전담하는 ‘자료조사실’, 군사기관을 주로 공격하는 ‘기술정찰조’ 등 5개 부대로 나뉘어 있다.
전자정찰국 외에 기술정찰국 110연구소, 국방과학원 121 자동화연구소, 노동당 산하의 통일전선부, 능라도정보센터, 내각 산하 KCC, PIC 등도 사이버 대남 침투·심리전 등 특수 임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전문 인력 가운데 1000명 이상이 해외로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 활동지역은 중국을 중심으로 동남아(라오스·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유럽 등 광범위하다. 이들은 주로 학습용 소프트웨어 회사, 애니메이션 제작사, 무역회사 같은 IT 조직으로 위장해 활동하고 있다. 3∼30명의 조직단위로 활동하는데 프로그램 개발, 해킹, 암호, 그래픽디자인 등으로 전문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이들은 평소엔 소프트웨어 하도급 작업 등으로 외화벌이를 하다 작전명령이 떨어지면 해커 활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