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호

‘이명박 시대’ 재계·금융계 新실세

동지상고, 고려대 경영학과, 현대건설 출신 MB 인맥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08-03-07 10:5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맏사위 이상주, 삼성화재 법무담당 상무
    • 롯데그룹, 호텔부문 총괄사장 신설해 승진인사
    • 이내흔, 김호일, 김병훈…막강 현대건설 파워
    • 금융권은 벌써 동지상고 전성시대?
    • 대조적인 MB 사돈家 LG와 효성의 고려대 인맥
    • “MB는 인맥보다 능력”…학맥은 없다?
    ‘이명박 시대’ 재계·금융계 新실세
    정권이 바뀌면 많은 것이 바뀐다. 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새 정권 아래서 더욱 성장하기 위해, 아니 최소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 권력에 줄을 대려 애쓴다. 경험상 권력과의 친분은 어떻게든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 정권에 줄을 대려는 시도는 곧 인사로 나타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지난 연말부터 올초까지 이뤄진 대기업 인사는 눈길을 끈다. 여기엔 각 기업의 새해 사업전략이 담겨 있기도 하지만, 새 정권을 염두에 둔 ‘코드 인사’도 포함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MB) 정부에 줄이 닿을 수 있는 기업 실세들은 누구일까. 아무래도 MB 학맥인 동지상고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 그리고 MB가 몸담았던 현대건설 출신 인사들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 모두를 ‘MB 인맥’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그중엔 아직 MB의 얼굴 한번 못 본 사람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MB를 잘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MB는 학연이나 지연보다는 일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동문이라는 것만으로 특혜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은 여전히 인맥이 이끌고 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은 ‘작은 청와대’?

    대표적인 실세집단으로 떠오른 것은 고려대 경영학과(상과) 출신들일 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재계에서 큰 힘을 발휘해왔는데, MB의 집권으로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계 오너들 가운데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 많다. 김윤 삼양사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의선 기아차 사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대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고려대 교우회장인 천신일(65)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경영학과 출신은 아니지만 ‘최측근 6인’으로 손꼽힐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MB시대 실세다. 일찍부터 MB에게 적극적인 조력자 노릇을 해왔으며, 명절이나 기념일에 MB와 가족끼리 식사를 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동지상고 출신의 재계 오너로는 황인찬 대아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다. 대아그룹은 성원여객, 대아고속훼리, 경주CC, 대아금고, 경북일보 등 1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경북지역 최대 기업이다.

    전문경영인으로는 MB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인 장경작(65) 롯데호텔 사장을 들 수 있다. MB는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순간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머물며 구상을 가다듬었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이곳을 애용해 ‘롯데호텔은 작은 청와대’란 말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장 사장의 위상도 함께 올라갔다. 이를 입증하듯 그는 2월12일 인사에서 롯데그룹 호텔부문 총괄사장에 올랐다.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등을 총괄하는 이 자리는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현대는 오늘의 MB를 있게 한 제2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현대건설에서 그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대부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몇몇은 아직 남아 있다. ‘범(汎)현대가’로 분류되는 성우그룹 김호일(63) 부회장이 그런 경우다. 현대시멘트 부회장 겸 성우종합건설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 부회장은 1970년 현대건설에 입사했고 1982년부터는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에 근무, 20년 가까이 MB를 보좌했다. 현대전자에서 분리된 현대통신을 이끌고 있는 이내흔(71) 회장도 나이는 MB보다 위지만 현대건설 시절 20년 넘게 MB를 모셨다. MB의 뒤를 이어 현대건설 사장에 올랐을 만큼 서로 손발이 잘 맞았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 이 인연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대통신이 ‘MB 수혜주’로 떠올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명박 시대’ 재계·금융계 新실세

    롯데그룹 호텔부문 총괄사장 장경작, 현대통신 회장 이내흔, 성우그룹 부회장 김호일, 현대택배 사장 김병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에서는 2004년부터 현대택배를 이끌고 있는 김병훈(59) 사장이 눈에 띈다. 김 사장은 고려대 산업공학과 출신이지만, 1979년 6월부터 현대건설에 근무하면서 10년 동안 MB를 모신 적이 있다. 지난 1월1일자로 현대해상 대표이사에 오른 이철영(58) 경영총괄 사장은 MB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다. 현대해상에서 자동차보험, 재무관리, 경영기획 부문 임원을 지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말 부회장 4명, 사장 7명을 포함해 대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했지만 특별한 MB 인맥이 눈에 띄지 않는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최재국(60) 현대차 사장과 고려대 경영학과 석사 출신의 해외 영업통 김용환(52) 현대차 사장의 유임이 눈에 띌 정도.

    현대중공업은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지난해 대선 때 MB를 지지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한 데 이어 당 최고위원으로 선임되면서 그 세(勢)가 부각됐다. 조선업계 호황으로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12일 예년의 2배 수준인 85명의 임원급 인사를 단행했다. 고려대 출신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반면 동지상고 출신인 석경오 상무의 전무 승진이 눈길을 끈다. 그는 서울사무소 상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MB 얼굴도 본 적 없다”

    삼성은 특검 문제 등으로 당초 1월초로 예정돼 있던 인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기존 임원진을 살펴보면 우선 이학수(62)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이 눈에 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상고 출신이면서 MB의 고려대 상대 5년 후배다. MB의 동지상고 후배인 김능수(53) 삼성BP화학 전무는 신세계 경리과 사원으로 입사해 삼성엔지니어링 재무담당 이사, 경영지원실장(상무)을 거쳤다.

    배정충(63) 삼성생명 부회장, 김인(59) 삼성SDS 사장, 황태선(60) 삼성화재 사장, 이현봉(59) 삼성전자 서남아총괄 사장, 양해경(60) 삼성전자 구주전략본부 사장, 배석용(58) 삼성중공업 부사장 등도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다. 이외에도 고려대 후배로 사학과 출신의 김징완(62) 삼성중공업 사장, 정외과를 나온 이상대(61) 삼성물산 사장이 있다. 삼성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통인 이상대 사장은 2006년부터 삼성물산(건설·상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삼성그룹 전략기획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고려대 물리학과 출신인 신성태 삼성전자 LCD총괄사업부 액정OLED 연구팀장 상무는 고려대 교수와 기획홍보처장을 역임하다 2007년에 영입됐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MB를 한번 만난 적도 없다”며 ‘MB 인맥’으로 분류되는 것을 꺼렸다.

    삼성화재 이상주(38) 법무담당 상무는 MB의 장녀 주연씨와 결혼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상무는 1993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산지검, 수원지검에서 근무하다 2004년 삼성화재 상무보로 옮겼다 지난해 1월 상무로 승진했다.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 자신이 고려대 출신인 SK그룹엔 적지 않은 고려대 인맥이 자리 잡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자율·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CIC(Company In Company·회사 내 회사)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를 4개 파트로 나눠 각 CEO가 책임경영토록 한 것. 그 가운데 ‘젊은 피’ 2명이 고려대 출신이다. MB가 강조한 해외자원개발 등 글로벌 사업 등을 담당하는 R&C (Resource & Chemicals)의 유정준(46)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인사·재무·법무·홍보 등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CMS(Corporate Management Service)의 김준호(51) 사장은 고려대 법대 출신이다. SK에너지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승진한 한치우(58)씨도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SK네트웍스 경영서비스컴퍼니 부문 사장으로 승진한 조기행(59) 사장과 SK인천정유에서 SK텔레콤 CFO(재무지원실장)로 인사 이동한 이규빈(55) 전무도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2005년부터 SK해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정화 사장(55)과 그룹 기업문화실에서 그룹홍보실장으로 이동한 권오용(53) 전무는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SK가스 대표이사로 승진한 김치형(58) 사장은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2006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1년 만에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다시 1년 만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사돈기업 LG, 효성 인맥

    ‘이명박 시대’ 재계·금융계 新실세

    현대차 사장 최재국, 삼성생명 부회장 배정충, LS그룹 전무 이철우(왼쪽부터 차례로)

    LG그룹은 MB와 사돈관계다. LG투자벤처 구본천 사장이 MB의 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사위다. 하지만 지난 LG그룹 고위 임원 인사에서는 고려대 출신이 드물었다. 김반석(59) LG화학 대표, 남용(60) LG전자 대표, 강유식(60) (주)LG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 부회장 3명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는 인화원 성원규 부사장과 안명규(60) LG전자 북미지역총괄사장이 눈에 띌 정도다. 그밖에 지난해 승진한 김영섭(49) LGCNS 경영관리본부 부사장과 이춘근(47) LG경제연구원 인사조직그룹장(상무)이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GS그룹에선 김갑열 GS건설 사장과 나완배 GS칼텍스 정유영업본부 부사장, LS그룹에선 지원본부장 겸 CFO로 승진한 이철우(51) 전무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LS전선에서는 이 전무의 승진에 대해 “구자열 부회장의 경영철학인 철저한 성과주의에 따른 인사였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LS산전에선 경영지원본부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에서 승진한 한재훈(57) 부사장이 고려대 통계학과 출신이다.

    LS그룹의 MB 인맥으로 눈에 띄는 이는 손기락 전 LS산전 고문이다. MB의 동지상고 동문인 그는 2001년 LG산전 대표이사(부회장)에서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2003년 LGCNS 컨소시엄이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만들어진 서울스마트카드(일명 T-money) 부회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서울시장이 MB였다. 그는 이 회사 부회장, 회장을 거쳐 현재는 명예회장으로 있다. 2006년 LS산전 고문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그룹경영진과 교분을 유지한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귀띔.

    MB의 막내딸 수연씨의 남편은 조현범(36) 한국타이어 부사장이다. 조 부사장의 부친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동생. 역시 MB의 사돈 집안이지만 LG와 달리 효성그룹은 지난 인사에서 7명이 전무로 승진했는데 그중 3명이 고려대 출신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진수(56) 전력PU 전력영업담당 전무는 전기공학과, 박철한(54) 노틸러스효성PU 수출2본부장(전무, 중국담당)은 전산학과, 백흥건(56) 미국 피츠버그법인장(전무)은 무역학과를 나왔다.

    금융권 ‘코드 인사’

    ‘이명박 시대’ 재계·금융계 新실세

    서울스마트카드 명예회장 손기락(좌), 하나종합금융그룹 회장 김승유(우)

    대림그룹은 지난해 12월23일 대림산업 최재신(55) 관리본부 부사장을 고려개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고려대 공업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1981년 대림산업에 입사해 1997년 자금담당부 담당 이사대우에 올랐다. 이후 건설사업부 담당상무, 전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일해왔다.

    올 1월 (주)두산 사장으로 승진한 이태희(56) 사장도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1977년 두산건설에 입사한 그는 1996년 두산건설 이사, 1999년 (주)두산 상무, 2003년 (주)두산 부사장을 거쳤다. 두산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우수인재들을 전진배치한 것일 뿐 고대 인맥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두산메카텍 대표이사 김상인(55) 부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두산중공업 원자력BG장 김태우(61) 부사장은 고려대 기계공학과 출신이고, 황인진 두산산업개발 부사장은 고려대 건축학과 출신이다.

    이 외에 오뚜기 대표이사 강신국(66) 사장, 이장운 삼양사 무역BV장 상무, 코리아나화장품 유상옥 회장의 사위로 최근 마케팅 영업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한 김태준 사장이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동지상고 출신의 임원들도 눈에 띈다. 우선 MB의 1년 후배인 박해철(66) 성우그룹 현대시멘트 부사장이 있다. 그는 1998년부터 현대시멘트 영월공장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성욱(50)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은 MB보다 17세 연하의 까마득한 후배지만 역시 동지상고 출신의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새 정부에서 진행될 하이닉스 매각과정에 그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명박 시대’ 재계·금융계 新실세

    세중나모여행 사장 천신일(좌), SK에너지 사장 유정준(우)

    연말연초 대기업들의 인사를 살펴보면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의 고위직 승진이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서울대 상대, 연세대 상대에 비해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생 숫자가 적기 때문일 뿐, 임원진 전체를 놓고 보면 결코 작은 포지션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대기업에 비해 MB를 의식한 ‘코드 인사’가 눈에 두드러지는 곳은 금융계다. 재계보다는 금융계가 아무래도 정권의 영향을 더 의식하기 때문인 듯하다.

    대선 다음날인 지난해 12월20일 단행된 신한은행 임원 인사에선 임기가 만료된 6명의 현직 부행장이 모두 퇴진했지만, 이휴원(55) 투자은행(IB) 그룹담당 부행장은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신한은행 측은 “IB사업의 연속성을 고려한 인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은행권 안팎에선 “MB를 고려한 인사”라는 뒷말이 흘러나온다. 이 부행장은 MB의 동지상고 9년 후배다. 금융권 동지상고 출신 전성시대의 서막을 연 셈이다. 이 부행장은 연임 이후 지인들에게 “MB가 서울시장 시절, 시 은행금고 유치 건으로 한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 MB 덕분에 연임됐다는 얘기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동지상고 대약진

    ‘이명박 시대’ 재계·금융계 新실세

    농협중앙회 회장 최원병, SK네트웍스 사장 조기행, 미래에셋 회장 박현주(왼쪽부터 차례로)

    뒤이은 우리은행 인사에서도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창식(53) 전 구로금천영업본부장이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부산상고 출신인 선환규 개인고객2본부장은 8개월 만에 옷을 벗었다. 우리투자증권 (주)WM사업부장 겸 영업전략담당으로 승진한 성건웅(50) 전무 역시 고려대 회계학과 출신이다.

    장지활(56) SC제일은행 상무는 동지상고 출신이다. 2005년 8월 상무로 승진한 그는 비록 올해 초 인사에서 승진이 누락됐지만 앞으로 중용이 점쳐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12월27일 MB의 동지상고 5년 후배인 최원병 전 안강농협조합장을 회장으로 선출했다.

    부산상고 출신으로 노무현 정권 출범 초기인 2003년 6월부터 현대증권을 이끌어오던 김지완 사장이 지난해 12월26일 임기를 1년5개월여 앞두고 사표를 제출했다. 김 사장은 노련한 경영으로 현대증권의 경영정상화와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그의 퇴임이 “건강상 이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역할을 다 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건강상 이유로 물러났다는 그가 곧바로 하나대투증권 CEO로 선임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동안 현대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친정부 성향의 증권업계 인사가 차지했다. 따라서 금융계에선 공석인 사장에 MB의 현대건설 시절 비서실장 출신인 노치용 현 부사장의 승진 기용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2005년 1월 전무에 오른 데 이어 2007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증권은 “대표이사 인선과 관련 아직 공식적으로 어떤 움직임도 없다”고 밝혔다.

    동지상고 출신들이 잇따라 중용되는 것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데 대해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있다. 이미 오래전에 결정된 인사이니만큼 외부 입김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동지상고 출신으로 금융계에 종사하다 은퇴한 안국영(67)씨는 “동지상고 출신 금융계 인사들이 고위직에 진출하는 것은 새 대통령의 모교라서이기보다는 동문들의 우수한 능력이 조직사회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간 금융권의 핵심 인맥이 목포상고에서 부산상고로 정권에 따라 움직여온 만큼 동지상고 출신들의 부상을 자연스럽게 보지 않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에서 새롭게 임원으로 승진한 고려대 경영학과 인맥으로는 이찬근(50) 하나IB증권 사장을 들 수 있다. 지난해 9월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골드만삭스 아시아지부 한국대표를 역임하는 등 국제금융통으로 실력을 쌓아왔다. 김우평(56) SK증권 사장과 정찬형(52)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도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김준호(54) 하나은행 영남사업본부 부행장은 고려대 무역학과를 나왔다.

    하지만 MB시대의 금융권 실세라면 단연 MB의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인 김승유(65) 하나종합금융 회장과 같은 대학 후배인 박현주(50)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을 들어야 할 것이다. 초대 금융위원장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한 김 회장은 MB와 서로 이름을 부를 만큼 친분이 두텁고, 박 회장은 MB에 이어 고려대 경영학과가 낳은 ‘신화’로 일컬어진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