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호

‘진심’을 ‘내일’로 바꿔 차기대선 선행학습 돌입

‘정책네트워크 내일’과 안철수 대권 플랜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sm.com

    입력2013-06-20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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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국가미래연구원’ 닮은 안철수 ‘정책네트워크 내일’
    • 대선주자들, 단기간 역량 극대화 위해 사조직 선호
    • 安 대선캠프 참모들, ‘내일’에 모여 ‘안철수 내일’ 만드나
    • 10월 재보선에서 존재감 확인돼야 安에게 ‘다음’ 있다
    ‘진심’을 ‘내일’로 바꿔 차기대선 선행학습 돌입

    ‘정책네트워크 내일’ 사무실 개소식(6월 9일). 왼쪽부터 최상용 후원회장, 안철수 의원, 최장집 이사장, 장하성 소장.

    안철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차기 대권을 향한 발판을 다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정치권 안착을 위해 다각도의 시도를 하고 있다. 국회 입성 직후 독자세력화를 시사해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긴장시키더니, 6월 13일에는 안 의원의 핵심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이 민주당 이학영·정호준 의원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회적 시장경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안 의원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학영 의원은 국회 상임위를 정하지 못하던 안 의원에게 보건복지위원회 자리를 양보한 인연이 있다.

    이에 앞서 안 의원은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회동을 갖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구축한 거대 양당체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는 두 세력의 정책 공조까지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안 의원이 다양한 인물과 접촉하면서 정치의 생리와 속성을 익히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가미래연구원 벤치마킹?

    안 의원의 폭넓은 활동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출범시킨 일이다. ‘내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이 많다.

    역대 대통령 모두 대선 과정에 여러 사조직을 만들었다. 하지만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싱크탱크라기보다는 당장 득표에 도움이 되는 외곽조직을 확장한 성격이 강했다. 그에 비해 국가미래연구원은 순수한 의미에서 사실상의 첫 정책개발 전담조직이었고, 안 의원이 그것을 모델로 ‘내일’을 출범시켜 대권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내일’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사장,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소장을 맡았다. 이사진은 안 의원과 최 이사장, 장 소장을 비롯해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의 후원회장으로 활동했던 소설가 조정래 씨, 대선 포럼에서 육아정책 분야를 담당했던 이옥 덕성여대 아동복지학과 명예교수 등 5명으로 구성됐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감사로 참여했다.

    발기인은 모두 52명으로 지난해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기획위원 18명과 전문가 정책위원 34명으로 구성됐다. 실질적으로 모임을 이끌어갈 기획위원단은 지난해 안철수 대선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참모들로 구성됐다. 이들이 ‘내일’에서 안철수 대권 플랜 짜기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캠프 때의 조광희 비서실장, 정기남 비서실 부실장, 금태섭 상황실장, 이태규 미래기획실장, 박인복 국정자문지원실장, 이상갑 국정자문지원 부실장, 김형민 기획실장, 김경록 기획팀장, 박왕규 대외협력실 부실장, 하승창 대외협력실장 등이 그들이다.

    안 의원은 “‘내일’은 열린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중심 과제는 민생 문제”라고 밝혔다. 좋은 정책을 위한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해 교수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네트워크를 개방하겠다고 했다. 또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 시스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 사회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 등을 극복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과연 ‘내일’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국가미래연구원처럼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의 산실이 될 수 있을까.

    대통령의 사조직들

    대권을 꿈꾸는 대권주자에게 5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무척 짧은 시간이다. 대권주자들은 짧은 기간에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조직을 이용하곤 했다. 공조직은 운영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구성원들의 충성심도 약하다. 무엇보다 급박한 상황변화에 따른 임기응변에 취약점을 갖고 있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된 13대 대선부터 집권에 성공한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거대한 사조직을 갖고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최측근인 박철언 안기부장 특보가 이끌던 ‘월계수회’의 힘을 빌렸다. 월계수회는 산하에 ‘북방정책연구소’라는 싱크탱크를 뒀고, 노태우 대통령 집권기간 내내 노 대통령의 싱크탱크 기능을 했다. 또한 내각제 개헌을 통해 박철언 시대를 열기 위한 이념적 틀을 제공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차남 현철 씨가 이끄는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의 조직과 ‘중앙여론조사연구소’(일명 동숭동팀)의 헌신적 조력에 힘입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1992년 대선 기간 중 김영삼 후보의 정책방향 등을 결정한 것은 중앙당이 아니라 동숭동팀에 참여한 자문교수들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장남 김홍일 의원이 좌장으로 있던 ‘새정치청년연합회’(연청)와 싱크탱크 ‘아태재단’의 보좌를 받았다. 오랜 야당생활로 정책 브레인 부족에 허덕이던 김대중 캠프는 임동원 사무총장(나중에 국정원장 역임)이 안살림을 맡았던 아태재단 젊은 브레인들의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진심’을 ‘내일’로 바꿔 차기대선 선행학습 돌입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6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무소속 송호창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야인 시절부터 싱크탱크를 가동했다. 그는 1994년 설립한 ‘지방자치연구소’를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대폭 강화했다. 동교동계와 가까운 염동연 전 의원에게 연구소의 안살림을 맡기고, 유종필 현 서울 관악구청장, 윤석규 당시 정책특보를 각각 대변인과 상황실장으로 영입했다. 물론 연구소의 소프트웨어는 386 측근들이 맡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대선 프로그램을 작동한 것은 2004년이다. 2002년 서울시장 당선 뒤 곧바로 대선 준비에 나선 것은 아니다. 2004년 4월 총선 이후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이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해 조해진 의원, 강승규 전 의원 등 책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2006년 서울시장에서 물러나자마자 싱크탱크인 ‘안국포럼’을 창립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을 준비하면서 싱크탱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18대 대선을 2년 앞둔 2010년 12월 국가미래연구원을 일찌감치 발족시켰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상당한 아이디어를 창출했고, 이들의 정책적 보좌는 박 후보가 콘텐츠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집권에 성공한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참모, 그리고 내각에 이르기까지 국가미래연구원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정치는 개인사업 아니다”

    안철수 의원의 ‘내일’ 멤버들이 5년 후 국가미래연구원 멤버들처럼 국정 운영의 중심에 포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미래 권력’으로 기반을 다진 박 대통령의 국가미래연구원과, 정치 초년생으로 대중적 인기와 개인기에 의존하는 안 의원의 ‘내일’이 같은 무게감을 가질 수는 없다. ‘내일’의 운명은 안 의원이 정치권에 어떻게 뿌리내리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당장 오는 10월 치러질 전국적인 재·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세력이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둘 것인지 여부가 시금석이다. 7~8곳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재·보선에서 수도권과 호남지역에 후보를 내 이들 가운데 한두 곳에서라도 승리를 거둬야 존재감이 생긴다. 그래야 내년 지방선거, 나아가 3년 후 20대 총선까지 기약할 수 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새 정치에 걸맞고 명성도 있는 인물을 얼마나 발굴해낼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동교동계 좌장이었던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은 5월 3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화 선언에 대해 “‘새 정치’를 실현하려 한다면 기존의 정당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자신만 새 정치, 자기만 선(善)이라는 태도는 독선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쿠데타를 할 때 내세운 게 ‘새 정치’다. 정치는 개인사업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권 고문은 특히 ‘호남 민심이 안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호남 사람들에게 민주당은 고우나 미우나 자식 같은 존재다. 지금은 너무나 실망스러우니 꾸짖는 거다. 뒤늦게라도 정신을 차려서 잘하면 그 자식을 버리겠나. 호남 사람들은 현명하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인 김정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지금은 민주당에 실망한 호남 사람들이 안철수 의원에게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방선거까지 1년 동안 김한길 대표체제가 안착하면 안철수 세력이 호남에서 후보조차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은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6월 14일 서울 영등포당사 폐쇄와 중앙당 축소를 뼈대로 하는 당 혁신안(案)을 발표했다. 국회직을 제외하고 149명인 중앙당 인력 가운데 51명을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으로 보내겠다는 방안도 담았다. 더욱이 민주정책연구원의 인사·조직·재정을 독립시키고 별도 공간으로 이전하는 등 정책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원에 보강된 인력은 각 시도당에 정책요원으로 파견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혁신안을 두고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화를 겨냥한 혁신 경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정책연구원의 기능을 강화하고 역할을 넓히는 것은 ‘내일’과의 정책경쟁에 대비하는 차원이고, 시도당에 정책요원을 보강하는 것은 안철수 세력과 본격적으로 격돌하는 무대가 될 내년 지방선거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선 전초전 될 2016년 총선

    물론 10월 재·보선 이후 소규모 정계개편이 일어나면서 민주당에서 이탈자가 생겨 안철수 세력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대규모 이탈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제1의 목표는 집권이다.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2016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 절대적이다.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지역) 위원장들은 대선 국면에 일선 사단장 노릇을 한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가 규모에서는 총선보다 크지만 정치적 의미에서는 총선에 턱없이 부족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 안철수 의원이 확고부동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철수 의원의 정치 에너지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이 애매모호한 상태로 2016년 20대 총선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내일’도 강한 추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반면 ‘내일’이 정책적, 정치적 역량을 동시에 발휘할 경우 안철수 신당, 또는 새로운 정치 결사체의 모태가 되고, 안철수의 성공을 도울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다. 안 의원이 자신이 지향하는 정치적 방향을 ‘진보적 자유주의’로 잡은 것도 ‘내일’을 통해서다. ‘내일’의 장하성 소장은 “그동안 우파는 자유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시장의 폐해를 외면하고 기득권을 강화했다. 우리는 국가가 개인의 권리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기득권 구조 타파,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진보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일’은 온라인상에 공식 홈페이지와 카페를 개설하는 등 네티즌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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