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탈근대·신세대 종북 막고 국정원 대공수사력 강화해야”

좌담 - 이석기 사태, 그 후

  • 입력2013-09-2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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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역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된 초유의 사태가 한국 사회를 뒤흔든다. 시대착오적 종북주의자들이 일으킨 이석기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향후 한국 사회의 종북주의는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과 유동열 치안연구소 선임연구관의 대화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본다.
    ■ 일 시 | 9월 9일 오후 2시

    ■ 장 소 |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회의실

    ■ 패 널 |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유동열 치안연구소 선임연구관

    ■ 사회·정리 | 조성식 신동아 차장

    사회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민적 관심사인 이석기 사태의 본질을 짚어보고 향후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지요. 이석기 의원을 두고 ‘종북주사파의 전형’이라는 시각과 ‘돌연변이’라는 시각이 있는데요.



    하태경 6·25전쟁 이후 북한과 매우 강한 교감을 갖고 움직였던 지하조직의 전통을 이어받은 게 이번에 드러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입니다. 통혁당(통일혁명당)이나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중부지역당(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등의 맥을 잇는 거죠. 이석기 의원은 민혁당 서열 5위쯤 됐어요. 민혁당 1차는 김영환 씨가, 2차는 하영옥 씨가 주도했는데 이석기 의원이 3차를 주도한 겁니다. 증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북한과 연계하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봅니다.

    유동열 헌법을 준수하고 보호해야 할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에 연루됐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이에요. 어떻게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는지…. 종북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때는 건드리기 쉬웠는데, 민주화 이후 마치 홍길동이 호형호부(呼兄呼父)를 못하듯 종북을 종북이라 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어요. 민주화운동세력, 개혁세력, 진보세력으로 포장했거든요. 대한민국의 암세포죠. 몸이 아프면 신호가 오듯 주사파 위험 신호가 몇 번 왔는데 계속 무시하다보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사회 이석기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죄, 내란선동죄에 이어 여적(與敵)죄, 여적음모죄라는 생소한 죄명까지 나오던데요. 이렇게 많은 죄명이 등장한 것은 법정에서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하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어요.

    “탈근대·신세대 종북 막고 국정원 대공수사력 강화해야”

    이석기 사태에 대해 대담하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유동열 치안연구소 선임연구관.

    다양한 법 적용 가능

    하태경 생소한 사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과거 지하조직은 정세를 혁명의 준비기간이라고 봤기 때문에 무장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는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이석기 조직은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으니 무장 준비, 폭동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즉, 결정적 시기로 봤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이런 일은 6·25전쟁 당시 남로당의 내부 교란 이후 처음이기 때문에 적용할 법률도 전후세대 사람들에겐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사한 판례도 없고요. 법리 공방이 불가피합니다.

    반국가세력의 음모이므로 처벌해야 한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래서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촘촘하게 법적 장치를 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관점이죠. 두 번째 관점은 사건을 파다보니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 새로운 법리 적용이 가능하다는 거죠. 강도 잡아서 방화 혐의를 추가하듯. 예컨대 북한과의 연계성이 확인되면 이적단체나 반국가단체구성죄도 적용할 수 있죠.

    유동열 하 의원 말씀에 동의합니다. 북한과의 연결고리가 나오면 몇 가지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죠. 그런데 여적죄는 적용할 수 없어요. 일부 언론에서 국정원이 여적죄를 검토한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니에요. 여적죄는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대항하는 건데, 북한은 헌법상 반국가 불법단체이지 국가가 아니거든요. 마찬가지 이유로 형법 98조에 규정된 간첩죄도 적용하지 못해요. 그래서 국가보안법상 4조 목적수행죄를 적용합니다. 1983년 북한 간첩에 대해 형법 98조에 규정된 적국에 준해 적용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어요. 이후 북한 간첩에 대해선 다 국가보안법 4조를 적용합니다. 이석기가 북한과 연계한 사실이 확인되면 반국가단체구성죄나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죄 등이 추가될 수 있겠지요.

    하태경 제가 여적죄를 제기한 건 북한과 직접 연계되지 않아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공격할 경우 한국 내 지하조직이 폭동을 일으키면 북한과 합세하는 겁니다. 그게 여적죄죠. 지금까지의 언론보도를 보면 이석기 조직의 모의 내용이 여적음모죄와 거의 일치해요. 그리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 공소제도를 활용해야 합니다. 내란음모를 주 공소 내용으로 하되 예비적 공소를 준비해 2중, 3중의 안전판을 만들어놓아야 합니다.

    “탈근대·신세대 종북 막고 국정원 대공수사력 강화해야”

    하태경

    사회 녹취록을 보면 혁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발언치고는 상당히 유치합니다. 그래서 혁명가가 아니라 과대망상증 환자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태경 제가 볼 때는 가장 현실적인 얘기를 했어요. 자, 북한의 대남공격이 임박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무기고를 습격해 탈취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생활인이 쉽게 할 수 있는, 예컨대 보스턴 폭파사고 때 사용한 압력밥솥 폭탄을 거론한 겁니다. 가스총을 개조하는 것도 가능한 일입니다. 이석기는 이미 3개월 전 조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조사해 준비하라고. 그래서 그 친구들이 그간 조사한 내용을 그날 논의한 겁니다. 알카에다 같은 얘기를 하면 오히려 비현실적이죠.

    과대망상 아니다

    유동열 혁명의 간조기와 만조기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요. 결정적 시기가 되면 무장을 하게 되죠. 1990년 적발한 혁노맹(혁명적 노동자 계급투쟁 동맹)의 기관지 제목이 ‘불꽃’이에요. 러시아 혁명 당시 지하신문 이름이 ‘이스크라’인데 우리말로 ‘불꽃’이거든요. 혁노맹 기관지가 ‘불꽃 1호’ ‘불꽃 2호’ 이런 식으로 발간됐는데, 제가 그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혁명을 시작하면 처단할 장관, 국회의원 명단이 있더라고요. 방송국을 점거한다는 계획도 있고.

    하태경 그런데 과거 조직의 무장투쟁 계획은 관념적이었어요. 국회의원 처단만 해도 구체적 내용이 없었습니다. 해외 유사 사례를 참고해 ‘우리도 혁명을 하게 되면 이런 무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수준이었죠. 결정적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거든요. 이번엔 북한이 제한적으로나마 공격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사회 그래서 정세 판단을 잘못한 거라는 평가도 나오죠.

    하태경 이석기가 정세를 잘못 판단했죠. 북한도 그렇고. 저는 이 의원이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봐요. 언제쯤 우리가 공격할 테니 한국 사회를 교란하라는. 충성도가 굉장히 높은 이석기는 그 지시를 따라 조직원을 총동원해 폭동 준비를 한 거죠. 그런데 나중에 북에서 그 지시를 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동열 과대망상이 아닙니다. 농담도 아니고 병정놀이도 아니에요. 혁명가들이 할 일을 구체적으로 준비한 겁니다.

    하태경 북한 지시를 받았다면 무기 반입도 가능했을 겁니다.

    유동열 가능합니다. 그동안 북한이 설치해놓은 드보크(비밀 매설지)가 많아요.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때도 드보크가 8개 나왔거든요. 거기서 무전기, 권총, 수표, 폭발물이 발견됐지요. 북한이 남한 내 드보크 몇 개만 알려줘도 총기는 쉽게 구할 수 있죠.

    하태경 저는 북한이 언제쯤 대남 공격 계획을 철회했는지 궁금해요. 그걸 파악하면 이석기 그룹과 북한의 커넥션 전모가 드러날 겁니다.

    사회 새누리당에서 이석기 의원 제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아무리 이적(利敵) 혐의가 있더라도 국민이 선택한 국회의원이므로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그때 가서 제명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이 있죠.

    “탈근대·신세대 종북 막고 국정원 대공수사력 강화해야”

    유동열

    유동열 저는 (제명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사법부 판단만 기다릴 수 없잖아요. 국회도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뭘 해야죠. 그게 제명입니다.

    하태경 충분히 가능하고 의미 있는 일이에요. 후대에 이런 국회의원이 나와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그런데 제가 약간 이의를 제기하는 건, 어차피 이석기는 상고심까지 포함해 최대한 길게 잡아도 1년 뒤면 날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웃’시키면 다음 순번의 비례대표가 들어오는데, 만만찮은 사람입니다. 간첩죄로 복역도 했고. 자기 조국은 북조선이라고 했던 사람이에요. 그 사람을 지금 볼 거냐, 1년 뒤에 볼 거냐의 차이죠.

    사회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문제는 어떻게 봅니까.

    유동열 위헌정당 심판은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겁니다. 정부를 대표해 법무부가 하죠. 보수 진영에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법무부에 요구했는데 질질 끄는 동안 통합진보당으로 간판이 바뀌었어요. 역대 정부가 직무유기한 겁니다. 어차피 최종 결정권은 헌법재판소에 있으니 정부가 부담 가질 이유가 없어요.

    마땅히 해산시킬 정당이지만…

    하태경 저도 통진당은 마땅히 해산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정당이죠. 그런데 싸우려면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가 자칫 위헌정당이 아니라는 결정이 나오면 오히려 면죄부만 주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카드는 신중하게 써야 합니다. 확실한 근거가 있을 때 제소하는 게 옳죠. 그런데 통진당 강령규약은 유시민 전 의원 등이 들어가면서 많이 순화됐습니다. 강령규약만으로는 문제 삼을 소지가 적어요. 시민단체 주장도 약하더라고요. 위헌정당 결정이 나오게 하려면 이석기가 이끄는 RO그룹과 통진당이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통진당이 RO를 지도한 게 아니라 통진당 배후에 RO가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통진당의 위헌성을 밝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점에서 정부가 이번에 위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TF를 구성한 것은 경솔했다고 봐요.

    유동열 하 의원 말씀대로 분명히 역기능이 있어요. 만약 아니라고 하면 통진당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니까. 그런데 일단 해산 청원이 제기됐고 정부가 검토 중이니 결과를 지켜봐야겠지요. 민노당만 해도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간첩망 3개가 침투해 있었어요. 첫째는 1999년 적발된 민혁당. 둘째는 2006년 드러난 일심회. 당시 일심회는 민노당 중앙당 일부와 서울시당을 장악했어요. 셋째는 2011년 왕재산 사건입니다. 왕재산은 인천 지역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통진당이 그 맥을 이은 겁니다. 이것만 봐도 해산 청원에 일리가 있어요.

    하태경 지하조직에서 공개 정당으로 프랙션(fraction·정당이 대중 단체 내부에 만드는 당원 조직)이 들어간 거죠. RO가 가장 큰 프랙션이었습니다. 프랙션은 민주당에도 새누리당에도 들어갈 수 있어요.

    유동열 새누리당에도 들어가 있죠.

    하태경 그런데 통진당이 프랙션하기 좋은 정당이기 때문에 해산해야 한다는 논리는 약해요. 통진당이 지하조직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나와야 합니다. 간첩의 숙주 정당이라는. 공개 정당의 위헌 심판 청구를 추진하는 건 그만큼 신중해야 합니다.

    탈근대 종북주의자

    사회 통진당 내에 편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의원은 이번 사건이 터지자 당 주류의 종북 노선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잖아요. 김미희, 김재연 의원은 또 다른 부류 같고.

    하태경 언론 보도를 보면 김미희, 김재연 의원은 RO 모임에 참가했습니다. 조직원 자격이 없으면 참석하지 못하니 조직원임이 분명해요. 그런데 언제 가입했고, 어떤 지위를 가졌고, 조직원으로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밝혀져야 법적 조치가 가능합니다. 그 부분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예단할 수는 없어요. 이석기와 같은 배를 탄 사람이라는 건 분명해 보이지만. 이상규, 김선동, 오병윤 세 의원은 이석기의 RO가 아닌, 다른 계파로 보입니다. 기본 성향은 NL(Nation Liberation·민족해방)입니다. 종북 성향이 강한.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다른 RO에 가입했을 거라고 섣불리 말할 순 없어요. 증거 없이 말하는 건 삼가는 게 좋죠.

    유동열 일심회 사건 때는 민노당 다수파인 NL과 소수파인 PD(People Democracy·민중민주주의) 간에 종북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한목소리로 대응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후 PD 계열이 이탈했기 때문에 NL 골수만 남아 있어요. 이번 사건이 터진 후 통진당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안 나오는 이유예요. 똘똘 뭉쳐 이석기 구하기에 나섰잖아요. RO가 반국가단체로 인정되면 RO 모임에 참석한 김미희, 김재연 의원도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어요. 일부 의원은 또 다른 RO를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확실한 건 통진당 지도부 전체가 종북 성향이라는 점이죠. 이념은 같은데 인맥이 다른 겁니다.

    사회 앞으로 제2, 제3의 이석기 사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태경 근본 처방은 북한이 민주화돼 통일이 되는 거죠(웃음). 제2의 이석기 사태를 예방하려면 수사 인력을 보강해야 합니다. 종북세력에 대한 수사능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어요. 은퇴한 수사 전문가들이 노하우를 전수하고 후진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앞으로 신세대 종북이 나올 수 있어요. 과거의 이념적 종북과 달리 우리 사회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북한과 연결을 시도하는 거죠. 탈근대 종북이라고 할까. 푸코가 호메이니를 찬양했거든요. 호메이니는 굉장히 봉건적이고 푸코는 모던한 사람인데, 반미(反美)로 서로 통하는 거예요. 한국 내에서 이런 식의 신세대 반미주의자가 나올 수 있다는 거죠. 취직은 잘 안 되고 반체제 의식이 쌓이면 북한과 연결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막으려면 정부가 북한을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유동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니까 이석기 같은 사람의 정계 진출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독일 사례를 참고할 만해요. 독일에선 극단적으로 반국가 활동을 한 사람은 공직 임용에서 배제합니다. 두 번째, 사면복권을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간첩죄나 반국가 이적활동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 중 전향하지 않은 사람의 사면복권은 제한해야 합니다. 이석기도 사면복권돼서 이런 일을 벌인 것 아닙니까. 다음으로, 아까 하 의원께서 좋은 말씀 하셨는데 수사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지금 국정원을 개혁하자면서 국내 파트 없애고 대공수사권까지 뺏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석기 같은 사람한테 고속도로를 깔아주자는 얘기지요. 경찰로는 한계가 있어요.

    아울러 종북주의자가 생기지 않도록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종북주의자들을 만나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이 똑같아요. 한국 사회가 썩었다는 거예요. 정의롭지 못하고 부패한 권위주의 정권이 종북세력 확산에 일조한 겁니다. 빈익빈부익부로 대표되는 경제적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고 복지가 실현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면 종북좌익은 설 땅이 없어져요. 종북좌익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 기생하는 똥파리예요. 우리 사회의 체제 모순을 침소봉대해 혁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든요. 그게 먹혀서 머리 좋은 애들이 운동의 길로 빠져들었던 거고.

    사회 이제 국민 의식수준도 꽤 높아졌지요.

    하태경 맞아요. 이석기 그룹처럼 국회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양적으로는 종북세력이 축소됐다고 봐요. 1980년대엔 이런 RO급 조직원이 1만 명 이상이었을 겁니다. 민혁당만 하더라도 RO 조직이 18개 있었으니. 지금은 수천 명으로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김영환 씨 등 핵심 리더가 많이 전향했기 때문에 종북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이석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빠른 시간 내에 국론통일이 이뤄진 것도 그 때문이죠.

    그럼에도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건, 수는 줄었지만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국회에도 진출했고 정부 부처나 사법부에 진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겠지만. 또한 국정원의 대북공작 능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북한과 연계한 세력을 가장 빨리 일망타진할 수 있는 방법은 북한 내부 협조자를 활용하는 겁니다. 국회에서 대북공작 예산을 10배 이상 늘려줘야 해요.

    유동열 표면적으로는 하 의원 말씀대로 종북이나 좌파 세력의 영향력이 줄어든 걸로 보입니다. 이념성향의 불법시위가 확 줄고 대학 총학생회를 비운동권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이들의 활동영역이 바뀝니다. 정권 타도에서 벗어나 도시빈민 지원 투쟁을 합니다. 철거민 보호, 환경운동, 공해운동, 반핵운동으로 가요. 극렬한 투쟁으로는 남한 민중의 지지를 못 받는다는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겁니다. 그 지령문을 우리가 입수했어요. 장기매복 전술이죠. 이른바 신사회운동입니다. 합법적 틀 안에서 활동해요. 1990년대 이후 종북의 주축이 학생운동에서 노동운동으로 옮겨갔습니다.

    김영환과 이석기 사이

    하태경 종북주의자 중에는 통진당처럼 조직화해 계속 학습과 훈련을 하는 그룹도 있지만 다수는 개별화해 있어요. 이 둘을 동일시하면 안 됩니다. 개별화한 사람들 중엔 생각이 바뀐 사람이 많아요. 대표적인 사람이 김영환 씨예요. 김영환과 이석기 중간에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회 사회운동 하는 사람들을 다 종북으로 본다는 말씀은 아니죠?

    유동열 그건 아니죠.

    하태경 그런 사람들을 이석기 부류로 규정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종북으로 싸잡아 비판할 게 아니라 개개인의 활동 내용을 보고 비판해야겠죠. 저도 과거 NL 계열 운동권에 있었기 때문에 잘 압니다. 과거 친구들을 만나보면 다 알아요. 이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어요. 이걸 무시하고 무조건 종북으로 몰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해법도 아니고.

    사회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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