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호

민주당 신3김에게 ‘친문’은 부채!

[특집 | 이재명이 흔들린다] ‘있는 자리 흩뜨려’ 자체 브랜드·서사 만들어야

  •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이탈리아로 가는 길’ 저자

    입력2024-12-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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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더독 승리는 자기 지지층 확보해야 가능

    • 친문에 의존하는 행태, 새 지지층 발굴 어려워

    • 찬성만큼 반대 뚜렷한 전 정권…확장성 있을까

     9월 1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선언 6주년 기념식에 김동연 경기지사(왼쪽에서 세 번째)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문재인 전 대통령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9월 1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선언 6주년 기념식에 김동연 경기지사(왼쪽에서 세 번째)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문재인 전 대통령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형철 전 경기연구원장이 10월에 돌연 사직하고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 산하 K먹사니즘본부장에 선임됐다. 김동연 경기지사 싱크탱크에서 이재명 더블어민주당 대표 선거캠프로 이적한 셈이다. 임기를 1년 조금 넘게 남겨둔 상황이었다. 2025년 하반기께부터 본격화될 대선 경쟁을 앞두고 실적을 쌓아야 하는 김 지사 입장에서 싱크탱크 핵심 인물의 이탈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적 과정은 김 지사의 취약한 정치적 입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주 전 원장이 도 의회 등에 공식적으로 사직 통보를 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민주당은 “민주당과 이 대표의 집권 준비를 위해 영입한 첫 외부 인사”라고 소개하면서 사실상 김 지사를 ‘당 밖 인사’로 규정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김 지사는 “사전에 사의를 표해 수락했다. 다만 당시에는 이후 어디로 거처를 옮긴다는 것을 듣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이른바 ‘신(新) 3김’으로 묶이는 민주당 대권주자들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민주당 핵심 기반인 호남과 그의 고향인 충청을 자주 방문하면서 군불 때기에 나섰지만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는다. 김경수 전 지사는 당장 정치적 기반인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2026년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 수 있을지부터 불확실하다. 김부겸 전 총리는 8월부터 정치활동을 재개했지만,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가 언론에 소개된 것 정도가 전부다.

    뚜렷한 지지층 부재가 핵심 문제

    당내 경선에서 언더독(약체)이 역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언더독 후보를 뚜렷하게 지지하는 집단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당내 정치에 소외돼 있던 이들을 규합해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 2008년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첫 경선이 벌어진 아이오와주에서 꺾을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들이 전당대회에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캠프는 이를 위해 저인망식 조직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후 경선에서 흑인들의 압도적 지지가 여러 주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언더독의 승리는 선두 주자들이 미처 확보하지 못했거나,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지지자를 얼마나 동원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다른 한편에선 선두 주자에 비해 본선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마음을 정하지 못한 당원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선두 주자와 다른 구조에서 상대방 후보와 싸울 수 있고, 그 때문에 유리하다는 논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후보자의 정체성이 명확히 정의되도록 서사와 메시지를 구축해야 한다. 세 번째 조건은 선두 주자들의 취약성이 두드러지고, 당내에 ‘본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널리 퍼져야 한다. 선두 주자가 중도 유권자 확장성이 약하다는 점을 부각해 불안감을 증폭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경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건 이인제 전 의원, 한화갑 전 의원 등 유력 주자들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뉴스1]

    김경수 전 경남지사. [뉴스1]

    ‌세 번째 조건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어떻게 발전하느냐, 국민의힘이 성공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결별하는 데 성공할 수 있느냐 등 일종의 외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문제는 대규모 동원이 가능한 확실한 지지층이 없고, 이재명 대표와 다른 구조로 경쟁우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적 역량의 결여가 세 사람이 안고 있는 핵심 문제다. 김동연 지사와 김경수 전 지사는 친문 세력을 자신들의 기본적 정치 자산으로 삼으려 하는데, 그 같은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대선에 만들어져서, 2022년 대선에서 정권을 내준 문재인 정부의 의제와 통치 스타일은 2025~2027년의 유권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후보자가 지금의 문제를 정의하고, 본인이 어떻게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 설득력 있는 의제나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친문과의 관계만 부각되는 양상은 도리어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 대표 지지율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적어도 한동안은 이 대표의 사법적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커지는 역설적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피선거권이 박탈될 경우에 대비해 당 지도부를 재편하고 새 대선후보를 찾아 나설 수는 있다. 하지만 친명계 입장에서는 신3김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 점에서 김동연, 김경수, 김부겸 신3김의 미래는 누가 얼마나 더 대중적 기반을 넓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동연의 호남 행보는 왜 바람을 못 일으키나

    김동연 지사는 2022년부터 현직에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들이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9월 영광·곡성 재보궐선거 시기에 광주·전남 일대를 방문해 강연하고 지역 지상파 방송사와 인터뷰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호남 내 지지는 여전히 미약하다. 한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금 정도 시점이라면 지역 조직이 결성돼야 하는데 물밑에서 조직 작업이 이뤄지는 정도”라고 귀띔했다.

    가장 큰 원인은 김 지사의 호남 기반이 친문 정치인과 그들의 영향력하에 있는 조직에 그치기 때문이다. 친명계 현역의원이 주도하는 지역 정가에서 비주류 전직 부총리의 영향력은 약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지역 정치가 외면했던 새로운 사람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불과 몇 해 전까지 주류였던 친문계에 의존해서는 불가능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광주 경선에서 현지 재야 운동권이 조직과 자금을 대고 선거인단을 대거 모집한 덕을 톡톡히 봤다. 지금의 김 지사에겐 불가능한 전략 옵션이다.

    도지사로서 딱히 내세울 만한 실적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도정 중점 과제를 보면 실행 가능성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에 대한 고려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 분도가 대표적이다. 경기북도는 2022년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당시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민주당 입장에서 지지세가 약한 경기도 동북부를 독립시켜 재정 지원을 늘리고 규제를 완화하는 치적을 쌓아 유권자를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었다. 2000년대 충청권 개발과 궤를 같이하는 발상이다.

    그런데 경기북도는 대선에 도전하려는 이에겐 어울리지 않는 ‘간판’이다. 김 지사가 잠재적 대선후보가 된 것은 성남을 비롯해 용인, 화성, 평택 등에 조성된 신도시 덕분이다. 이곳에 기업이 몰려들면서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30~40대가 모여 산다. 경기북도 분리에 정치적 자본을 쏟아부으면 자연스레 경기 남부 연담도시 권역은 방치된다.

    또 수많은 갈등 요인이 내재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당장 일산이 있는 고양시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있는 남양주시 주민들은 불만이 상당하다. 지난 총선 당시 홍철호 전 의원(김포시을·현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비롯한 김포 기반 정치인들이 ‘메가서울’을 들이민 건 김포의 경기북도 편입 시도에 대한 반발이었다. 다른 중점 사업도 성과를 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선 행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사가 추진하는 정책 중에는 기획재정부가 장기 정책 과제로 선언하는 것과 비슷한 게 많다.

    재보선의 숨은 패배자, 김경수

    김경수 전 지사는 10월 16일 치러진 재보선의 숨은 패배자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반민주당 정서가 여전히 강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39.0%로 2022년 대선(35.6%)이나 지선(38.0%)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재보선 직후인 10월 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례 조사에서 부산·경남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26%로 전국 지지율(22%)을 약간 웃도는 데 불과했다. PK에서 총선과 지선에 출마했던 김 전 지사의 정치 행보가 가능해지려면, 자신이 어떻게 PK 유권자들을 움직일 수 있을지 증명해야만 한다. 비윤-반민주당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선 어려운 과제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은 구청장 16곳 중 13곳, 광역시의회 47석 중 41곳을 민주당에 몰아줬다. 4년 뒤 민주당은 구청장과 선출직 시 의원을 모두 잃었다. 제조업과 물류산업 등이 쇠퇴하면서 침체 일로인 지역경제에 대한 불만이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을 키우면서 표심의 유동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굳이 불만의 화살이 누구에게 더 돌아갈지 따진다면 PK를 기반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과(過)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통령이 4월 총선 당시 직접 유세 지원을 한 후보 11명 중 2명(김태선 울산 동구 후보, 허성무 경남 창원성산 후보)만 근소한 차이로 겨우 생존에 성공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친문 적자인 것이 핵심 자산인 김 전 지사 입장에서 도리어 친문 꼬리표가 대중적 지지 기반을 얻지 못하게 되는 족쇄처럼 작용하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표 대비 잠재적 경쟁우위 중 하나가 PK에서의 높은 지지일 터인데, 현재로서는 실제 득점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뉴스1]

    김부겸 전 국무총리. [뉴스1]

    ‌김부겸 전 총리는 김동연 지사와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따지고 보면 친문이 아니다. 하지만 김 지사는 현직이고, 관료 출신으로 이재명 대표가 취약한 중도 보수 유권자에 대한 소구력이 있다. 경기도 정무직이나 각종 기관장에 친문 인사들이 자리를 잡은 이유다. 김 전 총리는 친문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으면서도, 명확히 차별화하지도 못하고 있다. 지지기반을 발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지난할 수밖에 없다.

    날로 줄어드는 민주당 내 문재인 지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여론은 가파르게 줄고 있다. ‘시사IN’이 9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 조사에서 문 전 대통령을 꼽은 응답자는 9.2%였다. 2022년에 15.1%였던 게 지난해 10.9%로 주저앉은 뒤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대선 승리 전망이 높아지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거론할 이유가 사라졌다. 게다가 정치적 메시지를 계속 내놓는 데다 친문들도 대선 경선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집단이다. 사실상의 ‘현역’ 정치인, 그것도 이 대표와 경쟁 관계에 있는 정치인으로 간주되면서 호감도가 낮아지게 됐다.

    ‘친문’이라는 점은 과거 민주당 안팎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전직 대통령의 후광을 이어받을 후계자라는 보증수표가 아니다. 자본과 부채가 분명한 한계기업을 임직원까지 떠안고 인수해 되살려야 하는 것에 가깝다. 자본보다 부채가 많아 보이는 건 덤이다. 대통령직에 오르지 않는 한 자체 역량으로 ‘소화’ 가능하지도 않다. 필요에 의해 서로 계약을 맺은 별도 세력에 가깝다.

    신3김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브랜드와 가치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 김 지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있는 자리를 흩뜨려’ 자신만의 정치색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대표가 놓치고 있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은 상당하다. 그들을 새롭게 동원하는 데 성공해야만 비로소 어엿한 대선 주자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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