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의 철학, 경영진의 지지, 구성원의 참여
ESG기준원 평가, 4년 연속 등급 상승…상위권 진입
창업주 강조한 보국·정도·감동…ESG경영 토대
태국 노동부장관·대사가 삼호개발을 찾는 이유
11월 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8회 K사회적가치·ESG, 경제를 살리다’ 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이명우 삼호개발 ESG 팀장이 삼호개발의 ESG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흥미로운 점은 토목회사인 삼호개발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비교적 ‘여유로운’ 회사와 기관이 하는 ESG를 선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필요한 3가지 핵심 요소를 일컫는다. 업계에서는 “공사를 수주해서 인건비 지출만 해도 빠듯한 곳이 토목업계인데 삼호개발이 ESG 경영을 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호개발은 한국거래소(KRX) 산하기관 ‘한국ESG기준원’ 평가에서 4년 연속 평가 등급이 상승하고 있는 기업이다. ESG에 본격 대비하기 전인 2020년에는 D등급을 받았으나 2021년 C등급, 2022년 B등급, 2023년 B+등급을 받았다. 최근 발표된 2024년 평가에서는 지난해와 동일한 B+등급을 받았지만, 개별 환경 분야 등급이 한 계단(B→B+) 올랐다. 이는 2024년도 기준 대기업을 포함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중 상위권(26~4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2024년 상반기 평가에서는 최고 등급인 AA를 받았다. 두 평가기관의 평가등급 결과는 국내 상장 건설사를 통틀어 상위권 성적이며, 전문건설업계에서는 최고 등급이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사)한국ESG학회가 주관하는 2023년 한국ESG대상 시상식에서 ‘중견기업부문 대상’을 받았고, 2024년 6월에는 ‘서스틴베스트’가 국내 상장사 1072곳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ESG Best Companies’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업의 지속 성장 위한 가치투자
이영열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삼호개발 ESG TF팀원들이 회의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호개발]
“팀을 만들 때만 해도 직원들은 자신들의 업무도 바쁜데 굳이 ESG 업무까지 해야 하느냐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경영진에서는 ESG경영을 하려면 외부 컨설팅에 맡기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영열 사장이 ‘내부 추진’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외부 컨설팅업체에 맡기면 비용 면에서는 효율적일 수도 있으나 내부 직원들에게 ‘내재화’가 안 된다는 판단에서죠. 우리 스스로 고민한 전략을 수립해야 우리 것이 되고 수용성도 높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동의했고요.”
삼호개발의 ESG경영은 2021년 7월 취임한 이영열 사장이 이끈다. 부친이자 창업주 이종호 회장의 부름을 받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7년 공직 생활을 접은 그는 토목업에 뛰어들면서 취임 일성으로 ESG 경영을 내걸었다. 이 사장의 회고는 이렇다.
“ESG는 공익(公益)을 본업으로 삼는 공직의 연장선이며, 앞으로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ESG 경영을 화두로 삼았죠. ESG는 한마디로 ‘숫자 이외 무형의 가치를 중시하라’는 메시지입니다.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의 본업은 돈(재무적 가치)이지만, 당장은 돈이 안 되더라도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사회 공헌을 하며 환경을 중시한다면 결국 기업의 품격과 사회적 평판이 좋아져 장기적으로는 기업 이익으로 보답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TF팀이 발족한 후 팀원들은 매주 회의를 개최해 ESG 개념을 익히고, 다양한 문헌 자료를 검토했다. 외부 인사나 평가기관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으며 학습의 폭을 넓히고 자신감을 키웠다.
ESG 경영전략은 ‘소통’ ‘실현가능성’ ‘진정성’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러한 기준하에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의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씩 마련하고, 창업주의 경영 이념인 ‘정도경영’ ‘고객감동’ ‘건설보국’을 바탕으로 ESG 전략을 세웠다. 필요한 부분에서는 규정이나 지침, 매뉴얼을 만들고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2022년 공개한 삼호개발의 첫 ESG 경영보고서는 다소 거칠고 부족한 면도 있었지만 2023년 발간한 두 번째 보고서는 놀라운 성장과 발전을 보여준다. 한국ESG학회가 주관한 ‘2023 세계 ESG 포럼’에서 ESG 경영 우수사례로 발표됐을 정도다.
이명우 대표는 “단적인 예로 TF팀 출범 초기에는 회의 때마다 직원들이 종이컵을 사용했지만 이후 사내 캠페인을 통해 텀블러 사용을 권장해 현재는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아요. 직원들에게 패드를 지급해 ‘페이퍼리스(paperless) 회사’로도 전환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짧은 기간에 알찬 ESG 경영 성과를 낸 이유에 대해선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를 꼽는다. 그는 “삼호개발의 ESG 경영 성과는 매출액과 규모를 고려했을 때 아주 고무적”이라며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가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삼호개발이 ESG경영을 시작한 건 2021년부터지만 ESG 경영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은 일찍이 조성돼 있었다. 창업주인 이종호 회장도 “우리는 창업이후 지금까지 ESG를 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삼호개발의 ESG경영은 창업주가 회사를 진두지휘하던 시절부터 사실상 이어져왔다. 자금이 넉넉지 않던 시절 SRF(고형폐기물연료·Solid Refuse Fuel)를 생산하는 삼호환경기술을 설립했고, 창업투자사인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를 세워 환경 등 미래지향적 스타트업을 발굴해 키웠다. 이종호 회장과 부인 고 전윤미 여사는 2020년에 사재 70억 원을 출연해 복지·공익사업 등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는 삼호호미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기회로…국격 높이고 지역사회 이바지
삼호개발은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모범을 보이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과 주주가치 제고 일환으로 해마다 배당을 하고 그 비율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안전사고 같은 ‘리스크’를 기회로 활용하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노동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삼호개발은 20여 년 전부터 태국인 근로자를 고용했고, 현재는 태국인 근로자만 1000명 넘게 고용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불법체류 문제나 처우, 인권 문제 등 기업에는 부담과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삼호개발은 오히려 태국인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했다.
태국의 노동부 장관과 고위 공무원단이 2022년과 2024년에 삼호개발 건설 현장을 찾았고, 주한 태국대사가 본사를 방문해 표창장을 전달한 것도 태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고용에 감사한 마음의 발로였다.
2023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한 ‘고용허가제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복지 및 적응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사업장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영열 사장은 “삼호개발이 태국인 노동자에게 심어준 좋은 기업 이미지가 대한민국의 국가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한몫했다고 본다”며 “선대부터 이어져온 건설보국의 가치를 ESG와 접목해 앞으로도 국민의 삶의 질과 국격(國格)을 높이고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명품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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