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3일 보잉 승무원 비행 시험에 참여한 우주인 부치 윌모어(왼쪽)와 수니 윌리엄스가 국제 우주 정거장 하모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NASA]](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ce/70/a4/67ce70a40c00d2738252.jpg)
2024년 6월 13일 보잉 승무원 비행 시험에 참여한 우주인 부치 윌모어(왼쪽)와 수니 윌리엄스가 국제 우주 정거장 하모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NASA]
필자가 10대였을 때 ‘스타트렉’(1966)이라는 미국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엔터프라이즈라는 우주선에서 일어나는 승무원들의 일상을 다룬 드라마인데, 많은 젊은이에게 우주 진출에 대한 갈망과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에 우리와 같은 생물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심어줬다. 상상의 행성(벌컨)에서 온 외계인 승무원(레너드 시몬 니모이)의 특이한 외모가 아직도 머릿속에 인상 깊게 남아 있다.
1977년에는 행성 집합체인 은하공화국의 독재자와 그 반대파가 전쟁을 벌이는 ‘스타워즈(Star Wars)’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광선 검으로 싸우는 장면이 인상적인,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우주전쟁 이야기였다. 비록 나라는 가난했지만 우주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저런 장대한 스펙터클 드라마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우주에서의 시험관아기시술 가능성
최근 우주 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의학 연구를 다룬 드라마가 나왔다. 우주정거장에서 펼쳐지는 사랑, 다툼, 생식, 위기의 극복 등을 다룬 tvN ‘별들에게 물어봐’가 그것이다. 다소 황당무계한 스토리 같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있을 법한 얘기인 데다 정자, 난자, 수정, 배아를 다뤘기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드라마는 지구에서 찌그러진 정자를 우주 무중력 상태에서 펴보겠다는 포부를 안고 우주선에 탑승한 산부인과 의사가 우주에서 시험관아기시술(IVF)을 시도하는 내용을 그린다. 남자 주인공은 관광객으로 우주선에 탑승하면서 승무원 몰래 난자와 정자를 가져가 우주정거장에서 미세수정(ICSI·정자를 가는 유리침으로 난자 내에 주입하는 시술)을 시도하고 이를 4일간 배양해 모룰라(Morula) 상태까지 세포분열이 일어나게 한다. ‘모룰라’는 수정란이 세포분열 4일째(16세포기)를 맞았을 때를 말한다.
여기서 잠깐, 난임 전문의로서 생식의학에 근거해 한마디하고자 한다. 극 중에서는 주인공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배아를 체외배양으로 모룰라 상태에 이르게 하는 데 성공한 영상을 지구로 전송하며 기뻐하지만, 실제로 모룰라는 배아를 하루 더 발달시켜 배반포(포배기 배아)가 돼야 투명대(알껍질)를 벗고 나올 수 있으며 자궁 안에 들어가야(배아 이식) 비로소 착상을 시도할 수 있다. 또한 착상이 돼야 임신(성공)이 되는데, 주인공은 볍씨를 보면서 마치 모내기를 끝낸 것처럼 기뻐한 것과 같다.
![tvN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에서 우주선에 탑승한 산부인과 의사가 루페(loupe·확대경)에만 의지해 난자 내에 정자를 주입시키는 미세수정에 성공하는 장면. [tvN 드라마 유튜브 채널 캡처]](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ce/72/25/67ce72251f2fd2738252.jpg)
tvN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에서 우주선에 탑승한 산부인과 의사가 루페(loupe·확대경)에만 의지해 난자 내에 정자를 주입시키는 미세수정에 성공하는 장면. [tvN 드라마 유튜브 채널 캡처]
IVF에서 미세수정은 말 그대로 미세하고 예민한 기술이다. 배양연구원이 난자의 좌측 투명대(알껍질) 쪽 9시 방향에 대롱을 넣고 미세한 음압을 걸어 고정한 상태에서 오른쪽 유리침 속의 정자를 난자의 3시 방향에서 정중앙으로 찔러 넣어 정자를 집어넣는 것이다. 배양연구원이 양다리로 버티거나 의자에 앉아서 안정된 자세를 취해야만 시술할 수 있다. 공중에 떠서 이러한 수정 기술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쨌든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든 허구가 드라마에서 나열된다고 해도 필자는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K-드라마가 세계적 한류의 한 획을 또 그으면 좋겠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를 통해 외계의 생명체가 이런 모습일 거라는 상상력을 자극했듯이, 아기를 낳고자 하는 간절함이 우주로까지 뻗어나간다면 우주의학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인간 생식세포의 생식력은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는 떨어진다. 중력이 지구보다 조금이라도 약한 공간(microgravity)에서는 생식력이 극도로 저하됐다는 것이다. 다만, 우주 공간의 다른 중력 조건에서 정자가 모양이 변하거나 DNA가 단편화되거나 산화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으며 생존능력이 유지된다는 사실 정도만 입증됐다.
그렇다면 우주인 남녀가 우주선 내에서 사랑에 빠졌을 때 자연임신이 될 수 있을까. 거의 희박하다. 자연임신이 되려면 성행위를 통해 분출된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질로 들어가 난자가 기다리는 나팔관까지 헤엄쳐 가서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서 정자는 미세 중력에 노출되면 운동기능이 크게 떨어지므로 잘 이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주는 중력이 없어 움직임을 통제할 수 없고 빛이 들지 않아 어둡고 많은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우주에서의 생식은 어느 부분이 지상에 비해 더 나은지를 생각하기보다 일어날 모든 난제를 어떻게 피해갈지를 걱정하는 시선으로 풀어가야 한다.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에서의 동식물 생식을 연구한 논문들이 있다. 이에 따르면 식물은 지상보다 더딘 성장을 보였다. 생쥐 실험에서는 우주에서 짝짓기를 시도하거나 체외수정과 이식 단계를 거친 후 지구에 와서 새끼를 낳을 수 있었지만, 지상에서보다 성장 상태가 떨어졌다. 우주여행을 마친 생쥐들은 전정기관에 이상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능을 회복했다. 무중력 상태이다 보니 평형감각이 무뎌져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100세 시대 자식 생산의 꿈
그럼에도 인류는 삶의 공간을 꾸준히 넓혀갈 것이다. 지구에서 달이나 화성, 더 나아가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찾아 나설 것이다. 여러 가지 우주의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더 나은 첨단기술을 개발해 모든 기자재의 수준을 높이고 시간 단축과 편리성 면에서도 성장을 이뤄낼 것이다.
최근 우주에서의 배아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에서 쥐의 배아(수정란)를 배양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중력의 유무가 배아의 초기 분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에서 초기 단계 포유류 배아가 무사히 성장한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NASA(미항공우주국)와 ESA(유럽우주국)에서는 우주에서 사용 가능한 체외수정 시스템과 배아 인큐베이터를 이용해서 우주에서 줄기세포 및 생식세포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무중력 혹은 미세 중력이 세포 복구와 재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질 것이다.
필자 역시 미지의 땅, 우주에서의 생식의학 연구에 대해 희망적 꿈을 꾼다.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난임 부부들에게 아기를 안겨주는 일이 한결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만혼(晩婚)의 시대에 우주에서의 배아 연구를 토대로 생식세포와 생식기의 회춘 키워드가 밝혀진다면 100세 시대에 걸맞게 늦은 나이에도 자식 생산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