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 北 영부인으로 국제 무대 공식 등장
김주애 ‘김정은 딸’에서 ‘후계자’로 승격
김여정 ‘평양 저승사자’로 통하는 실세
현송월 김정은 있는 곳에 그녀가 있다
최선희 北 대외관계 총괄하는 파워우먼

김정은 부인 리설주(왼쪽). 9월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뒤로 딸 주애가 서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정권은 ‘여인 천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 최고 권력자 김정은 주변에 여성 여럿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들어 ‘여인 천하’라고 규정했다.
No. 1 리설주, 외교 무대 첫 등장한 北 퍼스트레이디
김정은 주변 여성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띈 이는 부인 리설주다. 그는 2018년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에 모습을 드러내 우리 국민에게도 친숙하다. 교수 아버지와 의사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리설주는 북한 예술 영재들이 진학하는 금성제2중학교 출신으로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육상대회에 응원단으로 남한을 방문하기도 했다.조 위원은 “김일성 부인 김성혜가 북한 최초 영부인이지만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김정일에게는 알려진 부인이 다섯 명이나 되지만 어느 누구도 영부인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리설주는 외교 무대에 공식 등장한 북한의 첫 영부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이 리설주를 외교 무대에 공식 등장시킨 것은 아버지 김정일과 자신이 다르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공개 행보를 했던 리설주는 최근 공개 활동이 뜸해졌다. 조 위원은 그 이유로 “딸 주애를 돋보이게 하려는 리설주의 배려”라고 말했다. 그는 “멀리서 주애를 보면 리설주 이미지가 연상된다”며 “헤어와 의상 등 딸 주애의 코디를 리설주가 도맡아 하며 자신의 분신인 주애의 후계 작업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No. 2 후계자로 굳어지고 있는 김정은 딸 주애
김정은 주변 여성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이는 단연 딸 주애다. 2013년생으로 알려진 주애는 아직 앳된 10대 소녀임에도 사실상 ‘김정은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주애의 존재는 2017년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을 계기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로드먼이 방북 당시 “김정은 가족과 원산에 함께 머물며 ‘주애’라는 이름의 김정은 딸을 안아봤다”고 언급했던 것.조 위원은 “김정은 딸 이름이 주애라는 사실을 정작 북한 주민들은 알지 못한다”며 “처음 주애가 등장했을 때 북한 방송은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표현했다가 ‘존귀한 자제분’을 거쳐 지금은 ‘가장 사랑하는 따님’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주애는 김정은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할 때도 동행할 만큼 사실상 후계자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조 위원은 “노동신문에는 베이징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린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는 딸 주애의 전신 사진이 실렸는데, 주애가 김정은 후계자라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북한 주민 사이에 주애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며 “후계자로 받아들이는 체념파와 어린 소녀에 불과한 주애가 어떻게 후계자가 될 수 있느냐는 회의적 입장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주애가 김정은 후계자로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은 100%”라며 “다만 후계자로 권력을 승계하는 것과 국정 운영을 잘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덧붙였다.
No. 3 ‘평양 저승사자’ 김여정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의 공식 직책은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하지만 북한에서 김여정은 ‘평양 저승사자’로 통한다고 한다. 조 위원은 “김여정 말 한마디면 누구라도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 있기 때문에 ‘평양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말했다.김여정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때는 김정은을 밀착 수행하며 최측근 인사임을 과시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의 공개 행보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조 위원은 “김여정 역할이 과거 수행비서에서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오빠 김정은 우상화와 대외 담화를 주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개인 명의 담화를 발표하곤 했다. 그런데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 등 거친 표현이 적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정부 당국이 남북대화 복원을 촉구했을 때조차 ‘허망한 개꿈’ ‘미국의 특등 충견’ 등 정제되지 않은 표현의 김여정 담화가 계속됐다. 조 위원은 “거친 표현의 김여정 담화는 그녀가 북한에서 얼마나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누구도 김여정이 쓴 담화를 고칠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여정 권력의 원천은 오빠 김정은”이라며 “딸 주애가 권력을 승계하게 되면 김여정의 위상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No. 4 ‘실세’로 통하는 현송월과 최선희
김정은 주변 여성 가운데 가족이 아니면서 ‘실세’로 통하는 두 여성이 현송월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상이다. 현송월은 과거 김여정이 하던 김정은 수행비서 구실을 하고 있다. 조 위원은 “김정은 있는 모든 곳에 현송월이 있다”며 “가족이 아니면서도 현송월이 김정은 수행비서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은 같은 예술단 출신인 리설주의 후광이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현송월이 김정은 우상화를 총괄하는 측근이라면, 최선희 외무상은 폐쇄적인 북한에서 김정은을 대신해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측근이라 할 수 있다. 조 위원은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때 아무 성과 없이 ‘노딜’로 끝났음에도 당시 미국 담당이던 최선희가 경질되지 않고 오히려 외무상으로 승진한 것은 그만큼 김정은이 총애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최선희는 북한 총리를 지낸 최영림의 수양딸로 알려져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는 노동당이 군과 정부를 지배하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소속 외무상보다 당 국제부장이 더 우위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최선희가 외무상을 맡은 후 그 같은 서열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조 위원은 “당 국제부장 김성남이 아니라 외무상인 최선희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최선희는 내년 3월 이후 트럼프와 김정은 미·북 정상회담의 막후 실무협상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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