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호

기대 이하 美 실적 딛고 라면 세계 1위 노린다  

[재계 ‘영 리더’ 탐구] 농심 미래 설계하는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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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6-07-06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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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대학 졸업 전 농심서 인턴 시작

    • 2019년 입사 후 매년 승진…3년 만에 임원

    • 미래사업실 맡은 2023년부터 미래 먹거리 개발

    • 스마트팜 사업 성공…오만엔 수출, 사우디·카타르와 MOU

    • 2025년부터 해외시장 이끌었지만 美 자회사 실적↓

    • 실적 낮아도 배당? 농심 “이전까진 실적 좋았다”

    • 해외시장선 성과 못 내…동문인 삼양 전병우와 비교

    • “승계 구도 명확, 신동원 회장 건재해 서두를 필요 없어”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 사옥.  농심 홈페이지 캡처, 뉴스1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 사옥.  농심 홈페이지 캡처, 뉴스1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부사장). 농심 홈페이지 캡처, 뉴스1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부사장). 농심 홈페이지 캡처, 뉴스1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선호하는 라면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십중팔구 농심의 제품 이름을 댈 것이다.” 

    라면 업계에서는 일종의 금언처럼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라면 판매량 1~10위를 줄 세우면 그 가운데 5개가 농심 제품이다. 먼저 농심 신라면은 1986년 첫 출시 이후 국내 라면 판매량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농심의 히트 상품은 신라면 외에도 다양하다. 2024년 2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기준 라면 판매량 1위는 신라면, 2위도 농심의 짜파게티였다. 이외에도 육개장(5위), 안성탕면(6위), 너구리(7위) 등 상위 10개 가운데 5개가 농심의 라면이다. 

    게다가 국내 라면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5년 10월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21년 37억9000만 개, 2022년 39억5000만 개, 2023년 40억4000만 개, 2024년 41억 개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라면 업계는 “국내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입을 모은다. 라면 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의 주 고객은 10~20대 젊은 층인데 그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해외시장 개척, 신사업 개발 등 새 먹거리를 찾지 않는다면 라면을 주축으로 한 식품 회사는 매출 성장의 한계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심은 이미 해외시장 개척 및 신사업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94년 해외 법인 농심아메리카(현 농심홀딩스아메리카)를 설립하고 2005년에는 캘리포니아에 LA공장을 가동하며 연간 5억 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신사업 부문에서도 2018년 스마트팜 사업에 진출했고, 2020년에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이필’을 내놨다. 농심의 미래라 할 수 있는 해외시장과 신사업을 총괄하는 사람은 신상열(33) 농심 미래사업실장(부사장)이다. 고(故) 신춘호 농심 창업주의 손자이자 신동원(68) 농심 회장의 장남이다.

    스마트팜 개발 등 신사업에서 성과 보여

    신상열 부사장은 1993년생으로 아직 30대 초반이지만 이미 10년이 넘게 농심에서 일해 온 경력자다. 대학 재학 중인 2015년부터 농심에서 인턴으로 시작했고, 졸업 후인 2019년에 농심 경영기획팀 평사원으로 입사해 매년 승진했다. 2020년 경영기획팀 대리, 2021년에는 부장을 거쳐 그해 11월 구매실장(상무)으로 임원 자리에 올랐다.



    그가 미래사업실을 맡기 시작한 것은 2023년부터. 미래사업실은 농심의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곳이다. 농심 관계자는 “미래사업실은 그룹 내 신사업을 길러내는 곳으로 인수합병 및 사내벤처팀을 지원해 신사업으로 만드는 일을 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사업실의 대표적 성과가 바로 스마트팜 사업이다. 미래사업실이 사내벤처팀을 지원해 사업을 키웠고, 이를 농심이 흡수해 성과를 내고 있다. 농심은 2022년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수출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중동 스마트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에는 중소기업 3개 사와 컨소시엄을 구성,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스마트팜 운영·구축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스마트팜 등 신사업 성공 성과 때문인지 신 부사장은 2024년 미래사업실장 전무로 승진했고, 2025년에는 농심의 미국 법인인 농심홀딩스아메리카(Nongshim Holdings America)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농심홀딩스아메리카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농심의 해외 지주사 역할을 한다. 농심의 해외 매출 중 약 50%가 미국 법인에서 발생한다. 사실상 해외 사업의 핵심을 쥔 셈이다. 

    신 부사장은 올해 1월에는 미래사업실장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월에는 농심의 자회사 농심태경의 사내이사에 취임했다. 이 회사는 농심이 제조하는 라면의 분말수프나 과자의 시즈닝을 만드는 회사다. 3월에는 농심 사내이사에 선임됐고, 4월에는 홍콩 법인인 농심홍콩의 임원진에도 이름을 올렸다. 농심홍콩은 농심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일종의 지주사다. 

    5월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농심 신라면 출시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 사장이 신라면 누적 매출 20조 원 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조 사장은 “해외시장 공략 속도를 높여 2030년 글로벌 라면 시장 1위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2030’을 설명했다. 농심

    5월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농심 신라면 출시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 사장이 신라면 누적 매출 20조 원 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조 사장은 “해외시장 공략 속도를 높여 2030년 글로벌 라면 시장 1위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2030’을 설명했다. 농심

    2025년 해외 매출 늘었으나 美 자회사 매출은 감소

    농심이 공개한 성적표만 보면 신부사장이 미국 시장 등 해외 산업 전반을 맡은 뒤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농심의 2025년 연결기준 매출은 3조5143억 원, 영업이익은 1839억 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12.8%나 늘었다. 농심 측은 “내수시장의 전반적 수요 둔화에도 전체 매출의 40%에 달하는 해외 법인의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보고서를 뜯어보면 농심 측 발표와는 다른 수치가 보인다. 농심의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매출은 3383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0% 수준이다. 이는 전년 매출(3442억 원)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농심 측은 “해외 실적은 농심의 해외 매출에 각 해외 법인의 실적을 더해서 산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출 실적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 질의하자 “유럽 법인 신설 때문에 유럽 수출액이 유럽 법인의 매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농심의 해외 실적 과반을 차지하는 미국 법인의 사정은 어땠을까. 미국 법인의 지주회사 격인 농심홀딩스아메리카는 매출과 이익은 물론 자산과 자본까지 늘었고, 부채는 오히려 줄었다. 사업보고서는 그 이유를 “자회사인 농심USA의 실적 호조에 따른 배당 수령”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정작 농심USA의 2025년 한 해 실적은 형편없었다. 매출은 138억 원 감소했고, 자산은 919억 원, 자본은 599억 원이나 쪼그라들었다. 신상열 부사장이 미국 법인을 맡은 이후 식품 판매 실적이 뒷걸음질친 것이다. 그럼에도 농심USA는 실적이 곤두박질친 그해에 농심홀딩스아메리카에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농심 측은 “배당은 당해연도 순이익뿐만 아니라 과거에 누적된 이익잉여금과 가용 현금을 재원으로 지급할 수 있다”며 “2021~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한 것을 바탕으로 농심USA가 농심홀딩스아메리카에 배당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누적 이익잉여금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설령 잉여금이 풍부하더라도 실적이 부진한 해에 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신상열 부사장이 농심의 미국 법인을 맡은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미국 컬럼비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유학파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신 부사장이 농심홀딩스아메리카 CEO를 맡게 됐을 당시 농심 측은 “신 부사장은 미국 대학 출신으로 북미 지역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북미 사업의 전략 방향성을 제시하며 책임경영을 펼쳐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신 부사장은 대학 시절 컬럼비아대 한인 학생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으로서 다양한 사회공헌·봉사활동에 참여했으며, 학생회 기념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한 수익금을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등 일찍부터 경영자적 면모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컬럼비아대 동문회 관계자는 “같이 학교를 다니거나 만난 적은 없지만, 학창 시절 리더십이 뛰어나고 학생회 활동은 물론 학업에도 적극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신상열 부사장과 비슷한 시기에 컬럼비아대를 다닌 재계 영리더가 또 있다. 전병우 삼양식품 운영최고책임자(COO·전무)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라면 기업의 차기 후계자가 공교롭게도 모두 컬럼비아대 출신인 셈이다. 공통점은 출신 학교에 그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해외 영업과 신사업을 전담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심과 삼양식품 모두 라면 매출이 근간인 만큼, 국내시장 축소에 대비해 신사업 개척과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사업인 만큼 후계자에게 직접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심 vs 삼양 3세, 해외 실적만 보면 삼양이 앞서

    해외 영업 실적만 보면 삼양식품이 농심을 앞선다. 지난해 삼양의 해외 매출은 약 2조 원으로 추정된다. 농심의 해외 매출 역시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농심의 발표대로 지난해 총매출의 40%라고 가정하면 1조4000억 원 정도다. 

    삼양식품 측 발표에 따르면 전병우 전무가 해외 실적에 기여한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의 지주회사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해 11월 그의 승진 이유에 대해 “불닭 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 사업 확장을 총괄한 실적을 인정받았다”며 “특히 중국 자싱(嘉興)공장 설립을 주도해 해외 사업의 성장 동력을 마련했고, 2025년 4월 세계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불닭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신상열 부사장은 해외 매출에 기여한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국내 매출에 비해 해외 매출이 큰 기업이니 그만큼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농심은) 국내 매출이 컸으나 최근 해외시장에 대한 관심을 더 보이는 데다 신 부사장이 해외 법인 CEO를 맡은 만큼 앞으로 성과를 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라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 부사장은 성과를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 아버지인 신동원 회장이 건재한 데다 승계를 두고 경쟁할 경쟁자도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신 부사장에게는 누나가 두 명 있다. 신수정(38) 농심 상품마케팅실 상무가 큰누나, 신수현(35) 농심 디지털마케팅팀 책임이 작은누나다. 두 사람 모두 농심에서 일하고는 있지만 농심이 장자 승계 가풍을 지켜왔기 때문에 승계 구도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대신 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장자를 도와왔던 농심가의 전통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춘호 창업주의 장녀인 신현주 전 농심기획 부회장도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다 1996년 농심 계열 광고기획사 농심기획이 설립됐을 때 이사로 입사했다. 그녀는 농심의 핵심 브랜드인 새우깡, 신라면, 너구리 등의 방송광고를 제작하는 등 농심의 성장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이사를 시작으로 부사장·사장을 거쳐 부회장에 올랐고, 2020년 3월에는 농심의 지주사 농심홀딩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면서 지주사 경영진으로 장남이자 동생인 신동원 회장을 보좌했다. 신현주 전 부회장은 2023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자 재선임 절차 없이 지주사를 떠났다. 

    재계 관계자는 “신수정 상무와 신수현 책임 역시 회사 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겠지만 장남인 신상열 부사장을 필두로 농심의 3세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며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 사장이 농심의 현재를 경영하고 관리한다면, 신 부사장은 미래사업실장으로 농심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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