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주요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1월9일 한국의 ‘기러기 가족’을 1면에 보도했다.
‘동아유학지오넷’의 주은미 차장은 황당한 상담사례를 털어놨다.
“1월 초 한 아버지가 화난 얼굴로 찾아왔어요. 모 유학원에서 ‘딸의 중학교 성적표를 위조해야 아이를 미국 명문 사립고에 보낼 수 있다’고 은밀히 제안했다는 거예요. 성적표 중 딱 한 과목에 ‘양’이 있는데, 이걸 영문 번역하는 과정에 고치자는 거였죠. 수백만 원의 돈을 요구하면서.
대학은 영문 성적표를 직접 발급하기 때문에 위조가 불가능하지만, 중·고등학교 성적표는 번역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허점을 이용한 거죠. 그러나 편법을 동원해 좋은 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유학생활이 과연 평탄할 수 있을까요?”
사설기관으로, 캐나다 지방자치단체와 국내 유학원의 연결 역을 맡고 있는 ‘주한캐나다교육원’의 이상미 홍보실장도 얼마 전 한 유학업체로부터 바가지를 쓴 한 어머니의 상담을 의뢰받았다. 같은 유학원을 통해 ‘캐나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등록한 다른 학부모가 지불한 돈과 자신이 지불한 액수가 턱없이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주요 과목의 과외, 골프 레슨, 공항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이 어머니가 낸 돈은 1000만원. 그러나 이웃 학부모는 같은 업체에서 똑같은 프로그램을 등록하며 이보다 몇백만 원 적게 냈다.
이 실장은 “일부 유학원에서 고객들에게 내키는 대로 돈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다른 유학원과 꼼꼼히 비교해볼 것을 당부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유학원을 운영하는 박영석씨는 “일부 유학원의 비양심적 영업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 부모의 현장 답사는 필수”라고 말했다. 학생이 적은 학교일수록 유학원에 더 많은 커미션을 얹어주며 학생을 유치해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 오타와로 유학 온 김모(17)군은 유학원의 소개로 선택한 학교에 크게 실망했다. 시가지 건물에 들어선 학교는 인근 모텔을 빌려 기숙사로 삼을 만큼 교육환경이 열악했다. 학교로부터 웃돈을 받은 유학원이 자신을 그쪽에 소개했다는 사실을 알고 김군은 부랴부랴 다른 학교로 전학 갈 궁리를 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에서 유행하는 관리형 단기유학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지에서 한국 교과까지 완전히 마스터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부모라면, 절대 우리 아이를 유학원에 맡긴 채 혼자 캐나다로 보내지 않을 겁니다.”
이윤선(가명·26)씨는 지난해 A유학원 국어교사로 선발돼 약 1년간 캐나다에서 한국 초등학생들을 가르쳤다.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기대는 분노로 바뀌었다. 유학원은 자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마치 특목고 진학의 지름길인 것처럼 선전했지만, 실제 시스템은 주먹구구였기 때문이다.
A유학원은 최근 유행하는 ‘캐나다 단기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기유학 프로그램이란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1~2년간 캐나다 현지 학교에 다니며 영어를 익힌 후 다시 귀국하는 시스템. 서울 중계동에서 입시학원과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토피아아이비클럽(이하 토피아)’이 2000년대 초 이 프로그램을 선보이자(‘신동아’ 2003년 2월호 보도), 여러 유학업체가 이를 벤치마킹하고 나섰다.
A유학원의 운영방식도 토피아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유학원은 방과 후 학생들에게 2시간씩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한국 교과를 가르치는 학원도 겸한다. 유학생들의 한국 귀국시 적응을 돕기 위해서다.
‘한국 교과 완전 마스터’는 거짓말
이씨는 조기유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방과 후 생활을 지도했다. 학생들이 향수병에 걸리지 않도록 한국음식도 만들어줬다. 이른바 ‘조기유학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셈. 그러나 학원이 제시한 핑크빛 시나리오와 현실은 사뭇 달랐다.
“유학원은 학생들이 캐나다 현지에서 한국 교과목을 ‘완전 마스터할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12명의 학생을 놓고 한 과목당 50분간 수업하는데, 학생들의 학년과 실력은 모두 다르거든요.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겠어요?
게다가 국·영·수 교사들은 캐나다로 오기 전 그 흔한 오리엔테이션조차 받은 적이 없습니다. 교과 지도, 교재 선택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없더라고요. 교사들은 대부분 캐나다를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 학생들이 문화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적절한 도움조차 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