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이야 강원랜드 입간판을 떠받치는 홍보물로 전락했지만 사실 이 다리에는 한국현대사가 녹아 있다. 1980년, 사북사태 당시 광부들과 경찰이 목숨을 걸고 대치하던 장소가 바로 이 굴다리였다. 당시 광부들은 굴다리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맞섰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지금도 굴다리 주변에는 탄을 캐던 시절의 흔적들, 사북광업소의 수갱이며 저탄장 등이 널려 있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을 추억케 한다.
그 땅에 들어선, ‘문화관광산업의 대표 브랜드’ 강원랜드는 1995년 12월 제정 공포된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특법)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 법을 근거로 2000년 10월 스몰카지노가 개장했고 2003년 4월에 지금의 메인카지노가 문을 열었다.
‘문화관광부 장관은 폐광지역 중 경제사정이 특히 열악한 지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역의 1개소에 한하여 ‘관광진흥법’ 제21조의 규정에 의한 허가요건에도 불구하고 동법 제5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카지노업의 허가를 할 수 있다.’(폐특법 제11조)
강원랜드 카지노의 매출 규모는 개장 이후 해마다 늘었다. 2000년 884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07년에는 1조265억원으로 12배가량 커졌다. 2000년 505억원이던 총수입액(순매출액-제세금-기금)도 2007년에는 6726억원으로 13배 이상 늘었다. 2007년 강원랜드 카지노의 순이익은 2928억원이었다.
번 만큼 쓰기도 많이 썼다. 특히 존재이유가 된 폐광지역 지원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지난해 5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2000년 141억원(관광진흥개발기금 83억, 폐광진흥개발기금 58억)의 기금을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총 8429억원의 기금을 냈다. 이 돈은 모두 정선, 태백, 삼척, 영월, 경북 문경, 충남 보령, 전남 화순 등 폐광지역에 지원금으로 내려갔다.
좋은 일도 많이 했는데, 강원랜드는 욕을 많이 먹는다. 종합리조트가 되겠다며 새 브랜드 ‘하이원’을 론칭했지만 사람들에게 강원랜드는 여전히 하우스(도박장)일 뿐이다.
공기업이다 보니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도 불려갔는데 갈 때마다 몰매를 맞았다. 도박중독자가 된 사람들, 전 재산을 탕진하고 노숙자가 된 사람들 때문에 욕을 먹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도박중독자 통계도 매년 나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화제가 된 ‘5000원에 몸을 파는 여성 도박중독자’도 사실 매년 리바이벌되는 레퍼토리였다.
강원랜드 고객들의 불만
‘신동아’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강원랜드의 비도덕적 혹은 탈·불법 운영 실태’에 주목한 데는 여러 사람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특히 강원랜드 VIP 회원인 K씨, 강원랜드를 상대로 한 소송을 여러 건 진행 중인 정해원(58) 변호사와의 만남이 인상적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중견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K씨는 미8군 카지노에서 블랙잭을 배웠고 30년 가까이 블랙잭을 취미생활로 즐겼다고 했다. 요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게임을 즐기는데 강원랜드에 갈 때는 보통 수천만원가량을 준비한다고 한다. K씨와는 몇 번에 걸쳐 만났다. 그는 만날 때마다 강원랜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는데 내용은 주로 이랬다.
“강원랜드가 고객에게는 불리하고 카지노에는 유리한 제도만을 선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부당이득을 얻고 있습니다. 회원영업장(이하 VIP실)에 셔플기를 도입한 것, 서렌더 등 고객에게 유리한 제도는 채택하지 않은 것 등이 그 예입니다. 한 달에 15일로 정해놓은 출입 가능일수도 너무 많아요.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카지노를 즐기려면 지금의 절반 이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원랜드를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인 정 변호사는 더 많은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재 정 변호사가 진행 중인 소송의 쟁점들이 하나같이 불만거리였다. 일단 정 변호사는 강원랜드가 ‘병정’에 의한 대리베팅, 사채업자의 활동 등을 묵인하면서 문제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 사행성 논란을 빚으면서도 베팅상한선을 슬쩍 올린 것에 분개했다. 실제로 강원랜드는 지난해 8월1일부터 VIP실내 게임당 베팅상한선을 1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올렸다.
정 변호사는 VIP실 바카라 게임에 사행성이 큰 디퍼런스룰을 적용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취재를 끝낸 기자에게 “2015년이면 강원랜드의 카지노 사업을 승인한 폐특법의 적용 시한이 만료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한이 지난 이후 내국인 카지노가 완전히 없어지길 바랍니다”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신동아’는 이 두 사람 외에도 취재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른바 ‘병정’이라 불리는 사람도 여럿 만났고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잃은 사람도 만났으며 작게나마 돈을 딴 사람도 만났다. 카지노를 연구하는 사람, 카지노에서 쫓겨난 사람도 여러 명이었다. 이들이 전하는 강원랜드의 문제는 다양했다. ‘신동아’는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