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단체 회원들이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일회용 도시락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러 연구진의 동물실험 결과 PFOA는 쥐와 같은 설치류 동물에서 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DEHP(Di-ethylhexyl phthalate, 플라스틱 제품의 연화제로 사용되며 환경 호르몬인 프탈레이트의 일종)’처럼 ‘PPAR-’라는 수용체가 그 매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PPAR- 수용체를 매개로 한 발암 메커니즘은 설치류에 국한되고 인체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메커니즘이 태아 및 영아에서도 일어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적이 없다. 신생아가 PFOA에 오염됐다는 존스홉킨스대 병원의 발표가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PFOA는 고환암, 유선암 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FOA는 발암성 이외에 면역계 장기인 흉선 및 비장의 정상적인 작용을 방해해 면역계 기능을 교란한다. 또한 지용성이라 태반을 쉽게 통과해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고 뇌에 쉽게 축적되어 갑상선 호르몬과 같은 신경계 호르몬의 변화를 일으킨다. 특히 뇌의 발달이 왕성한 시기인 태아나 영아기의 갑상선 호르몬 변화는 정상적인 두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기억력 감퇴, 학습 장애와 같은 신경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 변화와 뇌 발달 장애의 상관성은 비단 동물에 국한되지 않고 인체에서도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PFOA의 인체(특히 태아나 영아) 노출 농도와 인체 갑상선 호르몬 변화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3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제45차 미국 독성학회에서는 PFOA 관련 연구논문이 여러 편 발표됐다. 그중에서도 임신한 쥐에게 PFOA를 투여한 결과 태어난 새끼의 크기가 줄고, 눈뜨는 시기와 털의 성장 등이 현저하게 영향을 받으며 사산율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논문이 많은 연구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생식 및 발달(성장) 독성이 임신 중 노출된 시기와 관련성이 높으며, 태아의 성장 시기 중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정 시기가 있음을 추정케 한다. 다시 말해 임신 중 특정시기에는 PFOA 노출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시기가 언제인지를 파악하는 연구가 예방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더욱이 PFOA는 동물에서보다 인체에서 반감기가 훨씬 길어 똑같이 노출된다 해도 인간에게 더 큰 독성작용을 나타낼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종(種)의 실험을 통해 인체의 반응을 최대로 예측할 수 있는 최적의 동물모델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과학자들, 인체 발암 경고
PFOA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인체에 끼치는 유해성을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은 최근의 국제적인 추세가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적용, 인체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더라도 동물 등에서 뚜렷한 증거가 나타나면 일단 사전조치를 취한다는 사실이다. 사전예방원칙은 어떤 물질의 인체 유해성이 불확실할 경우 이것의 안정성이 입증될 때까지 유해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해당 물질을 취급한다는 원칙이다.
PFOA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문제는 최근에야 주목을 받기 시작해 아직 연구 자료가 많이 축적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인체 유해성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PFOA 제조업체인 3M사와 듀폰사가 자사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가 그런 예다.
역학조사 결과 PFOA 관련 작업장에서 장기간 근무한 사람은 전립선암 또는 뇌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3배 정도 높으며, 방광암 사망률도 다소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혈중 콜레스테롤 및 지질(脂質)의 양도 증가시켰다. 또한 갑상선 호르몬에 변화가 일어났으며 우리 몸에 유익한 고밀도 지단백질(HDL)의 형성도 억제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