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호

기본재산출연 허위보고, 뒤바뀐 입시 當落, 교원 임의채용 …

청강문화산업대 교육부 감사 보고서

  • 글: 김진수 jockey@donga.com

    입력2002-11-04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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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리사학이 적잖다. 사학 비리는 세간에 거론되는 일부 학교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 사학재단이 있다.
    • 이 재단이 운영하는 전문대의 평판은 썩 괜찮은 편. 그런 곳에서조차 비리가 싹틀 소지가 다분한 갖가지 불법행위가 판친다. 한국 사학의 현실이다. ‘신동아’는 문제의 사학재단인 학교법인 청강학원과 청강문화산업대학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종합감사결과보고서를 최근 단독입수, 그 내용을 공개한다.
    기본재산출연 허위보고, 뒤바뀐 입시 當落, 교원 임의채용 …

    청강문화산업대 전경

    ‘신동아’가 입수한 보고서는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지난해 12월13일부터 22일까지 학교법인 청강학원과 청강문화산업대학(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이하 청강대)에 대해 실시한 종합감사의 결과물이다. 교육부 감사관실은 7명의 감사반을 편성, 1999학년도 이후의 학교법인 및 대학 운영업무와 민원관련사항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교육부 행정감사규정상 국공립대학(교)은 3년 주기로 종합감사를 받도록 돼 있지만, 별도 주기가 없는 사립대학(교)의 경우 좀처럼 종합감사를 받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학내분규 발생 등)에만 감사받는 게 통례다. 때문에 이번 감사는 극히 이례적이다. 청강학원과 청강대로서도 개교 이래 첫 감사다.

    ‘거짓’ 판명된 청강학원 반론

    그렇다면 교육부는 왜 분규도 발생하지 않은 청강대와 청강학원에 대해 종합감사를 실시한 것일까. 교육부는 올해 2월 작성한 이 보고서의 서두에서 지난해 잇따른, 시사주간지 ‘주간동아’ ‘한겨레21’과 월간 ‘말’지 등 3개 언론매체의 관련보도를 계기로 감사를 실시했음을 명시했다.

    여기서 지난해 보도된 청강학원 관련기사를 잠시 살펴보자. ‘주간동아’ 286호(2001년 5월31일자)가 사립전문대의 부패행각을 다룬 특집 ‘교육기관인가, 부패온상인가’를 통해 청강학원의 기본재산출연 허위보고 문제를 폭로한 것을 비롯, ‘한겨레21’ 359호(2001년 5월24일자)도 특집 ‘학교가 니꺼니? 비리사학재단과의 전쟁’에서 같은 내용의 의혹을 제기하고 족벌경영 실태를 비판했다. 뒤이어 월간 ‘말’지 2001년 8월호는 ‘사학재단 청강학원의 이상한 회계장부’란 제목의 기사에서 역시 청강대의 기본재산 유용 의혹을 다뤘다.



    당시 이 3개 매체가 일관되게 청강학원 문제를 파고든 의도는, 1996년 3월 개교 이래 단 한번도 학내분규가 없었고 국내 최초로 개설된 애니메이션과가 신세대 수험생 사이에 인기를 끌어 외부 평판도 좋은 신생 전문대인 청강대에도 그런 비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다른 사학들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었다.

    청강학원 설립자인 이연호씨(작고·전 (주)남양알로에 대표)의 부인이자 청강학원 이사장인 정희경씨(70)는 서울대 사범대 교수 출신의 교육전문가로 15대 국회의원(국민회의·전국구)을 지냈다. 그런 공인이 이사장을 맡은 사학에조차 비리가 있다면 마땅히 기사화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당해 매체들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청강학원측은 보도가 나간 뒤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청구 중재신청을 내고 ‘주간동아’ 292호에 실은 ‘반론보도문’을 통해 ‘주간동아 보도내용이 독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학교법인 청강학원은 청강대를 그 어떤 사학보다도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친 바 있다(반론보도청구권은 언론사 보도내용에 대해 보도 대상자가 반박주장을 보도해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로 신청인측 주장이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것일뿐, 보도내용의 사실관계 및 진실성 여부와 관련 있는 정정보도청구권과는 다르다).

    그러나 이번에 입수한 감사결과보고서는 ‘모범적인 사학’이라던 당시 청강학원의 반론내용이 거짓이었음은 물론, 청강학원과 청강대가 수시로 갖가지 학사·인사·재정상 불법행위를 저질러왔음을 입증하고 있다. ‘신동아’는 사학비리 근절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보고서 내용을 간추려 공개한다. 이는 지난해 ‘주간동아’의 보도취지와도 같은 맥락이다. 교육부 감사결과보고서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의 감사결과보고서엔 학교법인 청강학원과 청강대에 대한 감사 지적사항이 사안별로 무려 27가지나 적시돼 있다.

    지난해 ‘주간동아’가 기사화한 기본재산출연 허위보고 액수는 10억6600여 만원. 당초 청강대 재단인 청강학원은 전문대 설립계획 승인(1993년 2월)시 교육부에 기본재산(교육용·수익용) 102억7200여 만원을 출연키로 약정해놓고도 1996년 8월 교육용 기본재산 10억6600여 만원에 해당하는 출연보고서를 허위로 제출한 것이다. 취재 당시 모두 28억여원의 기본재산 유용 의혹이 일었지만, ‘주간동아’는 취재과정에 뚜렷이 확인된 부분인 10억6600여 만원의 허위보고 부분에 대해서만 기사화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청강학원은 10억6600여 만원과는 별도로, 1995년 12월 교육용 기본재산 17억7400여 만원을 학교법인 회계장부에 등재하지 않은 채 교육부에 잔고증명만 보내는 방법으로 또 한번 허위보고한 것으로 밝혀져 청강학원측의 부도덕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기본재산출연 이행은 학교법인 설립허가에 필수 조건이다. 즉 학교법인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가 일정 재산을 출연하고 정관을 작성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교육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한 사립학교법 제10조에 의거한 필수 절차다.

    청강학원은 또 청강대 교사(校舍) 건축을 목적으로 발행한 약속어음 만기일이 도래할 무렵인 1997년 2월초, 당시 대학사무처 업무를 맡은 이모씨 등 개인명의로 2억1300만원을 관할청 허가 없이 은행에서 빌려 같은해 2월10일 학교법인 통장에 입금했다. 이어 청강학원은 이씨가 같은해 3월11일 이후 결근하자 이같은 임의차입을 시정하려 정이사장 개인통장에서 같은 금액을 인출, 법인통장에 가수금으로 입금한 뒤 3월19일 은행 대출금을 상환하고, 7개월 뒤 이를 정이사장에게 변제하는 편법을 동원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파행적인 이사회 운영

    기본재산출연 허위보고, 뒤바뀐 입시 當落, 교원 임의채용 …

    청강학원과 청강대에 대한 교육부의 종합감사결과 보고서

    청강학원은 기본재산출연 허위보고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사립학교법 등 교육관련 법규를 위반해왔다. 이사회 운영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립학교법 제21조 2항은 이사회 구성에 있어 이사들 상호간에 민법이 규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이사 정수의 3분의 1을 초과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1999년 8월31일 개정돼 2000년 3월1일부터 시행됐다(개정 이전은 이사 정수의 5분의 2).

    그러나 청강학원은 1999년 8월30일 현재 이사 정수 11명 중 정이사장을 비롯해 그의 딸 이모씨(현 청강대학장)와 사위 최모씨, 아들 이모씨 등 4명이 친족으로, 2000년 3월1일 이후부터 개정조항이 정한 제한인원 3명을 초과했다. 그런데도 이를 즉시 시정하지 않고 2001년 1월11일 정관변경으로 이사 정수를 13명으로 늘릴 때까지 계속 법규를 위반했다.

    또 사립학교법 제17조 3항에 따르면 이사장이 학교법인 이사회를 소집할 때는 적어도 회의 7일 전 회의목적을 명시해 이사들에게 통지해야 하는데도, 청강학원은 교원임용 등 3개 안건 처리를 위해 제31차 이사회(1999년 8월31일 개최)를 소집하면서 불과 하루 전에 등기우편으로만 통지했고, 이후에도 2차례 더 이사회 개최 통지를 제때 하지 않았다.

    게다가 사립학교법 제16조 1항에 따르면 교원 임면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데도 청강대 이동통신과 조교수 김모씨(현 청강대 부학장) 등 교원 10명의 승진임용에 관한 사항을 정식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은 채 2000년 3월22일 이사들의 서면결의를 통해 결정하는 등 파행 운영을 했다. 학교법인 재산의 취득·처분·관리에 관한 사항 역시 사전에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청강학원은 이를 무시하고 1999년 이후 토지 3건(22억 여원 상당)을 매입하기도 했다.

    청강학원 사무국은 이사 13명과 감사 2명의 인장을 직접 관리하며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하고 날인하는 등 상식밖의 이사회 운영을 해왔다. 이사회 회의록은 이사회 안건 및 의결사항을 입증하는 기록이어서 참석 이사가 회의록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확인한 후 직접 날인하는 게 원칙이다.

    청강대의 신입생 모집전형도 교육부 감사 결과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0학년도 청강대 신입생 모집요강에 따른 신입생전형업무세부계획에 의하면 애니메이션과 일반전형 실기지원자에 대한 실기평가방법은, 1차로 채점교수 5명이 3등급으로 구분평가하고 2차로 채점교수 전원이 절대평가한 점수 중 최고·최저점을 제외한 평균점수를 실기점수에 반영토록 했다.

    그러나 실제론 2차 점수 반영을 하는데 있어, 1999학년도 실기고사 평가 결과 계산방법이 복잡해 오류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신입생전형업무세부계획을 변경하지 않은 채 채점교수 5명이 매긴 전체점수의 평균점을 실기점수에 반영했다. 즉 당초 정했던 것과는 다른 실기평가방법을 적용한 것이다. 이 결과 응시자 중 무려 259명(애니메이션전공 161명, 만화창작전공 98명)의 순위가 뒤바뀌었고, 이중 8명(애니메이션전공 6명, 만화창작전공 2명)은 합·불합격마저 뒤바뀌었다. 수험생의 당락이 뒤바뀐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가장 인기있는 과(科)에서 이런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청강대의 무책임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강대는 1999∼2001학년도 대입특별전형(산업체특별전형, 농·어촌특별전형 등) 신입생 선발과 관련, 모집요강이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지원자 4명을 부당하게 합격시켰다. 또 1999∼2000학년도에 걸쳐 자체 입학전형공정관리대책위원회를 구성해놓고도 입학전형 관련 감사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더욱이 전문대입학전형기본계획에 의하면 각 대학은 신입생 명단을 매년 4월1일까지 신입생의 출신 고등학교에 통보해 학력허위기재 및 졸업자격 미취득자 여부, 이중등록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도 청강대는 1999∼2001학년도 입학생 5653명에 대한 사실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청강대의 학업성적 관리도 주먹구구식이다. 청강대 학칙시행세칙 제31조 및 33조에 의하면 성적평가는 출석, 평소의 성적, 정기시험 등으로 하되 출석성적을 20% 이상 반영해야 하며, 총 수업일수의 4분의 1 이상 결석한 학생은 시험에 응시할 수 없으며 성적을 취소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청강대 멀티미디어디자인과 김모 조교수 등 교원 89명(시간강사 77명 포함)은 106개 강좌에서 총 수업일수의 4분의 1 이상 결석한 학생 500여 명에게 학점을 줬다. 일부 교수는 출석성적을 아예 반영하지도 않았다.

    청강대는 장학금 지급에도 인색한 면을 보였다. 학교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 제3조 4항에 의하면 사립대학은 학과별 현원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학생에게 수업료와 입학금을 면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청강대도 마땅히 학생납입금의 10% 이상이 감면될 수 있도록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청강대는 1999∼2001학년도 장학금 예산을 수업료 및 입학금 총수입액 358억1412만3000원의 4.20%에 해당하는 15억2318만9000원으로 계상해놓고, 실제론 10억2011만8000원만 지급했다. 규정상 정해진 10%의 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또 청강대장학규정 제12조에 따르면 장학금은 이중으로 받을 수 없고, 다만 근로장학금, 교외장학금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장학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중수혜를 허용하고 있는데도, 1999∼2001학년도엔 장학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88명의 학생에게 교내외 장학금을 이중지급했다. 특히 한국지도자육성장학회나 보훈장학 및 한국학술진흥재단장학회 등이 지급하는 장학금은 이중지급을 금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사실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연구비 관리 및 운영에도 문제가 많다. 청강대 연구비관리규정 제10조 및 14∼16조에 의하면 간접연구경비의 징수대상·비율·집행에 관한 세부사항은 학술연구심의회 심의를 거쳐 학장이 정하고, 연구비로 구입한 연구기자재와 비품은 학교에 귀속시키며, 연구비 정산에 있어 10만원 이상 사용액에 대해선 세금계산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청강대는 학술연구심의회를 구성하지 않고, 간접연구경비 징수대상·비율·집행에 관한 규정이나 지침도 정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1999∼2001학년도 교외연구비에 대해 일률적으로 간접연구경비를 총연구비의 5%로 정해 표면장식디자인과 인모 조교수 등 21명으로부터 634만8000원을 부당징수했다.

    교원임용도 문제 투성이다. 굳이 전문대학 교원인사관리지침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느 학교에서건 교원임용은 전형단계별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에 따라 차질없이 이뤄져야 한다. 이같은 취지에서 청강대도 자체 교직원인사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를 위반하면서까지 부당하게 교원들을 임용했다.

    청강대는 1999년 1학기부터 2001년 1학기까지 멀티미디어디자인과 전임강사 정모씨 등 59명(전임 32명, 겸임 25명, 초빙 2명)을 신규로 공개채용했다. 그러나 1999년 1학기부터 2000년 1학기까지 7회에 걸친 서류전형시 전공·연구실적 심사위원을 위촉(2000년 8월 이후 위촉)하지 않고 평가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서류전형선발카드를 작성해 등급화(A∼C)함으로써 전공·연구실적 심사를 소홀히 했다. 또 1999년 1학기엔 컴퓨터게임과 조교수 주모씨 등 10명을 면접심사 없이 공개강의만 거쳐 임용했는가 하면, 같은 학기 컴퓨터네크워크과 전임교원 1명을 채용하면서 지원자 6명 중 공개강의 점수가 합격자보다 높은 지원자에게 면접 기회를 주지 않는 등 일부 지원자에게 형평성에 어긋나는 대우를 한 바 있다.

    1999년 1학기엔 건축공학 전공자인 이모씨를 컴퓨터그래픽과 겸임교원에 임용했고, 이씨가 1년 뒤 전임교원 모집에 지원하자 석사학위 미소지자임에도 임용했다. 또 학사 및 전문대 출신 지원자를 3명이나 임용하는가 하면, 국문학사 출신인 박모씨를 애니메이션과 겸임교원으로 임용하는 등 전공이 모집분야와 상치(相馳)하는 지원자들까지 임용했다. 청강대 자체 규정이나 모집공고내용에 부적합한 지원자를 채용한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대학교원의 신규임용 및 면접 최종확정은 학장 권한이고 이사장이 교원을 임용할 때는 사립학교법 제16조 1항에 따라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청강학원은 이사장이 면접심사계획을 결재하고 최종면접 심사에 참여하는 등 위법행위도 저질렀다. 심지어 전임강사는 2년의 기간을 정해 임명해야 하는데도 27명을 신규임용하면서 임용기간을 청강학원 정관과 달리 1년으로 부당하게 정해 임용하기도 했다.

    교원 특별채용에 있어서도 1999년 1학기부터 2001년 2학기까지 다른 특별한 사유 없이 학과장 추천이나 예상치 못한 퇴직교원 발생을 이유로 내세워 교양과 이모 교수 등 29명(전임 5명, 겸임 21명, 초빙 3명)을 공개모집하지 않고 임의채용했다. 이중 22명은 서류전형, 공개강의, 면접 등 단계별 전형절차가 완전히 생략된 채 임용됐다. 증빙서류 없이 이력서만으로 채용된 경우도 있다.

    법인세 환급금 처리도 문제

    청강학원은 또 1998년도 학교분 법인세 환급금 1억3157만4000원을 1999년 6월 세무서로부터 환급받은 뒤 이를 즉시 학교회계(청강대)에 세입조치하지 않고 법인회계(청강학원) 세입으로 처리했다 2개월 뒤 학교회계로 전출한 사실도 있다(사립학교법 제29조 1항 위반).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사건을 심의·의결하는 교원징계위원회도 두지 않고(사립학교법 제62조 위반), 일반 직원의 징계 및 재심청구를 위해 청강학원 정관상 두도록 한 일반직원징계위원회 및 일반직원재심위원회도 두지 않아 이번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특히 청강대는 1996년 9월 일반직으로 임용된 이모씨가 1997년 3월부터 경영진과 마찰을 빚고 무단결근하자 이사장으로부터 해임요구를 통보받고 징계의결 절차없이 학장 및 이사장 결재로 소급 해임처리했다.

    게다가 1999년 11월 청강대 본관 및 도서관 신축공사와 체육관 신축공사의 공사업체 선정을 일반경쟁입찰에 부치지 않고, 자체 내부기준을 작성한 뒤 이미 청강대 내부 디지털 스튜디오 신축공사 등을 맡고 있던 D건설과 사실상 수의계약을 맺는 등 법을 어기면서까지 시설공사를 부적정하게 집행했다.

    이밖에도 휴·결강에 대한 보강 미실시, 교원자격 무시험 검정대상자 평가의 부적정, 일반직원 인사관리 부적정, 보직교원의 수업 미실시, 국고보조금 목적외 집행, 학교비 적립금 관리·운용의 부적정, 관할청 허가 없이 학교법인의 당좌거래, 예산 집행상 부적정 등 교육부 감사의 지적사항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교육부 감사결과보고서에 나타난 청강학원과 청강대의 불법행위는 이처럼 총체적이다. 지난해 ‘주간동아’의 취재 당시 “(청강대와) 고질적인 부패사학을 동일시하지 말라”던 청강대 관계자의 항변은 설득력을 잃어버린 셈이다.

    감사결과보고서에 망라된 지적사항들과 관련해 교육부는 어떤 처분을 내렸을까.

    보고서엔 ‘지적사항’란 바로 옆에 ‘조치의견’란이 있다. 여기엔 각각의 지적사항에 징계·경고·주의 등 신분상 조치(128건)와 시정·개선·통보 등 행정상 조치(12건)들이 기입돼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통상 종합감사에 따른 교육부의 조치들을 당 해 학교법인과 대학이 이행했는지 여부를 서면으로 보고받으며 불이행 부분에 대해선 행정제재를 가한다”고 답했다. 청강학원과 청강대에 대한 조치사항도 현재 이행중이다.

    이에 대해 청강대 김봉길 부학장은 “(청강대측이) 제출한 서면자료를 토대로 한 감사여서 감사결과보고서 내용 자체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청강학원과 청강대의 각종 법규 및 절차 위반은 학교행정에 밝은 전문가를 따로 채용하지 않아 관련기록이 누락되는 등 무지(無知)와 과실에서 빚어진 것일 뿐, 고의성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감사를 해보면 다른 사학의 경우도 (청강대와)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항변했다.

    그는 특히 학생들과 관련한 지적사항에 대해 “뒤바뀐 합·불합격 문제는 발생당시 교육부에 보고를 했다. 장학금 지급액 미달문제는, 장학금은 ‘수혜’적 성격이 돼서는 안된다는 정이사장의 독특한 교육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학들의 갖은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조치가 물렁한 게 문제다.

    일례로 청강학원의 기본재산출연 허위보고의 경우 엄연한 범법행위지만, 이미 2년의 시효가 지나 징계가 불가능해 관련자들에 대한 경고에 그쳤다. 애니메이션과 합·불합격 전도(顚倒)문제와 관련해서도 역시 시효만료로 경고조치만 취해졌다. 이마저 퇴직한 관련직원들에겐 불문에 부쳤다.

    청강대 감사는 사학재단 정기감사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사례일 수 있다. 사학재단의 학사·인사·재정운영에 대한 책무성이 국·공립에 비해 옅은 만큼, 부패·비리 감시 차원에서 국·공립대학(교)에 준해 주기적 감사를 실시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마음만 먹으면 비리를 일삼을 여지를 남겨둔 한국의 사학들, 언제까지 ‘감사(監査) 무풍지대’에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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