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어학연수 다녀온 자녀 ‘애프터케어’ 가이드

‘영어 킵업’ ‘컬처쇼크 예방’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hanmail.net

    입력2005-04-22 17:0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한국의 초·중·고·대학생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짧든 길든 해외 체류 경험을 갖고 있다.
    • 세계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게끔 무리를 해서라도 외국에 다녀오는 게 대세다. 하지만 잠시 ‘외국물’을 먹는다 해도, 귀국한 후 적절한 애프터케어(aftercare)가 없으면 효과가 반감되게 마련이다.
    • 해외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자녀에게 꼭 필요한 영어실력 유지·보수 비법.
    어학연수 다녀온 자녀 ‘애프터케어’ 가이드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에도 자녀에게 끊임없이 영어책 등을 보여줘야 한다.

    초등학교 5학년 오유림(12·경기 고양시 일산구)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호프 밸리 엘리멘터리스쿨에서 1년간 공부하고 돌아왔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오양은 주변에서 얻은 영어 비디오테이프를 즐겨 보는 것 외에 특별한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가 유학길에 오르게 되어, 6개월 정도 학원을 다니며 파닉스(발음) 과정만 부랴부랴 익히고는 미국으로 떠났다.

    부모는 걱정이 많았지만 오양은 다행히 잘 적응했다. 처음엔 ESL(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영어반) 과정에 들어갔으나, 곧 담당교사의 동의를 얻어 일반 영어 클래스로 들어갔다. 3개월쯤 지나자 눈치로 수업 내용을 이해하던 수준에서도 벗어났다.

    평소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오양은 방과 후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매일 서너 권씩 빌려 읽었다. 그 덕택에 영어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귀국할 무렵엔 같은 학교에 다니던 동년배 가운데 가장 뛰어난 학생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아버지의 연수기간이 끝나 귀국하면서 어머니 김연진(42)씨는 큰 고민에 빠졌다. 아이의 영어 실력이 몰라보게 좋아졌지만, 1년의 습득과정은 너무나 짧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6개월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국에 돌아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귀국하자마자 김씨는 학원부터 알아보았다. 귀국 자녀 영어스쿨에서 레벨 테스트를 받은 오양은 2학년 다섯 클래스 중 세 번째 클래스에 들어갔다. 방과 후 일주일에 세 번, 하루 1시간30분씩 영어스쿨에 다니면서 예습, 복습을 하는데 학습량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오양은 2년 반 동안 즐겁게 영어공부에 매달렸다. 영어스쿨에서는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하는데 학급 친구들이 거의 2~3년 이상 해외에 거주하다 온 경우여서 이들과 어울리며 배우는 부분도 많았다.



    오양은 3월 말 다시 LA로 떠날 예정이다. 아버지가 회사 일로 미국에 가게 되어서다. 계속 살지 않아서 미국 학생들에 비하면 본능적으로 영어를 받아들이는 감각이 떨어지겠지만, 영어를 계속 공부해왔기에 1학년 때와 같은 불안감은 없다고 한다.

    빛나던 발음, 두 달 만에 ‘콩글리시’

    “한국 학생이 전교생을 통틀어 2명밖에 없었고, 그나마 두 학생의 학년이 다른 데다 이민 2세들이라 한국말이 서툴러 아이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영어를 구사하다 보니 귀국할 즈음에는 미국 사람들도 ‘아이의 영어발음이 좋다’고 했습니다.”

    5년 전,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을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로 1년6개월 동안 유학 보냈던 ‘조기유학 성공하기’의 저자 황보탁(52)씨. 미국 사람들도 아이의 영어발음이 좋다고 했을 정도였기에 조기 유학의 목적인 영어에선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귀국한 뒤 불과 두어 달 만에 아들의 영어가 이른바 ‘콩글리시’로 바뀌었다고 한다.

    왜 그렇게 되었냐고 아들에게 물어봤더니, 학교 영어시간에 원어민 발음을 하니까 반 친구들이 “잘난 척한다”고 놀려서 일부러 ‘콩글리시’를 하게 됐다는 것. 그대로 두면 조기 유학을 다녀온 효과가 없어질 것 같아 황보씨는 학원을 물색했다. 처음엔 집 가까이 있는, 영어 원어민이 가르치는 학원에 보냈다. 그런데 한 달 남짓 되자 아이는 수업이 너무 쉬워 재미가 없다고 불평했다. 수소문 끝에 외국 생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갖춘 학원을 찾아서 보냈다. 그렇게 2개월 정도가 지나자 원래의 수준으로 돌아왔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1998년 1562명이던 초·중·고교 조기 유학생은 1999년 1839명, 2000년 4397명, 2001년 7944명, 2002년 1만132명, 2003년 1만498명으로 급증했다. 어학연수 참가자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 달 유학, 연수 목적의 대외 송금액이 3억3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2억3450만달러)보다 29.2%나 증가했다고 한다. 비공식 송금액까지 감안하면 증가율은 3~4배에 이른다. 대학생까지 합치면 약 세 명에 한 명꼴로 해외 체류 경험이 있을 만큼 유학이나 어학연수는 ‘대세’가 되다시피 했다.

    그런데 영어는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로 완벽하게 마스터되지 않는다. 거액의 외화를 들여 영어권 국가에 유학을 다녀왔어도 그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해도 계속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녹슨 영어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2003년 12월까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ESL 교사로 일했던, ‘조기유학 알고 보내자’의 저자 홍현주(42)씨는 “많은 학부모가 자녀에게 영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를 주기 위해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보내지만, 현지의 경험에 비춰 보면 용단을 내린 만큼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학부모들 중 대다수가 자녀가 외국학교 생활을 흡족해한다고 말합니다. 주된 이유는 수업량이 적고 교사가 친절하기 때문인데, 과연 그럴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등은 수준별 학습을 합니다. 그래서 초등학생의 경우 영어를 못하는 유학생은 영어 읽기 과목이나 사회시간에 ESL이라는 특별수업을 받으러 다른 반으로 가게 됩니다. 중·고교생이라면 아예 ESL을 의무 교과로 택하게 돼 있고요. 교사들이 유학생들에게 과중한 공부를 시킬 리 있겠습니까? 그러니 처음 외국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업량이 적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ESL 수업의 목적은 외국 학생들이 영어를 빨리 익혀 본 수업을 따라잡도록 만드는 것. 그런데 요즘 1~2년 단기 유학을 오는 한국 학생이 많아지자 이들을 가르쳐본 ESL 교사들은 한국 학생들을 굳이 고달프게 가르쳐서 본 수업에 넣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여기게 됐다. 영어를 곧잘 할 때쯤이면 본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ESL 수업은 외국 학생들이 본 수업에서 받는 압박감을 덜고 쉬어가는 곳(shelter)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상당수 교사들이 수업을 부담 없이 즐겁게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물론 피나는 노력으로 본 수업에 들어가 영어로 그 나라의 문학작품, 역사,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부의 성공사례에 불과하다는 것.

    “‘영어를 잘한다’는 말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들보다 영어를 더 잘 구사하기 때문에 자녀의 영어실력에 흡족해하는 부모들이 많아요. 여기엔 오류가 있습니다. 단기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은 생활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늘 쓰는 말만 되풀이하거나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에겐 그저 종알종알 떠드는 모습이 신통하게 보이지만, 잘 들어보면 틀린 영어를 하는 경우가 빈번해요.”

    홍씨는 그래도 이런 경우는 ‘소득이 있는 연수’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수줍어 하거나 완벽주의 성격을 타고난 학생들은 연수기간에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유형의 아이들은 웬만큼 자신 있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아, 영어를 듣거나 읽고 이해는 하지만 부모가 바라는 대로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지 못한다는 것.

    “영어는 말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점차 실리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소설이나 수필을 읽고 감상하는 일은 비효율적이라고 여겨 대학에서도 문학작품 수업보다는 토익, 신문, 영화 등 실용 영어 과목이 인기예요. 항상 전공분야의 새로운 정보에 뒤처지지 않도록 영어 원문 자료를 읽고,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영문 편지를 몇 줄이라도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업무가 많은 요즘, 영어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읽고 쓰는 종합적인 능력을 배양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킵업(keep up)’이 필요한 이유

    이화여대 교양연구실 강사이자 토스 잉글리시 교육본부장인 박경난(39)씨도 꾸준한 영어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어학연수를 갔다 왔는가, 외국에서 몇 년을 살다 왔는가, 가서 한국 사람들과 얼마나 접촉했는가, 어떤 환경에서 얼마만큼 영어를 습득했는가에 따라 영어 구사력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전혀 못할 정도로 영어를 잘하는 아이라고 해도 꾸준히 ‘킵업(keep up)’을 해줘야 합니다. 가령 갓난아기 때 미국에 가서 초등학교 3학년 때 돌아왔다면 그 아이는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초등학교 3학년의 언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 구사하는 고급 영어를 하려면 보완할 점이 많죠.”

    우리나라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제 아무리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훌륭하게 한국말을 구사한다고 해도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어휘나 이해력에는 못 미치는 것과 같다. 영어교육의 목표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녀가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목표라면 귀국한 후에도 ‘킵업’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가 우리나라 중·고 영어시험을 잘 치르게 하는 정도라면 영어 유지 학습 정도로 충분해요. 한국의 수능 영어시험은 원어민 수준에서 보면 미국 초등학교 5, 6학년 수준이죠. 하지만 토플, 대학 진학, 비즈니스까지 확대해 본다면 단순히 유지 차원에 그쳐선 안 돼요.”

    어학연수 다녀온 자녀 ‘애프터케어’ 가이드

    서울 강남의 한 외국어 전문학원에서 SAT 강좌를 듣는 조기 유학생들.

    박씨는 국내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공부한 후 1993년 남편을 따라 홍콩에 머물며 홍콩과기대 교양영어 전임교수로 근무하다 1999년 귀국했다. 귀국 당시 박씨도 아들 재원(당시 9세)과 딸 재인(당시 4세)의 영어교육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홍콩의 영어교육열은 우리보다 못하지만, 실력은 아주 높습니다. 영국의 식민지였기에 영어가 공식어는 아니어도 공용어로 쓰이니까요. 중·고교 과정에도 원어민 교사가 배정되어 영어를 가르치고 대학에서는 100% 영어 강의가 이루어집니다. 2학년이 되면 전공과 관련해서 영어로 토론,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리포트를 쓰도록 훈련받지요. 대학만 졸업하면 완벽하게 영어 회화가 가능하고 비즈니스 현장에 바로 투입되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글로벌화 되어 있습니다.”

    홍콩의 엘리트 영어교육 시스템을 접해본 박씨는 두 자녀에게 국내에서도 네이티브 스피커와 같은 감각을 길러주기 위해 고심했다.

    “우선 재원이부터 귀국 자녀를 위한 영어스쿨에 보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났어요. 무엇보다 영국 학교와 달리 숙제가 많아서 영어에 흥미를 잃고 영어스쿨 가는 것을 악몽처럼 생각했지요. 그러자 재인이도 영어스쿨에 보낼 엄두가 나지 않아 어떻게든 ‘내가 원하는 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지’ 하고 마음먹게 됐어요.”

    특히 영어를 막 시작한 재인이에게는 미국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울 때 하는 것처럼 체계적인 독서를 통해 미국 문화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읽고 말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직장 때문에 재인이를 직접 돌볼 수 없어 아이를 학원에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는 머리를 짜낸 끝에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말라’의 저자인 정찬용씨와 연계해서 자신이 원하는 형식의 영어 교육 커리큘럼을 직접 만드는 적극성을 발휘했다.

    중단 없는 인풋, 독서

    박씨는 귀국 자녀의 영어교육에 있어 특히 지속적으로 영어책을 읽고 그후에는 말하기와 쓰기 훈련을 잊지 말라는 점을 강조한다. 행여 ‘우리 아이는 외국에서 살다 왔으니까 말하기 연습은 필요 없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있을지 모르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 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단 없는 인풋(input·투입)이 있어야 아웃풋(output·산출)도 있습니다. 두 종류의 훈련은 아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 영어책 읽기를 강조하는 것은 인풋을 위한 부분이고 말하기와 쓰기는 아웃풋을 위한 부분입니다. 소설책뿐 아니라 아이들의 인지능력에 따라 잡지, 신문 등 다방면의 매체를 활용할 수 있지요. 아이가 영어학원에 다니든 안 다니든 부모님은 영화, 뉴스,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영어로 된 자료를 꾸준히 보여줘야 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영어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에 따라 말하기와 쓰기라는 아웃풋이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말하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원이나 외국인 강사의 일대일 교습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때 제대로 된 토론과 프리젠테이션을 펼칠 기회를 주는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쓰기도 에세이를 시작으로 설명문, 논설문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지속적으로 연습시켜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한국에 돌아왔다면 다양한 장르의 인풋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고학년까지 다니다 온 경우라면 인풋은 어느 정도 주어졌다고 보고 아웃풋에 좀더 주력해야 한다.

    홍현주씨는 귀국 후 자녀가 겪는 어려움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수업을 통해서만 영어를 접하기에 쉽게 잊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릴 때는 쉽게 외국어를 배우는 만큼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 둘째, 한국에선 입시나 토익, 토플 등을 통해 영어실력을 평가받는 풍토여서 시험 보는 기술을 다시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어렵사리 익힌 구어(口語) 영어를 잊지 않게 하려고 대개는 자녀에게 외국인 강사의 수업을 듣게 합니다. 그러나 무자격 원어민 강사는 수업을 체계적으로 운영하지 못한 나머지 학생들에게 익숙한 표현만 되풀이하게 합니다.”

    초등학생이라면 원어민 강사를 붙이기보다 수준에 맞는 동화와 테이프, CD, 비디오 등을 이용하여 일상회화를 잊지 않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한다. 중·고교생이라면 토익, 토플의 듣기시험 부분을 연습하되, 이를 시험을 치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회화용으로 연습하면 좋다고 충고한다. 듣기 대본이 구어이면서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

    고등학생이나 그 이상의 경우에는 입시나 토익·토플을 준비해야 하는데, 학원에 가면 미국 교과서를 쓰기 때문에 턱없이 어렵고 두꺼운 교재(실상 그런 교재는 잘 안 쓴다)를 공부해야 한다. 그보다는 우리말 설명이 붙은 쉬운 문법책을 정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일 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에세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방학 중에 작문지도를 받으러 출국하기도 한다. 그러나 토플 에세이나 대학입시를 위한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독서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글을 쓸 때 문단 간에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익혀야 합니다. 이것은 비단 유학생뿐 아니라 한국의 영어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해요. 인터넷의 발달로 신속하게 영어로 된 정보를 읽고 이메일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국어, 수학에도 신경 써야

    황보탁씨는 귀국 후 자녀의 애프터케어에 관해 색다른 주문을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영어에만 신경을 쓰는데, 국어나 수학에도 그 못지않게 신경을 써야 합니다. 초·중학교의 경우 영어권 국가의 수학 수준은 한국보다 낮기 때문에 유학 가서 배운 수학 실력으로는 한국 학교의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가 벅찹니다. 또 외국 학교에선 수학시간에 계산기를 이용해 문제를 푸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손으로 푸는 연산능력을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죠. 유학 중 선행학습을 시켜 귀국한 뒤에 수업진도를 따라가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인데, 그렇지 못했다면 귀국 후 수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국어의 경우 귀국 학생은 어휘나 이해력 면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상급학년에 복귀할수록 국어에서 실력차이가 확연히 난다고 한다. 그러므로 평상시 책을 많이 읽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어학연수까지 가서 영어책이 아닌 한국어책을 읽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중·고등학교에 복귀하는 경우 이 점을 특별히 염두에 둬야 한다. 외국에서 살다 오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 중에는 외국어고 진학을 희망하는 예가 많은데, 수학이나 국어에 발목이 잡혀 결국 외고 진학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필수적인 학교생활 지도

    황보씨는 “귀국한 후의 어려움을 줄이려면 애초 어학연수를 계획할 때 왜 조기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보내려 하는지 목표부터 구체적으로 정하고 연수 시기와 기간, 귀국 학년을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수학처럼 선행학습이 필요한 과목은 귀국 전에 미리 챙기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무리없이 적응할 수 있다는 것.

    교육 컨설팅 전문가인 새한아카데미 김철영 원장은 교우관계 같은 학교생활 지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교생활의 성공 여부는 교우관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춘기를 외국에서 보내 서구식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들은 국내에서 공부한 학생들과 똑같이 교복을 입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행동이나 차림이 달라 또래 친구들에게 이상한 아이라고 따돌림을 당하기도 합니다.”

    특히 3~4년 이상 유학생활을 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일시적인 ‘역(逆) 컬처쇼크(culture shock)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컬처쇼크란 자기가 살아온 문화와 다른 문화를 접했을 때 경험하는 충격으로, 다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현상이다.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도 유학이나 연수를 떠나면 처음 현지에 도착해서 정체성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차츰 적응과 부적응 과정이 반복되면서 쌍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모순을 극복합니다. 그런데 3~4년, 혹은 그 이상 체류하면 생활감각, 습관 등 모든 행동과 가치기준이 현지화되고, ‘한국인다움’과 거리가 생깁니다. 이런 상태에서 국내에 돌아오면 이번엔 거꾸로 한국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컬처쇼크 현상이 나타나는 거지요.”

    가치관, 생활신조 등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컬처쇼크를 겪게 되면 사회적 일탈행동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여기에 대해서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교육&학술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