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호

새 정권, 새 총장, 새 판 짜는 연고전(延高戰)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08-03-06 17: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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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세계 100위권 진입 경쟁
    • 인바운드 글로벌화 vs 아웃바운드 글로벌화
    • 고려대 ‘백’은 대통령, 연세대 ‘백’은 하나님?
    • 2010년 송도캠퍼스, LA캠퍼스 개교 전쟁
    • 청와대 수석·장관, 고려대 5명 연세대 1명
    • 고려대 경영대 광고 “우리를 향한 질투가 더 많아지길”
    • “고려대 이기려 신입생 해병대 극기훈련도 고려”
    새 정권, 새 총장, 새 판 짜는 연고전(延高戰)

    고려대는 외국인 학생이 가장 많은 글로벌 대학임을 자부한다.

    지난해 12월20일 고려대 교우회관엔 ‘17대 대통령선거 이명박 교우의 당선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명박(MB) 대통령 당선자의 얼굴까지 큼직하게 넣은, 건물 한 면을 뒤덮을 정도의 대형 플래카드였다. 고려대 LG-POSCO관엔 경영대학 명의로 붙인 ‘대한민국 선진화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 고대는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문구도 보였다. 이 외에도 서울 안암동 캠퍼스 곳곳에 당선축하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고려대는 축제 분위기였다.

    고려대 출신인 MB에 대한 고려대인들의 ‘애정공세’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유난스러웠다. 고려대 경영대는 ‘우리를 향한 질투가 더 많아지길’이라는 신문광고를 게재했는가 하면, 고려대 교우회는 드러내놓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대선 직후 발간된 고려대 교우회보는 상당 부분 이명박 칭송으로 채워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보답하듯 MB는 1월4일 고려대 교우회 신년회에 참석한 데 이어 1월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대 경영대 글로벌 50 출정식’에도 참석해 뜨거운 모교애를 보여줬다. 그는 이 자리에서 “5년 후 국가 경영을 잘했다는 소리를 들어서 고려대 경영대의 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 “고려대 경영대의 발전을 돕겠다”고 공언했다. 고려대 교우회 신년회에서는 “나 때문에 이번 고려대 입시경쟁률이 높아져 즐겁다”고도 했다.

    고려대인들의 마음이야 흐뭇하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명문 사학의 맞수’ 연세대인들의 심정은 그리 담담하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는 분명 연세대의 강세였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고려대가 경영대의 비약적 발전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려대 출신 대통령의 탄생은 두 사학의 라이벌 구도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고려대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올 테고, 그 과정에서 고려대의 인지도가 더 높아질 것은 자명한 터.

    연세대 교정에서 만난 김영준(26)씨는 “입할할 때만 해도 확실히 연세대가 고려대보다 낫다는 의식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사회적 분위기가 고려대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게 확연하게 보인다”고 했다. 반면 고려대생들은 이런 분위기를 크게 반겼다. 경영대 대학원생 박모(27)씨는 “당장 취업이 잘 되는 등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명문 사학으로서의 자존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문들까지 나서 우수학생 유치

    고려대와 연세대의 맞수 관계는 그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이어져왔다. 1945년 연희전문학교 대 보성전문학교의 OB축구전에서 시작돼 해마다 9월 셋째주 금·토요일에 열리는 연·고전은 대표적인 ‘외연(外延)’이라 할 수 있다. 막걸리와 맥주, 호랑이와 독수리 등 서로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두 학교는 때론 경쟁자로, 때론 동반자로서 한국 사학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당연히 양교는 팽팽한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다.

    우선 고려대와 연세대는 대부분의 입시일정이 똑같다. 일정을 달리하면 양쪽 대학에 다 합격하는 학생이 생길 테고, 이들이 어느 학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학 서열이 매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위권 수험생들로서는 학교선택의 기회 하나를 잃는다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시모집 때는 자연계 논술 일정이 당초 고려대는 오전, 연세대는 오후로 잡혀 있었다. 그런데 고려대가 이를 오후로 변경하면서 어느 한쪽만 응시할 수 있게 돼 수험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고려대 측은 “당시 응시생이 너무 많이 몰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새 정권, 새 총장, 새 판 짜는 연고전(延高戰)

    2010년 개교하는 연세대 송도캠퍼스 조감도.

    2007년 입시에선 고려대 경영학과가 최우수 합격자들을 서울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명박, 김승유(하나종합금융그룹 회장) 등 쟁쟁한 동문들로 하여금 직접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입학을 설득한 것이 큰 효과를 거뒀다. 이에 자극을 받은 연세대 역시 2008년 입시에서 송자 ㈜대교 고문,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등 동문들이 최우수 합격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입학을 권유했다.

    동문들의 애교심을 바탕으로 하는 학교발전기금 모금 경쟁도 치열하다. 개인기부금액의 경우 2004년 이전까지 연세대와 고려대는 연 30억~70억원으로 엇비슷했다. 그러다 고려대는 어윤대 총장이 취임한 뒤 2004년 438억, 2005년 13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자극 받은 연세대도 2006년 102억원까지 끌어올렸으나 고려대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라이벌전의 궁극적 목표는 어느 대학이 명실상부한 사립대 1위냐다. 세간에 고려대가 연세대를 추월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정적 계기는 2006년 영국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대학순위에서 고려대가 150위에 오른 것이었다. 연세대는 484위였다. 고려대가 이를 적극 홍보했음은 물론이다.

    이후 양쪽의 자존심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중앙일보’가 실시한 전국 대학평가에서 2006년엔 고려대가 4위, 연세대가 5위였는데 2007년엔 공동 4위였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같은 순위에 올랐다. 연세대는 교수 연구논문과 연구비 등 연구실적, 교육여건에서, 고려대는 국제화와 평판, 사회진출도에서 앞섰다. 또한 연세대는 계열 평균 교수 1명당 외부 연구비 등에서, 고려대는 전공강좌 중 영어강의 비율과 거래소·코스닥 상장사 임원 수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서로 자기네가 1위라는 걸 강조하려다 보니 억지춘향격 해석도 나왔다. 법대 순위의 기준이 되는 사법고시 합격률을 놓고도 고려대는 “법학과 출신 합격자만 따지면 서울대 법대보다도 앞선다”고 자랑하는 반면, 연세대는 “법대 신입생 정원대비 합격률로 따지면 우리가 사립대학 1위”라고 주장한다.

    연세대는 ‘더 타임스’ 선정 세계대학 순위에서 2006년에는 뒤졌지만 2007년에는 연세대가 236위로 고려대(243위)를 앞섰다고 강조한다. 또 중국 상하이교통대학 고등교육연구원이 발표한 2007 세계 500대 대학 순위에서도 연세대는 256위인데 고려대는 300위권 밖이라고 홍보했다. 자랑할 만한 등수는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의 사학 1위는 자신들이라는 것이다.

    경영대 경쟁에서 의대 경쟁으로

    연세대와 고려대의 주 경쟁 분야는 크게 의대, 경영대, 법대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법대에선 그간 고려대의 우위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근 로스쿨 정원 배분에서 고려대 법대는 자존심을 구겼다. 120명으로 연세대, 성균관대 등과 똑같은 숫자를 배정받은 것이다. 그러자 고려대 법대 교수들과 학교 당국은 로스쿨 예비인가 반납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

    반면 전통적으로 연세대가 우세했던 경영대의 경우 이젠 고려대가 연세대를 추월했다고 공공연하게 내세운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서울대도 더 이상 경쟁상대가 아니다. 2010년까지 아시아 1위, 2015년까지 세계 50위권에 들겠다”고 말할 정도다. 싱가포르국립대, 홍콩 과학기술대학과 경쟁해 아시아 최고가 되겠다는 것.

    장 학장의 주장이 허풍만은 아니다. 2006년 영국 ‘더 타임스’의 대학평가에서 고려대 경영대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국내 1위, 세계 66위를 차지했다. 경영전문대학원인 MBA 과정도 교육부 BK21사업단의 평가에서 2006년, 200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서울대와 연세대의 반응은 다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와 고려대 경영대에 동시 합격한 학생들은 여전히 서울대로 온다. 반대의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세대 측도 “내부 통계(입학생 성적 등)를 보면 입학생 수준은 여전히 우리가 더 높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면 고려대 경영대가 입학생 성적은 좀 떨어질지 몰라도 입학 후에는 앞서간다는 말이 된다.

    새 정권, 새 총장, 새 판 짜는 연고전(延高戰)

    고려대 교우회 신년 교례회에 참석해 모교애를 과시한 이명박.

    고려대 경영대의 강점으로 ‘국제화’를 들 수 있다. 지난해 2학기 학부 개설 강의의 55%를 영어로 진행했다. 서울대 경영대 20%, 연세대 경영대 3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또한 전임교수 83명 중 9명이 외국인이다. 서울대는 전임교수 48명이 모두 한국인이고, 연세대는 58명 중 3명만 외국인이다. 어윤대 전 총장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국제화를 추진한 덕분이다. 고려대 경영대는 오는 9월부터 고려대와 중국 푸단대, 싱가포르국립대의 MBA 과정을 6개월씩 듣는 ‘아시아 MBA’도 도입한다. 또한 2015년까지 영어 수업 비율을 85%까지 끌어올리고, 외국인 교수도 50명으로 늘리는 등 강력한 국제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병원연맹(IHF) 총회에 참석한 해외 의료관계자들이 세브란스병원의 유비쿼터스 진료 시스템에 놀라움을 표했다. 또한 인천 송도자유무역지대에 미국 유수의 병원인 NYP(뉴욕장로병원)와 합작병원을 설립할 예정인가 하면 암 전문병원 설립 등 국내 대학병원 수준을 넘어 글로벌 병원을 지향하고 있다.

    고려대로서는 연세대를 뛰어넘어야 할 다음 목표가 생긴 셈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병원시설을 확충하고 고려대 안암병원이 지하철에서 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등 획기적인 발전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련 겪고 새 총장 취임

    고려대 출신 대통령 탄생으로 다시 불붙은 양교의 신(新) 라이벌전은 양교 총장까지 새로 취임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고려대는 전임 총장이 논문표절 의혹 시비에 휩싸여 퇴진한 후 1년 가까이 서리체제였다가 2월1일 법대 이기수 교수가 신임 총장으로 취임했다. 연세대 역시 전임 총장이 편입학 비리에 휩싸여 퇴진한 후 의대 김한중 교수가 같은 날 총장 직무에 들어갔다(취임식은 2월21일).

    두 총장 모두 전임 총장들의 중도하차로 인해 흐트러진 학내 분위기를 수습하고, 새 정부의 대학입시 자율화 정책으로 급변하는 교육환경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가야 할 임무를 맡게 됐다.

    두 총장이 취임하면서 제시한 비전을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우선 자신들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에 세계대학 랭킹 100위 안에 들겠다는 것. 두 총장 모두 충분히 실현가능한 목표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두 사람 다 ‘발전기금 증가’를 내세웠다. 연세대 김 총장은 4년간 1조200억원을, 고려대 이 총장은 5000억원을 모금하겠다고 했다. 김 총장이 공약한 1조200억원엔 공영개발 방식으로 조성되는 송도캠퍼스에 인천시로부터 투자받을 8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를 빼면 2200억원이 모금 목표인 셈. 서울대의 발전기금 모금액이 연 500억원 수준인 것을 보면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두 총장이 제시한 비전의 백미는 글로벌화 방식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연세대는 송도캠퍼스를 통한 ‘인바운드 글로벌화(내향적 세계화)’를, 고려대는 미국 LA캠퍼스를 지어 ‘아웃바운드 글로벌화(외향적 세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송도캠퍼스에 세계 우수학생들을 끌어들여 국내 학생들이 이들과 함께 공부하도록 하면서 글로벌 감각을 키우겠다는 것이고, 고려대는 미국 LA에 캠퍼스를 만들어 국내 학생들이 그곳에서 세계적 석학들에게 가르침을 받게 함으로써 글로벌 감각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송도캠퍼스는 송도국제자유무역지대 안에 165만㎡(55만평) 규모로 들어서는, 한마디로 아시아 지역 최첨단 연구교육 허브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5000여 명의 국내외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강의를 듣고 연구도 하게 된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계절강좌는 물론, 세계 유수 대학의 정규강좌가 개설돼 국제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인데, 2010년 3월에 개교할 예정이다.

    앞으로 4년 동안 양교를 이끌어갈 고려대 이기수 총장(63)과 연세대 김한중(60) 총장으로부터 양교의 발전방안 등을 들어보았다.

    [인터뷰] 고려대 이기수 총장

    새 정권, 새 총장, 새 판 짜는 연고전(延高戰)
    이기수(李基秀·63) 총장의 고려대 사랑은 유명하다. 중·고교 시절, 대학은 고려대밖에 없는 줄 알고 고려대에 들어갔다는 그는 아들, 딸을 비롯해 며느리, 사위까지 모두 고려대 동문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부인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졸업, 2000년에 ‘고려대가족상’을 받았다.

    대단한 인내심을 가진 ‘승부사’로 통하지만 동료·후배들로부터 ‘큰형’으로 불릴 정도로 신임이 두텁고 열정과 부지런함까지 갖췄다는 평. 학생처장, 기획처장, 법과대학장 등을 두루 역임했고 대외적으로도 한국법학교수회장, 한국독일학회장, 한국저작권법학회장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2001년에는 ‘홈볼트 학술상’을 수상, 국제적으로 학문업적을 인정받았으며 같은 해에 인권옹호와 법률문화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법률문화상’을 수상했다.

    3수 끝에 총장이 된 그는 “기쁨보다는 책임을 느낀다. 내가 꿈꿔온 고려대를 만들기 위해 총장이 되고 싶었다. 앞으로 고려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 앞으로 고려대를 이끌어 가는 데 역점을 둘 분야는 무엇입니까.

    “첫째, 고려대 전체 구성원들의 협력과 발전입니다. 모두가 하나라는 마음으로 협심해서 고려대 발전을 위해 함께 일하도록 할 겁니다. 두 번째는 국제화 프로그램입니다. 그동안 인바운드 글로벌화는 충실히 준비했으니 이젠 아웃바운드 글로벌화를 추진하려 합니다. LA캠퍼스가 그것입니다. 셋째, 학생들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양성하는 데 힘쓰려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게 고려대정신이 바탕이 되어야겠죠.”

    ▼ ‘고려대정신’이란 어떤 것입니까.

    “인촌 김성수 선생이 ‘공선사후(公先私後)’ ‘신의일관(信義一貫)’을 강조했죠. 또한 고려대의 건학이념은 ‘교육구국(敎育救國)’입니다. 유진오 선생은 고려대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교육이념으로 ‘자유 진리 정의’를 강조하셨습니다. 이게 바로 고려대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고려대인들은 그동안 ‘고려대’라는 말만 하면 무조건적인 애정을 갖는 폐단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려대 인맥이 끼지 않은 ‘게이트’가 없을 정도입니다. 변양균-신정아 사건만 해도 그래요. 그런 무조건성은 ‘공선사후’의 고려대정신과 어긋납니다. 선후배는 사적인 관계니까 뒤로 미루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공(公)을 위해 합당한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2년 후 LA캠퍼스 개교

    ▼ 전 고려대인의 단합을 강조했는데, 전임 총장의 논문표절 논란으로 불거진 파벌갈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전임 총장의 논문표절 논란은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 ‘파벌싸움이다’ ‘총장선거 후유증이다’ 하는 말이 있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임 총장에 대한 명예회복과 예우 부분도 충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분도 학교를 사랑하는 분이라 저를 도와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전에는 총장 취임식에 전임 총장들이 다 모인 적이 없는데 제 취임식엔 모두들 와주셨어요.”

    ▼ LA캠퍼스(KULA) 청사진은 나왔습니까.

    “예전부터 LA에 고려대 기숙사 건립을 추진해왔습니다. 그걸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캠퍼스로 만들려 합니다. 지난해 뉴욕에서 고려대 발전재단 인가가 나왔는데, 여기를 통해 외국의 유수한 기업이나 재단으로부터 기금을 받아 캠퍼스를 만들 겁니다. 우선 300억원 정도를 들여 기존 건물을 구입해 2년 내에 개교하고, 그 근처에 땅을 구입해 4년 후에는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소요 예산은 2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새 정권, 새 총장, 새 판 짜는 연고전(延高戰)
    ▼ 학생 수라든가 캠퍼스 규모는 확정됐습니까.

    “처음부터 크게 할 수는 없으니까 우선 한국학을 중심으로 한 강좌부터 개설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분이 있어서 준비 중인데, 아직은 구상단계라 밝힐 순 없습니다.”

    ▼ 연세대는 인천시로부터 송도캠퍼스 건설 비용 중 8000억원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고려대 서창캠퍼스 옆에도 1만평 규모의 오송생명과학단지와 40만평 규모의 행정복합도시가 들어섭니다.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 중에 있는데, 이곳을 국제적인 캠퍼스로 조성하려면 1조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 양교 신임 총장 모두 취임 일성이 ‘글로벌화’였습니다. 그런데 그 실현방법이 고려대는 학생들을 외국으로 보내는 아웃바운드 글로벌화이고, 연세대는 외국 학생들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인바운드 글로벌화’여서 대조적입니다.

    “양쪽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인바운드 글로벌화를 안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고려대의 외국인 학생 수가 연세대보다 많을 겁니다. 인바운드 글로벌화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인데, 앞으로도 한·중·일 교류는 물론 아시아의 인재들이 우리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건 그대로 계속 강화하고, 우리 학생들이 미국의 석학들에게 배우는 과정을 새롭게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양쪽을 병행하는 거죠.”

    법학과 포기 못해

    ▼ 학생들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게 있다면.

    “우선 언어능력을 길러주려고 합니다. 영어는 필수이고 그 외에 유럽권 언어와 아시아권 언어 하나씩은 적어도 일상회화를 구사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게 할 생각입니다. 전공과 관련해서는 지금 전체 강의의 40%가 영어로 진행되고 있는데, 학습 성취도가 우리말로 하는 것보다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어서 보완책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 2006년 영국 ‘더 타임스’에서 발표한 세계대학순위에 고려대가 150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는데, 2007년엔 243위로 뚝 떨어졌더군요.

    “지난 1년여 동안 학교가 내홍을 겪었고, 총장서리체제였습니다. 서리체제에서는 아무래도 일상적인 업무만 관리할 뿐 새로운 일을 기획하거나 실행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학사행정의 활력이 떨어졌고, 적극적인 홍보도 미흡했습니다. 올해는 2006년에 받았던 평가 정도는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임기가 끝나는 2012년까지는 100위 안에 진입하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 임기 중에 고려대 발전기금으로 5000억원을 모금하겠다고 장담했는데, 모금 방법과 활용방안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고려대 교우들, 기업,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발전기금을 모금해왔습니다. 그런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해 의대에 400억원, 사범대에 100억원 가까운 부동산을 기증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은 고려대와 인연이 없습니다. 한 분은 고려대의 교육이념이 맘에 들어서, 다른 분은 고려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친절한 의사와 간호사 덕분에 희망을 얻었다며 기부를 하셨습니다. 이런 익명의 기부자를 발굴하는 데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현승종 교수께서 주신 아이디어인데, 해외기부를 활용할 방침입니다. LA캠퍼스에 아시아 지도자 육성, 제3세계 리더 개발프로그램을 만들면 미국의 유수 재단이나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면 5000억원은 충분히 모을 수 있을 겁니다. 미국에서만 2000억원 정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고려대 법대의 명성에 비해 배정된 로스쿨 정원이 적다는 불만은 없습니까.

    “120명의 정원으로는 제대로 된 교육이 힘듭니다. 40명이 배정된 대학들은 아예 불가능하겠죠. 그리고 로스쿨을 하더라도 법과대학은 있어야 합니다. 독일은 로스쿨 도입 여부를 논의하다 기존의 법대 체제로 갔고,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로스쿨을 도입했지만 법대는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그게 맞다고 봅니다. 솔직히 ‘법대’로만 따지면 사시합격자가 서울대 법대보다도 우리가 더 많아요. 자존심 때문에라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로스쿨 예비 인가권을 반납할 것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판적 지지

    ▼ 대통령을 배출한 대학으로서 부담도 적잖을 것 같습니다.

    “국가지도자를 배출했다는 건 영광이죠. 그런데 대통령을 배출했다고 해서 어떤 혜택을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가끔 대통령 당선자와 전화통화를 하는데, 제가 ‘고려대 인맥을 너무 많이 쓰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청와대 수석들 중에 고려대 교수가 2명 있는데 그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장관도 고려대 출신이 여럿 거론되고 있는데 한두 명 정도만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고요. 고려대는 앞으로 새 정부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후원자 처지에 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대선 직후 고려대 교우회의 과도한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일부의 과한 행동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내부적으로 비판이 많았습니다. 최소한 회장단의 의견을 묻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던 것 같습니다.”

    ▼ 고려대와 연세대의 차이를 어떻게 실감하고 계십니까.

    “고려대는 민족자본으로 만든 대학이라 ‘민족’ ‘주체’에 대한 교육이 많고, 연세대는 기독교 계통의 학교라 ‘자애’ ‘사랑’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연세대는 의대 신학 음대 등이 강한 반면 우리는 법학 상과 등 사회과학이 강하다는 점도 다릅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전통과 역사성을 가지고 내려왔기에 서로 다른 개성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총장은 인터뷰 내내 “연세대와 동반자이자 경쟁자로서 함께 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말엔 고려대가 연세대에 뒤떨어지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앞장서서 연세대를 이끌고 가겠다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인터뷰] 연세대 김한중 총장

    새 정권, 새 총장, 새 판 짜는 연고전(延高戰)
    연세대 김한중(金漢中·60) 총장은 보건정책 및 병원경영 전공자답게 ‘추진력이 탁월한 최고경영자(CEO) 스타일’이다. 강직한 성격 탓에 ‘칼날 같다’는 말도 있지만 최근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부친이 목사인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한때 사회과학도를 꿈꿨던 그는 고2 때 슈바이처 박사의 죽음을 접한 뒤 인술(仁術)을 통한 봉사의 삶을 결심하고 1968년 연세대 의대에 진학했다. 의대 학생회장을 맡아 학교 당국에 교육개혁을 요구할 만큼 당찬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두 자녀 모두 연세대를 졸업시키는 등 ‘연세인’을 자부하는 그는 보건대학원장, 행정대외부총장 등 학내 보직을 두루 거쳤는데, 특히 1994년부터 3년간 농구부장을 맡아 연세대 농구부 전성기를 이끌었다.

    ▼ 총장 취임 소감을 간단하게 들려주신다면.

    “총장을 하고 싶어 도전해서 재수 끝에 됐는데(웃음), 막상 되고 보니까 책임이 너무 커 ‘이거 총장하려다 내 명 재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기쁨은 하루도 안 간 것 같아요. 이런 책임감 속에서 현재 연세인들이 학교에 대해 갖는 긍지보다 훨씬 더 자랑스러운 학교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새 정권, 새 총장, 새 판 짜는 연고전(延高戰)
    ▼ 지난 몇 년간의 고려대 개혁과 발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고려대는 최근 총장들이 그 시기에 딱 맞는 리더십으로 학교를 잘 이끌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김정배 총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을 안정시켰고, 어윤대 총장은 세일즈에 탁월했습니다. 글로벌KU 전략으로 고려대의 수월성을 국내외에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상당한 발전을 이끌어냈죠.”

    ▼ 반면에 연세대는 분위기가 침체되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런 면이 있습니다. 솔직히 포장을 다 벗겨내면 연세대가 고려대보다 더 실할 수도 있습니다. 교수들의 연구업적이나 한국학술진흥재단, 교육부 발표에서는 우리가 훨씬 앞섭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침체된 것처럼 보이냐, 그건 포장을 잘 못해서라고 봅니다. 물론 포장을 잘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입니다. 우리가 홍보에서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홍보에 변화가 있을 겁니다.”

    2010년 송도캠퍼스 개교

    ▼ 고려대와 연세대의 결속력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고려대 총장 취임식 때 제가 그 말을 했어요. 유달리 학교사랑이 강하고 응집력이 뛰어난 25만 동문이 고려대의 장점이자 새 대통령을 탄생시킨 힘이라고. 그건 누구나 인정하잖아요. 처음 만나도 고려대라는 이유만으로 하나로 뭉치는 특성을.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게 힘이 될 거예요. 그러나 미래사회도 과연 그런 힘이 지배할까 하는 것은 의문이에요. 그때는 연세의 문화나 색깔이 더 잘 어울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선 현재의 상황이 너무 아프니까, 가끔 신입생들 들어오면 무조건 해병대 극기훈련 같은 데 며칠씩 보낼까 하는 유혹도 받아요(웃음).”

    ▼ 고려대 교우회의 자랑 중 하나가 장학금을 기증한 개인의 이름을 붙인 ‘개별장학금제도’인데, 연세대엔 그런 제도가 없습니까.

    “의대에 대여장학금이란 개념이 있어요. 학교 다닐 때 장학금을 받았다면 졸업 후 수입이 생길 경우 반드시 그 이상을 장학금으로 돌려주는 것이죠. 다른 학과도 그런 게 있긴 한데, 앞으로 더 활성화하리라 봅니다. 그러려면 학교당국에서 주도하는 게 아니라 단과대, 학과 차원에서 교수들이 적극 나서야 합니다. 고려대는 확실히 이런 일에 교수들이 자기 일처럼 동참을 하는데, 우리는 부족해요. 그런 것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봅니다.”

    ▼ 재임 기간 중 가장 역점을 둘 부분은 무엇입니까.

    “우선 송도캠퍼스 문제입니다. 송도캠퍼스를 통해 인바운드 글로벌화, 내향성 국제화를 완성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2010년 문을 여는 송도캠퍼스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또한 학교 성공의 핵심적 요소는 얼마나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느냐입니다. 우리 학교의 스타급 교수를 놓치지 않으면서 다른 곳의 스타급 교수들을 모셔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대우도 차등화해야 합니다. 카이스트에선 ‘특훈교수’, 우리는 ‘언더우드교수’라고 부르는 스타 교수가 현재 4명인데 앞으로 40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그리고 행정 서비스를 개혁할 겁니다. 우리 학교가 최근 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대학 중엔 8위이고 전체에서는 200위 바깥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행정 서비스가 낙후되어 있다는 이야기인데, 최소한 100위 안으로 끌어올릴 생각입니다.”

    ▼ 고려대에 비해 외국인 교수 숫자도 적은 편인데요.

    “기준을 어떻게 세우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우린 풀타임 외국인 교수가 여럿 있습니다. 제가 발전기금모금에 주력하려는 것도 언더우드 교수와 외국인 교수들을 끌어오는 데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외국 석학을 계절학기에 초청해 강좌를 개설하는 비용도 웬만한 한국 교수 연봉보다 더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확대할 생각입니다.”

    ▼ 발전기금 목표액이 고려대와 비교가 되더군요.

    “제가 임기 중에 1조200억원을 모으겠다고 공약했어요. 송도캠퍼스 조성기금 8000억원을 빼면 2200억원이 목표인데, 국내에서 최대로 모금할 수 있는 범위가 1년에 500억원이라고 봅니다. 1년반 된 서울대 총장도 500억 넘기기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경쟁 대학이 더 많은 발전기금을 모은다고 하는데, 그건 순수 기부금이 아니라 외부 교수들의 연구비까지 포함한 겁니다. 하기야 고려대는 든든한 ‘백’이 생겼으니 가능할 수도 있겠죠(웃음).”

    ▼ 연세대도 국무총리를 배출했잖아요.

    “대통령제하에서 총리가 누구 하나 맘대로 임명할 권한이 있나요.”

    고려대는 30대, 연세대는 40대?

    ▼ 학생들이 외국에서 공부하는 기회도 더 많이 늘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아웃바운드 글로벌인데, 여태까지 우리가 해온 게 그런 겁니다. 그런데 그런 외향성 국제화는 하나의 과정이고 중요한 것은 결과입니다. 우리 졸업생들이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기업으로부터든 채용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합니다. 그래서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와 일본어 중 하나는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졸업할 수 있는 졸업인증제를 도입할 생각입니다. 또한 전공에 관계없이 컴퓨터 실력을 높일 겁니다. 물론 자기 전공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쌓게 할 거고요. 무조건 학생들을 외국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틀에 박힌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 인천시에서 시민세금 8000억원을 지원해 송도캠퍼스를 짓는 것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데요.

    “오해가 있는 게, 송도캠퍼스는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게 아닙니다. 송도국제자유무역지대를 만들면서 우수대학을 유치하면 파생효과가 생겨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인천시가 우리에게 제안을 해온 겁니다. 대화를 하면 그분들도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송도캠퍼스가 잘되면 송도가 발전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인천의 발전으로 이어지니까요.”

    ▼ 연세대와 고려대 모두 2012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잡았더군요.

    “지금 서울대가 51위입니다. 서울대와 우리의 격차가 크지 않으니까 4년 뒤 100위권 안에 드는 게 어려운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고려대와 연세대는 입시일정이 늘 같습니다. 그래서 상위권 수험생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불필요한 라이벌 의식이 아닌가 싶은데, 모집 시기를 달리해 우수한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우리는 처음부터 흔들림이 없는 ‘가’군이었고, 서울대는 ‘나’군이었다는 겁니다. 과거엔 우리가 발표하면 고려대가 우리를 피했는데 요즘은 같이 하더군요. 그만큼 이젠 자신이 생겼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 연세대와 고려대의 차이를 한마디로 설명하신다면.

    “이런 비유가 어떨지 모르겠는데, 고려대는 30대이고, 우린 40대쯤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고려대가 굉장히 행동적이면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하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랄까.”

    한국사회 지배력

    ▼ 고려대 출신 대통령의 탄생으로 연세인들은 긴장의 끈을 더 조일 것 같은데요.

    “영향은 좀 받겠죠. 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번에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급 인선을 보면 고려대의 한국사회 지배력이 강화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백’인 대학이랑 하나님이 ‘백’인 대학이랑 비교하면 어디가 낫겠습니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김 총장은 담담하게 고려대의 성장세를 인정했다. 특히 서울시장 두 명에 이어 대통령까지 배출했기 때문에 사회지도력에서 앞선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새 정부의 조각을 보면 한국사회 지배력의 차이가 더욱 분명해진다. 비록 연세대 출신인 국무총리가 나오긴 했지만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 고려대 출신은 2명인 반면 연세대 출신은 1명도 없다. 장관급 중에서도 고려대 출신은 3명, 연세대 출신은 1명이다.

    김 총장은 “정계, 재계, 관계, 법조계 모든 분야에서 고려대에 비해 약세다. 지난해 중앙일보 평가를 보면 대학평가 평판 및 사회진출도가 고려대,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가 3위”라면서도 금세 다시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교육&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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