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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프리미어 리거 박지성

“아버지, 전 맨유에서 스타가 되길 원치 않아요”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 리거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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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 리그에서 좌절과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세계 정상권에 진입한 박지성. 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성 과정은 인간 승리의 드라마다. 축구를 처음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J리그, 네덜란드 리그를 거쳐 맨유에 입단하기까지의 비화를 전격 공개한다.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 리거 박지성
불과5개월 전의 일이다. 2월4일 2006 독일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쿠웨이트전에 출전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귀국한 박지성은 당시 기자에게 PSV 에인트호벤과의 재계약 문제를 거론하면서 “궁극적인 목표는 프리미어리그 진출이지만, 후보 선수에 머문다면 굳이 이적을 도모하기보다 잔류를 택하겠다”고 말했다.

2004~200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 지난 5월에도 박지성은 진로에 대해 “1~2년 후 PSV가 지금과 같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도 나는 빅 리그에 갈 자신이 있다”며 잔류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그런 그가 지금은 유럽 최고의 명문으로 손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5개월 전엔 상상조차 못한 일을 겪고 있는 박지성은 이제 히딩크 감독이 아닌 퍼거슨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한 채 사진을 찍고, PSV 유니폼이 아닌 맨유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반 니스텔루이, 웨인 루니, 로이 킨, 라이언 긱스 같은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아시아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환경, 새로운 생활을 향해 도전장을 내민 박지성의 맨유 입성 과정을 지켜본 기자로선 ‘인간 승리’라는 말밖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순수청년’ ‘순둥이’ ‘애늙은이’로 표현되는 박지성, 맨유 입단에서 축구를 처음 시작한 세류초등학교 시절까지 ‘타임머신’을 타고 그의 축구인생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출국하던 날



7월5일 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성이가 내일 떠나요. 갑자기 출국 일정이 앞당겨졌어요. 지성이 들어오면 전화 드리라고 할게요.”

영국으로 출국하기 전 박지성과의 인터뷰를 부탁했는데 박씨는 그걸 잊지 않고 있었다. 예정대로 여유 있게 출국했다면 글쎄, 주가 폭등세에 있는 박지성과 식사라도 같이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내일 출국한다는 얘기에 인터뷰가 물 건너갔음을 직감했다. 아무리 이전부터 친분이 있다 해도 지금의 박지성은 기자도 접근하기 어려운 존재다. 매니지먼트사가 워낙 철저하게 개별 접촉을 막고 있기도 하지만, 박지성도 이전(이것도 불과 2개월 전이다)처럼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보낼 수는 없는 일. 6일 아침, 박지성이 공항에 도착할 시각과 주차구역을 알아낸 뒤 박지성을 태운 차가 도착하기만 기다렸다. 마침내 박지성의 아버지 차가 등장했고, 반가운 마음에 그 차를 향해 뛰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흰색 소렌토 차가 나타나더니 박지성이 그 차로 옮겨 타는 게 아닌가. 잠이 덜 깬 듯한 박지성과 눈인사만 나눈 채 서둘러 주차장을 벗어나는 소렌토의 꽁무니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박지성의 아버지는 미안해하면서 CF 보충 촬영이 있어 공항 주변의 호텔로 갔다가 30분 뒤에 돌아올 거란 내용을 귀띔해주곤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정확히 40분 후 박지성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박지성도 말할 준비가 돼 있었다.

“담담해요. 여기서 뭐라고 해봤자 아무 소용없잖아요. 가서 직접 부딪혀봐야 하는 거죠.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가면 힘들 것 같아서 오히려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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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일요신문 기자 riverofl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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