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쿠바를 방문한 교황 바오로 2세는 “인간의 눈으로 본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땅”이라고 격찬했다. 게다가 골프장까지 있으니 골퍼들에겐 그야말로 카리브해의 천국인 셈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종교와 골프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비판했지만 쿠바의 골프장은 오늘도 골퍼들로 붐빈다.
낙천주의자들이 살고 있는, 못생긴 물고기 모양의 이 섬나라를 향해 인천공항을 떠났다. 로스앤젤레스를 경유, 멕시코의 휴양도시 칸쿤에서 1박한 후 다시 쿠바나 국영항공기를 타고 1시간40분 만에 쿠바 호세마르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1996년 2월 미국 민항기 격추사건 이후 미국에서 출발하는 쿠바 직항편이 폐쇄됐다.
공항 입국장은 공포심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무겁고 썰렁했다. 입국수속 관리들은 모두 녹색 군복 차림에 권총을 차고 있었으며 하나같이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입국심사와 세관검사는 예상보다 간단하게 끝났고, 공항 밖 거리 풍경은 아늑했다. 시민들은 공항의 삼엄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자유분방해 보였다.
관광버스를 타니 현지 가이드가 평양 사투리로 “어서 오시라우요” 하며 인사를 한다. 아버지가 평양 주재 쿠바대사관에 근무해 평양에서 고등학교와 김일성대 철학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쿠바엔 350여 명의 한인이 살고 있으며 유학생은 4명인데 모두 재즈를 전공하고 있다.
춤, 낭만, 환락

못생긴 물고기 모양을 한 쿠바는 ‘카리브해의 천국’으로 불린다.
한 달 평균 수입 20달러로 생계를 꾸려가는 쿠바인들은 경제난 탈출구로 관광산업을 선택했고, 지금은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쿠바 인구는 1200만명). 관광객의 절반이 유럽인이고 미국인도 적지 않다. 미국인은 쿠바를 방문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징역 10년, 벌금 25만달러, 과태료 5만달러가 부과된다. 그러나 쿠바 정부는 불법으로 입국하는 미국인의 여권에 입·출국 스탬프를 찍지 않아 많은 미국인이 제3국을 통해 들어오는 형태로 쿠바 관광을 즐긴다고 한다.
쿠바 시내를 관광하려면 미화 1달러 지폐를 많이 준비해야 한다. 관광명소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전형적인 쿠바 복장에 시가를 물고 앉아 있는 남자나 화려한 머릿수건을 두르고 꽃바구니를 든 여인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기다렸다는 듯 검지를 세우고 “원 딸라”를 외친다. 거리의 악사는 원하는 곡을 즉석에서 연주해주고 떠돌이 화가는 쫓아다니면서 초상화를 그려놓고 1달러를 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