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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동물실험의 천국

年 400만 마리

  • 정호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demian@donga.com

한국은 동물실험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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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는 동물실험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무분별한 실험을 어느 정도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20세기초 ‘24시간 이내에 실험동물에게 물과 먹이를 공급해 줘야 한다’는 실험동물 복지에 대한 제도를 마련했다.

유럽도 2000년 4월 유럽평의회가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의 판매를 전면 금지키로 결정했다. 동물실험은 인간의 건강과 공익이라는 목적에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유럽인들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동물실험에 관련된 인터넷 게시판에선 토론 열기가 매우 뜨겁다. 논쟁의 대부분은 ‘실험동물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개정안은 최초로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동물의 생산 연구 처리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기존 동물보호법에도 선언적으로 ‘동물복지’와 ‘고통최소화의 원칙’을 규정해 놓고는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었다.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의 이원창 간사는 “선진국들에서는 150여 년 전부터 동물권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면서 “법 체제가 낙후된 우리는 늦은 만큼 더욱 강력한 제재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연구자들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동물실험을 앞두고 긴장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쥐 실험마저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많고, 진화된 동물에 이르면 그 고통이 더욱 심해진다.

동물실험은 상당수가 독성물질을 테스트하는 것이기에 실험기간 동안 그 고통을 함께해야 하는 연구자의 아픔도 크다. 따라서 연구소에서는 ‘수혼비’나 ‘동물위령탑’을 세워놓고 연구를 위해 생명을 바친 동물들의 혼을 위로한다.

전문가들은 연구자에게 동물실험은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서 익숙해지기는 하지만, 고통을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입기도 한다고 경고한다. 동물실험에 적응하지 못해 전공을 바꾸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장 연구자들 중에는 법제정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 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실험동물학회 한상섭 회장의 말.

“윤리규정을 명시한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은 우리가 선진국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신호예요. 현재 논의되는 법률안에도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부규칙을 보완해 나가고 윤리성에 대한 논의가 더 이뤄진다면 동물복지에 관한 한 진일보한 국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시민단체와 동물복지론자들도 논의중인 법안 자체의 윤리규정이 선언적이고 감시감독 기능이 미비하다고 지적 하고 있지만 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선 환영하고 있다.

환경론자들은 인간이 동물을 지배할 권리가 없으며 더욱이 생명의 질서를 제어할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물실험이 인류복지에 기여한 사실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의 과학 수준은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성을 논할 만큼 발전해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연구자는 “동물의 복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아직도 굶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며 “무작정 동물복지 추구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서울대 박재학 교수도 “실험방법을 선택하고 개발하는 것은 과학자의 영역인데 표준적인 시스템을 강요할 수 없다”면서 “법률적 규제가 많아지면 자유로운 창의력이 중시되는 과학의 발전이 억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학의 윤리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한국 과학계는 시민사회에 등을 돌리고 폐쇄적인 구조에 안주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과학발전과 동물권 확보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환경정의연구소 한면의 박사의 말이다.

“자연을 인간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보았을 경우 인류는 곧 생태계를 통제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과학이 시민과 함께하지 못하고 보편적인 윤리를 저버릴 때가 그렇습니다. 생명일반에 대한 존중과 보호는 과학발전이 진정으로 인류뿐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리라 생각합니다.”

신동아 200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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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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