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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땅 밑을 보면 국민성이 보여요”

‘지하 인생’ 21년 양흥모 한국지중정보 사장

  • 글: 이계홍 언론인·용인대 겸임교수 khlee1947@hanmail.net

“땅 밑을 보면 국민성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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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많은 성격인 듯합니다. 평소에도 그런 편입니까.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요 뭐.”

부아난 속을 달래 보려고 빙빙 돌려 찌른다고 찔렀는데, 눙치고 넘어가는 품이 영 효과가 없다. 좀더 센 질문을 골랐다.

-사업을 하면서 고비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언뜻 보니 회사가 긴장감이 없어 보이네요. 사장님이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신경쓰는 직원도 별로 없는 것 같고요.

“그럴 리가 있나요. 한동안 많이 힘든 때도 있었지요. 잠깐 다른 일에 한눈을 판 사이에 회사가 망가지기 일보 직전까지 간 일도 있었습니다.”



그제야 자세를 고쳐 앉으며 발끈하는 품새가 질문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한가한 농부 같던 표정은 금세 사라지고 대신 진지함이 자리를 잡는다.

“1997년 IMF 위기 때는 정말로 어려웠습니다. 월급을 석 달 동안 못 주기도 했으니까요. 10년 동안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하나 둘 떠나더군요. 결국 묵묵히 남아준 이들 덕분에 회사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언제까지라는 기약은 없어도 서로 신뢰하면서 자리를 지켜준 사람들이지요. 우리 회사는 의리와 신뢰가 기본 바탕입니다. 언뜻 경직된 모습이 없어 보인다면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신뢰하기 때문이겠지요.”

‘거의 맞는 것은 틀린 것이다’

땅밑의 일을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물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무슨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처음 한 일은 항공지도 측량이었어요.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한양대 토목공학과)을 졸업한 뒤 1974년 항공지도를 만드는 회사에 들어갔지요. 전공을 잘 살린 셈이었죠. 그 회사에서 개인주택 장독대까지 그리는 정밀한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구미산업공단이며 여천 석유화학공단, 영동고속도로와 88고속도로 설계지도에도 참여하며 십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통 재미가 없어요. 단순노동이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사장한테 건의했지요. 좀더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다른 일을 해보자고, 땅속의 시설물을 조사해 지도를 만들자고 말입니다.”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양사장은 1983년 지하시설물조사 개발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앉게 된다. 한국전력의 지중 케이블 지도를 그리는 일, 도시가스 관망도면을 만드는 일, 보령 대천 제천 서귀포 평창 등 전국 각 도시의 상수도 관로도를 만드는 일을 하며 다시 10년 동안 전국을 누볐다.

이거다 싶었지만 아쉽게도 사주는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1992년에 독립해 직접 회사를 차렸다. 당시 그가 만든 (주)양림엔지니어링은 지하매설물 조사 및 탐사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회사였다. 사업은 생각보다 잘 뻗어나갔다. 몇 차례 이름을 바꾸며 회사를 키운 지금 한국지중정보는 상하수도, 도시가스, 전력, 광역상수도, 통신, 열난방관, 송유관 등 땅속에 묻힌 관로라는 관로는 죄다 관리하는 회사가 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리정보체계 구축사업과 국가재난방지시스템, 인터넷을 이용해 국가지중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도 맡고 있다.

“지하매설물 관련 시장은 대략 1000억원 안팎입니다. 눈으로 확인하는 조사작업이나 장비를 이용하는 탐사부문에 들어가는 돈만 250억원 정도고요. 이 부문에서 우리 회사 매출은 50억원 가량입니다. 그렇지만 기자재를 들여오는 데만 매년 수억원씩 지출해야 하니 크게 이윤을 얻는 일은 아니지요. 사실 지하매설물 지도를 그리는 일은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닙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장비가 발달해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매설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제한된 표준 코드를 통해 기계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 지나지 않거든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관로가 원칙대로 매설된 경우가 드뭅니다. 컴퓨터로는 해결이 안 되지요. 20년 노하우라는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실수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회사 사훈이 뭔지 아십니까. ‘거의 맞는 것은 틀린 것이다’입니다. 이 분야는 완벽주의가 아니면 안 됩니다. 한번 잘못 그린 지도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정밀하지 않으면 회사가 살아 남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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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계홍 언론인·용인대 겸임교수 khlee19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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