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호

‘원금 보장 주식’, 전환사채 투자법

유동성 위기 종목 잘 고르면 꿩도 먹고, 알도 먹고

  • 글: 이상건 재테크 칼럼니스트 lsggg@dreamwiz.com

    입력2005-04-22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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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환사채는 회사만 망하지 않으면 원금 날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투자처다. 시장에 비관론이 팽배할 때, 증시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것은 원금을 지키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원금 보장 주식’, 전환사채 투자법

    전환사채는 대주주나 경영진과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투자방법이기도 하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왕왕 ‘쪽박’이 ‘대박’으로 변하고, 반대로 대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쪽박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무릇 훌륭한 투자가라 함은 쪽박이 대박으로 변하는 순간까지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훌륭한 투자가는 한결같이 끈질긴 인내심의 소유자이다.

    세계 2위의 부자 워런 버핏도,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존경받는 투자가인 존 템플턴 경도 인내심의 미덕을 투자에 적용해 세계적인 투자가의 반열에 올랐다. 일례로 워런 버핏은 지난 1970년대 초 코카콜라 주식을 매입한 후 “어느 정도 보유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평생”이라는 짧은 말로 코카콜라 주식에 애정을 표시한 바 있다.

    쪽박의 순간이란 대다수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하면서 갈 길을 찾지 못할 때다. 심지어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설립한 짐 로저스는 “거리가 피로 질퍽거릴 때 사라”는 살벌한 투자 조언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쪽박의 대표적인 사례는 IMF 외환위기다. 당시 우리나라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3만원으로까지 폭락했다. 9·11 테러로 인한 주가 폭락도 쪽박의 순간이었다.

    이보다 작은 쪽박의 기억도 있다. 2003년의 신용카드사 유동성 위기가 그것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과세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하고, 규제 개혁 차원에서 현금 서비스 한도를 풀었다. 게다가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카드사들은 그야말로 따뜻한 봄날을 맞았다. 규제도 없고 자금을 싸게 조달해 현금서비스 수수료만으로 연 30%씩을 챙길 수 있었으니 카드사들은 말 그대로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에 열을 올렸다.



    국내의 대표적 전업 카드사인 삼성카드의 주식은 당시 장외에서 8만원대까지 치솟았고, 10만원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LG카드도 2002년 4월 공모가 5만8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성공적으로 상장됐다. 당시 LG카드 공모주 청약에 몰린 자금은 4조1300억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였다. 경쟁률도 89 대 1까지 치솟았다.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상장 후 주당 10만원까지는 갈 것이라는 전망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왔다.

    카드업계는 이처럼 온통 장밋빛 일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드업계는 경기침체로 인해 연체율 급상승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에는 카드사 유동성 위기로 먹구름이 드리웠다. 카드채를 집중적으로 편입한 공사채형 펀드들의 수익률 저하로 투신사들은 전전긍긍했다. 대박이 눈 깜박할 새 쪽박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짐 로저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카드업계는 그야말로 ‘피로 질퍽거렸다’.

    카드사들은 2003년 중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증자를 하고,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그해 6월 삼성카드가 8000억원을 공모한 것을 필두로 7월에는 LG카드와 현대카드가 각각 3000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들 3개사의 전환사채 청약에는 무려 1조4000억원이나 되는 돈이 몰렸다.

    당시 언론매체들은 전환사채의 투자매력에 대한 기사를 앞다퉈 내보냈다. 그러나 언론의 속성이 그러하듯 수익률 예측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어정쩡한 보도 일색이었다. 과연 청약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모든 투자 성과가 그렇듯 평가는 항상 결과가 말해줄 뿐이다. 당시 카드사들의 전환사채에 투자한 이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수’는 못 되지만 ‘우’ 정도는 될 것이다.

    주식 전환 자유자재

    카드사 전환사채에 승부를 건 투자자들이 ‘우’를 받은 이유를 알기 위해선 전환사채 투자 방법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전환사채는 채권 형태로 발행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붙어 있는 채권이다.

    전환사채는 표면이자, 만기보장 수익률, 주식 전환가 등의 조건이 붙어 발행된다. 표면이자는 말 그대로 채권 액면에 표시된 이자로 LG카드는 3%, 현대카드는 4%였다. 만기보장 수익률은 전환사채 만기 중에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에 지급하는 이자율이다.

    2003년 7월에 발행된 현대카드의 만기는 2009년 1월로 만기보장 수익률은 9%. 만일 전환기간에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전환사채 투자자는 만기에 5년 6개월치의 이자를 만기보장 수익률 9%와 표면이자 4%의 차이인 5% 복리를 적용해 받게 된다. 표면이자는 매년 지급되기 때문에 그 만기보장 수익률과 표면이자의 차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주식 전환가도 전환사채 투자의 핵심 포인트다. 만일 주가가 주식 전환가보다 높다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주가와 전환가의 차이만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만일 주식 전환가가 1만원이고 주가가 2만원이라면 주식으로 전환할 때 1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주식 전환가가 주가보다 낮으면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채권 형태로 보유해 매년 표면이자를 받고 만기에 만기보장 수익률을 챙기면 된다. 따라서 전환사채에 투자할 때는 표면이자와 만기보장 수익률, 그리고 주식 전환가와 발행 당시 해당 기업의 주가를 반드시 비교해야 한다.

    전환사채 투자로 돈을 버는 또 다른 경우는 전환사채의 가격이 발행 시점보다 낮아질 때다. 2003년 발행된 카드사들의 전환사채 발행 가격은 1만원이었다. 전환사채의 거래 가격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붙어 있어 주가 등락과 연동돼 움직이는 특성을 갖고 있다. 만일 주가가 오르면 전환사채 가격도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주가가 폭락하면 전환사채 가격도 발행가 이하로 떨어진다.

    LG카드 전환사채의 경우 유동성 위기로 1만원에 발행된 전환사채 가격이 한때 6000원대로 폭락했다. 만일 LG카드가 망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6000원대에 LG카드 전환사채를 장내에서 매입했다고 가정해보자. LG카드 전환사채의 표면이자는 3%, 만기보장 수익률은 8%. 수익률은 발행가인 1만원 기준이다. 다시 말해 6000원에 샀다고 하더라도 매년 받는 표면이자와 만기보장 수익률은 1만원 기준으로 받는다. 게다가 만기까지 들고 간다면 1만원과 6000원의 차액인 4000원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

    실제 LG카드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후 폭락한 LG카드의 전환사채에 투자한 이들은 짭짤한 투자수익을 올렸다. 정부는 LG카드를 살리기 위해 산업은행에 편입시키고 나중에는 전 대주주인 LG그룹의 대주주들에게서 추가 출자를 끌어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LG카드 전환사채는 생존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6000~8000원대에 거래됐다. 4월1일 현재 LG카드 전환사채의 가격은 1만1400원선. 만일 6000원대에 매입했다면 결국 두 배에 가까운 투자 수익률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바쁜 사람을 위한 투자법

    전환사채의 가장 큰 투자 매력은 이처럼 발행 회사만 망하지 않는다면 원금이 보전되는 주식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 전환가가 주가보다 낮으면 만기까지 그냥 채권 형태로 들고 있으면서 이자를 받으면 그만이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그건 투자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얻으면 된다.

    게다가 매일 주식 시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일부 재테크 전문가들은 전환사채 투자를 두고 ‘바쁜 사람들을 위한 투자법’이라고 말한다.

    전환사채의 또 다른 매력은 경영진과 대주주가 같은 입장에 선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주주나 경영진의 이해와 투자자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부도덕한 대주주나 경영진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소액 투자자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코스닥 기업들이 저가에 사모(私募) 전환사채를 발행해 주가를 끌어올린 후 주식으로 전환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모 전환사채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公募)와 달리 특정인이나 특정 기관에 전환사채를 넘기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의 주가조작 과정을 보면 어김없이 사모 전환사채가 등장하는 것도 전환사채의 발행가를 자신들의 이해에 맞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표면적인 이유로 ‘투자자금 확보’를 내세운다.

    주가 조작에 전환사채를 활용하는 것은 전환사채의 특성 때문이다. 전환사채는 채권과 주식의 특성을 함께 갖고 있다. 채권은 기업에게는 이자 부담이 따른다. 반면 주식은 이자 부담이 없는 자금이다. 대주주나 경영진은 이자를 주기보다는 주식으로 전환해 이자를 내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 주식으로 전환해 이자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전환사채 투자자들도 바라는 바다. 빨리 주가가 올라 전환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보면 전환사채처럼 대주주나 경영진과 한배를 탈 수 있는 투자처는 많지 않다.

    20%대 수익률

    그렇다면 언제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시장 침체기나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들의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지갑이 두둑한 기업들이 전환사채를 발행할 이유는 없다. 굳이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경기 침체기에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나 카드사들처럼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사채를 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자로선 회사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이들 기업의 전환사채를 사놓고 경기가 좋아져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또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기업의 전환사채에 투자했다면 기업이 살아나기까지 시간을 벌면 된다.

    카드사들의 전환사채 발행이 줄을 잇던 2003년 7월에 데이콤도 전환사채를 발행한 적이 있다. 이 채권의 표면금리는 4%, 만기보장 수익률은 8%였다. 대부분 5년 이상인 카드사들의 전환사채와 달리 데이콤의 만기는 3년이었다.

    당시 데이콤은 새로운 성장 엔진을 만들지 못해 향후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망할 기업은 아니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만기보장 수익률 8%만 보고 투자하더라도 당시 은행 정기예금보다 3% 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만일 주식 전환 기간에 데이콤의 경영 상태가 좋아져 주가가 오르면 그건 투자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지난 2003년 6월과 7월 삼성카드, 현대카드, LG카드, 데이콤 전환사채에 투자한 이들은 표면이자 외에도 11~22%의 투자수익을 올렸다. 표면이자를 받은 것까지 감안하면 15~26%의 투자수익률이 될 것이다. 만일 그만한 자금을 은행에 넣어두었다면 어땠을까. 그건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월가에서 가장 존경받는 투자가 중 한 명인 존 템플턴 경은 “비관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투자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카드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이용해 전환사채에 투자한 이들은 템플턴 경의 조언에 따라 투자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전환사채는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 보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투자처다. 비관론이 가득할 때, 증시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것은 원금을 지키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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