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호

불임의 시대… 나 배부르고 싶어!

  • 김경동 연합한의원장 한의학 박사 www.xclinic.co.kr / 일러스트·김영민

    입력2005-09-29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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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임의 시대… 나 배부르고 싶어!
    어느 산속에 반드시 과거형으로 말해야만 소원을 들어준다는 불상이 있었다. 하루는 아기가 없는 부인이 소문을 듣고 불상 앞에 와서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소원을 빌었다.

    “부처님, 지금 당장 배가 부르게 해주세요.”

    그러나 불상은 아무 반응이 없었고 부인의 몸에도 변화가 없었다. 부인은 더 큰 소리로 외쳤다.

    “부처님, 부처님, 당장 임신이 되게 해주세요!”

    역시 불상은 잠잠했다.



    부인은 흥분하여 고함을 질렀다.

    “아! 열 받쳐. 내 배야 불러져라!”

    그러나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실망한 부인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에이, 오늘 완전히 엿 됐네.”

    그러자 그후 불상 곁에는 늘어진 엿가락이 하나 놓이게 됐다나.

    가을은 결실의 계절로 불린다. 결혼식도 많다. 누구나 결혼하면 아기 갖기를 원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는 부부가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불임증이라고 한다. 애초부터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원발성 불임증이라 하고, 임신 경력이 있는 부인이 유산 또는 분만하고 월경이 나온 뒤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속발성 불임증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부부는 성생활을 통해 1년 안에 아기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생식연령에 있는 부부 중 10∼15%는 불임증으로 아이를 갖지 못한다. 피임을 하지 않는 정상적인 부부가 임신하는 확률은 첫 1개월에 25%, 6개월에 63%, 9개월까지는 75%에 이른다. 1년 내에는 80∼90%의 여성이 임신하게 된다. 그 다음 6개월 후 임신율의 증가는 3∼5%밖에 안 된다.

    여성 불임증의 원인으로는 배란장애나 자궁 냉증, 습관성 유산 등 기능적 이상이 가장 많다.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자궁내 유착, 난소낭종, 나팔관 이상, 난관 및 복막 이상 등의 기질적 질병, 스트레스, 호르몬 이상, 정자에 대한 면역학적 원인, 갑상선 질환, 당뇨병, 고(高)프로락틴 혈증, 영양장애, 비만, 체질적 요인, 선천적인 자궁 기형 및 위치 이상 등도 원인이다. 검사를 통해 원인이 밝혀지고 심지어 많은 노력을 들여 시험관 수정까지 시도해도 임신 성공률은 25%를 넘지 못하는 실정이라 한다.

    불임은 연령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닌다. 임신능력이 최대인 연령은 24세로, 이후부터 5년이 경과할 때마다 임신에 소요되는 기간이 두 배씩 길어진다. 35세 이후엔 임신능력이 현저히 감소하는데, 35∼45세인 부인의 30% 정도는 불임이다. 40세 이후엔 임신하기 힘들며, 45세 이후에 임신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임신은 성교 횟수와도 상관이 있는데, 1주일에 4회 이상 성생활을 한다면 83%가 6개월 내에 임신이 된다. 하지만 1주일에 1회 미만이면 임신율이 16%밖에 안 된다.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면 재미있게도 여성의 체형도 불임증과 상관이 있다고 나와 있다.

    지나치게 살찐 여성은 자궁에 지방이 많아지고 습담(濕痰)이 생겨 자궁내의 통로를 막아 수정이 안 되게 한다고 했다. 비만인의 난소 소통장애로 인한 불임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반대로 여성이 지나치게 야위면 자궁이 약하고 냉하며 건조해져 자궁내 음혈(陰血)이 부족해진다. 그래서 성생활을 해도 자궁에서 남편의 정액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임신하지 못하며, 혹 임신이 된다 해도 유지하지 못한다고 했다. 특별한 원인 없이 몸이 야위면서 임신이 안 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불임증을 증세에 따라 신허형(腎虛型), 간울형(肝鬱型), 담습형(痰濕型), 습열형(濕熱型), 혈어형(血瘀型), 기혈부족형(氣血不足型)으로 나누는데, 치료약으로는 이진탕, 보중익기탕, 승금단, 제음단, 조경종옥탕, 사물탕이 활용된다.

    여야가 당쟁으로 늘 시끄럽다. 정치인들을 보면 시대가 바뀌어도 과거나 현재나 사람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국회가 이래서야 제대로 된 민생법안이 나올 수 없다. 이는 마치 불임증과도 같다. 남녀가 제대로 합궁해야 하듯이, 여야도 화합해야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낳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딜 가나 불임증이 만연한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요즘 마누라가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식탁 위엔 항상 푸성귀만 올리고 있다. 고기가 먹고 싶어 밥을 먹다 푸념을 했다.

    “뭔가 배불러지는 것 없을까?”

    그러자 마누라가 얼굴을 붉히며 일어서서 안방으로 들어가며 하는 말이 걸작이다.

    “이불 깔아놨어요, 샤워하고 오세요.”

    마누라는 막둥이 낳길 기대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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