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호

(사)한국패션문화협회회장 최현숙

“세계에 한국 ‘패션의 바람’ 전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겠습니다”

  • 글·김민경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9-09-03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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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패션문화협회회장 최현숙

    한국 패션문화의 현황을 모은 ‘패션아트’.

    “이민 3세에게 필요한 한국적 아이덴티티는 무엇일까요?”“부모님이 하시는 옷 가게를 보고, 부족하다고 느끼신 건 무엇인가요?”

    한국과 브라질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사)한국패션문화협회(FCA)가 브라질 상파울루로 날아가 연 패션전시 ‘AIR FROM KOREA’(7월7~27일). 수교 기념 문화행사라 하면 으레 외교적 형식이거나 이민 1세대의 향수병을 위로하는 자리로 정형화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1960~80년대 브라질에 이민 가 옷 도매업으로 성공한 교포들의 2세, 3세 젊은 한국인들이 열성적으로 행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인 그들은 작품 설치에서 세미나 참석자들이 먹을 김밥 싸는 일까지, 모든 일을 자기 일처럼 나서서 했다.

    (사)한국패션문화협회회장 최현숙
    지구 정반대편에 살고 있는, 그래서 늘 인식하지는 못했던 한국의 젊은이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들이 만드는 옷에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불어넣고 싶다고 했을 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파울루에 5만 동포가 살고 있고, 이들이 브라질 여성패션산업 전체의 60%를 맡고 있어요. 이들은 대개 중가 의류를 대량 생산하는 도매업으로 성공했죠. 그들의 자식 세대는 뉴욕이나 파리로 패션유학을 갈 만큼 고급 패션에 관심도 많고 역량도 있기 때문에 부모가 이룬 ‘옷 장사’와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을 해요. 이것이 이번 전시 장소를 상파울루로 선택한 이유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반향이 크리라곤 미처 생각 못했어요.”



    ‘AIR FROM KOREA’가 패션과 외교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때의 바람처럼 일어났다 사라지는 행사가 되지 않도록, 젊은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치밀하게 계획한 사람이 올해 FCA 회장을 맡은 최현숙 교수(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다. 최 교수는 올해 초 브라질 주재 외교관 한 사람이 잠시 한국에 들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생면부지인 그를 찾아가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했다. 6개월간 최 교수가 보인 노력과 진심에 상파울루 영사관과 브라질 한인상공회의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가 적극적으로 진행과 홍보를 맡아 전시와 포럼은 성황을 이루었다.

    열정으로 한국-브라질 패션 네트워크 구축

    남미의 외교관들과 젊은 교포 디자이너들이 행사장인 ‘상파울루건축박물관’을 찾고, 현지 언론이 ‘코리아 패션’을 크게 보도하자 이번엔 상파울루 교포들이 ‘한국 패션계와의 지속적 네트워크’를 요청했다. 이에 행사에 참석한 FCA 이사들이 긴급회의를 열어 매년 한국에서 열리는 ‘차세대패션크리에이터’ 대회에 남미 대표를 한 명씩 포함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현재 국내 패션디자인관련학과 교수와 디자이너 등 25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FCA 회장 외에 한국복식학회, 한국패션디자인학회의 이사, 서울패션위크 운영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문화관광부가 한국 디자이너들의 세계 진출을 위해 내년 초 뉴욕컬렉션에서 대규모로 진행하는 ‘K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최근 서울시,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문화관광부, 지식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기관들이 패션과 디자인 행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다보니, 여기저기에 발을 걸치게 됐어요. 우리나라 ‘대중’이 매우 까다로운 취향을 갖고 있다는 점, 패션마켓이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성숙했다는 점 등에서 패션산업이 성장하기에 아주 적당한 환경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혹시 패션의 화려한 외양 때문에 홍보 효과를 노린 정부 기관들이 ‘일단 일부터 벌이고 보자’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한국 패션의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행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일부 경쟁양상까지 보이는데, 이를 총괄하는 기구가 있다면 좋겠지요. 무엇보다 패션이 산업인 동시에 예술임을 사업주체가 이해해야 합니다. 돈 안 되는 일은 안 하기로 하면 창의적인 발전이 불가능한 분야니까요.”

    최 교수는 서울대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패션디자인계의 일이라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는 ‘마당발’이면서 꼼꼼한 기획과 냉정한 비평으로 유명하다.

    (사)한국패션문화협회회장 최현숙
    1 상파울루 ‘AIR FROM KOREA‘ 전시장.

    2 한인교포들의 옷도매상점 2500개가 밀집한 봉헤치로.

    3 봉헤치로 쇼윈도.

    4 상파울루건축박물관에 한국패션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한국패션문화협회회장 최현숙

    차세대 의상디자이너를 위한 패션포럼에 많은 교포 디자이너가 참석했다.(좌)상파울루건축박물관 디렉터들과 최현숙 교수, 김순태 상파울루 총영사(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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