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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어덜트와 키덜트의 책 읽기

  • 김현미│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영 어덜트와 키덜트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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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어덜트와 키덜트의 책 읽기
“…그렇지만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 나는 단지 거기 존재했을 뿐인데. 내가 원해서 내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나’는 말을 더듬는 것으로 무언의 항변을 하지만 아무도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드러난 무희의 성추행 사건. 범인을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된 새엄마. 영어학원 강사를 범인으로 지목한 무희.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를 하는 학원강사. “진짜 범인을 대라”는 엄마의 추궁에 궁지에 몰린 무희는 손가락으로 ‘나’를 지목한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건이었지만 ‘나’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그대로 도망쳐 ‘위저드 베이커리’의 오븐 속으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스포일러(spoiler)’다. 숨어 지내다 살그머니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무희의 옷 속에 손을 넣고 주무르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다. 그것은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위저드 베이커리’ 는 빵을 파는 것이 아니라 ‘마법의 빵’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판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구입한 한 여학생은 기말고사 첫날 자신의 경쟁상대인 친구에게 그것을 먹인다. 시험 시간에 친구는 복통에 시달리다 결국 답안지를 한 칸씩 밀려 쓴 것도 모자라 자기 자리에서 실례를 하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다. 시험 결과가 나오던 날 약을 먹고 자살한 친구. 재미 반, 호기심 반으로 엽기 상품을 샀다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사건을 저지르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던 여학생이 빵집으로 달려와 울부짖자 주인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저지른 일의 무게만큼 악몽을 꾸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거다. 잊을 만하면 꿈속에 그 애가 찾아올 거라고.”

독자는 달콤한 빵 냄새와 함께 제공되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섬뜩한 유머에 열광한다. 영화배우 방은진의 추천사 또한 흥미롭다. “일찍이 이토록 잔인하고 유혹적인 성장소설을 본 적이 없다.”

내면에 어린아이를 숨겨둔 어른을 위한 문학



‘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는 최근 한국 청소년문학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청소년문학=성장소설’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만큼, 10대의 성장통은 소설의 주요 소재다. 그러나 지금까지 청소년문학 작가들은 10대들에게 한 수 가르쳐서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려왔다. 그러다보니 갈등의 치유와 화해라는 상투적인 결말을 제시하기 일쑤였다. 물론 ‘완득이’도 그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성진 대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완득이’에 대해 “작가가 너무 많은 것을 계산한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라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야기 종합선물세트로 몰고 갔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완득이’의 양아치스러운 캐릭터와 튀는 대사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10대를 제대로 묘사한 청소년문학과 만날 수 있고, ‘위저드 베이커리’의 몽환적인 이야기 속에서 10대들이 꾸는 ‘악몽’을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청소년문학의 독자가 더 이상 ‘1318’이라는 나이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완득이’는 성인독자층을 겨냥해 표지를 바꿔 양장본으로 따로 출간하기도 했다. 청소년문학 심지어 아동문학에까지 성인독자층이 유입되는 현상은 미하엘 엔데의 ‘모모’,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코엘류의 ‘연금술사’ 같은 책에서 이미 경험한 바다. 청소년문학은 10대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감동적이면서도 쉽게 읽히는 소설이다. ‘영 어덜트(Young-adult) 문학’이 ‘키덜트(Kidult) 문학’이 된 것이다.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열다섯 살 손녀의 여행을 그린 소설 ‘리버보이’(다산책방)로 해리포터를 제치고 영국 카네기 메달상을 수상한 작가 팀 보울러는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10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가장 강하며 가장 상처받기 쉽고 그만큼 상처를 치유하기도 쉽다. 나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과 내면에 어린아이를 숨겨놓은 어른들을 위해 글을 쓰고 싶다.”

청소년문학의 개념 정의를 놓고 출판계에서는 오랫동안 논쟁을 벌였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독자층을 기준으로 아동문학과 성인문학 사이에 있는 것이 청소년문학이라고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산자 중심으로 보면 ‘청소년이 직접 써야’ 청소년문학이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10대가 주인공’이어야 청소년문학이 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부모나 교사들이 골라서 권장도서 목록에 올린 작품이 청소년문학으로 군림해왔다.

‘완득이’와 ‘위저드베이커리’의 성공으로 청소년문학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열림원)가 미국도서관협회 선정‘청소년이 읽을 만한 성인도서’로 인정받듯이, ‘완득이’나 ‘위저드베이커리’ 같은 청소년문학에는“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감동적인 소설”이라는 추천사가 따른다. 현실세계가 고단할수록 ‘내면에 어린아이를 숨겨놓은 어른들’은 청소년문학에 열광할 것이다.

‘완득이’김려령 지음/ 창비/ 211쪽/ 8500원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지음/ 창비/ 252쪽/ 9500원

신동아 200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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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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