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호

20대 리포트

20대의 ‘반북(反北) 정서’ “북한, ‘무관한 나라’면 좋겠다”

  • 입력2018-02-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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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재학생 67% “통일 반대”

    • ‘금수저 김정은’ 북한체제 혐오

    • 감성적 민족주의보다 ‘글로벌 스탠더드’ 중시

    • “통일되면 ‘북한인 전형’으로 취업난 심해져”

    • “20대 상당수 대북정책 지지” 반론도

    [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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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평창올림픽 개회식 남북 공동 입장 때 한반도기를 들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하면서 ‘평양올림픽’ 논란이 벌어졌다. 그 결과 20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한다. 20대는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알려져 있어 의외로 비친다. 북한에 대한 정부의 저자세가 지지 철회의 이유로 지적된다. 20대는 북한에 대해, 남북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필자는 20대가 즐겨 사용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 방’에 들어가 이들의 가감 없는 생각을 살펴보기 위해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고품격 정치&시사토론’ 채팅 방에 접속했다.

    “누가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평창 동계올림픽 강릉 선수촌 내 북한 숙소에 걸린 인공기(왼쪽)와 2월 8일 북한 평양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오른쪽). [동아일보 홍진환 기자, 동아DB]

    평창 동계올림픽 강릉 선수촌 내 북한 숙소에 걸린 인공기(왼쪽)와 2월 8일 북한 평양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오른쪽). [동아일보 홍진환 기자, 동아DB]

    이 방에선 20대라고 밝힌 47명이 북한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코멘트 내용을 모두 살펴본 결과, 토론 참여자 대부분은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표시했고 북한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를 비판했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두고 비난을 쏟아냈다. 닉네임 ㅋ이 “솔직히 북한이 와서 단일팀 하는 거 보고 감동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요”라고 하자 A는 “20년 전이나 그랬던 거 아닌가요. 통일되는 줄 알고”라고 답했다. 

    단일팀에 대한 불만은 그칠 기미가 없었다. B는 “태극기도 못 달고”라고 했다. C는 “평창올림픽이 무슨 남북체전도 아니고 해도해도 너무하네요. 다른 나라 팀만큼만 대접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기름 퍼주고 공연단 불러 호텔에 재우고 대한민국 돈이 남아도나요?”라고 지적했다. 

    D는 “유엔은 북한더러 제발 정신 차리라고 하고 아베는 문재인더러 정신 차리라고 하고 펜스는 까불면 죽어라고 하네요.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올림픽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라고 했다. E는 “평망창올림픽” “평망진창올림픽”이라 했다. 



    문재인 정부가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북한의 6·25 남침, 세습,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내용을 뺀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F는 “박근혜 국정교과서 욕했는데 지금 보니 그게 나았을 듯”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G는 “그건 아니죠. 친일이나 종북이나 둘 다 ‘노(No)답’인 거죠”라고 냉소했다. C는 “지지율 아직 60%가 넘는 건가”라고 반문했고, H는 “문재인 정부의 신역사교과서 완전 반대”라고 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과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하는 점도 꼬집었다. D는 “트럼프가 탈북자를 초청하다니. 누가 대한민국 대통령인지”라고 했다. I는 “인권변호사 출신이면서 38선 위의 인권에는 관심이 없나 봅니다”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은 문재인 정부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쉽게 이어졌다. E는 “북한에 호의적인 문재인 정부는 북한엔 이용해먹기 딱 좋은 상대”라고 했다. 일부는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드러냈다. J는 “북한 너무 싫다”고, K는 “김정은 죽었으면”이라고, C는 “(김정은이) 죽으면 다른 사람이 나와서 똑같이 (독재를) 하겠죠”라고 했다. L은 “주 지지층이 2030인데, 지금 20후반 30초반은 군대에 있을 때 연평도 천안함 겪은 세대라 북한 싫어한다. 친북정책은 자폭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북통일에 대해서도 찬성보다 반대가 훨씬 많았다. M은 “통일할 만한 상황이 안 되면 못하죠. 경제 수준 비슷해지면 통일해야”라고 했다. N은 “예전엔 통일 찬성이었는데 지금은 영 아니다. 지금 통일해봐야 제가 살 시대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될 거고 많이 힘들 거 같다”고 했다. O도 “맞아요. 분단 기간이 오래됐고 격차가 벌어져 있기에 통일이 효과를 보려면 50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C는 “통일은 언젠가는 해야 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해야”라고 했다.

    “일베 감성이 공감 얻다니…”

    ‘평창유감’을 소개한 영국 BBC 보도(왼쪽). ‘평양올림픽’ 논란을 다룬 로이터통신 보도(오른쪽). [정보라]

    ‘평창유감’을 소개한 영국 BBC 보도(왼쪽). ‘평양올림픽’ 논란을 다룬 로이터통신 보도(오른쪽). [정보라]

    대학 재학생 커뮤니티의 여론조사 결과. [정보라]

    대학 재학생 커뮤니티의 여론조사 결과. [정보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힙합 노래 동영상 ‘평창유감’은 극우 성향 ‘일간베스트’(일베)의 한 회원이 만들었다. 20대의 대부분은 소위 일베를 혐오해왔다. 그러나 일베 회원이 ‘일베 감성’으로 만든 ‘평창유감’은 지금 2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메달권 아니면 북한이 먼저. 공정함과 희망 따윈 니들에겐 없어.” 

    “지 맘대로 단일팀 강요. 과정의 눈물과 땀은 내 알 바 아니요.” 

    “권력이 이래서 좋구나. 올림픽 선수까지 맘대로 정할 수 있구나.” 

    “능력 따윈 중요하지 않아. 흘린 땀보단, 북한 출신이 더 대접받는 사회로구나.” 

    북한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싸잡아 비판하는 이런 가사에 많은 20대가 공감을 표한다. ‘유튜브’ 조회 수는 120만을 넘어섰고 4만 4000개의 공감을 받았다.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생 이모(23) 씨는 “일베 감성의 노래가 20대에게 먹혔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북한체제에 대한 20대의 정서가 그만큼 부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20대의 반(反)북한 정서’는 외신도 인정하는 독특한 현상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영국 BBC는 한국 젊은이들이 ‘평창유감’에 동의하는 이유를 보도했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왜 한국이 모든 것을 양보해야 하는지” “이 노래는 2030이 한국 정부의 비이성적 행태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도록 돕는다” “2018년 대박 곡이고 문재인과 그 지지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은 이 노래의 창작자가 허위사실을 퍼뜨려 명예훼손을 하고 있으니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에 청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이 노래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한다”고 했다. 

    ‘로이터통신’도 ‘평양올림픽인가?’라는 기사에서 “많은 한국인이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한이 공동 입장하는 것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결성한 것을 두고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매체는 주로 젊은 층인 SNS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반도기는 우리나라 국기가 아니다” “평창올림픽은 평양올림픽이 됐다” “한반도기를 들고 행진한다고 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오진 않는다” “18년 전 시드니 올림픽 때도 그렇게 했다. 이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고 핵폭탄을 실험했고 우리 국민을 죽였다. 이것은 단지 정치적 쇼다.” 

    대학 재학생 커뮤니티에서도 ‘20대의 반북(反北) 정서’는 일관되게 확인된다. 필자는 고려대 재학생만 입장할 수 있는 ‘고파스’에서 북한에 대한 재학생들의 의견을 검색했다. 그 결과, 북한에 부정적인 의견이 긍정적인 의견보다 훨씬 많았다. 

    또한 이 커뮤니티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재학생들은 남북통일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굳이 무리해 통일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49.8%(184명), ‘통일을 적극 반대한다’는 의견이 16.8%(62명), ‘언젠가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26.5%(98명)였다. 

    고파스 이용자 P는 “제발 북한이라는 나라가 한국이랑 전혀 상관없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 그러면 좌우대립, 전쟁위협, 적화위협 없이 한국이 발전할 것 같다”고 했다. 통일을 반대하는 이유와 관련해, Q는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되면 온갖 ‘북한사람 전형’ 만들어 취업난 심해지고 혁명 일어날 듯”이라고 했다. R은 “한국도 먹고살기 힘든데 북한과 통일해 어쩌자는 건지”라고 했고, S는 “제가 죽고 난 다음의 통일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북한 핵 해법과 관련해, ‘대북제재’와 ‘남북대화’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는데, 대북제재를 지지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T는 “트럼프가 저렇게 강경하게 나오면 북한은 실제로 얻어맞을 걱정을 할 것이다. 우리도 군사옵션까지 검토하는 방향으로 대북제재를 강화한다면 북한도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U는 “전쟁이 일어나면 경제는 회복 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많은 사람이 죽는다.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우리와 가족의 목숨이 걸렸다. 전쟁으로 국내 기반 시설이 파괴되면 중국, 일본 사이에서 노예 신세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V는 “지금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적기”라고 재반박했다. 

    “트럼프같이 군사적 옵션을 입에 담고 그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은 없을 거다. 중국도 미·북 갈등이 전쟁까지 확산되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비핵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W도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빌고 또 빌지만 전쟁은 절대 없다는 스탠스를 취하는 것에는 반대다. 무조건 전쟁은 안 된다는 스탠스가 역설적으로 전쟁을 불러일으킨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됐다”고 했다.

    “북한 먼저 위하는 소통”

    20대에선 ‘반북 정서’가 ‘반문(反文) 정서’로 이어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고파스 이용자 X는 최근까지 문 대통령을 지지하다 이번 ‘평양올림픽’ 논란을 보면서 철회했다고 한다. ‘문재인 뽑아서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X의 글은 문재인에 열광하다 대북정책을 계기로 싸늘히 식어가는 ‘변심’의 양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약 1년 전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있고 난 뒤 뿌리 끝까지 썩어빠진 이 나라에 자괴감과 배신감을 느꼈는데 때마침 문재인 후보가 이 모든 적폐를 처단할 것을 약속하며 나타나자 저는 문재인 후보를 뽑았습니다. 촛불 민심을 운운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소통 수석’이라는 청와대 핵심 보직까지 마련할 때만 해도 아 이번엔 정말 다르구나 했지만 그 소통은 ‘내가 하고 싶을 때에만 하는 소통이고 남한 국민보다 북한을 먼저 위하는’ 소통이었습니다.”

    20대가 북한에 대해 감성적 태도에서 실용적 태도로 바뀌고 있다는 점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서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2007년 78.5%에서 2016년 43.1%로 급락했다. 또한 20대에서 통일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53.3%에서 36.7%로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2월 2일부터 이틀간 KSOI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북정책의 목표가 통일이어야 한다’는 응답(31.9%)보다 ‘평화공존과 경제공동체여야 한다’는 응답(63.9%)이 두 배 이상 높게 나왔다. 통일이 개인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61.0%)도 꽤 높게 나왔다. 연구원 측은 “20대의 대북 및 통일 인식이 실용주의적”이라고 말한다. 

    70~80%대 고공행진을 해온 문 대통령의 여론 지지율은 ‘평양올림픽’ 논란 이후 50%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60%대에서 보합세를 형성하고 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해온 20대 중에서 이탈자가 다수 발생한 점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리서치뷰’가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9%에 그쳤다. 이는 직전 조사보다 7%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특히 20대에서 27% 포인트가 떨어져, 20대에서 지지율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운동권式 감성적 민족주의’ 탈피

    20대가 북한에 부정적인 태도를 갖는 원인은 △북한체제 혐오, △‘우리민족끼리’보다 ‘글로벌 스탠더드’ 중시, △‘북한 특혜’에 대한 거부감, △북한에 대한 나쁜 기억, △개인주의 확산이라는 다섯 범주로 세분된다. 

    북한체제 혐오 20대 상당수는 북한의 무자비한 독재체제를 혐오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금수저 물고 태어난 재벌 3세’ 이미지로 비친다. 이들은 김정은이 ‘세습 왕조의 왕’으로 살면서 주민들의 인권을 가차 없이 유린하는 태도에 분노한다. 고모부 장성택이 제대로 된 재판도 받지 못한 채 처형되고 이복형 김정남이 공작원들에 의해 독살되는 모습에 20대는 혀를 내두른다. 나아가 20대는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여긴다. 

    성균관대 재학생 권모 씨는 “북한에 대한 20대의 반감은 잔혹한 ‘세습독재체제’에 대한 반감에 뿌리를 둔다”고 말한다. 한양대 재학생 최모 씨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실상을 이야기해주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지식을 얻어 판단한다”고 했다. 

    고려대 재학생 전모 씨는 “몇 명 안 되는 북한 선수들과 단일팀을 구성하고 공동 입장하기 위해 개최국으로서 국명, 국기, 국가를 포기해야 하는지, 각종 외교 굴욕을 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86운동권과 다른 대북관 20대는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현 여권의 주류인 86운동권 출신 정치인들과는 결이 다른 대북관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감성적 민족주의를 내비친 86운동권 출신들과 달리 지금의 20대는 의식이나 행동에 있어 훨씬 국제화되어 있다.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많은 해외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관점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한다. 

    중앙대 재학생 조모 씨는 “폭압적인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로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유엔이 판단했다. 그래서 유엔이 대북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남북 대화도 좋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이런 보편적 의견과 합의된 조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는 정은로울 것입니다”

    북한 특혜에 대한 거부감 20대는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고파스에서 단일팀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논거의 대부분은 ‘공정성 훼손’이었다. 고파스 이용자 Y는 “정부가 당사자와의 기본적인 소통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일방적인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여자 아이스하키에 관심도 없었던 제가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런 식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의 정책이 언젠가 나라는 개인에게도 폭력으로 다가올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패러디한 “기회는 평양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산적일 것입니다. 결과는 정은로울 것입니다”라는 글이 요즘 일부 20대 사이에서 유행한다. 

    북한에 대한 나쁜 기억 사람은 사적으로 나쁜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대상을 싫어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지금의 ‘2말3초’ 세대가 그렇다.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 남성 중 상당수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 도발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한 무렵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북한이 자신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주적(主敵)이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런 북한에 대한 나쁜 개인적 기억은 북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진다.

    “호구스러운 감수성 강요”

    고파스 이용자 Z는 “지금 청년층이 중장년이랑 비슷하게 북한에 대한 무언가 애틋한 마음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인생에서 가장 젊고 열정 있을 시기에 억지로 군대에 끌려가서 2년 낭비하게 한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중에서 내 친구, 이웃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해마다 죽고 병신 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총질에 각종 도발로 목숨까지 뺏어가는 파렴치한 놈들, 쳐부숴야 할 가증스러운 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조금도 안 드는데 구세대의 호구스러운 감수성을 강요하는 거 역겹다.” 

    개인주의 확산 양은희(25·서울 강북구) 씨는 20대가 북한을 싫어하고 통일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통일이 되면 정부가 북한 지역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더 거둬갈 것 같다. 지금도 세전 월급이 적은데 세금을 더 내면 살기가 팍팍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청년실업률은 통계청 조사 이래 가장 높다. 극심한 취업난의 한가운데에 있는 20대에게 현실은 고통스럽고 미래는 불안하다. 개인의 생존과 행복이 이들에게 매우 절박한 문제가 되고 있다. 개인주의 경향성이 커질 수밖에 없고, 같은 민족인 북한을 위해 무엇인가를 더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는 잘 먹혀들지 않는다. ‘고파스’에선 통일은 20대 개인에겐 재앙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후손을 위해 우리가 희생해야 된다는 논리 지겹고 짜증나네요. 윗세대 잔재 치우고 있는 것도 우리 세대인데 이젠 아랫세대를 위해 희생까지 해줘야 하나요?” 

    “북한 정권이 지고 있는 막대한 비용의 채권은 우리가 부담해야 할 테고, 갑자기 싼 인건비의 노동력이 들어옴으로 인하여 일자리 경쟁은 필연적이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20대 후반 취업준비생 정모 씨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로 젊은이들은 점점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 통일까지 되면 북한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대신, 통일로 인한 이익은 대기업과 자본이 독차지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재학생 김모 씨는 “1980년대에 남북한 올림픽단일팀을 결성했다면 전 국민이 성원했을 것 같다. 지금은 다르다. 단일팀 결성을 위해 선수 개인이 희생되는 것을 20대는 용납하지 않는다. 집단적 이념 못지않게 개인 하나하나도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文정부 ‘종북’으로 모는 건 과도”

    그러나 ‘20대 중 상당수는 같은 민족인 북한에 호의적이며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노선을 지지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양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조모 씨는 “올림픽과 관련된 몇 가지 사건을 두고 문재인 정부를 ‘종북’으로 몰아가는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20대 중 일부는 단일팀 논란 같은 큰 사건이 지나가면서 다시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취재한 토론방에서 몇몇 20대는 통일에도 적극 찬성하는 목소리를 낸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통일을 안 할 수 없겠죠.” 

    “통일 후 북한에 현대식 인프라 도입하고 교육하고. 돈 들어갈 일 엄청 많을 텐데. 한국에서 어느 정도 교육받은 젊은 세대 개개인에겐 일자리 기회가 확 열리는 거 아닙니까?” 

    “통일되면 성장이 정체된 우리나라에 엄청난 원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전 물려받을 재산 별로 없고 출세할 기회 잡아보고 싶기에 통일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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