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직격 인터뷰

‘朴의 책임총리 & 盧의 정책통’ 김병준

“朴, 탈당 요구받자 ‘어디까지 밀려야 하나요?’ 한탄” “文 정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노는 ‘패권주의’ ”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朴의 책임총리 & 盧의 정책통’ 김병준

2/5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어”

박 대통령도 권력 이양에 동의한 거군요. 

“전 ‘내각에 야당 인사를 50% 집어넣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알렸어요. 총리가 됐으면 국회에 법안 통과를 부탁하거나 그러진 않았을 거예요. 대신 여야에 ‘전당포 같은 금융 체계를 어떻게 바꿀 건지, 제대로 된 근로자 하나 길러내지 못하는 인력 양성 체계를 어떻게 바꿀 건지에 대한 답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을 겁니다. ‘회초리 들고 학생 훈육하는 선생님’ 노릇을 하고 싶었어요. 이런 ‘선생님 총리’ 취지를 박 대통령에게 전하자 박 대통령은 ‘총리가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라고 물어요. 저는 ‘10% 이하’라고 답했죠.” 

10% 이하라 말했지만 마음속에선…. 

“어떻게든 국회를 설득해 총리가 되고자 했죠. 그런데 박 대통령이 큰 실수를 했네요.” 

만약 그때 총리가 됐다면 탄핵은 없었겠죠. 박 대통령이 어떤 실수를 범했나요? 

“저는 박 대통령에게 ‘저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사실을 제가 직접 야권을 찾아 설명하기 전까진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달라’고 했어요. 제가 문재인 씨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문재인 씨를 찾아가 협조를 구하려 했죠. 저도 예의가 있고, 제가 총리를 받았을 때 누구한테 가야겠습니까? 당연히 문재인 씨에게 먼저 가서 이야기하는 게 맞죠. 받아들여지지 않았겠지만 야당에 책임총리 카드를 대놓고 반대할 명분은 주진 말아야 하니까요. 제가 ‘오는 토요일에 제 딸 결혼식이 있다. 그동안 정부 일을 하면서 아이들한테 큰 피해를 줘서 이 혼사를 잘 치르고 싶다. 그다음에 제가 야당에 찾아가 설명드리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말했어요. 박 대통령이 ‘알겠다’고 했지만 급한 거야. 수요일에 발표해버린 겁니다.” 



결과는? 

“혼사도 엉망이 됐고 야당은 ‘대통령이 야당 무시하고 독단으로 총리 밀어붙인다’는 명분으로 책임총리 카드를 못 쓰게 한 거죠.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어요.”


“아이고 제가 실장이 있습니까?”

2004년 7월 20일 당시 김병준 대통령비서실정책실장이 박근혜 신임 한나라당 대표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하고 있다. [서영수 동아일보 기자]

2004년 7월 20일 당시 김병준 대통령비서실정책실장이 박근혜 신임 한나라당 대표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하고 있다. [서영수 동아일보 기자]

박 대통령 측이 왜 그렇게 한 거죠? ‘패닉’ 상태여서? 

“박 대통령은 저와 토론도 곧잘 하고 멀쩡했어요. 다만, 토요일에 촛불집회가 있는 것을 너무 겁냈어요. 새 사람을 서둘러 내놓으면 토요일 집회가 좀 잠잠해질까 기대한 건지도 모르죠.” 

김 전 실장이 “왜 발표를 이렇게 했느냐”고 따지자 박 대통령은 “아이고, 제가 (비서)실장이 있습니까, (정무)수석이 있습니까? 차석(비서관을 지칭하는 듯)에게 이야기했는데 그가 당에 전화하다 퍼지는 바람에”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총리 문제를 처리할 때까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의 사표를 수리하지 말았어야 했다. 답답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김 전 실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겐 탄핵까지 가지 않을 기회가 또 있었다고 한다. 

어떤 기회였나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박 대통령의 두 번째 담화였죠.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어요. 저는 이미 기자회견에서 책임총리로서 모든 권한을 쥐고 행사한다고 했어요. 박 대통령과 저 사이에 그렇게 이야기가 됐으니까. 박 대통령이 이 담화에서 사과한 뒤에 ‘2선으로 물러난다. 새 총리 후보를 지명했으니 국회에서 잘 처리해주시고 이분이 국정을 이끌어가게 해달라’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안 갔다고요. 그런데 최순실에 대해 사과만 하고 별말을 안 해요. 마치 자기가 국정을 계속 이끌 것처럼 들리게 해버린 거죠.” 

당시 국회 의석 분포상 여당인 새누리당 비(非)박근혜계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불가능했다.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에게 완전한 권한 이양을 한다고 천명했다면 비박계가 탄핵에 동조할 명분이 없어져 국회에서 탄핵이 추진되기 어려웠다는 뜻으로 들렸다. 김 전 실장의 이런 증언은 탄핵 정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2/5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朴의 책임총리 & 盧의 정책통’ 김병준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