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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루트를 찾아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 파도

  • 주형환|산업통상자원부장관

코리아 루트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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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세 가지 특징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엔 세 가지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첫째, 데이터와 연결하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AI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었지만 AI도 데이터가 있어야 학습도 하고 인식도 하고 판단도 한다. 다양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며 데이터가 집결되는 플랫폼(platform)이 4차 산업혁명에서 시장을 지배하게 되는 이유다. 금융, 의료, 교육, 에너지, 엔터테인먼트, 유통, 물류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플랫폼 선점을 위한 숨 가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4대 플랫포머의 시가총액 합이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를 넘어선 지 오래다.

둘째, 제조보다는 서비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시대다.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량관리 시스템이나 카셰어링(car sharing·시간 단위로 자동차를 빌려 사용) 서비스와 같은 파생 비즈니스 모델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IoT 가전의 보급으로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를 위한 자동주문, 자동배송 서비스 시장이 새로 열리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나 가전제품은 그냥 무료로 나눠줄지도 모를 일이다. 하드웨어의 시대도 저물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기업 GE가 가전 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것도 이제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드웨어는 19세기 골드러시(gold rush) 시대의 곡괭이에 해당하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 이차전지 등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이제 투자자들의 투자 목록에서 사라질 것이다. 제조와 하드웨어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4차 산업혁명에서 할 일이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기술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문제를 넘어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 더 나아가 국제 질서까지 포괄하는 전방위적 접근(holistic approach)을 요구한다. 아마존의 물류창고 종업원 12만 명 중 사람은 9만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3만은 모두 로봇이다. 가정, 회사, 공장 가릴 것 없이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 곳곳에서 AI에 기반을 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면서 교육 시스템은 물론 근로자 재훈련 체계, 사회안전망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대변혁이 불가피하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응능력의 차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를 가속화하고 전통적인 글로벌 분업구조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고 디지털 의존도가 급상승하면서 이제 안보의 개념도 새로 짜야 할지 모른다. 올해 초 필자가 참석한 다보스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시나리오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장밋빛이냐, 잿빛이냐

장밋빛 전망  AI, IoT, 로봇 등 혁신기술이 전 산업에 접목돼 스마트카, 스마트홈, 스마트공장이 현실화한다.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생활의 편리함과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이 극대화한다. 3D프린터와 전자상거래는 개발도상국 중소기업에 새로운 성장 사다리가 된다. 에너지신산업의 발전으로 기후변화도 극복한다.

잿빛 전망 해커에 의한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다.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기술혁신은 더디게 진행된다. 스마트공장이 일자리를 없애고, 선진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본토 귀환)을 가속화한다.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플랫폼을 지배하고, 보호무역이 확산돼 개도국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까지 빈발한다.

어느 시나리오에 한 표를 던져야 하는가. 기술혁신의 속도, 사이버 보안 문제, 정부의 대응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필자는 많은 제약 요인으로 속도가 더딜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들도 제약 요인이 많았지만 결국에는 해답을 찾았고 사회시스템도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아직 일부 산업과 영역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AI, IoT, 로봇 등 파괴적 기술들을 어떻게 제조업, 서비스업, 농업 등 전 산업, 전 영역으로 확산시켜 생산성을 혁신하고 신산업을 창출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제약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소비자 안전, 프라이버시 보호, 기득권 저항 등에 대한 우려로 파괴적 기술의 적용과 신산업 창출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다. 우리나라는 기득권 집단의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로 규제 완화의 속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더딘 편이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어가는 규제 완화 법안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런 토양에서 산업 간 융합이나 신산업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둘째, ‘일자리 대체’ 문제에 대한 보완대책이 충분하지 않아 발생하는 신기술에 대한 저항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떨어져 기술혁신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훨씬 강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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