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호

초점 인터뷰

“사드 갈등? 중국에 事大하는 나라 되길 원하나”

美보수주의 거목… 트럼프 최측근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 마닐라=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7-03-24 16: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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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대북정책 강경하고 굳셀(tough) 것
    • 사드 배치는 北 통제 못한 중국 탓
    • 미국은 ‘한국의 핀란드化’ 용납 못해
    • 14억 중국에 한국은 작은 지방일 뿐
    • 하나의 중국? 美 해석 中과 달라
    헤리티지(Heritage)재단은 미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두뇌집단(Think Tank)이다. 1973년 설립돼 공화당의 싱크탱크 구실을 해왔다. 민주당의 두뇌집단으로 불리는 브루킹스 연구소와 함께 미국의 안보, 외교, 경제, 사회 정책을 견인하는 양대 연구소로 꼽힌다.



    ‘보수주의 판테온’

    헤리티지재단 설립자가 에드윈 퓰너(75) 박사다. 1977년부터 2013년까지 이사장을 맡았다. 현재는 재단 산하 아시아연구센터 회장. 그는 보수혁명의 기치를 내걸고 등장한 신(新)보수주의 아이콘이다.

    미국 신보수주의 그룹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집권(1969~1974) 때 대(對)민주당 타협 노선에 반발해 헤리티지재단을 설립했다. 퓰너 박사의 이데올로기가 정책으로 만개한 때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1981~1989) 때다. 헤리티지재단은 44년 동안 국방 강화, 미국 이익 방어, 전통 가치 존중, 제한된 정부, 복지 축소, 자유 기업 및 무역, 테러 방지 등 보수적 의제를 강조해왔다. 공화당의 거물들이 재단 구성원이다.

    그는 “보수주의라는 거대 도시의 판테온”(뉴욕타임스)으로 일컬어진다. 판테온(Pantheon)은 ‘모든 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워싱턴에서 가장 힘 있는 인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 인사’를 꼽을 때마다 앞자리에 이름을 올린다.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싱크탱크’로 불릴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선임고문을 맡았으며 미중 격랑의 시발점 격인 트럼프 대통령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통화를 막후에서 조율했다.

    3월 1일 ‘글로벌 피스 컨벤션(GPC) 2017’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찾은 퓰너 박사를 만났다. 그는 GPC 2017에서 ‘평화 증진을 위한 창의적 스콜라십(Innovative Scholarship for Peace Award)’을 수상했다.



    “한·미·일 함께 가야”

    한반도 및 동아시아 현안에 대한 ‘보수주의 이데올로그’의 발언을 통해 미국 우파가 한국과 동아시아를 어떤 시각으로 들여다보는지 짐작할 수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 또한 예측해볼 수 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이전보다 강경하고 굳셀(tough)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평양의 착각이자 실수”라고 강조했다. 또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간 갈등은 북한을 통제하지 못한 중국 책임”이라면서 “북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국이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사드는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우선순위는 아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오히려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때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담판을 짓겠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이 양자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친근할 것이며 직접 대화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김정은의 착각이자 실수다. ‘서울, 도쿄, 워싱턴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북핵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팀이 가진 통일된 생각이다. 북한 문제는 한·미·일 3국 공조로 대처해나가야 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한국, 일본과의 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 2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한국, 러시아,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와의 전쟁은 다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 먼저 보낸 것은 의미가 상당하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2월 2~3일 서울을 찾았다. 취임 후 첫 방문 국가로 한국, 두 번째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친개 매티스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할 것(We are going to appoint ‘Mad Dog’ Mattis as our secretary of defense)”이라고 말해 입길에 올랐을 만큼 강경파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강경하고 굳셀 것이다. 워싱턴은 북한에 유화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이면서 동맹국이 원하는 것과 일치하는 정책을 구사하려 노력할 것이다. 중국과도 북한 문제를 특별하게 다룰 것이다. 중국 외무성 대표단이 워싱턴에 와 있다. 어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사들을 만났고,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했다. 오늘은 틸러슨 국무장관과 미중 정상회담을 논의할 것으로 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면 북한 문제를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다룰 것이다.”


    “한국도 의무 지켜야”

    ▼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만들고 자유항해를 방해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미국은 공해에서 자유롭게 항해해야 한다고 믿기에 중국과 대치할 수 있다. 잠재적 충돌 소지는 있다.”

    ▼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중국과 일본이 충돌하고 미일동맹에 따라 미국이 개입하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 한미동맹은 상호보호조약이다. 상호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한국, 미국 공히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의무를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국을 찾은 것에 미뤄 보듯 한미상호보호조약은 굳건하다.”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말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최근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특정 정책을 갖고 특정 나라를 대하는 것은 미국이 결정하는 것이지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볼 일이 아니다. 전화 통화로 축하를 전하겠다는데 축하를 받고 대화하는 것은 미국의 자유로,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다.

    ‘하나의 중국’에는 두 갈래의 다른 해석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해석이  다르다. 중국은 자기네 처지에서 해석해왔다. 중국 해석은 ‘중국은 하나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대만을 지배하는 것은 중국’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해석은 ‘중국은 하나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부분까지는 같으나 그다음이 다르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완전한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대만과는 국교를 단절했다. 하원, 상원의 비준을 받고 카터 당시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중요한 내용이 추가된다. 1979년 제정된 대만관계법에 ‘대만 국민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미국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중국 처지에서는 불편하겠으나 대만은 대만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미국 법으로 승인된 것이다. 미국은 이 같은 틀 안에서 행동하면서 레이건 행정부부터 오바마 행정부까지 대만에 무기를 팔아왔다.

    대만은 인구 2300만 명과 대만 섬이라는 영토를 지배한다. 국적항공사를 가졌으며 일부 국제기구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한다. 최근 베이징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는데, 대만은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이 아니어서 중국 본토의 조류독감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한다. 국제기구에 참여하는 것은 주권(sovereignty)과 관련되는데 이런 문제들을 미국이 고려하는 것이다.”



    “韓 대통령들도 Korea First”

    ▼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후 성과를 A로 평가했으나 시민들의 지지는 높지 않다. 반(反)이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나도 그 인터뷰를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한 일(contents)에는 A, 소통(communication)에는 C를 줬는데, 의회 합동 연설로 소통에서도 A+를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2월 28일 의회 연설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연설 이후 35년 만에 나온 최고의 연설이다. 대통령이 국회와 함께 일하면서 정책을 수립하는 것과 관련해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영광스럽게도 나는 한국 대통령 7명과 직접 인연을 맺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모두 ‘코리아 퍼스트(Korea First)’에 관심을 가졌다. 모든 한국 대통령이 한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했다. 젊을 때 본 리처드 닉슨, 지미 카터, 제럴드 포드도 똑같다. 로널드 레이건은 말할 것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라고 말해왔다. 국익을 중요시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책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도 있겠으나 자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 당신과 헤리티지재단은 ‘자유무역’을 강조해왔다. 보호무역 정책의 부작용이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돼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을 믿지만, 공정한 무역도 믿는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렇듯 구체적 예를 들면 할 말이 많으나 구체적인 것들이므로 더는 얘기하지 않겠다.



    “FTA 재평가·개선할 것”

    미국-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은 협정문 분량이 2장밖에 안 된다. ‘자유 무역한다, 관세 물지 않는다, 무역 장벽 없앤다’가 전부다. 반면 25년 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은 복잡하다. 세 나라(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연관돼 있고 노동, 환경 문제 등이 얽혀 있다. NAFTA는 인터넷도 없고, 곧바로 소통할 기계도 없던 시절에 맺은 협정이다. 25년 전 멕시코의 에너지 회사는 국영 석유업체 페멕스 단 한 곳이었다. 25년 된 조약이기에 재평가, 개선, 단순화할 부분이 많다.

    주지하듯 나는 KORUS FTA(한미자유무역협정) 지지자다. 한국과 맺은 FTA는 5년이 됐는데, 간단한 미국-싱가포르 FTA, 복잡한 NAFTA의 중간에 있다. 최근 5년간 한국을 17~18회 찾아 기업인, 정부 관료, 미국대사관 인사 등을 만나 대화해보니 협정의 문구를 어떻게 해석, 적용, 개선할지를 두고 논란이 있겠더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의 FTA를 완전히 폐기할 것이라고 보지 않으나 재고, 조정, 개정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다만 한국과의 FTA 재협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있지는 않은 것 같다.”

    ▼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경제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경제성장은 부자뿐 아니라 모든 계층에 혜택이 돌아간다 한국의 경제 구조가 바뀌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더 성장할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정책에 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오히려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 앨라배마 주의 현대자동차 공장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국과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다 잡아먹어 디트로이트가 망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한국 차를 미국 공장에서도 제조한다는 점을 얘기해줬다. 한국이 지적재산권을 발전시키고 미국에서 제품을 조립하는 형태인데 한국과 미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것이다. 낡은 경제가 바뀌고 있다. 경제구조를 개선하면 더 큰 성장과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 투명성 높아져”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경유착 등과 관련해 구속·기소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한국과 삼성전자가 더 강해질 기회”라고 봤다. 정경유착 문제 해소를 통해 한국 기업의 고질적 정치 리스크가 해소된다는 주장이다.

    “제이 리(Jay Y. Lee·이재용)는 개인적으로 오랜 친분을 가진 젊은 친구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다. 한국의 재벌 시스템을 40년 넘게 조사하고 관찰했다. 한국 경제가 개방되고 있으며 변화의 상징이 보인다. 10년 전과 달리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중소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경쟁력이 강화되고 활력이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가 더 개방되고 투명해지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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