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위협 맞서 함께 싸우는 게 동맹국 의무
- 美中 사이 ‘등거리 외교’ 안 돼
- 中日 대립은 변수 아닌 상수
- 중국 부상? 일본인 좌절감 엄청나
- 남북관계 잘되면 외교관계도 다 잘 풀려
中·国·通 1, 2회(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는 현실주의 정치학을 틀로 삼아 중국의 실체를 들여다봤으며, 3회(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는 경제의 창(窓)으로 중국을 탐구했다. 4회 주제는 ‘일본에 천착한 정치철학자의 눈으로 본 중국과 동아시아의 오늘’이다. 3월 6일 서울 마포구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최 이사장을 만났다
한국은 국내외적 압력에 의해 역사적 전환 시대에 진입했다. 그는 “정치란 정의의 실현이며 정의는 곧 중용(中庸)”이라고 강조한다. 중용은 타협의 예술이기도 하다. 대외관계에서도 중용이 열쇠가 될 수 있다. 절대주의 극단주의 원리주의 패권주의를 거부하고 다수와 법의 지배를 원칙으로 하는 중용과 평화의 정치체제를 그는 지향한다.
최 이사장은 시대의 화두로 ①상대화 ②신(新)국가주의 ③반(反)지성주의를 지목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은 중국 견제, 일본 중시, 북한 압박이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은 동맹국, 중국은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라면서 “비중에 따라(proportionately) 대미·대중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일본의 긴장과 대립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미국의 중국 견제는 일본의 안보이익과 일치한다”면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balancer) 역할을 할 힘은 없다”고 덧붙였다.
▼ 동아시아 정세가 격변합니다. 중국의 부상,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맞물리면서 한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초강대국 미국의 큰 전환을 나타내는 상징입니다.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합친 스마트파워까지 미국은 세계의 왕좌(王座)에 있었습니다. 지금 미국이 크게 변화합니다. 미국의 변화는 세계의 변화와 맞물려 있고 그 변화의 방향은 셋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상대화의 시대’. 20세기는 절대주의, 극단주의 시대였어요. 세계 수준 전쟁이 두 차례나 있었고,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겪은 냉전은 이데올로기와 군사력이 조직적으로 양극화한 것입니다. 제3의 길을 허용하지 않는 양극화의 시대가 21세기에 들어와 상대화의 시대로 바뀝니다.
“국가 단위 생존경쟁 시대”
셋째, ‘반(反)지성주의’. 미국 독립 혁명이 추구한 가치나 건국 지도자들의 지성 수준은 미국을 세계 민주주의 챔피언으로 만드는 데 손색이 없습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 동부의 대학 등 지성의 중심은 ‘옮겨놓은 유럽’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평균적인 미국인의 일상 속에서는 반지성주의의 뿌리가 깊어요. 그것이 단편적으로 노골화한 것이 트럼프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상대화, 신국가주의, 반지성주의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닌 우리 시대의 역사적 흐름입니다.”
“한·미·일 한 틀에 넣으려는 美”
▼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을 두고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및 미일동맹 강화가 수정될 것이고, 그럴 경우 일본이 곤혹스러우리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만, 2월 10일 트럼프-아베 정상회담에서는 미일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했습니다. 반면 미중관계는 워싱턴이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건드리면서 갈등이 고조합니다. 현상적으로만 보면 트럼프의 동아시아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기조를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을 어떻게 전망합니까.“아시아에 28개국이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중심은 아세안 10개국, 한국, 중국, 일본이죠. 동북아 3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핵심입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보편적 가치보다 미국의 실리를 앞세울 것입니다. 트럼프는 안보도 경제의 틀로 들여다볼 거예요. 트럼프 정책의 우선순위는 백인들의 일자리일 겁니다. 한국 처지에서는 북한 핵 개발이 최대의 위기지만 미국의 우선순위는 다릅니다. 중국 견제, 일본 중시, 북한 압박이 동아시아 정책의 핵심이 되리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 중국을 견제하면서 북한에도 강경하리라는 말씀이군요.
“워싱턴이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어떻게 행동하길 바랄지는 눈에 보이죠. 일본 중시에 한국도 엮겠다는 겁니다. 한국, 미국, 일본을 한 틀에 넣으려는 게 워싱턴의 생각일 겁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도 이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중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죠.”
▼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도 나설까요.
“어떤 형태로든 FTA를 리뷰할 겁니다. 경제적 실리 면에서 마이너스면 손보려 하겠죠. 중국 견제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서 얻는 안보이익과 경제적 실리를 복합적으로 계산할 겁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사실 인식을 잘못 했어요. 한미 FTA를 반대한 사람이 많았잖아요. FTA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예측 가능한 사안입니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잘 준비해야죠.”
“아베 총리는 신념 우익”
▼ 일본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였습니다. 그때마다 한반도는 전쟁터가 됐고요. 아베 정권 등장 후 일본이 헌법 제9조 개정을 비롯한 이른바 ‘보통국가화’를 시도합니다. 아베 정권의 이런 시도에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을 들여다보는 시각에서도 한국, 일본은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은 중국의 부상과 영향력 확대를 어떻게 이해합니까. 중일 간 경쟁이 격화해 군사 충돌이 일어날 소지도 있을까요.“일본은 40년 넘게 세계 제2경제대국이었으나 경제력을 정치력과 외교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을 보세요. 베이징 외곽으로 20분만 나가면 빈민 농가가 나옵니다. 소프트웨어도 엉망이고요. 그런데 대국 노릇을 해온 오랜 역사적 전통 덕분인지 경제력 2위가 되는 순간부터 정치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당나라 시대인 9세기 때 전 세계 GDP(역내총생산)의 25% 비중을 차지한 국가예요. 중국이 곧 ‘천하’였습니다. 일본은 제2경제대국이던 40여 년 동안 G2로 대접받지 못했는데 중국은 다르잖아요. 일본인이 현재 느끼는 좌절감은 엄청납니다.
일본의 보통국가론은 쉽게 말해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같은 나라가 되겠다는 겁니다. 경제대국은 군사대국이 되는 게 정상이라는 주장입니다. 일본은 군대라는 말도 못 쓰고 자위대라고 합니다. 헌법 제9조는 전쟁을 부정하고요. 군사대국화 추구를 두고 군국주의 부활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견입니다. 일본은 보수적인, 너무나 보수적인 나라예요.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녔고, 대사를 했고, 교수로 일했고, 수백 회 왕래하면서 총리부터 천황(일왕)까지 거의 모든 지도자를 만나면서 느낀 것은 일본의 우경화라는 표현은 형용모순이라는 점입니다. 일본은 원래가 보수·우익의 나라입니다. 야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고요. 아베 총리는 말하자면 ‘신념 우익’입니다. 역사는 변화와 연속성의 상호작용인데, 일본은 변화보다 연속성을 중시해야 정권을 잡습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왕조가 한 번도 교체되지 않은 대국입니다. ‘독일은 사죄하는데 일본은 왜 못하느냐’는 질문에는 독일과 일본이 어떻게 다른지가 빠져 있습니다. 일본인은 히틀러와 천황의 비교를 거부합니다. 일본인은 천황을 부정할 수가 없어요.”
“韓, 균형자 될 힘 없어”
▼ 외교·안보적으로 중일 간 가장 민감한 사안은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독도 문제와도 유사성이 있습니다. 동중국해 갈등에서 중일 간 의견 차이는 무엇이고, 양국의 대응 방식은 어떻습니까.“앞서 한 질문 중 군사적 충돌 부분이 이 질문과 연결됩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중국을 전략적 경쟁상대로 봅니다. 보통국가를 주장하는 것도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한 측면이 강하고요. 미일동맹 강화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죠. 일본과 중국의 경쟁과 대립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동맹관계입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일본의 안보이익과 일치하죠. 그렇다면 한국은 한중, 한미관계를 어떻게 꾸려야 할까요. 외교에서 균형과 균형자(balancer)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균형자라는 것은 쉽게 설명해 프랑스와 독일이 전쟁을 벌이려는데 비슷한 힘을 가진 영국이 중재할 때 쓰는 말입니다 우리는 미중 간 균형자 구실을 할 힘이 없습니다.
나는 ‘평화’와 ‘비례’라는 개념을 씁니다. 평화외교를 해야 하는데, 그때 비례가 중요합니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입니다. 동맹국은 군사적 위협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중국은 전략적협력동반자입니다. 전략적으로 협력할 관계지 동맹은 아닙니다. 한국의 동맹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해요. 사드와 관련해서 우리는 중국에 다음과 같이 설명해야 합니다.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의무가 있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에 대해 ‘등거리 외교’도 할 수 없고 양자택일도 할 수 없습니다. 비(非)제로섬 평화외교를 해야 합니다.
한·미·일 군사연대 완성?
동맹국은 동맹국답게, 전략적협력동반자는 전략적협력동반자답게 대하는 게 정답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즐겨 쓰는 낱말이 하나 있어요. ‘비례해서(proportionately)’가 그것입니다. 다시 말해 ‘비중에 따라’ 외교해야 합니다. ‘평화외교를 비중에 따라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입니다.”▼ 중일 간 군사충돌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 답하지 않았습니다.
“영토 문제는 외교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실효 지배하는 쪽이 유리해요. 실효 지배하는 쪽은 현상 유지가 그 나라 이익에 맞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독도가 분쟁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독도에 갔다는데 세계만방에 독도가 분쟁지역이라고 알린 결과를 초래했어요. 센카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 지배합니다. 일본인들은 그곳에 자위대 안 보내요. 무인도 이름 붙이기 행사 같은 것은 합니다. 살금살금 조용히 실효 지배를 강화하는데 중국이 그걸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영토 문제로 일본과 중국의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군사적 위협은 지속하리라 봅니다.”
▼ 2010년 9월 베이징은 동중국해에서 일본이 중국 어선을 나포한 것에 반발하면서 희토류 일본 수출을 금지하는 보복에 나섰습니다. 2012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 국유화에 나서면서 위기가 고조했고요. 일본의 한 전문가는 “희토류 수출 금지 보복 등 중국의 강경한 대응에 일본이 놀랐으며 일본과 중국 간 갈등이 벌어졌는데 동맹국인 미국이 중립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고 자력에 의한 중국 견제 능력을 키우겠다, 보통국가·군사대국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하더군요.
“단편적 분석입니다. 보통국가가 되는 것은 보수적인, 너무나 보수적인 일본 지도부의 숙원이에요.”
▼ 박근혜 정부 때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었습니다. 중국의 한 학자는 “중국 포위를 위한 한·미·일 군사 연대가 완성된 것”이라면서 “사드가 하드웨어라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소프트웨어”라고 날선 비판을 하더군요.
“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과정에 비판적입니다. 미숙했어요. 졸속인 데다 설명 책임도 부족했고요, 민주국가라면 쟁점이 있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년 동안 위안부 문제로 버텼습니다만 마지막엔 서둘러 지키기 어려운 합의를 해버렸어요. 아베 총리는 ‘비가역적’이라는 표현에 집착했을 겁니다. 위안부 문제를 더는 끄집어내지 말자는 것에 우리가 동의한 것입니다. 따라서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추가로 세워진 것을 보고 아베 총리가 크게 실망했을 겁니다. 주한 일본대사가 본국으로 소환돼 두 달째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관계에서 국교 단절 전에 하는 조치가 대사를 소환하는 것입니다. 지금 한일관계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일관계의 해법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한국 식민통치와 관련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확인한 다음 한일 양국의 화해와 그 구체적인 사례로 한일 대중문화 교류를 약속한 협정입니다. 배우 배용준이 일본에서 욘사마로 불리고 일본인 관광객이 서울에 가득하던 때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이후 한일관계가 좋았을 때입니다.”
“한일관계 굉장히 심각”
▼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이 가시화합니다. 중국이 소아(小兒)적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이 고비를 참고 넘어가야 해요. 끈질기게 설명해야죠, 사드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의 의무고,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 목적이라고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비핵화 되면 우리가 앞장서서 사드 철거를 요구할 것이라고도 덧붙여야겠고요.”
▼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베이징이 6자회담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이른바 ‘왕이(중국 외교부장) 이니셔티브’를 내놓았습니다. 중국이 지난 수년 동안 알맹이 없이 6자회담 재개만을 주장하던 것에 비하면 좀 더 진전된 의견인 것으로 판단합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 제안에 대해 부정적이고요. 베이징이 제안한 해법을 어떻게 봅니까.
“당장은 아니지만 숙고할 만한 제안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제재 국면이므로 제재를 해야죠. 북한의 행동을 보십시오. 제재를 늦출 수 없습니다.”
“민족주의 버려선 안 돼”
▼ 제재는 대화로 가는 수단이죠.“맞아요. 제재는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평화 공존을 위한 수단이죠.”
▼ 제재의 목적이 북한 붕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선제타격론은 어떻게 봅니까.
“붕괴는 제재의 목적이 될 수 없어요. 붕괴가 목적이라는 것을 북한이 알면 불신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거죠. 붕괴를 목적으로 한 제재는 전쟁을 각오했을 때의 선택지죠. 세계 냉전사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른 한국이 또 제2의 전쟁을 해요? 그것은 막아야 합니다.”
▼ 한국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견해도 나옵니다.
“한국이 중국의 압도적 영향력 아래에 들어갈 만큼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 동아시아 현안은 북핵 문제, 동·남중국해 문제, 대만 문제 등 안보 및 영토 문제에 집중해 있습니다. 좀 더 긴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근·현대 150년 동안 한·중·일 삼국은 서로 기대어 살면서도 끊임없이 경쟁하고 충돌했습니다. 기저에 삼국의 독특하면서도 강력한 민족주의 정서가 깔려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21세기 들어 이 같은 민족주의적 대결 조짐이 더욱 강화된다는 점에서 걱정이 큽니다. 최근 한·중·일 삼국의 민족주의 강화 현상을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해 ‘민족주의적 자강전략’에 치중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를 넘어선 ‘탈민족주의적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형성을 도모해야 할까요.
“모두에 21세기를 신국가주의의 시대라고 규정했습니다. 신국가주의도 내셔널리즘의 하나죠. 내셔널리즘은 민족주의, 국가주의, 국민주의로 번역됩니다. 셋은 뜻이 다 달라요. 국가주의는 대국민족주의, 제국주의가 연상됩니다. 국민주의는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좋은 의미고요. 민족주의에는 식민지 통치에 맞선 저항민족주의도 포함됩니다. 인류가 받아들일 수 있는 민족주의 형태 중에는 스포츠민족주의도 있고요. 조국에 대한 사랑 또한 민족주의의 기본 바탕이죠. 스포츠 내셔널리즘이라든지 타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 애국주의, 분단된 민족의 통일 지향 등에서 나타나는 민족주의는 악의 이데올로기가 아닙니다. 인간의 본성이고 건전한 감정이죠. 부지불식간 세계화에 물들다보니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인상을 줍니다.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우선주의,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몽(中國夢), 아베의 일본우선주의는 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민족주의를 거부할 명분이 없습니다. 민족주의는 대한민국이 버려서는 안 되는 이념이라고 생각해요.”
“경제평화론으로 北 다뤄야”
▼ 건전한 민족주의를 토대로 자강(自强)하자는 말씀이군요.“지도에서 중화인민공화국과 한반도의 크기를 비교해보세요. 우리 민족이 용케도 잘 견뎌낸 겁니다. 676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고려 이후 1200년 동안 통일국가를 유지했습니다. 조선왕조는 19세기에 들어와 개국과 근대화에 실패하고 국방에 소홀하다가 일본의 식민지가 됐습니다. 역사의식이 있는 지도자라면 자강안보를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로 선택할 것입니다.”
▼ 대한민국이 통일을 이뤄내 독일 같은 강국이 돼야겠습니다.
“언젠가는 제재 국면의 끝에 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한반도 서부엔 개성공단, 동부엔 금강산이 있습니다. 두 곳이 통일의 실험장 아닙니까. 공존에는 ‘평화적 상호의존성’이 중요합니다. 경제를 매개로 얽혀야 평화롭게 공존해요. 한국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해야 합니다. ‘경제평화론’이지요. 통상이 활발한 나라와는 전쟁을 못합니다. 남북 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높여야 합니다. 남북 관계가 잘되면 다른 외교 관계도 다 잘 풀려요.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 되는 나라가 세계에 7곳뿐입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그리고 두 나라가 더 있습니다.”
▼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입니다. 미, 일, 영, 독, 불은 초등학생도 압니다. 5개 나라는 상수죠. 통일을 이뤄내 나라를 잘 운영하면 동아시아의 매력적인 중견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인구가 적은 나라의 복지정책도 배워야 하지만, 분단을 극복하고 유럽의 최강국이 된 독일 사례를 참고해야 합니다. 영토 크기, 인구가 비슷한 영국도 들여다봐야 하고요. 이웃나라 일본의 경험도 익혀야 합니다.”